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010년이 되기 전에 뭔가 포스팅해야 할 것 같아 쓴다.

오늘은 집에서 쉬다가 시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2009년을 9자로 정리하면 : 결혼 좋고 공부 힘들다.

내가 기대하는 2010년을 10자로 쓰면: 결혼 좋고 공부 덜 힘들다.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월간 판타스틱] 재간행 축하를 겸한 송년회 날이었다. 일전에 연락을 받았으나 날씨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가, 아스님이 근처인 댁에 놀러와도 좋다고 하셔서 겸사겸사 길을 나섰다.

어제 종일 집에 있어서 몰랐는데 길이 무척 험했다. 어제는 훨씬 심했겠지. 학교 복사실과 도서관에 들렀다가 홍대입구 쪽으로 갔는데, 길이 미끄럽다 보니 걷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걸렸다. 벌벌 떨면서 아스님 댁으로 가서 맛있는 홍차와 쿠키, 스콘, 사과 패스츄리, 요거트 슈를 열심히 먹으며 몸을 녹였다. 아스님이 신기해서 골라 보셨다는 어니언 스콘을 먹었는데, 어떤 부분이 양파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아스님의 신간도 받았다.

시간을 맞춰 택시를 타고 판타스틱 송년회장인 [클럽 타(Live club 打)]에 갔다. 새 대표님의 인사를 듣고 다들 적당히 먹고 마시다가, 8시부터 타바코 주스라는 밴드의 공연을 들었다. 공연 시작 전에 바람 쐴 겸 잠깐 나가서 커피를 한 잔 사 왔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밴드의 공연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았으니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인 작가들과는 영 맞지 않는 선택이라 의아했는데, 대표님이 팬이란다.;; 어쨌든 이왕 청중이 되었으니 열심히 들으면서 박수를 쳤다. 그 후에는 판타스틱 구성원 분들의 소개와 경품 추첨이 있었다. 실내가 어둡고 테이블마다 흩어져 앉아 있다 보니 누가 와 있는지 잘 몰랐는데, 경품 추첨 덕분에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판타스틱]이 다시 나와서 기쁘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 특히 장편 연재에 무게가 실린 점도 마음에 든다. 단행본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잡지를 통해서 좋은 국내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다면 좋겠다. 아스님, 상현님과 갔고, 보라님이 와 계셔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창규님, 상준님과 SF 도서관 분들도 뵈었다. 나중에 명훈님도 오셔서 전업작가로 사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비롯한(...)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열시 반 쯤 일어섰는데, 책이 든 종이가방을 클럽에 놓고 와서 아스님께 급히 전화해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게다가 길이 헷갈리기 쉬운 지점에서 가방 생각이 나서 급히 전화를 하는 바람에, 그 사이에 택시기사님이 길을 잘못 드셔서 집 주위를 한바퀴 크게 돌았다. 어쨌든 아스님께 폐를 끼친 덕분에 가방은 지하철 사물함에 잘 들어갔고, 나도 집에 무사히 들어왔다.  

우울한 소식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창규님과 명훈님을 뵈어서 반가웠고, 새로운 분들도 만나서 즐거웠다.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아우님이 퇴근길에 놀러왔다. [스킵비트] 신간을 보고, 아우님과 거실에 앉아 만화책을 보다 수다를 떨다 하다가 굽네치킨을 먹고 만화책을 마저 보았다. 밤에 귀가한 동진님에게 [신사동맹 크로스]의 훌륭함을 설파했으나, 동진님은 8권 앞페이지의 '7권까지의 줄거리'를 보더니 벽이 느껴진다며 읽지 않았다.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크리스마스다. 압구정에서 시댁 식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시부모님과 아주버님 일가 외에 시숙부님과 시누이도 오셨다. [이리오너라]라는 한정식집에서 깔끔한 점심을 먹고, 시부모님은 우리 집에 오셔서 동진님표 커피를 한 잔 하고 가셨다. 형님에게서 멋진 선물을 받아 기쁘고 고마웠다.

시부모님을 배웅한 다음에는 어제 싸 놓았던 여행가방을 들고 서울역에 갔다. 올해 외조부모님이 회혼이시라, 외가 식구들이 경주에 모여 함께 축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주에 도착하니 밤이었다. 친정 식구들은 아침에 먼저 내려갔고 우리만 후발대였다. 늦게 들어가 외숙모께서 부산에서 일부러 떠 오셨다는 맛있는 회를 실컷 먹고 회혼 기념 파티를 한 다음 토너먼트 윷놀이를 했다.

회혼이면 육십 년이다. 두 분이 함께한 세월을 생각하면 경건해진다. 내가 아는 일들, 내가 모르는 일들,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을 함께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탱해온 두 분의 삶. 지금은 헐린 외갓집에는 마당이 있었다. 생계형 교사셨던 외할아버지는 마당에 온갖 작물이며 과실수를 심고 옥상에서는 벌을 치면서도 꽃 좋아하는 외할머니를 위해 항상 꽃 피울 자리를 남겨 놓으셨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제 눈이 나빠 나와 동진님이 써 간 카드도 읽지 못하신다. 일부러 글씨를 크게 쓴다고 썼지만, 아버지가 옆에서 낭독하셔야 했다. 큰외삼촌이 한학을 하셨던 진외증조부의 이야기를 꺼냈고, 외할아버지는 그 글 쓰는 재주가 소연이한테 갔어, 라고 하셨다. 나는 진외증조부의 딸인 외할머니의 딸인 어머니의 딸이다. 감격스러웠다.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크리스마스 이브. 예년에는 동진님과 카카오봄에 같은 모자를 쓰고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으나, 올해는 시간이 맞지 않아 집에서 둘이 함께 보냈다.

선물로 받은 예쁜 화분. '카랑코에'라고 한다.

동진님이 러브러브 카레 파스타를 만들어 주셨다. 맛있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모자를 사니 덤으로 주었던 파리바게트 케이크. 모자를 쓰고 파스타를 냠냠 먹은 후, 후식으로 케이크도 한 조각 먹었다. 거실에 삼각대를 놓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결혼한 실감이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오전에 잠시 센터에 들렀다가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치고, 하나로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점심 때 새미가 놀러 왔는데, 우리 집에는 9호선 급행이 서지 않으니 일반을 타라고 미리 설명하는 것을 깜박해서 새미가 김포공항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때문에 딱 맞춰 준비했던, 기합을 넣어 만든 파스타가 불어서 조금 속상했다.

새미를 집에 처음 초대했는데, 왠지 이미 몇 번 우리집에서 같이 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고 쿠키와 초컬릿을 먹으며 거실에서 만화책을 보았다. 오후에 C사 증정본이 왔다.

저녁에는 아우님이 왔다. 같이 놀다가 피자를 시켜 먹고 마저 놀았다.(응?) 알찬 하루였다.

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 콰르텟 X의 B9


-프로그램-
(베토벤 현악사중주 아홉 개의 악장)

제1부: 걸작의 숲
서곡. 현악사중주 1번 '고양이' 4악장 (op.18-1)
1. 현악사중주 7번 '전보' 2악장 (op.59-1)
2. '' 8번 '경마' 4악장 (op.59-2)
3. '' 9번 '영웅' 2악장 (op.59-3)
4. '' 10번 '하프' 1악장 (op.74)
5. '' 11번 '세리오소' 4악장 (op.95)

제2부: 인류 최고의 유산
6. 현악사중주 13번 '카바티나' 5악장 (op.130)
7. '' 14번 '팝콘' 5악장 (op.131)
8. '' 15번 '감사의 노래' 3악장 (op.132)
9. '' '대푸가' (o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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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콰르텟 x에서 직접 붙인 것이라 한다. 편집공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미묘하다고 생각했으나, 흥미로운 작품해설과 함께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어 즐거웠다. 저녁은 동진님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광화문 광장을 처음 보았다.-_-;

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종강했으니까 늦잠 자려고 했는데 9시에 일어났다. 크리스마스에 선물할 초컬릿을 좀 만들고, 홍차쿠키를 구웠다.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종강했으니 늦잠을 잤다. 집에서 빈둥빈둥 하다가 중앙도서관에 아버님 심부름으로 논문을 빌리러 갔다. 70년대 논문이었는데, 빌리고 보니 꽤 두툼한 본문 전체가 단정한 수기(手記)였다. 이런 논문은 처음 보아서 놀랐다. 처음에는 설마 이거 저자가 모두 써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도 잠시 했는데, 경필이라고 해서 예전에는 이렇게 논문의 본문을 써 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단다. (법대 복사실 아저씨의 설명. 아저씨가 논문을 보자마자 "80년? 70년 쯤 논문인가보네."라고 하시더라.)

낮에 아버지와 잠깐 다른 용건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러자 친정에 가고 싶어져서 겸사겸사 집을 나선 것이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아버지는 못 뵈었다. 그래도 친정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초컬릿을 드렸다. 아우님도 와서 같이 놀았다. 아우님이 앞머리를 잘라 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았다.

저녁에 C사 책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손솜보 씨의 첫딸 은서의 돌이었다. 어제 저녁, 명동에 나간 김에 롯데백화점에서 선물로 아기 내복을 샀었다. 아기 물건을 사 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유아 층에 올라가 눈앞에 있는 귀여운 옷이 가득한 가게 ('압소바'란다.)에 들어가 돌을 맞은 여자아이에게 뭘 선물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내복을 몇 가지 보여주는데, 조끼가 있는 내복이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골랐다. 내복에 조끼라니! 나도 입고 싶다! 아기 옷은 라벨이 바깥쪽으로 붙어 있더라. 아기 옷이며 앙증맞은 모자, 작은 신발 같은 것을 보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돌잔치는 화곡역 근처 모아부페에서 했다. 돌잔치는 처음이다. 준비하느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은서는 한복을 입고 쿨쿨 자고 있더라.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부페를 맛있게 먹었다. 한참 식사부터 한 다음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돌잡이를 했는데, 억지로 깬 은서는 그저 계속 울었다. 그렇잖아도 낯 가리는 아기가 낯선 데서 스피커 켜놓고 시끌시끌 하니 놀랐겠지. --; 어찌저찌 마무리 하고, 센터 식구들이 앞에 나가 은서를 위해 '나비야' 등 동요를 두 곡 불렀다. (나머지 하나가 뭐였는지 지금 생각이 안 난다.)

