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2007년 11월 30일 금요일 : 하지 말까보다

[사회복지발달사] 휴강이라 집에 일찍 들어왔다. 어머니가 아버지도 일찍 귀가하시는 날이라 아버지와 함께 [어거스트 러시]라는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하신다. 오랜만에 영화 예매를 해 드릴까 생각하던 차에 아버지가 오셨다. 환영동작(참고링크)을 한 다음, 나는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집 앞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어머니가 새로 사 온 아빠 반셔츠를 들고 안방에 들어갔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M: 어머~지지~지지~옷 좀 갈아입어요.
F: 그래서 새로 사와 달라고 한 거야.
M: 아이~지지~안아주지 말까보다~
F: 아하하, 자꾸 와 그라노~
(꺄르르~허허~하하~꺄르르~)

나: 후......예매하지 말까보다.

평일 이른 저녁이라 표가 많기에 가까운 시간 것으로 예매했다. 한두 시간 뒤, 집을 나서는 어머니의 옷이 추워 보였다. 집 바로 앞이니 괜찮겠지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어 말했다.

나: 엄마, 좀 춥지 않으시겠어요?
M: 아빠랑 가니까 괜찮아. (즉답)

나: ......걱정하지 말까보다.

2007년 11월 29일 목요일

2007년 11월 28일 수요일

* 몇 주 만에 일기를 써볼까 해서 한창 쓰고 있는데 갑자기 창이 닫히면서 내용이 다 날아갔다. 다시 열어보니 한 문단만 남아 있더라. 그만 두기도 뭣해서 다시 쓴다.
----

저녁에 홍대입구 역 근처의 중국음식점 '호고 888'에서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출판 뒷풀이를 했다. 창작과비평사에서 담당인 지영님을 포함해 네 분이, 글쓴이 중에서는 박성환님, 배명훈님, 김보영님과 편자인 박상준님이 오셨다. [우리들의 스캔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한 번쯤 직접 뵙고 싶었던, 이현 님([로스웰 주의보])이 불참하신 점은 아쉬웠다.

식사는 맛잇게, 배불리 먹었다. 새우튀김을 드시던 배명훈님이 튀김옷이 홀랑 벗겨지자 "어, 야해라~"라고 하셔서 한참 웃었다. 계간지 팀이라는 SY님이 철학과 졸업생이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서양현대철학)김xx 선생님이요......저기.....원래 그러세요?" 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는데, 바로 "하하, 네. 원래 그러세요." 라고 대답하셔서 어쩐지 위안이 되었다. 지난 주까지 속이 좋지 않아 무척 고생했는데, 다행히 월요일을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상태가 나아졌다. 요즈음은 사람 몸이 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2차 자리에서는 송경아 님이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를 들고 나타나셨다. 지난 지정사 때 주시겠다 하셨던 책인데, 이번에는 잊을까 봐 아침부터 챙겨 놓으셨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언젠가 해리 포터를 써서 보답하겠습니다.

한 동네 주민인 상준님, SY님과 함께 귀가했다. SY님에게 어떤 수업을 들으면 좋을지 여쭈어 보았더니 고대철학 김남두 선생님을 추천해 주셨다. 잊지 않게 여기 써 둔다.

2007년 11월 24일 토요일

2007년 11월 24일 토요일

서늘님, 동진님과 압구정 역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함께 데쌍에 들러 서늘님 생신 선물로 마카롱을 사고, 현대백화점 지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나와 서늘님은 죽, 동진님은 야끼소바. 도산공원 근처의 pash에 가서 후식으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원군님도 오셔서 오랜만에 뵈었다.

2007년 11월 17일 토요일

2007년 11월 16일

 
미연 격려 차 카페 뎀셀브즈에서 테이크아웃 한 케이크. 위는 초컬릿, 아래는 단호박.

 
미연이 시험 전 선물로 받은 귀염귀염 병아리 만쥬.

