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31일 월요일

2005년 1월 31일 월요일



2월 2일이 어머니 생신이라, 30일에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일산에 있는 단골집 가나안 오리농장('가나안 덕'으로 상호를 바꾸었더라.)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31일 저녁에는 생신파티를 했다. 아우님이 생신 당일에 집에 없을 예정이라 며칠 앞당겼다. 생일 케익에 초 마흔 여섯 개를 꽂다가, 문득 초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 다섯 살 짜리 초가 있으면 좋겠어.
아우: 그러게.
아버지: (천연덕스럽게) 뭘 자꾸 꽂노. 그냥 네 개만 꽂으면 됐지.

.....아버지 최강......

2005년 1월 31일 월요일 : 버릇버릇

1. 잠버릇은 어때?
- 팔을 머리 위로 쭉 뻗고 잔다.

2. 술버릇은 어때?
- 전혀 안 마셔서 모름.

3. 공부는 어떻게 해?
- 철저한 계획형이다. 일단 전체 공부량 중 하루에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계산한 후 그 80%를 목표로 잡아 계획을 짠다.

4. 돈은 주로 어디에 써 ?
- 식비와 도서구입비.

5. 말버릇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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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9일 토요일

2005년 1월 29일 토요일




오르되브르

수프

그린샐러드

안심스테이크

'프랑스 지방요리'

후식

후식 2(과자)

동진님과 삼청동에 있는 '프랑스식 밥집' 아 따블르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일전에 우연히 소개글을 읽은 후 줄곧 어떤 곳일지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가서 직접 먹어 보았다. 주택가에 있는 일층 한옥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이 모두 여덟 개 (하나는 방) 뿐인 단정하고 아담한 밥집으로, '쉐프 이미지의 전형'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 첫인상이 '헉, 요리만화에 나올 법한 느낌의 쉐프가 정말 있다니' 였을 정도다 - 주인장이 직접 메뉴를 소개하고 음식을 날라 준다. 게다가 음식까지 맛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 한 음식점' 이 아니라 '소문나서 번잡해질까 두려우니 나만 살짝 가고 싶은 음식점' 에 가깝더라.

동진님께서 쓰시던 익시 200을 얻었다. 파시라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고맙습니다.) 참, 참꼴님께서 이번에 작업하신 하나은행 탁상 달력도 하나 구했다. 달력 작업을 하신다기에 기대했다가 판매용이 아니라 은행 선물용임을 뒤늦게 알고 안타까워 하던 차에, 마침 여분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얻었다. '잘 찍었다'는 생각보다 '좋은 사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멋진 사진을 찍으시는 분임을 새삼 느꼈다. 좋은 사진이나 좋은 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에스프레소 더블

식후에는 근처에 있는 클럽 에스프레소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오늘 찍은 사진은 대체로 마음에 든다. 식사는 맛있고 대화는 즐거웠으니, 당연하겠지.

2005년 1월 24일 월요일

2005년 1월 23일 일요일 : 쿵푸허슬


녹차아이스크림케익

아우님의 생일이라 자정에 파티를 했다. 보통 우리 집 케익 담당은 아우님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내가 고르려니 어쩐지 어색했다. 이 케익은 베스킨라빈스의 신작으로, 어머니의 평을 빌리자면 '녹차가루 맛'. 아무리 그래도 기념일을 위한 케익인데 Congratulations도 Happy Birthday도 아닌 Green Tea라고 쓰인 장식판을 붙여 놓다니 싶었다.

오전에는 친구 전션과 서울극장에 가서 영화 '쿵푸허슬'을 보았다. 일 주일 내내 고대하고 있었던 영화였는데, 무서워서 크게 당황했다. 특히 전반부에서는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한 방에 사람을 죽이기로는 칼이나 도끼보다 총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썩둑썩둑 잘려나가는 장면을 보면 두렵고 속이 거북해진다. 특히 전혀 대비치 못한 첫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오늘 내내 발목으로 손이 갔다.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는 후반부는 비교적 재밌게 보았고, 중간 중간 나오는 패러디 역시 즐거웠다. 실망하지는 않았으나, 너무 피가 튀어 내 취향이라 하지는 못하겠다.