집에 오는 길에 앞머리를 자르고 싶었는데 집 앞에 새로 생긴 미용실에 손님이 있어서 못 잘랐다. 한산해 보일 때 가서 해결해야지.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지구정복비밀결사 2010년 신년회를 했다. 장소는 명동 개화. 참석자는 인수오빠, 야롤님, 루크님, 상현님, 랄라님, 수현님, 진아님, 보라님, 까리용님, 동진님, 상준님 가족, 라슈펠님, 고양이님, 고양이님 동행분, 쿄코님, 나.

6시부터 정탁이니 늦지 말라는 공지를 보고 5시 50분 정도에 딱 맞춰 갔더니 가장 먼저 도착했더라. 게다가 예약은 6시 반이야......하지만 다들 제때 와서, 맛있는 중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어제 종강해서 아직 피곤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지만, 잘 먹고 몸보신 하겠다는 일념으로 명동까지 간 보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뵌 분들도 많아서 반가웠다. 특히 루크님이 오랜만에 나오셔서 무척 기뻤다.






마무리는 자장면으로.

배불리 먹고 COIN에 가서 후식으로 차를 마셨다. 아이폰 유저들이 많았다. 집에는 열한 시 반 쯤 돌아왔다.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종강했다.

오늘 [CIEL] 13권이 나왔다. 시험 기간 내내 한양문고 '내일의 신간'을 확인하며 대체 어째서 요즘은 시험이 끝나면 옆에 쌓아 놓고 볼 만화 신간이 나오지 않냐는 둥, 이게 다 보는 만화책이 너무 적어서라는 둥 애꿏은 동진님을 붙잡고 투덜거렸는데 종강일에 [CIEL]이 나와서 무척 기뻤다. 종강 행사를 하는 모양이었지만, 들여다 보니 다 가는 분위기도 아니고 교수님들 뵐 면목도 없어 도서관에 잠깐 올라갔다가 바로 버스를 탔다.

연희동 삼거리에서 내려 걸어서 한양문고에 먼저 들렀다가 한양문고에서 우회전, 스타벅스와 에블린 사이로 이어지는 길로 브레드가든에 갔다. 5번 출구 근처가 어수선했다. 깃발도 보이고 짙은 색 점퍼에 마스크를 한 남자들도 많았다. 누군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오늘은 무척 추웠다. 나는 후딱후딱 브레드가든까지 가서 크리스마스 초컬릿 포장지를 골랐다. 빨간색과 흰색 중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장은 흰색, 상자는 빨간색으로 결정했다. 마치판과 누쓰누가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몇 년 전부터 볼 때 마다 '저거 괜찮을까?'하고 생각했던 실리콘 얼음/초컬릿 틀도 할인하기에 종강한 기세를 타고 하나 샀다.

 5번 출구 근처는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어수선했다. 바닥에는 김말이, 튀김, 김밥 같은 것이 짓뭉개져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동행에게 "튀김하고 다 버렸대"라고 말하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모르고 싶었다.

나는 모르고 싶다. 시험이 끝났으니 미뤄 뒀던 [사무라이 전대 신켄쟈]를 보고, V6 팬클럽에 열심히 댓글 달아서 등급 올리고, 요즈음 매일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깜짝 선물로 어떤 초컬릿을 만들어 줄까 고민하고, 오늘처럼 유달리 추운 날이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내 공간에 앉아 일 년 내내 거의 손을 못 댔던 책을 읽고 싶다. 나는 슬프기 싫다. 목숨의 문제를 너무 가깝게, 너무 날것인 채로 날마다 느끼고 싶지 않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를 꾸중할지언정,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이유까지 더해가며 내게 환멸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너무 많은 것이 호오가 아니라 생존의 영역에 있고, 그 대부분은 온전히 정치의 영역에 있는 지금, 나는 투쟁할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런 거창한 시대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더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조리하게 느끼고 싶지도 않다. 생각하면 괴로워진다. 괴로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면 그 말을 믿고 싶다. 마음 편히 살고 싶다. 

나는 뒤로 빙 돌아 4번 출구로 들어가 지하철을 탔다. 집에 돌아와 가방과 쇼핑백을 내려 놓으며 어두운 거실에 불을 켰다. 거실 탁자 위에는 시험이 끝나면 읽으려고 미리 주문했던 [진보의 미래]와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가 놓여 있었다. 나는 서둘러 코트를 벗고 부엌으로 들어가, 외출복 차림 그대로 앞치마만 둘러 매고 며칠동안 싱크대에 방치되어 있던 음식쓰레기를 열심히 모아 담았다.

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2009년 12월 17일 목요일

기말고사가 내일 끝난다.

어제 물권법 시험은 캐망햇다. '캐'를 붙이지 않을 수 없는 답을 쓰고 나와서 무척 속이 상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계속 이것저것 집어 먹고 있다.

오전에 사과를 썰다가 손을 잘못 놀려, 왼손 검지와 중지를 베었다.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기말고사 기간이다. 순식간에 피폐해지고 있는 나를 구원하러 어머니가 와 주신 덕분에 저녁으로는 맛있는 카레를 먹었다. 집에 월남쌈하고 파인애플도 생겼다!

서너 달 째 집 밖에서는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는데(하루 종일 누구와 무슨 말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일기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더러 말이 너무 많다고 하셔서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그것도 이제는 뭐, 그런 관계구나, 싶다.

저녁에 설잠을 들었다가 억지로 깼다.

아참, 낮에는 아이폰에 신이 나서 아버님께 일본어로 문자를 보냈는데 두 통 쓰고 나서야 아버님 폰은 2G이니 제대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났다. 귀가해서 마침 오신 어머니 폰으로 테스트 문자를 보내 봤더니 역시나, 한자가 깨져 나온다. 얘가 뭔 소린가 하셨겠다. -_-;;;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비빔밥 콘서트

어제는 오늘 오전 제출인 헌법 보고서를 끝내야 했는데 날씨 탓인지 너무 졸렸다.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저녁 10시 즈음에 아예 씻고 잤다가,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충분히 잤기 때문인지 오히려 효율이 높아져 무사히 보고서를 쓸 수 있었다. 만약 억지로 깨어 있었으면 아마 밤을 샜을 것 같다. 조교가 당연히 조교실에 있을 줄 알고 덜렁덜렁 갔는데, 가서 보니 조교실 배치표에 헌법 조교님이 안 계셔서 당황했다. 교수님 연구실을 같이 쓴다고 한다. 다행히(?) 부재중이라 문 밑으로 슉 밀어넣고 왔다.

그 다음에는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다문화 비빔밥 콘서트에 갔다. 처음에는 조금 착각해서 비빔밥 만들러 가는 문화체험 행사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서울시에서 하는 공연행사로 비빔밥은 그냥 준단다. 요즈음 식생활이 상당히 비참한지라 (아무리 맛있는 유기노우스 다크우스 밤호두스 브라우니라도 매일 아침으로 브라우니만 먹고 있으면 좀 괴롭다) 득 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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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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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공감이 있는 비빔밥"

- 색깔 있는 공연
춤으로 하나되는 댄스동아리 "동그라미"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공연팀)
다문화여성이 만드는 우리의 소리 "Sound of Music"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공연팀)
다문화와 함께하는 "밸리아트리움" (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공연팀)

-이주여성 한국생활 도전기 1탄 (샐러드극단)

2부 "Adieu 2009 with Jazz"

- 단발머리
- 무인도
- Pent-up House
- 꽃밭에서
- A Little Drummer Boy
- Santa Clause is Coming to Town
((Ronn Branton Jazz Group: 론 브랜튼, 마틴 젠커, 켄지 오메,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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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2부의 재즈 공연은 엄청 본격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랄까. 샐러드극단의 연극도 무척 인상깊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1부 공연 행사는 신종플루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팀이 확 줄어서 섭외와 준비가 꽤 어려웠던 모먕이었다. 

서울여성플라자는 연초에 공감 예비법조인 인권법 캠프를 했던 장소이기도 해서,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벌써 십 개월 전이다. 그 사이에 내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상념에 잠기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요즈음은 날씨 탓인지 늘 배가 고프고 졸립다.) 그냥 밥을 열심히 먹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씩 뽑아 옥상정원에 갔다. 순안 씨와 어라핀 씨가 비행기에서 주는 견과류 간식을 꺼내서, 후식으로 커피에 곁들여 먹었다. 태국 요리에 많이 쓰이는 캐슈넛은 나무에 열린다. 과육 안에 씨가 든 것이 아니라, 과일이 맺히고 그 아래에 캐슈넛이 매달리듯이 열려서 그 부분을 손으로 따서 거두어 쓴다. 과육과 캐슈넛이 이어진 부분의 씨에 독이 있어서 딸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딴 다음에는 칼로 윗부분을 하나하나 잘라내야 한다니 꽤 손이 가겠다. 과육은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썩 맛이 있지는 않고, 매실과 좀 비슷한 떫은 맛이 난다. 어라핀 씨는 남부 출신이라 집에 캐슈넛 나무도 몇 그루 있었다는데, 같은 태국 출신이라도 북부에서 온 순안 씨는 캐슈넛 나무를 실제로 본 적도 없단다.

오후에는 포럼이 있었지만 새벽에 깨어 있었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기말고사도 걱정이 되어서 집에 와서 한 숨 잤다. 정말 요새 왜 이렇게 졸린담.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오후에 종로에 나가 아이폰을 찾아왔다. 이것저것 만지고 주소록 옮기고 나니 밤 열두 시다. 신규가입이라 번호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직접 번호변경 문자를 돌렸는데, 실수로 구번호에서 구번호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서 "원래 번호 그대론대?"라는 문의문자와 전화가 왔다. -_-

구 번호

019-***-**** 에서

010-***3-****

으로 바뀌었습니다.