2007년 11월 10일 토요일

2007년 11월 10일


 


지정사 날이었다. 압구정역 근처 '길손'에서 저녁으로 해산물을 잔뜩 먹고, 프린세스 호텔 쪽에 있는 본 누벨(Bon Nuvel)에서 맛있는 케이크를 사서 도산공원 앞 카페 Pash에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2007년 11월 3일 토요일

2007년 11월 3일 토요일

정란이 일하는 빵집에서 쿠키 세 통을 보내 주었다. 마음씀이 고마웠다. 슈거파우더가 덮힌 말랑말랑한 쿠키가 제일 맛있었다.

지난 주 부터 가볍고 멋있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그런 것을 나서서 찾을 의욕까지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의 스타라는 기무라 타쿠야를 멋있게 느껴질 때까지 보기로 했다. [히어로]는 꽤 재미있었고, [엔진]이라는 2005년 작 드라마가 내 취향에 그야말로 '직격'이었다. '달리지 못하는 나는 남자가 아니야'같은 대사를 엄청 진지한 얼굴로 하는데도 (솔직히 픽 웃긴 했지만) 우스꽝스럽지 않다니 굉장하잖아.  

[엔진]은 재기를 노리는 카레이서가 양아버지의 보육원 버스를 운전하면서 상처가 있는 아이들과 교감하며 서로에게 용기를 준다는,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네가 좋아할 만 하군.;"이라고 말할 만한 드라마였다.

흥미로운 요소가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보육원의 운영 방식에 관심이 갔다.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양육을 단념한 아동과 아예 보호자가 없는 장기요보호아동이 같은 시설에 있는 점 부터가 그랬다. 예를 들어, 부모가 부유한 의사라서 본인도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가족이 모두 죽은 학생이 같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부모가 양육비를 부담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는 걸까? 그렇게 섞여 있으면 정부 지원금은 어떤 식으로 책정되며 기관 운영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까? 한 아동의 경우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자 독신모인 어머니가 찾아와서 "애를 잘 키우라고 맡겨 놨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는 식으로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것인지, 실질적으로 애를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육아비용을 부담하는 친권자로서 법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또한 보육사 두 사람이 등장하고, 나중에 한 아동이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보육사가 되고자 한다는 후일담도 나온다. 그러면 일본에서 보육사는 대졸인가? 우리나라에서는 1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아동복지 관련직종은 대체로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하다. 어린이집도 신고만 하면 열 수 있다. 수요는 높아져 가는데,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일의 강도는 높으니 공급이 적어서 자격요건을 완화한 결과다.

보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임금을 높이고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 임금을 높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우선 육아를 맡기는 부모의 지불용의금액이 낮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일을 해서 버는 수입보다 높다면 '차라리 내가 집에서 애를 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이 때의 '수입'은 대체로 어머니의 수입을 기준으로 하는데, 우리나라의 여성평균임금은 남성보다 낮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지원금이 높아져야 하나 한정된 복지예산에서 아동복지 지출 비율을 높이기란 매우 어렵다. 아동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정치과정에서 과소대표된다. 같은 이유로 한정된 예산 중 노인복지 지출 비율은 과다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전체 복지예산규모가 작기 때문에 과다대표되었다는 노인복지 지출이 아직 실제 필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드라마를 보다가 다시 생각난 문제인데, 일전에 픽션, 특히 과학소설에서 사회복지적인 이슈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조사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을 좀 찾아 보다가 그만두었다. 이슈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루어지거나/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적인 문제의식이 있는 작가는 아예 세계관을 그에 맞춰 구축하고, 그렇지 않은 작가는 아예 그 문제를 배제해서 보이지도 않게 만들어 버린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는 자폐 이외에도 여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성장해서 취직을 하고 지역사회복지단체의 지원을 받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 반면에 캐서린 아사로의 스콜피안 엠파이어 시리즈에는 (열 몇 권이 되도록) 장애인이나 빈곤계층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80년대 과학소설의 아동관과 90년대 과학소설의 아동관 변화' 같은 주제로 묶을 만 한 작품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중첩점이 없더라.

아아, 뭔가 상관없는 얘기로 넘어갔는데, 어쨌든 이제 나는 기무타쿠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