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30일 월요일

2002년 12월 30일 월요일

석준이와 르생떽스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집에서 나가기 전 약도를 확인하려고 베스트 레스토랑을 폈다가 르생떽스는 월요일에 쉰다는 글을 보고 급히 장소를 압구정으로 바꾸었다. 르생떽스는 일전에도 가려고 나섰다가 휴가로 영업을 하지 않아서 못 갔는데, 이번에도 이렇게 되어버렸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던 김이니 알렝부데로 갔다. 알랭부데의 런치셋을 다 먹어보아서 이번에는 비프스튜를 먹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안 되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맛있게 식사를 하고 에구치에 갔다. 석준이와 올해 안에 못 볼 줄 알았는데 송년식사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것저것 공부를 마치고 나면 30대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기분이 이상했지만. 하하.

도중에 길이 틀어져서 오후 과외에 늦었다. 첫 수업인데 20분이나 늦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몹시 부끄러웠다.

저녁에는 지정훈님과 라리에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지하철이 중간에 서는 바람에(방송을 했다는데 졸아서 못들었다) 안국역까지 가는데 한 시간 정도나 걸렸다. 한마디로 오늘은 시간이 마구마구 꼬이는 날이었던 것이다. 와인소세지스파게티. 그리고 아루에 케익을 먹으러 갔다. 음......맛있었다. 정훈님이랑 케익먹기로 한지 10년만에(뻥) 드디어 만나서 기뻤다. 예쁜 초컬릿도 선물받았다. 우와우와. 예뻐서 포장을 안 뜯고 보고만 있다. 제이는 초컬릿이 정말 좋아. 헤에에-

일산과 압구정을 두 번이나 왔다갔다한 바쁜 하루였다. 이제 내일부터는 심플라이프. 공부하자!

2002년 12월 28일 토요일

2002년 12월 28일 토요일

정크 SF 모임이었다. 오후 3시에 에라오빠와 브라세리엔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브라세리엔에 가는 줄 알았으면서도 사진기를 안 챙겨간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 브라세리엔은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나폴레옹 제과점의 레스토랑으로, 가격대비로 훌륭했다. 편하게 맛있게 먹고 싶을 때 일부러 찾아갈 만 하더라.

일찍 명동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배부르고 졸려서 잠을 깨려고 비주얼드와 제로를 했다. 인수오빠가 와서 셋이서 제로를 했다. 어림잡아 열대엇분쯤 오셨다. 작년 여름 컨벤션 이후 처음으로 다시 뵌 분들도 많아서 무척 반가웠다. 컨벤션 재미있었는데. 헤에. 콜라 한 잔 마시고 회비 2만원을 내서 좀 아까웠다.=_= 뜻밖에 번역압력이 별로 없었다. 여하튼 에라오빠와 하루에 열 줄씩 서로 챙겨가며 하기로 약속했다. 이 정도도 못 하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다

2002년 12월 27일 금요일

2002년 12월 27일 금요일 : 반지의 제왕 2 '두 개의 탑'

동진님과 반지의 제왕 2- 두개의 탑을 보러 갔다. 메가박스 1관에서 보려고 오전 11시 10분 것을 예매해서 아침에 못 일어날까봐 조마조마했다. 메가박스가 집에서 멀고, 차가 밀릴 경우 곤란해지기 때문에 너무 서둘렀더니 영화 시작 시각보다 한 시간 가량이나 빨리 삼성역에 도착했다. 반디엔루니스의 과학소설 외서 코너가 상당히 괜찮더라. 영화는 다시 보아도 정말 멋졌다. 그리고 파라미르의 태도 변화 부분이 너무 급격해서 처음 보았을 때 '역시 영화에 모두 담기가 힘든가보구나.....'하고 아쉬워했는데 오늘 보니 영화 자체보다도 위대하신 이미도씨의 오역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여하튼 이미도씨 정말 짜증난다. 어제 밤에 제대로 못 자고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영화를 세 시간 보고 나니까 엄청 졸렸다. 헤롱헤롱 하면서 압구정의 에구치에 갔다. 무스케익+홍차. 맛있었다. 예쁜 초컬릿이 많았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또 초컬릿이 먹고싶어진다. 치과 아직도 안갔는데. 흐으. 식사 할 때마다[만] 치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를 가려고 했는데 어찌저찌 하다 보니 배가 고파서 평창동의 '인마이메모리'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비쌌다.-_-; 가격에 비해서 맛은 아쉬움이 많았지만 동진님이랑 굉장히 재미있게 놀아서 좋았다.