2009년 12월 9일 수요일 : 오덕의 지식 2



아래 오덕의 지식을 쓰고 문득 생각난 이야기.

최근 콘서트에 다녀온 후 나는 일본의 아이돌 그릅 V6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할 떡밥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V6의 멤버 중 아저씨 사카모토, 내가 좋아하는 이놋치♡, 울트라맨 티가이자 [대결전!초 울트라 8형제]의 주연인 나가노, 이렇게 세 명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MP3파일을 팬클럽에서 다운받아 가끔 듣는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명은 "V6 NEXT GENERATION"이다. 꽤 재미있다.

그런데도 내가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끔' 밖에 듣지 않는 이유는 사실

방송명이 NEXT GENERATION 인데 도입부에 [스타트렉 보이저(Star Trek: Voyager)] 음악이 쓰인다는 사실을 왠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다. 어째서 [스타트랙 TNG(Star Trek: The Next Generation)]의 메인 타이틀을 쓰지 않은 거지? TNG의 타이틀도 라디오 방송 중간 쯤에 간주로 쓰이긴 한다. 그러나 VOY가 공간적으로 굉장히 멀리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TNG는 2360년대이고 VOY는 70년대 이후이므로 시간 순서도 안 맞는다. 아니 애당초, 앞서 말했듯이 방송명이 틀렸다. 들을 때마다 거슬린다.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참 어렵다.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새벽 5시가 지나 잠들었다가 8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 종일 머리가 멍했다. 저녁에는 동진님과 BBQ 치킨을 먹었다. 숙제도 숙제지만 조금씩 취침시간이 밀리며 밤낮이 바뀌어 버린 것 같아 어중간한 시간에 자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K사 보충 번역은 반 페이지만 더 하면 끝난다.

[사무라이전대 신켄쟈] 에서 시바 타케루가 사실은 카케무사고, 진짜 시바 가의 당주인 공주마마는 다른 곳에서 봉인의 수련을 하고 있었다는 매우 유력한 유머가 떠돌고 있다. 시바 타케루를 둘러싼 수상한  떡밥은 꾸준히 있어 왔으나, 이번에는 종영을 앞두고 배우들이 "모두가 깜짝 놀랄 반전"이라는 코멘트를 하는 데 더해 "깜짝 놀랄 촬영을 하고 있다"는 어느 신인 여자아이의 블로그 글까지 카케무사 떡밥에 붙었다.

설마설마 하고 있는데 만약 정말 시바 타케루가 그림자 무사였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2000년 [미래전대 타임렌쟈]부터 온 마음을 다해 존경해온 코바야시 야스코 님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배신감에 손이 떨릴 지경이다. 올 한 해를 신켄쟈에 바쳤거늘,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공주가 나타나서 이야기를 끝맺는다니 그런 스토리텔링의 기본을 무시한 전개를 용납할 성 싶으냐!



신켄쟈의 설정을 간단히 요약하면: 외도중이라는 적들은 삼도천에 살면서 인간 세상에 나와 인간을 괴롭힌다. 사람들이 괴롭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삼도천의 물을 불리면 인간 세계로 완전히 나와서 세상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켄쟈는 이들 외도중을 무찌르기 위해 '모지카라(글자+힘)'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로, 글자에 힘을 실여 형상화함으로써 외도중을 무찌른다. 모지카라를 다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수련해야 하고 큰 힘을 쓰기 위해서는 큰 힘이 들어간다. 주군인 시바가 제18대 당주 시바 타케루는 불의 모지카라를 다루는 시바 가의 후손이다. 외도중의 두목인 도코쿠가 인간 세상을 마지막으로 침공했을 때 봉인의 글자를 불완전하게 완성하여 삼도천으로 외도중을 쫓아낸 다음 목숨을 잃었던 아버지로부터 외도중을 영원히 봉인할 수 있는 '봉인의 글자'를 계승받았다. 나머지 4명과 주군-가신의 관계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전대의 리더-팔로워 관계와 달라 신선했다. 시바 타케루가 봉인의 글자를 계승받아 완성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무라이들에게 시바 타케루는 따라야 하는 주군인 동시에, 인간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극 아주 초반부터 시바 타케루가 무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암시는 계속 있었다. 나는 신켄 레드 시바 타케루가 당주가 맞고, 다만 외도중을 완전히 멸하는 '봉인의 문자'를 사실을 쓸 줄 모르면서 그 사실을 신켄쟈 멤버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허풍을 떨고 있다는 쪽에 걸고 있었다. 최근에는 뭔가 그것보다 큰 떡밥인 것 같아서, 그렇다면 봉인의 글자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한다는 설정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런 큰 짐을 지고도 꿋꿋하게 싸워나가는 신켄레드와 팀의 막내로 주군을 하늘처럼 따르는, 하지만 싸울 때는 강인한 면이 있는 신켄옐로의 러브스토리를 보고 싶었건만.....아아, 적황라인이여.....!

원고하다 말고 충격에 횝싸여 쓰다.

20:23 K사 원고 끝냈다.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어제는 새벽 네 시에 잤다. K사 교정지를 끝냈고 역자 후기와 관련된 메일을 두 통 썼으며, C사의 역자소개와 OK교, 역자후기 수정본을 보냈다. 대충 일이 조금 줄어들긴 했으나 남은 것 중 가장 큰 일인 K사 보충번역이 덜 끝나서 초조하다. 오늘 밤에는 내일이 마감인 물권법 2차 보고서 과제를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브라우니를 슥삭슥삭 구웠다. 70% 유기농 다크 커버춰, 국산 호두와 블루베리, 맛밤, 흑설탕을 넣은 브라우니에서 달콤한 초콜릿 향이 난다. 아아, 시험기간의 향기다. (아님)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의 한국어교사 양성과정 20기에 합격했다. 1월 4일부터 한 달 동안 전일(오전 9시~오후 6시) 수업이니 2010년에는 연초부터 무척 바쁘겠다. 꽉 찬 일정은 걱정스럽지만 배울 기회를 얻어 기쁘다. 가방끈만 어중간하게 길 뿐 현장에서 활용할 만 한 전문성이 없다는 고민을 계속 하다가,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번 겨울방학이야말로 적기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제대로 살고 싶다. K사 교정지를 보면서 새삼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이 책을 소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래, 이 책은 분명 나의 자랑이다. 지금까지 냈던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나의 삶은 아니다. 손쉬운 답일 뿐이다.

2009년 12월 5일 토요일

2009년 12월 5일 토요일 : 오덕의 지식

2010년 수퍼전대 정보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2010년은 카드 변신 전대로, [천장전대 고세이쟈]. 캐스팅에 대해서는 아직 소문이 많으나 기본 디자인과 주제가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상황이다.

가면라이더에서 카드 변신이 많이 쓰였기 때문에 (블레이드, 덴오, 디케이드) 수퍼전대에까지 카드가 나온다는 소식 자체는 썩 달갑지 않다. 신켄쟈가 모지카라라는 아주 특별한 아이디어로 시청자를 감동케 했던 만큼, 더 새로운 것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냥 그렇다. 현재 방영중인 [가면라이더 더블]을 여주인공 때문에 안 보고 있기 때문에 신전대는 재미있었으면 좋겠는데......그렇잖으면 2000년 [가면라이더 쿠우가] / [미래전대 타임렌쟈]부터 복습하면서 1년을 보내야겠지. 물론 올해는 기다리고기다리던 [가로GARO] 영화판이 개봉하기도 하지만, 영화는 한 번 밖에 안 하고 제때 가서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어쨌든 [천장전대 고세이쟈]는 디자인, 설정, 메카 등이 전반적으로 쇼와 시대 전대물 풍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이 전대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남:여 3:2의 구성과 블랙이 메인 멤버에 들어가 있는 점, 곤충 테마라는 소문과 달리 동물 테마라는 점 등이 있겠다. 그러나 아아, 나는 아직 멀었어, 하고 진심으로 감탄한 댓글은

마스크에 입이 붙어 있는 10번째 전대로군요

라는 반응이었다. 그, 그런 것까지 알다니!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이버지 생신이다.

오전 8시 20에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생신 축하 문자를 보냈는데, 그 뒤로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 눈을 번쩍 뜨니 침대 옆에 놓아 두었던 휴대폰이 "열한 시" 하고 짹짹 운다. 아니, 내가 진행하는 수업이 오전 열한 시 부터인데! 벌떡 일어나 대표님께 다급히 전화를 했다. 방금 일어났다고 하니 대표님이 "어이구~잘 했어요~ㅋㅋㅋ 음악 수업부터 하고 있을 테니 와요~"하고 웃으신다.

게다가 오늘은 오전 9시부터 수강신청을 하는 날이었다. 설마 마감될까 생각했지만 막 잠에서 깼을 때는 순간 불안했는데, 역시나 내가 신청하려고 생각했던 과목들은 하나도 정원이 차지 않았더라. 올해 내내 아침에 일어나느라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한 터라 오후 수업만 넣었다. 오후 수업만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변호사자격시험 필수과목을 포기한 결과지만, 이렇든 저렇든 오전 수업은 질색이다. 밤 열한 시까지 수업을 하거나 일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침에는 못 움직이겠다. 신념이 아니라 게으름을 동력으로 걸어온 프리랜서의 길, 아아, 훈늉하구나.

아리랑 TV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하는데, 순안 씨가 서류심사에 통과해서 일요일에 예심을 본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다음에는 다함께 김밥을 까먹고 순안 씨 노래 연습을 했다. 늦잠 잔 주제에 배는 고파서 김밥과 귤을 맹렬히 먹었더니 나중에는 너무 배가 불렀다. 태국에서는 음식을 먹다가 마지막 남은 하나를 누가 먹으면, 그 사람에게 친구들이 "그래, 네 남편 잘생겼다/멋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하나 남는 거 제가 다 먹어야겠네요'라고 말할 뻔 했다. 

친정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와서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청소를 한 다음, 청소따위 하지 않은 양 쿨하게 앉아 웹질을 하다가 아버지, 어머니, 아우님을 맞이했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자마자 "오, 화장실 청소 했네."라고 하셔서 쿨에서 큐트로 컨셉을 바꾸어 으쓱으쓱 춤을 추었다.