스프와 토스트

과일와플

점심은 카페 이마에서 먹었다. 예전에 눈여겨 보아 두었던 스프와 과일와플을 주문했다. 여기 와플은 양이 정말 많다. 조조영화를 본 덕분에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었다. 무심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했다. 가끔은 사후 세계나 천국, 혹은 환생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다면 마음이 훨씬 편할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는 영화를 보면 마음이 더없이 불편해지는 것도 만들어진 장면이라는 생각보다 '한 사람의 생이 저렇게 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내심, 무신론자인 - 꽤 오랫동안 불가지론자 시늉을 했으나, 나도 남도 믿지 않음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 내 뒷덜미에 끈적하게 붙은 목숨에 대한 집착은 열성적인 유신론자의 신앙심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구하는 위안은 어떤 기분일까.

전션이 나와 전션의 고등학교 친구인 윤정이를 우연히 만났다며 연락처를 전해 주었다. 고등학생 때 줄곧 친하게 지냈으나 대학교 2학년 때 즈음에 연락이 끊겨,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내나 늘 궁금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식을 듣게 되어 무척 기뻤다. 전션은 27일에 출국한다. 말 없이 휭하니 사라질 때가 많은 친구라, 미리 알려 준 것이 고마웠다.

오후 두 시쯤 귀가해 집에서 쉬었다. 2005년 1학기도 휴학하기로 결정.

2005년 1월 23일 일요일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 릴레이 영화 퀴즈 8

규칙

- 문제를 내는 사람은 그 영화와 관련된 일곱 개의 힌트를 제시합니다.
- 그 힌트를 보고서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은, 힌트들에 대한 설명을 그 포스트에 덧글로 달아 놓습니다.
- 덧글을 다는 사람이 반드시 정답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제목을 알고 힌트를 하나만 설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덧글을 달 수 있습니다.

- 단, 정답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덧글을 달 때에는 해당 영화의 제목은 밝히지 말아야 합니다.
- 정답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 제목과 힌트 다섯 개 이상에 대한 설명을 한 덧글 안에 정리해서 올려야 합니다.

- 정답자에 대한 출제자의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정답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 문제를 낸 후 이전 글에 트랙백을 걸어놓습니다.
- 정답을 맞추고도 2시간 내에 다음 문제 포스팅을 하지 않는 경우. 출제권은 자동 소멸되며, 바로 전 문제의 출제자가 한 번 더 문제를 냅니다.

- 정답자가 출제권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바로 전 문제의 출제자가 한 번 더 문제를 냅니다.


힌트
1. 신채호
2. 갈래머리 소녀와의 풋사랑
3. 여명
4. 귀여워
5. 아편
6. 휘날리는 코트 자락
7. 상해, 연해주, 북경

이 릴레이 퀴즈에서 중요한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힌트를 낸다!'임을 깨달았습니다. 하하하.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 릴레이 영화 퀴즈 7

규칙

- 문제를 내는 사람은 그 영화와 관련된 일곱 개의 힌트를 제시합니다.
- 그 힌트를 보고서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은, 힌트들에 대한 설명을 그 포스트에 덧글로 달아 놓습니다.
- 덧글을 다는 사람이 반드시 정답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즉, 제목을 알고 힌트를 하나만 설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덧글을 달 수 있습니다.

- 단, 정답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덧글을 달 때에는 해당 영화의 제목은 밝히지 말아야 합니다.
- 정답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화 제목과 힌트 다섯 개 이상에 대한 설명을 한 덧글 안에 정리해서 올려야 합니다.

- 정답자에 대한 출제자의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정답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 문제를 낸 후 이전 글에 트랙백을 걸어놓습니다.
- 정답을 맞추고도 2시간 내에 다음 문제 포스팅을 하지 않는 경우. 출제권은 자동 소멸되며, 바로 전 문제의 출제자가 한 번 더 문제를 냅니다.

- 정답자가 출제권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바로 전 문제의 출제자가 한 번 더 문제를 냅니다.
힌트

1. '트루먼 쇼'
2. "We were hoping that he would get married and have childern."
3. 빌린 사다리
4. '테이킹 라이브즈', '월드 오브 투모로우', '킬 빌'
5. 타이탄
6. 카시니
7. 염기 서열

2005년 1월 17일 월요일

2005년 1월 17일 월요일 : 고시생 잡담

고시계 용어 중에 '단권화'라는 것이 있다. 분량이 방대하고 법과목이 많은 시험 특성상, 책 한 두 권만 가지고는 필요한 학설이며 판례, 이론을 모두 찾아보기 쉽게 정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기본서 한 권을 정한 다음, 그 책에 다른 참고서, 문제지, 학원 수업에서 배운 중요한 내용을 첨가하여 시험장에 가지고 갈 자신의 책으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단권화이다.