2002년 12월 26일 목요일

2002년 12월 26일 목요일














재영이와 서머셋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뱅글뱅글 돌아서 갔다. 서머셋 명함을 챙겨왔는데(이전에 깜박했음) 약도가 엄청 자세해서 감동했다. 식사는 닭고기덮밥, 후식은 딸기. 맛있었다. 크레마치노에 가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예전에 크레마치노에 갔을 때는 커피가 아주 맛있었는데 오늘은 영 실망스러웠다. 주인이 바뀌어서 그런가......분위기는 여전했지만. 재영이를 오랜만에 만나서 무척 반가웠고, 음, 정말 힘내서 멋진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저녁약속까지 시간이 많이 떠서 압구정역 근처의 스타벅스에 가서 국사공부를 했다. 졸렸다.

저녁에는 궁님과 라리에또에 갔다. 궁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반 년도 더 전인 것 같은데(어쩌면 1년쯤 되었는지도 모른다) 예전 모습 그대로이셨다. 냠냠 파스타를 먹고, 동진님이 커피수업 듣는 날이신 게 생각나서 압구정커피집에 갔다. 날씨가 추워서 안 계시면 어쩌나 했는데 수업을 듣고 있으셔서 기뻤다. 심지어는 씨코의 데쓰군도 만났다. 이야기는 건너건너 들었지만 얼굴을 보니 새삼 반갑더라. 커피수업을 구경하고 궁님의 이야기도 들었다. 언어의 번역에서 오는 불확실함이랄까, 대응되지 않는 면에 대해 대처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그다지 수긍이 되지 않았으나(나는 궁님이나 동진님처럼 바이링궈가 아니니까) 곰곰 생각해 보니 상당한 난제다. 학교에 가게 되거든 관련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언어학책인가?

오늘은 많이 추웠다. 이제 따뜻하게 자야겠다. 사진은 내일 정리.

2002년 12월 25일 수요일

2002년 12월 25일 수요일

요 며칠 저조했으나 꾸준히 쉰 덕분에 감기기운도 가셨고 이제 다시 에너지폭발(...).

며칠동안 계속 열 시간 넘게 잤더니 잠이 안온다. 하핫.

2002년 12월 24일 화요일

2002년 12월 24일 화요일

동생이 연세대학교 논술시험을 보았다. 동생 친구 어머니께서 케익을 선물로 주셔서 저녁에는 모두 크리스마스 케익을 먹었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카드도 주고받고 하였으나-겨울방학 시작할 때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완전 평일이나 다름없다.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주변이 소란스러운 것이 당황스럽다. 무언가 '혼자라서 재미가 없다'거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재밌게 놀아야....'같은 생각을 해 보아도 전혀 실감이 안난다.

지금은 아이스크림 컵에 아이스크림을 예쁘게 담아서 먹고 있다. 흠. 뭐, 휴일은 좋은거지. 그렇고 말고.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22일 일요일

브라세리엔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으나 바람맞았다. 배가 고파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초원죽집에 가서 인삼죽을 먹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미루었던 선물과 신년 카드를 샀다. 집에 와서는 부지런히 카드를 쓰고 포장도 했다. 월요일에 잊지 말고 부쳐야지. 귀찮아하다가 많이 늦어버렸다.