아버지 차를 타고 함께 [북해도]에 갔다. 퇴근 길에 바로 간 동진님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맛있고 즐겁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집에 돌아와 아우님이 준비한 케이크로 생일 축하를 하고 동진님표 커피를 마셨다. 늘 멋진 케이크 테마를 짚어내는 아우님에게 케이크 상자를 열며 "오늘 테마는 뭐야?"라고 했더니 "응.  생신 축하."라고 했는데, 꺼내 보니 과연, 정진정명 생신 축하였다.

친정 가족들은 생일이 겨울에 몰려 있어, 오늘 아버지 생신이 결혼하고 맞는 첫 가족 생일이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축하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다. 오늘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줄어들지 않았다.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동진님이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 문을 연 [폴]에서 초코 마카롱을 선물로 사 왔다.
대장 마카롱도 있다. 크기 비교를 위해 종이봉투에서 꺼내서 보통 마카롱 앞에 놓고 찍어 보았다. 나중에 동진님하고 나누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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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였다.

지도교수님이 수업 전에 갑자기 끝나고 좀 보자고 하셔서 긴장했는데, 그냥 요즘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잘 지내냐고 하셨다. 실제로 학기 초보다 여러모로 훨씬 마음이 편해진 상태라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1학기 때 얼굴 보고 걱정했던 데 비햬(첫 중간고사 성적이 나온 후 다 죽어가는 몰골로 연구실에 찾아 뵌 적이 있다) 시험도 그럭저럭 봤더라고 말씀해 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교수님, 제 민소법 등수 뒤에서 세는게 빠르잖아요......몇 등이리라고 생각하신 건가요......Orz

오늘도 열심히 일했는데 이상하게 일이 줄지 않는다.

아참, 카카오봄을 통해 주문했던 공정무역 유기농 초컬릿 커버춰가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40g쯤 먹었다.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C사 일로 파주출판단지에 다녀왔다. 처음 가 보았는데, 오랜만의 나들이라 좋은 기분전환이 되었다. 출판사가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로망이 있었지만, 파주까지 날마다 출퇴근하는 분들은 꽤 불편하겠다 싶었다. 맛있는 초컬릿을 받고 저녁으로는 파스타를 먹었다. C사에는 폐만 잔뜩 끼쳤으면서 주시는 대로 냠냠 즐겁게 먹고 왔다. 몇 년 만에 담당 편집부 분들을 직접 뵌 것도 좋았다.

그런데 정말 쉬지않고 일했는데도 교정지가 남았어.......뭐야 이거 무서워......요즘은 교정지가 증식하는 것 같아......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결국 아이폰을 주문했다. 다음주 수요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플루토] 완결편을 읽었다.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오늘은 사귄지 1200일이다. 동진님에게서 예쁘고 맛있는 초컬릿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열어보면 이런 크리스마스 초컬릿이 들어 있다)


그리고 아래는 몇 주 전 일이지만, 잊기 전에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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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진님이 일어나질 않는다. 열 시 쯤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집안일을 좀 했다가, 동진님이 계속 쿨쿨 자니까 나도 심심해서 도로 누웠다. 열두 시 쯤 되어 이제 안 되겠다 싶어 동진님을 살짝 깨웠다.

"동진님, 동진님, 아점 뭐 드실래요?"

그러자 동진님이 눈을 감은 채 "무셔운 꾸믈 꿔서요." 이런다.

"무슨 꿈?"

"응....패러랠 월드에 제가 있는데......이미 다른 사람하고 결혼한 거예요.....결혼하고 나서 제이님을 만나서......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멋있고 매력적인 사람하고 결혼을 못 했을까, 하고 후회하는데 제이님이 뭐 먹을지 물어봤어요."

"응, 고맙죠?"

동진님이 여전히 반쯤 잠들어 혀 풀린 발음으로 "응, 아.....다행이다." 란다. 나는 그런 남편이 사랑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2009년 11월 25일 수요일

목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민사소송법 보고서가 네 편 있었다. 대강 계산해 보니 새벽 세 시 반은 지나야 끝날 것 같아 저녁 늦게 커피를 마시고 쓰기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두 시 반 즈음에 끝났다. 결국 누워서 잠 못 들고 드라마 봤다 V6뮤직비디오 봤다 그냥 눈 감았다 하며 뒤척이다가 새벽 네 시 즈음에야 잠들었다.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오늘 저녁은 남편이 만들어 준 어묵)


어제 실무실습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다가 메신저로 아우님에게 "이런거 자꾸 쓰니까 점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쓰겠어 ㅠ"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우님이

"ㅋㅎㅎㅎ 언니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니!!"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옆에 앉아 있던 동진님에게

"동진님, 방금 제가 자소서 손발 오그라들어서 못 쓰겠다고 하니까 미연이가 '크흐흐흐 언니가 손발이 오그라든다니 느낌표 느낌표'라고 하는데, 이거 대체 뭘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동진님이 "음. 나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데." 란다. 그래서 10초 정도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그러자 과연,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편이 나은 무언가를 깨달을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재빨리 자성을 그만두고 자소서를 마저 채워 넣었다.

그나저나 동진님이 요즈음 자꾸 반말을 해서 꽤 진심으로 짜증난다......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오늘은 시부모님께서 오셨다. 집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나가면 번거로울 테니 하면서 김밥 여섯 줄에 후식으로 귤까지 가져 오셨다. -ㅅ-b 동진님의 커피를 곁들여 김밥을 먹고, 금요일 밤에 구웠던 블루베리 파이를 후식으로 들었다. 깜박하고 사진을 못 찍은 점이 아쉽다.

낮에는 떡볶이와 군만두를 해 먹었고, 저녁에는 동진님이 파스타를 차렸다. 오전에 아점으로 키쉬를 먹었으니 오늘은 네 끼를 든 셈이다. 겨울이라서인지, 기름지고 따뜻한 음식이 무척 당긴다. 내일 저녁에는 어묵을 먹기로 했다.

동진님은 아이폰 예약구매했다. 이제 아이팟터치는 내꺼... 실무실습 지원서는 써서 냈는데 아직 옮긴이의 말을 못 썼다. 어쨌든 내일까지 쓰긴 쓸 것 같다.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동진님이 귀가길에 화분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 한 집에서 보내는 첫 겨울, 거실 탁자에 놓았더니 집이 환하다.

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K사에서 어제 보낸 초교지가 도착했다. 고맙게도 확인할 부분을 따로 정리해 넣어 주셨는데......



오타쿠도 아니고 오덕......나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번역한 걸까. orz

2009년 11월 20일 금요일

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 사이 종강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9월 17일부터 진행한 [사회문학으로서의 과학소설: SF와 마이너리티] 강좌가 끝났다. [SF와 미래]라는 주제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시간이 닿는 여섯 분과 홍대 쪽으로 내려가 와인바 겸 카페(로 추정되는 곳)에서 뒷풀이를 했다. 평일 저녁이니 간단하게 차 한 잔 마시자는 생각이었는데, 재미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열한 시를 훌쩍 넘겼다. 동진님도 퇴근길에 오셨다. 열심히 준비하고 즐겁게 진행한 강좌가 수강하신 분들께도 즐겁고 유익했다면 좋겠다. 종강하면서 다음 학기에 개강할 경우를 위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유익했던 것으로 꼽는 수업이 다들 다른 점이 흥미로웠다. 원래 관심이 있던 주제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걸까?

두 달 반 동안 강좌를 삶의 활엽수 삼아 살았는데 이제 올해 남은 이벤트라고는 기말고사 뿐이다. 으흑.

K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12월에 출간 예정인 책이 세 권이라 교정지가 겹쳐 올까봐 걱정했는데 두 권 원고를 보내고 나니 셋째 권이 와서 다행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기말고사 기간에 책이 나오면 꽤 힘이 나겠지.

학교에서 겨울방학 실무실습 공지를 했다. 예비조사 때는 없었던 [공감]이 목록에 있어 무척 기뻤다. [공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민변] 순으로 신청하고 싶었는데 [참여연대]가 없는 점은 아쉽다. 결혼이주여성 이슈를 확실히 다루고 있는 [공감]을 1지망으로 써서 바로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사회복지전공실습기관인 [여성의 전화]도 있더라. 그런데 내년 여름에 실무실습기관이 늘어날 수도 있고 이번 신청으로 결과과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신청서를 내라고 하고 내부,외부 조율 후 발표 일정에 실무실습 날짜까지 나와 있으니 이번 겨울에 꼭 해야 한다는 말인지 기다려도 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지금 내 상태-_-를 봐서는 공부를 좀 더 한 다음 2학년 여름방학에 하는 편이 가장 좋을 것 같아서 고민이다.

이번 주는 일요일에 콘서트를 다녀온 덕분인지 기분 좋게 지나갔다.

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어제는 새벽 세 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교정지는 끝내서 오늘 오전 등교 길에 부쳤다.

오늘도 몹시 추웠다. 형법 2 시간에 퀴즈를 예습해 갔는데 선생님이 퀴즈가 아니라 각주에 붙어 있는 판례에 대한 질문을 하셔서 당황했다.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라 집에 일찍 돌아와서 파프리카와 마늘을 다듬었다. 베이컨, 브로콜리, 파프리카, 당근, 대파, 배추를 넣어 화이트와인 소스 파스타를 해 먹었다. 컴퓨터를 조금 하다가 낮잠을 잤다. 쓰레기통을 비웠다.

[좋은생각]에서 12월호 증정본 두 권과 함께 플래너를 보내 왔는데, 무척 예쁘다.

저녁에는 치킨을 시켜 먹었다.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몹시 추웠다.

귀가길에 한양문고에 들러 [행복카페 3번가] 신간을 샀다. 저녁으로는 떡볶이를 해 먹었다. 내일 형법 2 퀴즈에 걸릴 것 같아 대충 예습을 했다.