사람 사는 동네 어디든 마찬가지듯이, 이곳에서도 도난사고가 꽤 자주 일어난다. 카세트, 강의테입, 지갑, 책.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일이 바로 책 도난이라 할 수 있다. 물건은 사면 된다. 하지만 정리한 책은 돌아오지 않는다. 책 값이 문제가 아니다.

처음 내 자리에 들어가 코트를 벗어 걸치고 책상 위에 따뜻한 물컵을 올려 놓을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무엇이 없어졌는지 몰랐다. 책상 어딘가가 헐겁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공부를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아 독서대를 보았을때야, 금요일 밤에 급히 귀가하느라 펼쳐 놓은 채 두고 나갔던 헌법 기본서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다른 물건은 모두 그대로였다. 심지어 신판 한국사 책조차 제 자리에 얌전히 있었다. 내가 뭔가 착각했나 싶어 사물함을 열고 뒤져 보았다. 사실 그럴 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고 넘기고 덮고 챙겨넣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헌법 기본서를 다른 곳에 두고 잊었을 리가 없다. 시험까지는 이제 고작 한 달 남짓. 일 년 동안 정리한 책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아득해졌다. 새 판례를 첨가하고 틀린 객관식 문제의 지문을 정리하고 밑줄을 쳐서 천이백 페이지짜리 책을 겨우 손에 익혔다. 이럴 일이 아닌데 싶으면서도 순간 눈물이 났다.

좌후방이 벽인 제일 구석 자리라 설마 했다. 사물함에 책을 넣어두지 않은 내게 이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시험을 코앞에 두고 다른 사람이 정리한 기본서를 쏙 빼간 쪽에 있지만. 어이가 없다. 세상에, 헌법이란 말이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이렇게 쉽게 가져가는 사람이 헌법 공부를 한다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순진하기 때문일까. 형법 책을 도난당했다면 정말 기분 희한했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순간 웃음이 터진다.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서점에 나가 똑같은 책을 새로 사 왔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새 책이 낯설다. 뭐, 어쩌겠어. 껄껄.

2005년 1월 15일 토요일

2005년 1월 15일 토요일 : 월드 오브 투모로우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흑임자죽

야채죽

신촌에서 오랜만에 미엽이를 만났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며 연대 앞길을 걷다가 개점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본죽 신촌점을 발견했다. 그래, 아침엔 죽이지. 좋아하는 흑임자죽을 배불리 먹었다.

원래는 지혜가 귀국했다기에 셋이 함께 만나기로 했으나, 나는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고, 지혜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기가 힘들어 결국 나와 미엽이 둘만 만났다. 멀리서 온 지혜 얼굴을 못 보아 몹시 아쉬웠지만, 덕분에 거의 일 년 반만에 미엽이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실 미엽이네 집과 우리 집은 지하철로 이십여 분 거리에 있는데 약속 한 번 잡기가 이렇게 어렵다. 어쨌든 오랜만이었는데도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다시 본 것처럼 편하기만 했다. 식후에는 신촌 스타벅스에 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다음 일정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었을 지도 모른다. 일어나기가 어찌나 아쉽던지. 실내 가름벽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이머를 맞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 모드) 미엽이가 작년에 나 주려고 사 두었다는 생일 선물도 받았다.

집에 와서 잠깐 쉬고, 지구정복비밀결사 영화분회에 나갔다. 충무로 대한극장,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수현님, fool님, 파란날개님, 동진님, 에라오빠, 나 이렇게 여섯 명. fool님께서는 영화 상영이 끝나자마자 나가셔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젠틀맨 리그, 헬보이 계열이었달까나.(=A급 자본과 배우를 투입해 만든, B급 정서가 살아있는 영화) 실제로는 폭발했던 힌덴부르크호가 뉴욕 시 상공에 착륙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무척 인상적이다. 대체역사소설 팬 입장에서는 글로 읽던 장면을 영상화했다는 점만으로도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정말 B급 답게 웃기단 말이지. 주드 로가 주연인데다 그레이트 졸리님까지 나오시고. 냥날님 말씀처럼 이건 '동인물'......