12월 22일 일요일

전날 밤부터 몸이 좋지 못했다. 새벽에 '종합감기약'을 먹고 간신히 잠들었다. 연말인데다 신년 계획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너무 무리하게 생활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챙겨먹으니 좀 나았다. 민광오빠와 점심약속이 있어 압구정에 갔다. 서머셋에 가려고 했으나 문을 닫아서 -_- 약간 헤매다가 알렝 부데에 갔다. 꾸준히 헤멘 덕분에 이제 그 쪽 지리를 대강 파악했다. 나는 그리스식 그라탕, 오빠는 비프스튜를 먹었다. 그리스에 가거든 그라탕은 먹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맛은 있었으나 취향에 영 맞지가 않았다. 커피를 마시러 크레마치노에 갔으나 문을 닫아서(T_T) 글로리아 진스에 갔다. 평이 갈리는 곳이라 직접 가 보고 싶었다. 안에서 커피향이 안나고 향커피향이 나서 별로였다. 에스프레소를 마실까 하다가, 미심쩍어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약기운이 떨어졌는지 목이 아파서 맛을 잘 모르겠더라. 오빠 전공 이야기를 들었다. 대단히 흥미로웠는데 구체적인 용어를 잊어서 제대로 옮기지를 못하겠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0과 1이라는 말이다.

저녁에는 예술학회 종강모임을 하러 대학로에 갔다. 기조암에서 우동을 먹었다. 오전에 일산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디카를 두고 온 걸 깨달았는데 돌아가기 귀찮아서 그냥 나왔던 일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알랭부데와 글로리아진스, 기조암을 하나도 못 찍어왔다. 특히 기조암은 열 명이 간 덕분에 다양한 메뉴를 한방에 찍어올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까웠다. 2차로 호프집에 간다고 하길래 술도 안 마시고 건강도 불안해서 그냥 헤어져서 집에 왔다. 우리 학번에서 이번에 고시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만도 예닐곱 명이나 된다. 남자동기들은 군대도 많이 가고. 흠. 이렇게 흩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역시 흩어지느니 헤어지느니 하는 표현은 필요 이상으로 감상적이다.


내일 약속은 취소. 집에서 쉬어야겠다. 과외가 밀려서 큰일이다. 새해에는 몹시 바쁠 텐데.

2002년 12월 20일 금요일

2002년 12월 20일 금요일















점심에는 동진님과 압구정에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 알랭부데에 갔다. 내가 길도 모르면서 전화번호도 챙겨 가지 않는 바람에 꽤 헤맸다. 음식은 훌륭했다. 주말쯤에 한 번 더 가보고-마침 약속을 잡아놓았는데, 서머셋이 아니라 이 쪽으로 가야겠다.....그런데 찾아갈 수 있으려나 -_-;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 되었다. 동진님은 내 헤어스타일이 레골라스같다고 계속 놀렸(?)다. 음. 레골라스가 남자라서 싫었다. 그래서 그냥 레골라스 여동생 머리라고 하기로 결정했다.
후식으로 LAjuice#1이라는 곳에 갔다. 메뉴를 잘못 골랐는지 원래 그런 건지 별로 맛이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있어서 좋았다.



동진님과 헤어져서 홍대입구에 갔다. 저녁 약속은 6시인데 5시에 도착하여 시간을 때우러 파스쿠치에 갔다. 매번 앞을 지나가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영 맛이 없었다. 크립토노미콘과 L 12월호를 읽으며 기다렸다.



저녁에는 인수오빠와 한스소세지에 갔다. 독일식 정통 소세지란다. 맛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독일 맥주를 파는 호프를 겸해서 조명이 어두웠기 때문에 사진을 찍느라 고생했다. 1/3, 1/4초동안 안 떨기가 참 어려웠다.; 그리고 소세지에 소스를 다 뿌렸더니 좀 짰다. 다음에 가거든 반만 뿌려야겠다.
그리고 커피빈에 가서 이야기하고 놀다가 집에 왔다. 오빠는 단 핫초쿄와 티라미수 케익을 함께 먹으려는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너무 달았나보다. 인수오빠의 멋진 카메라 가방은 다시한번 내 가슴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핸드폰 개조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교통카드의 I.C.를 핸드폰에 붙여서 교통카드로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해보자! 하여 돌아가는 길에 에나멜 리무버(아세톤)를 한 통씩 샀다. 교통카드를 아세톤에 하룻밤정도 담궈 놓으면 카드가 흐물흐물 녹고 I.C.만 빠져나온단다. 성능에 이상 없고. 집에 노는 교통카드가 있어서 해보기로 결심했다. 3000원 정도 충전한 다음에 시도해 보아야지. 그렇지만 두 사람 다 귀차니스트의 절정이라서 과연 누가 먼저 할까, 홍채인식으로 결재할 때 되어서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있다. 아세톤도 '지금 안 사면 언제 살 지 몰라서' 일단 사들고 왔으니.