지금은 꾸역꾸역 교정지를 보고 있다. 이번 교정지 진도가 너무 더디게 나가 괴롭다. 어서 다 보아야 역자의 말 두 편을 쓸 텐데.

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 V6 Asia Concert in Seoul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V6 내한 콘서트 날이었다. 서쪽 끝에 있는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까지 갔다. 이런 아이돌 스타의 공연은 처음 가 봤는데, 굉장히 즐거웠다. 신곡 GUILTY 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노래도 많이 나왔다. 이놋치 부채를 휘두르며 노래를 고래고래 따라 불렀다. 가사를 거의 모두 외고 있는 내가 두려웠다. 여기서 한 발만 더 가면 아이돌 콘서트 (아줌마) 원정 응원단이다......

공연장이 작아서 공연자들과의 거리가 무척 가까웠다. 저녁에 하는 마지막 공연도 보고 오고 싶었지만 귀가했는데, 지하철에서 잠이 들어서 영등포구청 역까지 가는 바람에 빙 둘러 왔다. 저녁으로는 군만두를 구워 먹었다.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낮에는 [인권을 외치다]와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읽었다. [한겨레 21]이 노동OTL에서 이주노동자 현장을 다루었기에 사서 읽었다.

저녁에는 발산역 근처 일식집 [북해도]에서 용진군, 동진님, 나 셋이서 저녁을 먹었다. 국시 실기시험을 친 용진군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식후에는 집으로 와서 용진군이 입장료로 가져 온 호두파이를 곁들여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용진군은 열한 시 쯤 돌아갔다. 무척 즐거웠지만, 아직 큰 시험이 남아 있는 용진군이 늦게까지 어울리느라 오히려 지치지는 않았을까 조금 걱정스럽다.

그리고 커피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아 [가면라이더 아기토]에서 형사/G3 역을 맡았던 카나메 준이 호텔 부사장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대충 훑어 9편까지 보았다.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오랜만에 친정에 가서 하루 묵고 왔다. 금요일 저녁으로는 흑돼지 수육을, 토요일 점심으로는 오무라이스를 먹었다. 하도 많이 먹었더니 배가 엄청 불렀다. 금요일 저녁 10시 즈음에 잠들어 토요일 10시 반 즈음에 일어났으니, 거의 열두 시간을 정신없이 잔 셈이다.

슬슬 심신 양면으로 위기가 오고 있는 것 같아서 친정에 갔는데 아픈 말을 들어서 조금 괴로웠다. 그렇지만 재충전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동생이 쓰고 있는 침대에 예전에 쓰던 베개를 베고 누워 [디케의 눈]을 읽었다. 잘 쓴, 좋은 책이었다.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문지문화원 사이 제 8강, [한국] 수업일이었다. 배명훈 님이 귀한 시간을 내어서 와 주셔서 한국 SF역사에 대한 소개는 간략히 하고 배명훈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울 서면 인터뷰를 읽은 적은 있지만, 배명훈 님이 작가로서 인터뷰 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씀하시는 내용에서나 자세에서나 다시 생각해 볼 만한 배울 점이 많았다.

저녁은 수업 전에 아우님과 JOEY'S에서 먹었다.

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 현민의 병역거부선언 갈라쇼


오늘은 동기 현민이 홍대 앞 [숲의 큐브릭]에서 병역거부선언 갈라쇼를 하는 날이었다. 어머니가 중앙도서관 전시에 오셔서 수업 후에 어머니와 도서관에서 만나 잠깐 수다를 떨고, 도서관에서 교정지를 보다가 시간에 맞추어 홍대 앞으로 갔다.

동기들 중에는 신행, 찬수, 도호, 은영이 왔고 02학번 이하 한길반 후배들도 왔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지하 1층인 행사장이 꽉 찼다. 로스쿨에서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일했던 현지 언니가 내가 올린 글을 보고 일부러 찾아 와 주어서 (내 행사는 아니지만) 무척 고마웠다. 이런 행사는 일단 머릿수가 좀 모여야 앞으로 있을 일들을 웃으면서 준비할 기(氣)가 모이는 법이라.

현민이 쓴 병역거부 소견서는 A4 아홉 장 반에 달했다. 현민은 그 글을 끝까지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현민은 운동의 성역화를 경계했지만, 대체복무제도라는 해답이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자신의 삶을 걸고 뛰어드는 용기를 나는 역시 존경한다. 우리는 단지 같은 해에 같은 학과에 입학했을 뿐, 나는 현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적도 현민의 고민을 눈치챈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현민의 변 중에 특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권력의 피해자로 자신을 인식하는 데 힘이 들었다"는 언급이었다.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대개의 대학생과 지식인이 그러하듯이, 소위 민중 내지 사회적 약자의 삶과 자신의 삶을 쉽게 동일시하거나 투사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히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권력과 힘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의 진정성과 공감의 순간이 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병역거부는 내게 위와 같은 행위와는 별개로 실제 그러한 삶으로 진입하는 일이 어떤 체험인지를 생생히 알게끔 했다."

현민은 진정성과 공감에 대해 읽다 말고 고개를 들고, "그게 다 사기였다, 이건 아니란 거죠. 하지만." 하고 말을 붙였다. 저항자일 수는 있지만 피해자는 아닌 삶을 살아온 '우리'의 등 뒤에 늘 남아 있는 물러설 수 있는 공간.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갖는 진정성과 그 한계. 나의 진심을 믿으면서도, 그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에 덤비면서도 나의 한계가 위선은 아닌지 자문해야 하는 순간들. 다가갔다고 생각했다가 '나'와 '대상'을 가르는 심연을 거듭 깨달을 때의 자괴감. 그 바로 몇 시간 전에 어머니는 내가 전시에 붙인 쪽글을 보고 "이 글 어쩐지 부르주아 적인 데가 있어. 네가 그런 면을 일부러 보이고 싶어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함께 총을 내리자는 노래를 부르고, 동기끼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석사 논문이 든 노트북을 도난당한 신행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근처에 산다는 여동생을 보러 갔다. 아직 신혼인 찬수는 여기에 정장을 입은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다며 씁쓸히 웃었다. 은영은 "나 이러다가 (감옥가기 싫어서) 내일 입대할지도 몰라"라고 엄살을 부리는 현민에게 진지한 얼굴로 "괜찮아. 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라고 말했다. 나오는 길에는 '현민의 병역거부선언'이라고 쓰인 수건을 받았다.

나는 귀가길에 한양문고에 들러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신간을 샀다. 거의 다 읽었을 때쯤 집에 도착했다. 남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 중앙도서관 전시회


이번 전시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미술동호회 ‘그림 그리는 사람들’번째 전시,  [쉼표]  ’ 입니다.
살면 살수록 바빠지고좇으면 좇을수록 잡히지 않는 지친 일상에서 우리들은쉼표의미를 잊고 살기 쉽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까지 그리고 입학해서 누구보다 바쁘고 힘든 일정에 쫓기면서도, 미술동호회 회원들은 돌리며 쉬어갈 있는 자신들의 쉼표를 그림 그리기에서 찾고자 했고, 이제 쉼표이름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은 각자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바쁜 학업 중에쉼표라는 이름의 전시를 통해 학우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쉬어있고, 나아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쉼표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관 바랍니다.
 
1. 전시명: (쉼표)
2. 전시기간: 2009 11 9 () ~ 14 ()
                오전 9시 ~ 오후 7시 (토요일은 오후 5시)
3. 전시장소: 연세ㆍ삼성 학술정보관 전시실 (U-Lounge )
4. 전시구성: 유화, 아크릴화, 파스텔화, 스케치 회화 작품 다수
5. 전시주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미술동호회 '그림 그리는 사람들'

2009년 11월 8일 일요일

2009년 11월 8일 일요일 : 디스 이즈 잇 (This Is It)



 동진님과 홍대 앞 롯데시네마에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콘서트 준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을 보았다. 슬펐다.

영화를 본 다음에는 근처 가게들을 구경한 다음 고엔교자에서 저녁을 먹었다.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요즘 내 일상은......질질 끌던 마감을 이제야 최종적으로 쳐냈고, 중간고사 기간이다.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여전히 일기에 쓸 말이 없다.

그저 요새 웹질의 낙은 나날이 재미있어지는 아우님 블로그: http://piriaj.egloos.com/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첫 예매 때 처참하게 실패했었는데, 2차 예매분에서 일요일 낮 공연 A-1 석을 구해서 매우 기뻤다.

학교 다니기 싫다는 말을 안 쓰려다 보니 일기에 쓸 말이 없다. 다음 주 부터는 중간고사 기간이다.

2009년 10월 6일 화요일

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어렸을 때 동네 뒤쪽 어딘가에 허름한 트램폴린이 있었다. 콩콩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아저씨에게 몇 분에 백 원인가, 이백 원인가 내고 탈 수 있었다.

저녁을 먹다가 문득 이 기억이 떠올랐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어디에 있었는지, 가는 길은 어땠는지, 몇 분에 얼마였는지, 그 때 나는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쩐지 좀 높은 지역이었던 것 같고, 어쩐지 좀 골목길이었던 것 같고, 너무 큰 아이는 못 타니 초등학생 때이긴 한 것 같았다. 계속 생각하다 보니 뛰어올라 바다를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렇다면 마산 살던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필사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고등학생 때 보았던 바다와 기억이 뒤섞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굉장히 신이 났는데, 정말 좋아했는데, 아무 것도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슬프다.

2009년 9월 22일 화요일

2009년 9월 22일 화요일

히엔과 연대 앞에서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고 모두도서관에 갔다. [엄마나라 동화]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니 혹시 베트남 분이 계시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하잉 씨가 계셔서 히엔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니 괜히 신도 났다. 히엔도 재미있게 구경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상반기에 참여했던 프로젝트 결과물도 받아 왔다.

도서관 운영사례집. 아주 예쁘게 나왔다.




그런데 미묘하게 핸드메이드........

2009년 9월 21일 월요일

2009년 9월 21일 월요일

오랜만에 친정에 가서 저녁으로 탕수육을 실컷 먹었다.