영화를 본 후에는 에라오빠 차를 타고 대학로로 이동했다. 커리집에서 저녁을 먹고, 베스킨라빈스에서 후식을 산 다음 민들레영토에 갔다. 하이텔 과소동 모임이었다. 라슈펠님, 서늘님, 냥날님, 현준님, 코랄님, 휘오나님이 먼저 와 계셨다. 많이들 나오셨음 좋았을 텐데, 역시 연초 토요일 저녁이라 쉽지 않으셨나 보다. 커다란 세미나실에서 팬사인회+악수회, 게임(NDS + 게임보이), 잡담, 과소동 깃발 들고 춤추기(시삽님의 서비스), 종이접기를 하며 즐겁게 놀았다. 라슈펠님께서 만드신 종이비행기가 정말 잘 날아 깜짝 놀랐다. 집에 와서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잘 나는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이 아주 많고, 비행기마다 날리는 방법도 다르다. 한 가지 접어서 설명대로 날려 보았더니 꽤 먼 거리를 단번에 날아갔다. 이것이 바로 항공역학이군! 잔뜩 신이 나서, 모 종이비행기 사이트에서 첫손에 추천하던 책(The World's Greatest Paper Airplane and Toy Book)을 장바구니에 챙겨 넣었다.

일요일에는 종일 집에서 쉬었다. 이제 다시 월요일, 한 주 시작이다.

2005년 1월 14일 금요일

2005년 1월 14일 금요일



초컬릿이 먹고 싶다고 계속 징징댔더니 동진님께서 집으로 초컬릿을 보내 주셨다. 마침 쟁여 뒀던 다크초컬릿을 다 먹어 슬퍼지려던 참이라 새 초컬릿이 생겨서 참 기쁘다. 게다가 칠십칠프로! 맛있어라.♡ 기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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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져서 흰 종이까지 깔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종이를 깐 김에 1월 2일에 만들었던 하드커버 노트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가로 13cm X 세로 17cm, 45페이지 실제본

가름끈은 녹색 계통 십자수실 세 가닥을 땋아 만들었고, 내지와 표지를 이어 붙인 다음에 등판과 앞판 사이를 손바느질했다.

내부마감

2005년 1월 8일 토요일

2005년 1월 8일 토요일 : 인크레더블


치킨샐러드

마늘스파게티

감자피자

점심은 용진군과 강남역 근처에 있는 라베니스에서 먹었다. 허겁지겁 식사할 짬밖에 나지 않아 몹시 아쉬웠다. 용진군은 회색이라던 머리를 그새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회색일 때 직접 보지 못해 유감이다.

오후에는 메가박스에 가서 안나님, 원군님과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을 보았다. 군데군데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거북함을 모른 체 하고 신나게 웃으며 보고 싶어지는 흥겨운 영화였다. 엔딩 크레딧을 보니 멋진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 역을 감독이 직접 맡았더라. 좋겠다.;

오랜만에 간 코엑스몰에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인크레더블'을 디지털 상영으로 본 값이라 생각해야겠지. 영화를 본 후에는 원군님이 상영 전에 보아 두었다는 인크레더블 피겨 뽑기를 했다. 나는 인크레더블, 안나님은 로고가 나왔는데 원군님은 프로존이었다. 어이쿠.



도저히 코엑스몰에서 저녁을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압구정 라리에또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하에 파스타로 두 끼. 안나님께서 테이블 종이에 나와 원군님을 그려 주셨다. 마술 시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기념으로 잘라 와서 스캔해 두었다. 식후, 노곤해진 안나님께서 주무시는 동안 (...) 나는 원군님의 닌텐도 DS를 가지고 놀았다. 티라미수도 먹었다.

열 시쯤 나가다가, 입구 근처 자리에 앉아 있는 용진군을 다시 만났다. 낮에 압구정까지 나가기 귀찮다며 [제주도에서 올라온!] 용진군에게 커피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던 터라 민망했다. 껄껄.

집에 돌아오니 딱 열한 시. 쓰러지듯 잠들었다. 일요일에는 2004 헌법 판례 강의를 듣기 위해 신림동까지 갔으나, 자리가 없어 되돌아와 다시 정신없이 잤다.