즐거운 하루였다. 아침에 너무 서둘러 나가다가 가장 아끼는 귀걸이 한 짝을 웜홀 구멍(하필이면 손가락 만한 그 구멍으로 떨어진담)에 떨어뜨렸지만 괜찮다. 떨어진 걸 어쩌겠어. 헛헛.

2002년 12월 19일 목요일

2002년 12월 19일 목요일 : 반지의 제왕 2 '두 개의 탑'

LotR! 오오오...멋졌다. 짱 멋졌다. 피터 잭슨 짱이다. 아라곤 짱이다. 레골라스 멋지다. 음. 샘도 멋지다. 다 멋지다. 그런데 로한의 왕은 한 일이 없어보인다. 물론 가장 멋진 등장인물은 갠달프다. 다섯 번은 봐주려고 했는데 세 시간 앉아 있으니 머리가 핑 돌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봐야지.

머리가 아파서 학번종강모임에 못갔다. 오전에 조부모님이 오시는 바람에도 힘을 좀 뺐고......오늘 다시 볼 줄 알고 인사도 대강 했는데, 좀 아쉽군.

2002년 12월 18일 수요일

2002년 12월 18일 수요일 : 과반종강모임 겸 졸업생 환송회

사람이 굉장히 많이 왔다. 02학번은 거의 다 온 듯. 우리학번도 그렇고. 7시까지인데 좀 빨리 갔더니 02학번들이 먼저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모임에 참석을 안했는지 처음에 문을 열어보고는 방을 잘못 찾아간 줄 알았다. 동기들을 많이 봐서 좋았다. 졸업생 선배는 두 분만 오셔서 좀 아쉬웠다.

중간에 석준이가 녹두에서 동아리 종강 모임을 한다기에 잠깐 만났다. 후배 민재도 보았다. 같은 과/반인데 일 년이 지나서야 보는구나.

2002년 12월 17일 화요일

2002년 12월 17일 화요일 : 서울시향 제 626회 정기연주회

베르디 / “운명의 힘” 서곡
브루흐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 단조‚ 작품 26
드보르작 / 교향곡 8번 G 장조‚ 작품 88

지휘: 블라디미르 발렉, 바이올린협연: 엘리사 리 콜조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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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연, 좋았다. 오랜만에 서울시향의 정수를 보았다는 느낌이다. 어느 파트 하나 튕겨나가지 않고 부드럽게 서로서로 잘 감싸안는 음색이 훌륭했다. 신상준 악장님도 돌아오셨다. 알고보니 지난 번 공연 때에는 동생분이 돌아가셔서 불참하셨던 것이라 한다. 626회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마음이 아프다. 신상준 악장님의 연주를 보고 들으면, 연주하시는 현을 타고 내가 그 음악의 감성을 전해받는다는 느낌이 온다. 좋아한다. 농담으로 반짝거리는 구두(악장님은 항상 구두를 삐까뻔쩍하게 닦고 공연에 임하신다)가 좋다고 하지만 실은 악장님의 연주하는 모습에 정말 꽤나 반해 있다.

베르디 '운명의 힘'서곡은 베르디의 음악이 궁금하던 차에 들어서 좋았다. 짧았지만, 대단한 힘이다.
바이올린 협연자인 엘리사 리 콜조넨은 비르투오소라는 소개글의 인용이 부끄럽지 않은 화려한 연주자였다. 브루흐의 협주곡은 들어보니 협주라기 보다는 바이올린 독주에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가 싶을 만큼 바이올린의 화려함에 중점을 둔 곡이었는데, 그런 불균형(?)에서 오는 불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현란한 연주였다.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은 별로...연주는 훌륭했지만(악장님에게 또 한 번 감동!) 곡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니다. 1,2악장의 '서정적인' 리듬이 나한텐 지겨웠다. 체코에 가 보면 그 감성을 이해하려나.