그리고 물권법 숙제를 꾸역꾸역 하고 있다. 벌써 새벽 한 시 반인데 두 시 반 쯤 잘 듯. 내일 1교시가 헌법이라 걱정된다. 설상가상으로 로앤비 외부접속이 제대로 안 되는데, 싸이월드 클럽에 들어가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2009년 9월 20일 일요일

2009년 9월 20일 일요일

어제 좀 무리했다고 오전에 다시 아팠다. JPT를 치러 가지 못했다. 오후에는 용진군이 놀러와서 유럽여행 선물과 경주빵을 주었다. 꽤 오랜만이었다.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기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유치원에서 귀가하는 현진을 만났다. 그새 앞니 두 개가 다 빠졌더라. 폭 하고 안겨 무릎에 팔을 감는다.

2009년 9월 16일 수요일

2009년 9월 16일 수요일

주말까지 계속 아팠다. 토요일에 JPT를 신청해 두었으나 결국 치러 가지 못했다.

일요일에는 힐튼에서 시아버님 생신 기념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시댁에 들렀다 왔다.

월요일에는 오전에 학교에 갔으나 다시 상태가 나빠져서 오후 형사소송법 수업에 가지 않고 집으로 왔다.

화요일에는 (결국?) 어머니께서 오셔서 식사를 챙겨 주고 가셨다. 오랜만에 뵈어 무척 반가웠다.

수요일에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밀려 있던 이런 저런 일을 했다.


2009년 9월 10일 목요일

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예상대로(?) 앓아 누웠다. 어제 밤에 상태가 좋지 않아 부루펜 시럽을 먹고 잤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오후에야 정신을 차려 병원에 다녀 왔고, 흰죽을 끓여 먹었다.

2009년 9월 9일 수요일

2009년 9월 9일 수요일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했다. 형법 2와 형사소송법. 일본어 공부를 하고 법대 학생회실에서 기구를 빌려 고장난 자물쇠를 잘라 열었다. 사물함 안에서 만 하루를 묵은, 얼음 녹은 물이 담긴 스테인레스 텀블러를 비웠다.(그런데 집에 가져 오는 것을 깜박하고 사물함에 도로 넣어 놓고 왔다.)

 

오후에는 승민오빠와 홍대 앞에서 만나 Joey's 에서 이른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은 후,  Ella&Lois에서 아포가또를 먹었다.

 

학생수첩을 잃어버린 것 같다. 있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 봤는데 없다. 이제 남은 곳은 화요일에 수업을 들었던 교실의 책상 서랍 정도다. 일정과 시간표가 모두 쓰여 있는 수첩이라 어서 찾고 싶다. 연락처와 소속이 적혀 있으니 습득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쯤 돌아왔을 텐데......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JLPT 신청을 했는데, 너무 늦어서인지 원래 시험장이 적은 건지 집에서 아주 먼 시험장밖에 남아 있지 않아 고민하다 송파로 신청했다. 동쪽 끝이다.

 

 

2009년 9월 8일 화요일

2009년 9월 8일 화요일

낮에는 매우 더웠다. 이대 쪽에 연수를 받으러 나온 동생이 학교 앞까지 와서 초등학교 교과서를 전해 주었다. 1학기 국어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 교사용 교재이다. 올해부터 초등교과과정이 바뀌어 1학기 교과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익힘책이라도 구해서 다행이었다. 고마우신 아우님. 아우님하고 놀고 싶다.

학교에서는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주리를 틀리는 기분인데, 설상가상으로 오후에 사물함 자물쇠가 고장났다. 마지막 시간에 꺼냈던 책은 급한 대로 주미 사물함에 맡겼지만 내일 수업을 들으려면 오전에 자물쇠를 잘라 열어야 한다.

저녁에는 전션, 히엔(Hien)과 이대 앞 노리타에서 식사를 했다. 히엔은 하노이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베 문화교류센터에서 일하다 이번 가을학기에 이화여대 석사과정에 입학한 여학생이다.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장학프로그램으로 왔다는데, 베트남에서 혼자 뽑혔다고 한다. 전션과는 2005년에 무슨 행사에서 인연이 닿았는데, 히엔이 다문화 가족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전션이 이번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대면 가깝기도 하니 자주 만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베트남어-영어 언어교환학습을 하자는 이야기도 잠깐 나왔다. 지금은 히엔도 첫 학기이고 나도 학교 공부가 빡빡하지만 시간이 닿는 대로 베트남어를 꼭 배우고 싶다. 내가 할 줄 아는 외국어들은 공부에는 나름 쓸모가 있을지 몰라도 현장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실제 쓴다면 일어 정도인데, 일본에서 온 이주여성분들은 대체로 학력이 높아서 영어와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우리 기관만 해도 일본 분들은 모두 대졸 이상이다)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그 외 아시아권에서 온 이주여성분들과 좀 다르다. 베트남어, 태국어 등으로 기본 자모를 읽을 줄만 알아도 좋겠다. 그런데 베트남어는 6성조 (5성조 + 성조가 없는 성조)라고 한다. 중국어 4성조만으로도 벅찼는데......!

귀가길에는 운동 하고 돌아오던 남편과 당산역에서 우연히 만났다. 룰루랄라 함께 귀가해, 오늘 도착한 신혼여행 사진집을 함께 보았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 얼마 전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재미있어 혼자 읽기 아까우니 홍보: http://piriaj.egloos.com

2009년 9월 7일 월요일

2009년 9월 7일 월요일

기껏 의욕을 끌어올렸는데



다시 학교 가기 싫어서 미칠 것 같다. 제발 좀 내버려 두란 말이다! 고등학생 공부 하라고 들들 볶는 것보다도 심하잖아 이건! 고교입시는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지금 이건......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009년 9월 6일 일요일

2009년 9월 6일 일요일: Jackie Bhabha 교수 초청 이주와 난민 간담회

하버드 인권연구위원회 소장 재클린 바바(Jacqueline Bhabha) 교수 초청 (비공식) 이주와 난민 간담회

일시: 2009년 9월 6일(일) 오후 2시-5시
장소: 종로구 가회동 아름다운재단 본관 2층 회의실

학술진흥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바 교수가 한국의 이주와 난민 분야 활동가들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원래는 이대에서 열리는 심포지움에 참여하러 오셨단다. 바바 교수는 영국 출신으로, 런던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지금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과 이주 문제에 관심이 많고, 최근 7~8년 간에는 미등록 아동의 인권 분야가 주 관심사란다.

이주/난민/아동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활동가, 변호사, 연구자, 국제기구직원들 이십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 다음, 바바 교수의 질문에 한국 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바바 교수에게 유럽과 미국의 이주와 난민 이슈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결혼이주 뿐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 현장에 계시는 분들, 여러 해 동안 연구하고 공부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대표님이 함께 가자고 해 주셔서 얼씨구나 하고 따라간 자리였다. 귀한 기회였고 참 많이 배웠다.  



2009년 9월 5일 토요일

2009년 9월 4일 금요일

개강 첫 주가 끝났다. 좌석선택권을 허하지 않는 이 학교에서 나는 이번 학기에 맨 앞줄에서 한 과목, 맨 앞에서 두 번째 줄(교탁 앞)에서 한 과목을 들어야 한다. 어제까지는 싫어 견딜 수가 없었는데 이제 다 극복한 기분이다.

또한 시간표 외 보충수업이 많은 이 학교에서 나는 목요일 저녁 5시 보충수업에 필참하여 35분동안 시험을 치고 25분동안 해설 강의를 들어야 한다. 애당초 시간표에 넣어 놓던가!(버럭) 이 학교는 대단히 친절하지만, 학교의 태도가 교회의 후견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나중에 따로 포스팅해야지.

궁리출판 홈페이지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벤트도 하는 것 같다. (http://kungree.com) 궁리출판은 좋은 출판사이다. 2005년 즈음에 박상준 님의 소개로 궁리 사무실에 처음 찾아갔었는데, 아직 번역서가 한 권도 나오기 전이었던 데다 궁리출판의 책을 원래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대단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궁리에서 나온 [궁리 필로소피] 시리즈는 권당 5,000원 정도인 문고본 개론서로, 정말로 훌륭하다. 내용은 물론이고 편집, 구성, 번역, 가격까지 이만한 책이 없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나온 요약판 철학자/사상 개론서를 시리즈당 한두 권 씩은 다 읽어본 것 같은데 정말 이만한 게 없었다. 나는 수백 페이지짜리 전공서를 끙끙대며 읽어도 이해가 안 되던 기본 개념을 이 책에서 한두 문단으로 읽고 바로 이해하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비트겐슈타인이었다. 별로 안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내 일처럼 낙담했었다.

궁리에서는 최근에 이수연 선생님이 번역한 [입양아 부모 되기]라는 책이 나왔다. 이수연 선생님은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에 추천사를 써 주신 분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일기를 쓰기 시작했더라......뭔가 쓸 말이 있었는데......

오늘 점심에는 냉면을 먹었다. 저녁에는 어제 만든 끼쉬를 한 조각 먹었고, 미숫가루를 마셨다.

일요일에는 TEPS를 보고 아름다운재단 회의실에서 열리는 간담회에 간다.

월요일에는 맨 앞줄에 앉는다. 퀘엑!

2009년 9월 1일 화요일

2009년 8월 31일 월요일 : 개강 전야

저녁 6시가 넘어서 내일 헌법 수업 예습 해 오라고 문자가 왔다. 뽑아보니 111페이지다.

 

아직 개강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학교에 가기 싫어 견딜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문답 수업을 견딜 수가 없다. 철학과에서처럼 생각을 첨예하게 다듬거나 자유롭게 펼치기 위한 문답도 아니다. 이미 답이 존재하는 질문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서 무작위로 걸릴 경우 답해야 하는 수업 진행이 '너무' 싫다. 무지한 입장이라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스승에게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를 방치해 줬으면 좋겠다.