덧붙임: 피곤해서 인크레더블 상영 전에 틀어 준 단편 '바운딩'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깜박 잊었다. 대단히 수상한 교훈을 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흰 털을 자랑하던 춤꾼 양이 지나가던 개척자들에게 털을 깎여 볼품없어지자, 같이 놀아주던 두더지를 비롯한 동물 친구들은 양을 비웃기 시작하고, 양 자신도 초라해진 제 모습을 보며 실의에 잠긴다. 그 때 현명해 보이는 중년 재칼롭이 나타나서 그렇게 우울해 하지 말고 쿵쿵 신나게 뛰어다녀 보라고 조언해 준다. 그래서 쿵쿵 뛰었더니 다시 동물들이 놀아 주었다. 이런 뿅망치로 때려주고 싶은 두더지들을 봤나.......-_-+

2005년 1월 6일 목요일

2005년 1월 6일 목요일 : 고시생 잡담

1. 생활의 차이
내가 가는 고시식당 입구에는 손님들이 먹고 싶은 메뉴 이름이나 음식에 대한 소감을 남겨 놓는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다. 지난 주에 그 화이트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탕수육 正
찰고구마 ㅜ

며칠 후, 메뉴로 찰고구마가 나오자 누군가 화이트보드의 글귀를 이렇게 바꿨다.
다수설 - 탕수육 正
판례 - 찰고구마 ㅜ


2. 관점의 차이
요전에 고시생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중, 친구 A양이 꿈에 영화배우 조승우 님이 나와서 사귀자고 했다는 얘길 했다. 그러나 사시생 A양은 '고시생이라서 시간이 없어서 연애 못 해요.'라고 답하고 말았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고시생 B, C, D, E 양(제이 포함)은 '우와, 꿈인데, 그냥 사귀자고 하지.', '너무 아깝다!', '그래도 좋겠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지인(프로그래머)과 영화 이야기를 하다 조승우 님이 화제에 올라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제이: (...전략....) 그랬어요. 저같으면 꿈이니까 사귀자고 했을 텐데.....히히.
S님: 잠깐, 그거 이상하지 않아?
제이: 네?
S님: 아니, 꿈이 아니라도 이상하잖아? 멋진 남자가 사귀자고 하는데 단번에 거절하다니, 그건 현실이라면 더 이상할 상황이라고요!

예,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OTL


3. 내공의 차이
이건 오늘 이야기. 배식대 근처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파란색 '츄리닝' - 그렇다. 이건 '운동복'이나 '트레이닝 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츄리닝이다. - 을 입은 남자분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츄리닝'을 입은 남자분이 들어오더니 먼저 들어온 분에게 아는 척을 했다.
검정: 아, 안녕하세요. 식사하러 오셨나봐요.
파랑: 아, 예.
검정: (파랑을 훑어보더니 깜짝 놀란 듯 큰 목소리로) 아니, 그런데 옷이 왜 그러십니까!
파랑: (당황하며) 아아, 글쎄 오늘 좀...[뭔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 입었다든가 하는 말을 중얼중얼]
검정: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는 듯이)으-핫핫핫핫, 농담입니다, 농담.

물론 유심히 보니 검은색 츄리닝은 좀 깨끗하고 파란색 츄리닝은 구깃구깃했지만, 저기, 똑같은 츄리닝 아니에요?;

4. 몰라도 되는 고시계 약어 설명
(1) 행시 = 행정고시 (2) 외시 = 외무고시 (3) 지시 = 지방고시 (4) 입시 = 입법고시 (5) 법무 = 법무사 (6) 감평 = 감정평가사 시험 (7) 모강 = 모의고사 시험과 풀이 강의

2005년 1월 1일 토요일

2005년 1월 1일 토요일



자정에는 둘러앉아 새해 케이크를 먹었다. 케익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아우님이 선물로 받아 왔다고 한다. 덕분에 일 주일만에 또 종교행사(일명 가족교). 나날이 교조화되는 우리 가족 - 한밤중에 둘러앉아 손을 마주잡고 기이이(氣)! 사랑한다!를 외치고 있어......

점심 식사는 조부모님, 숙부님 가족과 화정에서 했다. 오랜만에 회를 먹으니 맛있었다.


에스프레소

와플

식후에는 승민오빠와 '이마'에 가서 와플을 먹었다. 아이스크림 와플! 맛있었는데, 오빠나 나나 점심식사를 하고 간 터라 배가 불러 - 양이 꽤 많다 - 조금 남겼다. 이 와플, 먹을 때는 탐스러운데, 아이스크림이 녹고 나니 보기에 영 좋지 않다. 천천히 먹기에는 아이스크림 와플보다 과일 와플이 낫겠다.

창가에 앉아 볕을 쬐며 놀았다. 오빠가 요전에 칵테일 만들 때 쓰는 진저에일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하다고 했더니, 이번에 한 병 사다 주셨다. 우리 집 앞 마트에서도 팔면 좋겠다.



다섯 시쯤 집에 와서 곧장 잠들었다가, 열 시쯤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