2002년 12월 11일 수요일

2002년 12월 11일 수요일 : 똑닥똑닥

나는 소리에 늘상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대체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각종 소음들-못 치는 소리, 납땜 소리,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 도 싫어하지만,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소음은 다름아닌 시계소리이다. 벽시계, 자명종, 손목시계, 무엇이든 마찬가지이다. 아날로그 시계에서 나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삐긋대는 소리를 들으면 온 신경이 곤두서면서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시계소리가 귀에 들리는 순간, '똑딱똑딱 노땡큐~'를 외치며 어떻게든 시계의 가청 범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이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방에 걸린 시계를 견뎌내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까치발을 하고 시계를 벽에서 떼어내어 방 밖에 놓아두기 도 하고, 탁자나 책상 위에 놓인 자명종에서 나는 똑딱소리에 한 손을 뻗어 건전지를 빼 버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 방에 누워 있다가도 그렇게 해 버린 일이 있다. 동생 책상에서 공부하겠다고 갔다가 시계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냥 내 책상을 청소하고 쓴 것은 바로 그제의 일이다. 내 방에 있는 벽시계는 두꺼운 유리로 가로막힌 뒷베란다 벽에 걸려 있다.(그렇지 않다면 시계를 아예 걸지 않았으리라.) 나는 유리창 너머로만 시간을 본다. 자명종은 휴대폰과 PDA의 알람 기능이 대신한다.

윗 줄까지 쓰고 잠시 가만히 앉아 있는데, 고물 컴퓨터가 조용해지자 갑자기 시계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살피니 컴퓨터 뒤에 웬 탁상 시계가 놓여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소리가 크지 않은 걸까? 고막을 쩌렁쩌렁 울리고 뇌를 흔들지 않는 걸까?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보다도, 어설픈 아랫집 아이의 피아노 소리보다도 나는 시계소리가 더 싫다. 시계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할 수 없다면 시계 소리가 묻힐 정도로 시끄러운 편이 차라리 낫다.

갑작스레 이런 괴팍한 신경증 이야기를 쓰는 것은 오늘이 과외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방에는 무슨 내과에서 준 평범한 벽시계가 걸려 있는데, 대단히 시끄럽다. 아무리 보아도 그야말로 보통 시계건만 조용한 방에서 조용하게 수업을 하기 때문인지 내게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린다. 듣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그 쿵쾅쿵쾅 하는 소리에 신경이 바짝 곤두 서 있다. 그렇다고 저 시계 좀 치우자거나, 똑딱거리는 게 시끄럽지 않니, 라고 하려니 아무리 보아도 오버다. 시계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이다. 내 방에서야 어떻게든 조용히 살 수 있지만 남의 집에 가서 시계를 뜯어내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온 세상의 시계가 쿵쾅거리는-똑딱거리는- 모습이 연상되어 아찔하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간다. 시계와 싸우러. 전투의 무기로 부정사와 동명사 프린트를 준비한다. 열심히 말하는 동안엔 내과 시계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니까.

.....그나저나 컴퓨터 뒤에 있던 이 시계는 왜 건전지가 안 빠진담. 그냥 저 쪽 방 안에 넣어두고 와야겠다.

2002년 12월 7일 토요일

2002년 12월 7일 토요일









동진님과 서머셋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머리 감고 자느라 많이 늦어버렸다. *흑흑 죄송해요*

점심은 아주 맛있었다. 식사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장소를 기억해 놓으려고 애썼는데, 이리저리 가는 사이에 길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리고 에구찌에 케익을 사러 갔으나 이전했기에 그냥 미고에서 사들고 허형만 커피집에 갔다. 커피수업 중급반을 들으시는 동진님께서 직접 핸드드립을 하셨다. 음.....멋졌다. 매일 연습하신단다.

오랜만에 동진님이랑 만나서 정말정말 기뻤다. 얼른 기말고사가 끝나서 영화도 보러 가고 음악회도 가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