 

이 학교는 휴학도 수강신청 철회도 수업/교수 선택권도 허하지 않는다. 스타일이 전혀 안 맞는 교수님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한 과목 정도 줄여서 천천히 갈 수 있게만 해 주어도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입학했고, 이번만은 중도에 멈추어 서서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박해서 아직은 다니고 있지만, 학기당 2회의 질문회피권이 어쩌고 하고 쓰인 강의계획서만 읽어도 속이 메슥거린다.

 

로스쿨 제도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는 불확실한 상황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지리한 기초부터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거듭 말하지만 법학 공부가 싫은 것도 아니다. 철학을 할 때와 같은 솜털이 삐죽 서는 쾌감이나 사회복지학과 수업을 들을 때와 같은 각성과 충만감은 없지만, 전문대학원임에도 새로운 앎 자체가 주는 즐거움은 그 자리에 제대로 있다. 내가 아직 모를 뿐이지, 좀 더 많이 이해하면 언젠가는 무언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도 있다. 이 과정을 버티고 나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어쨌든 싫은 소리 말고 2년 반을 더 눌러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리 저리 돌려 생각해 보아도, 지난 학기 같은 문답 수업은 못 참겠다. 다른 어떤 숙제도 시험도 괜찮은데 여기의 문답 수업만은 참을 수가 없다. 사회복지학과에도 공격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선생님은 계셨고(sk...) 철학과에서 내가 들은 많은 강의들은 문답식 또는 학생발표식이었다. 그래도 다 보람이 있었는데, 지난 1학기를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책과 강의로 배운 내용은 괜찮았지만 문답 수업은 악몽 같을 뿐이다. 교수님이 나에게 질문했을 때에는 정말 싫었다는 기억밖에 없다. 질문 내용과 답은 모르겠다.  교수님이 다른 학생에게 질문했던 내용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강의 부분밖에 기억에 없다.

 

2학기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현기증이 난다.

2009년 8월 31일 월요일

2009년 8월 30일 일요일 : 디케이드 완결

[가면라이더 디케이드] 텔레비전 시리즈가 31화로 완결되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아무리 겨울 극장판 예고가 벌써 나오고 있다고 해도 너무하잖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화요일 개강이다. 내일은 늦잠 마지막 날이니 10시에 일어나야지. 그리고 공부하기 싫으니까 번역 열심히 해야지. (개강 하루 전날의 다짐)

동생이 놀러와서 함께 빵 굽고 놀았고, 밤에 M사 검토서 보냈다.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비가 왔다.

낮에 장을 보고, 저녁에 빵을 구웠다. 자전거를 타고 장 보러 나가려고 했으나, 너무 비틀거려 위험하겠다 싶어 아파트 입구까지 갔다가 자전거를 집에 도로 들여 놓고 지하철을 탔다. 밤과 잣을 넣은 식빵을 만들었는데, 갓 구운 빵이 따뜻하고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개강을 앞두고 학교에서 실무실습 설문조사지와 2학기 보충교재 구입공지가 왔다. 결국 거의 예습 없이 2학기에 들어간다. 아아, 괴롭겠구나. 실무실습 설문조사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신중하게 작성했는데, 다 쓰고 보니 말 그대로 '설문조사' 지라 내 이름을 쓰는 자리가 없다. 허무했다.

장 보러 가서 아무 생각 없이 10kg 짜리 쌀을 샀다. 쌀포대를 들고 집까지 오느라 굉장히 고생했다. 그나마 집에 들어오고 나서 비가 쏟아져 다행이었다.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 일상

2009년 8월 19일 수요일

 

안양수리종합장애인복지관에서 일일결연봉사활동을 했다. 시각장애아동과 하루종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다른 이유가 있어서 참석했는데 더운 날씨에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다 보니 상당히 힘들었다. 장애인복지기관 경험이 없었던 터라 기관에는 폐를 끼친 셈이었는데 그럭저럭 한 사람 몫은 했다 싶었다. 생각했던 글은 쓰지 못할 것 같지만 역시 책 한 권보다 훨씬 유익했다. 안양수리종합장애인복지관은 성결대학교와 같은 재단에 속해 있더라. 이 날 완전히 지쳐 다음 주까지 힘들었다.

 

2009년 8월 21일 금요일

 

건강검진을 받았다.

 

2009년 8월 24일 월요일

 

지난 주에 보냈던 원고에 터무니없는 실수가 있었다. 복사+붙여넣기 하다가 끝을 잘라먹은 원고를 보냈던 것. 오후에 다시 보내긴 했으나, 요즈음 더운 날씨에 시달린데다 체력이 떨어져 있어 이런 실수에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담당 편집자 이름이 스팸에 널리 쓰이는 것이라(예전에 어딘가에서 가장 많이 쓰인 스패머 이름으로 본 적이 있다.), 편집자의 메일이 자꾸 스팸 편지함에 들어간다. 제목에 내 이름이 있으면 받은편지함으로 가고, '안녕하세요' 같은 제목이면 스팸 편지함에 있다. 한 번 차단 해제 설정을 했는데도 또 스팸으로 들어가 있어 제때 읽지 못했다. 참 별의별 고충이 다 있겠구나 싶었다.

 

낮에는 이야진에 에세이 원고가 올라왔다. 저녁에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밤에 전화를 한 통 받고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로 매우 마음이 상했는데, 화요일 저녁 쯤에야 괜찮아 졌다.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아침으로 미스터도넛을 먹었고, 점심으로는 집에 있는 채소를 적당히 넣은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저녁은 어머니가 해 주신 두부김치찌개. 어제 주문한 제빵기가 도착했으나(크다!) 이스트 등 제빵재료를 준비해 놓지 않아 아직 아무 것도 만들어 보지 못했다.

 

지난 주말 마감이었던 검토서를 아직 보내지 않았다. 책은 다 읽었는데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자꾸 깜박하고 다른 일을 한다. 오늘 낮에는 JPT 공부를 했다. 검토서는 오늘 밤에 쓰고 잘지 내일 오후에 쓸지 아직 모르겠다.

 

닷새 뒤면 [가면라이더 디케이드] 최종편이고 다음 주면 개강이다. 9월 6일에 이어 시작하는 [가면라이더 W(더블)]은 두 주인공이 하나의 가면라이더로 합체 변신하는 시스템인데, 어린 쪽 배우가 93년 생이다. 열여섯 살 고딩이 지키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아.......뭐야 그거 무서워......디케이드를 돌려줘.......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이제 슬프다. 그저 슬프고, 한 일 없이 지쳤고, 외면하고 싶다. 나는 슬픈 시대를 비겁하게 살고 있다.

2009년 8월 17일 월요일

2009년 8월 14일 ~ 8월 16일 후쿠오카 여름휴가

아우님, 남편과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대략 이런 느낌의 여행이었다.

나는 올해 디케이드보다 신켄쟈가 훨씬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디케이드는 떡밥이 너무 많고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에 치중하면서 스토리 라인이 약해져,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가 재미있게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촬의 대세화 영웅의 대중화 SF의 세계정복(상관없음)을 지향하는 내가 보기에는 작년 [키바]보다는 낫지만 걸작이었던 2007년 [덴오]에 비해 어중간했다.

그렇지만 [가면라이더 디케이드: 올라이더 vs 대 쇼커] 영화를 본 다음에는 감동에 몸을 떨며 이 책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오로지 팬만을 위한 팬심으로 똘똘 뭉친 가면라이더 영화를 만들어내다니! 애당초 디케이드는 나처럼 특촬 1,000편으로 일어를 배운 사람을 위한 가면라이더였던 것이다!


이달 말에 발매되는 신켄쟈 두번째 사진집을 못 구해서 아쉽지만 이 책들도 재미있었다. 아직 한자를 잘 못 읽기 때문에, 어서 읽고 재미있는 떡밥을 찾아내라고 남편을 괴롭히고 있다.


가챠폰 뽑았는데 그린과 옐로가 나와버렸다. 그렇지만 적황이 진리.......


거듭 요약하자면 대략 이런 느낌의 여행이었다.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신촌에서 공감 인권법 캠프 같은 조였던 선희언니, 준연씨, 정범오빠, 규연과 만났다. 저녁으로 봉추찜닭을 먹고 근처 술집으로 갔다. 연수원에 계신 준연씨와 얼마 전 태평양에서 실무실습을 했던 선희언니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원래는 일도 많이 밀려 있고 피곤하여 저녁만 먹고 일어날 요량이었는데, 듣고 말하다 보니 오히려 기운이 나서 열한 시가 지나서야 다함께 일어섰다.

비가 와서 남편이 신촌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2009년 7월 22일 수요일

2009년 7월 22일 수요일



내한한 SF 작가 테드 창을 초청해 파티를 했다. 결혼한 지 석 달 이상 지났으니 집들이라기엔 조금 늦다. 지정사 분들을 한 번 초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파티 이야기가 나와서, 집들이에 테드 창을 부르자는 이야기가 점점 커지더니 테드 창 초청 홈파티로 발전했다.

전날 밤 늦게 남원에서 돌아온 터라 굉장히 피곤했는데, 정말 고맙게도 kyoko님과 고양이님, yarol님께서 일찍부터 거들어 주셨다. 특히 전직 쉐프 kyoko님의 능력에는 감동했다.

참석자는 Ted, Marcia, yarol님, kyoko님, 고양이님, as님, ida님, scifi님, 진아님, 서늘님, 인수오빠, 미연, 나, 남편 이렇게 열 넷이었다.

 

(능력자 쿄코님)



자정이 지나도록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즐겁게 놀았다. 작가에게서 작품의 내용 뿐 아니라 창작과정 자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더욱 즐거웠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많았고, 참석자 대부분이 직접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다른 분들의 좋은 질문과 생각을 들은 것 역시 수확이다.









2009년 7월 19일 일요일

2009년 7월 19일 일요일 : PiFan

피판 비공개 워크숍에 참석했다. 테드 창, 정재은 감독, 김상훈 님의 대담 후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 정재은 감독이 대단히 무례한 질문을 해서 깜짝 놀랐다. 질답 시간은 솔직히 민망했다. 어제는 그나마 첫날이라서 의외성이라도 있었는데, 둘째 날이 되니 SF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이 일단 재정의한 장르개념을 바탕으로 무리한 질문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기가 조금 괴로웠다. 물론 이런 박한 감상은, 내가 원고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재은 감독은 정말로 무례했다!)

워크숍 뒤에는 남편과 홍대 앞에 갔다. 75015에서 데이트를 할 생각이었으나 75015가 문을 닫았더라. 낙심하여 Joey's에 가서 샌드위치와 수프를 먹었다. 둘 다 맛있었으나 샌드위치보다 수프를 먼저 내어 왔다면 더 좋았겠다. 식후에는 오랜만에 Cacaoboom에서 핫초컬릿을 마셨다.

한양문고에 가서 [신풍괴도 쟌느 신장판] 3권을 구입하고 옆에 있는 커피와 사람들에서 원두를 샀는데, 귀가해 가방을 열어 보니 어디 갔는지 만화책이 없다. 한양문고에서 계산하고 두고 나온 것 같아 전화했으나 없단다. 커피와 사람들에도 전화했으나 없단다.-_-; 집에 와서 [신풍괴도 쟌느]를 읽고 싶었는데 사기만 하고 열어보지도 못한 책이 실종되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2009년 7월 18일 토요일

2009년 7월 18일 토요일 : PiFan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PiFan)에 갔다. 올해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의 저자 테드 창이 왔기 때문에 SF 관계인들도 초청을 받았다. 한 시에 강연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게스트 안내 데스크에 가니 예쁜 가방을 하나 준다. 안에는 프로그램 북, NAFF 프로젝트 북, 미샤 자외선차단제 샘플, 다음 볼펜, 피판 티셔츠 등이 들어 있었다. 뜻밖의 선물이라 기뻤다.

강연은 무척 흥미로웠고, 질문 시간은 더 재미있었다. 객석에 낯익은 얼굴이 많아 찾는 즐거움도 있었다.


(이런 사진도 받아 주더라. 남편이 영웅 되는 거라고 부추겨서 그만.....재미있어서 만족했다.)

강연 후에는 SF 도서관에서 준비한 SF 관련 전시를 보았다. 2001년에 SF 컨벤션에서 보았던 페이퍼백 표지 모음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이어 팬 미팅과 전시회가 있었지만 피곤해서 쉬었다. 

이후 저녁에는 고려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연락이 잘 되지 않아 식사를 못 한 상태로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리셉션(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와바 술자리)에 갔다. 갈 때는 궂은 날씨에 배가 고파 피곤헀지만, 오랜만에 karidasa님과 이명현 박사님을 뵈어 반가웠다.

귀가길에는 나는그네님이 집까지 바래다 주셨다.

2009년 7월 12일 일요일

2009년 7월 6일 월요일~11일 토요일: 신혼여행





몰디브에 있는 아난타라 리조트에 4박 6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몰디브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공화국이다. 무척 즐거웠다. 다만 오는 길이 매우 힘들어서 귀국하고도 며칠동안 피곤했다.

2009년 7월 5일 일요일

2009년 7월 5일 토요일: JLPT 2급

JLPT 2급 시험을 보고 왔다. JPT 시험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갔는데, 2급 문법 문제지에 있던 연습문제들과 같은 유형인 문제가 많아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할걸, 하고 반성하고 돌아왔다. 듣기에 읽어야 하는 보기가 없어서 훨씬 편했다. 특촬물로 일어를 시작한 나는 아직도 글자를 잘 못 읽기 때문에 듣기에 읽는 보기가 있으면 읽는 사이에 다음 지문이 나와서 문제를 제대로 못 푼다. 남편이 선물로 준 기무라 타쿠야 특집 앙앙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집에 돌아와서는 남편이 해 준 참치펜네를 먹었다. 저녁에는 작은 케이크를 놓고 결혼 100일을 축하했다.

2009년 7월 4일 토요일

2009년 7월 4일 금요일

밤에 MBC에서 마이클 잭슨 추모 특집으로 방송한 공연 영상을 보았다.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상수역 앞에 있는 Rommandcafe에서 바나나 팬케이크를 먹으며 일본어 공부를 한 다음, 무과수마트 골목으로 걸어가 새미를 만났다. 가또 에 마망에서 탄산수와 초콜릿 에피세를 마시고 옆 골목에 있는 Shim's Tapas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Shim's TAPAS는 일전에 문학동네 편집자 님이 소개해 주신 스페인 요리 전문점으로, 간단하게 먹을거리들이 깔끔하고 맛있게 나와 좋다.

학기가 끝나니 새미와 여유있게 만나 이야기할 수도 있고, 좋구나. 집에 와서는 귀가길에 사 온 [신풍괴도 쟌느 완전판] 1, 2 권을 보았다. 타네무라 아리나의 '성인치정물 설정을 초딩의 감성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정말 놀랍다. 월요일에 [신사동맹 크로스] 11권이 나온다고 한다.

종강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한 학기 내내 조금씩 좀먹어 들어간 정신건강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지쳤다.

2009년 6월 24일 수요일

2009년 6월 24일 수요일

전션이 집에 놀러 왔다.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의 전형인 전션 답게, 아침 9시에 목동 한스에 예약해 놓은 티라미수를 찾아 들고 9시 20분에 우리 집에 왔다. 이른 아침부터 챙겨 와 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었다.

점심 약속이 있다던 전션과 함께 집을 나서 버스를 탔다. 전션은 시내로 가고 나는 친정에 갔다. 점심으로는 쫄면을 먹었다.

오후에는 일본어 공부를 했다.

남편의 첫 번역서가 나왔다. 증정본이 택배로 왔는데, 만듦새가 궁금했지만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늦게 함께 열어 보았다. 무척 유명한 책인데 나도 여지껏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내용이 무척  궁금하다.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 SF 번역가와의 만남

사당역 근처에 있는 SF & 판타지 도서관에서 [번역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김상훈님, 송경아님, 내가 초대받은 자리였다. 비가 많이 와서 한산할까 싶었으나, 생각보다 여러 독자 분들이 와 주셔서 놀랍고 고마웠다.

행사가 지연되어, 마침내 시작할 즈음에는 이미 "배고파~ 밥 줘~" , "머리가 멍~해!" 상태가 되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책을 읽은 분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일이 꽤 즐거웠다. 질문도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좀 더 길게 진행했어도 재미있었겠다.

저녁은 근처에 있는 중국 음식점('만리향'이었던가?)에서 먹었다. 옆자리에 대단히 미남인 영화 공부한다는 독자분이 앉으셨는데, [판타스틱] 에 연재되었던 [스페인의 거지들]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소개하고, 그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닿았음을 느낄 때면 역시 보람이 있다.
 
식후에는 상훈님, 까리용님, 나는그네님과 근처 할리스 커피에 가서 미니 지정사 판을 벌려놓고 수다를 떨었다. 밤 열 시 쯤, 시댁에 갔던 동진님이 선물로 [Mr. Brain] 특집 앙앙 최신간을 가지고 와서 함께 집에 돌아왔다.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2009년 6월 19일 금요일

힘들었던 로스쿨 첫 학기가 마침내 끝났다. 마지막 과목인 불법행위법 시험을 치고 짜증스런 기분으로 시계를 보니 밤 아홉 시이다. 셔틀버스로 단단히 막힌 교문 밖으로 학생, 시민, 기자들이 흩어져 앉아 있었다. 나는 집에 와서 토마토를 구워 먹었다.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평일 오후 네 시 조계사는 한산했다. 짧은 줄을 찾아내 서자마자 내 차례가 왔다. 노란색 리본을 받아들고 검은 매직이 놓인 책상 앞에 섰다. 이 슬픔, 이라고 쓰고 나서야 추모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게 쓸 자리가 없었지만 쓸 말도 더 떠오르지 않았다. 리본을 묶고 분향소로 갔다. 눈이 벌건 여자분이 한 송이 씩 나누어준 국화꽃을 올리고 옆 사람을 곁눈질하며 서툴게 절을 했다. 결혼하며 장만했던, 오늘 처음 꺼내 입은 검은 원피스가 방석에 쓸려 바스락거렸다.

맞은편에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커다란 전지가 붙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글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글을 읽었다. 나는 영정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 서서 울었다.

토요일에는 거의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오전에 한윤형 님이 보낸 짧은 문자로 소식을 처음 전해듣고 컴퓨터를 잠깐 켰었으나, 그 뒤로는 글 하나, 사진 한 장 보지 않으려 애쓰며 토요일 밤 마감인 법정보조사 숙제를 했다. 숙제를 하고 나서는 쿠키를 구웠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눕자 천정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눈물이 났다. 이 거대한 슬픔, 이 정치적 절망감, 이 갈곳없는 분노. 통곡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안온하게 둘러싸고 있는 내 삶의 부조리함.

일요일에는 새벽에 깼다. 나는 이불을 빨고 JPT시험을 쳤다. 여전히 어떤 추모의 글도 예전 사진도 보지 않았다. 남편은 출근했다. 해가 저물 무렵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 슬프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너와 같은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해야 해. 어머니가 대답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매달리듯 말했고, 80년을 대학에서 맞았던 어머니는 짧게 한숨을 쉬고, 주변은 바뀌어. 사회는 달라져. 언제까지나 지금같은 게 아냐. 배포를 가져. 그래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어. 라고 말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마 또 쿠키를 구웠던 것 같다.

민주화 이전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견뎌낼 수 있었을지, 그토록 높고 강건한 벽 안에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 수 있었을지 늘 궁금했다. 그런 부조리함을 어떻게 견디고 그런 일상적인 좌절감을 어떻게 눌렀을까.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그저 끝없이 슬프기만 한 이 마음을 끌어안고서야 나는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09년 5월 15일 금요일

2009년 5월 15일 토요일


 
 마침내 구한 [사무라이전대 신켄져] 휴대폰 스트랩.







 
 오늘은 파란색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신켄블루를 달았다. 신켄져와 함께하는 섬세한 코디......(낄낄) 올해 수퍼전대는 몇 번이나 말하는 바지만, 정말로 재미있다. 신켄오 합체가 불균형한 점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적황의 러브라인 인물간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좋은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