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7일 목요일

2006년 7월 26일 목요일

실습 셋째날이자 이사 전날이다. 비가 많이 와서 내일 무사히 이사와 실습 업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06년 7월 25일 화요일

2006년 7월 25일 화요일

실습 첫날이었다. (중략) 가위바위보에서 졌다.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어찌나 섧게 울었는지, 어머니께서 "고시에 떨어져도 안 울던 애가 그걸로 대성통곡을 하네." 하셨다.

그건 내가 못 해서 떨어진 거니까 괜찮았지. 뭐, 가위바위보도 내가 해서 진 거지만.....

2006년 7월 24일 월요일

2006년 7월 24일 : 당신의 성공 파트너는?

'당신의 성공 파트너는?'

꽤 예전 테스트이지만 -

나의 결과

2006년 7월 23일 일요일

2006년 7월 23일 일요일

에라오빠, as님과 홍대 앞 하겐다즈에서 만났다. 한창 다이어트 중이라는 에라오빠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주셔서 냠냠 먹었다. 아스님께 빌렸던 책을 돌려 드리고, 업계 얘기, 책 얘기, 요괴 얘기, 언제 들어도 멋진 프랫챗 얘기 등을 하다 보니 치즈케이크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투썸에 갔는데, 자리가 없는 게 아닌가! 아쉬워하며 인클라우드로 옮겨가 치즈케이크, 커피, 팥빙수, 핫케이크를 먹었다. 에라오빠를 참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이어트 때문인지 건강해 보여서 좋았다.

집에 와서는 글 쓰기가 귀찮아서 공부를 했다.

2006년 7월 22일 토요일

2006년 7월 22일 토요일

여전히 글 쓰기가 매우 귀찮다.

어제는 조부모님 댁이 이사를 했고, 우리 가족은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실 이사는 다음 주, 실습 와중이다.

부모님은 조부모님 댁에 정리 하러 가셨다. 나는 저녁 약속이 있었으나, 나가려고 보니 열쇠가 없었다. 집에 나밖에 없어 열쇠가 없으면 집을 못 비운다. 사실 아파트 현관문에 자물쇠가 몇 시간 쯤 안 걸려 있어도 별 일 없으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므로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나는 조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세대 전반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안타까움과 안스러움을 그들을 보면서도 느낄 때는 있다. 그보다 조금 더 애틋한 마음이 들 때도 가끔, 아주 가끔 있다. 아버지의 딸로서, 아버지를 낳고 키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은 분명히 갖고 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는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 싫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뻐끔한 아파트 창들만큼이나 흔한 일이다.

2006년 7월 21일 금요일

2006년 7월 21일 금요일

중국에 가 있던 엠피매니아(mpmania) 시절의 동생 진영군이 귀국하여 거의 오 년여 만에 만났다. 그간 MSN으로 이야기를 나눈 터라 대하기는 어색하지 않았으나, 나보다 키 작던 아이가 올려다보아야 하는 남자 어른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말 하는 것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인 듯 어린 데가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자란 것 같은 데도 있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뭐랄까, 애가 남자가 되는 중간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참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기특하여 쓰다듬 쓰다듬 해 주고 싶었는데 얼굴이 그렇게 위에 있어서야.....(웃음)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니하오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중국 유학을 갔던 진영군은 출국한지 일 년 반도 안 되어 북경대와 인민대에 합격해 돌아왔다. 특히 대입 유학은 석박사 과정과 또 달라서 자력으로 성공하기가 몹시 어렵던데, 처음에는 꼴찌나 다름없는 꼴찌에서 7등('꼴찌나 다름없는' 이유는 꼴찌부터 6등 까지는 중도탈락자이기 때문이다.)을 했으나 2학기에는 3등으로 공부를 마쳤다니 -1등은 대만 국비유학생이고 2등은 화교- 어지간한 각오와 노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마지막 육 개월 동안에는 틀어박혀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공부했단다. 지금 귀국한 사이에도 중국어 학원과 영어 학원을 다니고, 대입으로 피폐해졌던 몸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까지 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야기하는 내내 내가 다 가슴 설렜다. 나도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만족하지 말고 언제나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16일 일요일에는 승민오빠와 창작 뮤지컬 [네버엔딩 스토리]를 보았다.

18일 화요일에는 궁님과 크라제 버거에서 점심을 먹고, 학교에 가서 복학신청을 한 다음, 조교실에 가서 동기 M양과 J오빠와 놀았다. 조교실에 자폐 관련서가 여러 권 있어서 - '도서출판 자폐연구'라는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 훑어보았고, 마침 자폐인 주간보호시설에서 일했다는 J오빠가 추천해 준 네 권 짜리 만화책을 빌려왔다.

19일 수요일에는 학원 수업 후 교보문고에 가서 신간을 둘러보고 단어장을 샀다. 저녁에는 피자를 먹었다.

글 쓰기가 귀찮다.

2006년 7월 15일 토요일

2006년 7월 15일 토요일

친구 전션과 일민미술관 1층에 있는 카페 이마(Cafe Ima)에서 만났다. 북적일까봐 일부러 열한 시 삼십 분이라는 어정쩡한 시간에 약속을 잡았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샌드위치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전션은 이번에 맡았던 일을 끝낸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피곤해 보였다.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 힘들었던 데다 다른 여러 일까지 꼬여서, 고생을 엄청 한 모양이었다. 비가 많이 내릴 때 강원도에 출장을 갔는데, 버스 앞 오 미터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시계가 나빠 산을 오르며 무척 무서웠단다. 별 탈 없이 돌아와서 천만 다행이다.

카페 이마가 너무 시끄러워서 서로 고함을 질러야 대화가 될 지경이라, 아무래도 힘들어서 안 되겠다 싶어 광화문 오봉뺑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을에 같이 홍콩에 놀러 가기로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교 4학년이 되면 같이 중국에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때는 대학 4학년이 굉장히 먼 미래 같았지.) 아직 같이 중국은 커녕 대관령도 못 갔다. 이제 홍콩 얘기가 나왔으니, 설마 십 년 안에는 같이 갈 수 있겠지.;

오후에 피라미드 번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쪽에 가려고 전화를 했는데, 벌써 파할 때가 다 되었다고 해서 아쉽지만 단념하고 전션과 계속 놀다가, 교보문고에 가서 책 구경을 했다.

교보문고 외서코너 앞 할인 코너에서 차이나 미에빌(China Mieville)의 장편소설 [Perdido Radio Station]을 3천원에 팔고 있다. 지난 주에 갔을 때도 있었던 터라 그새 누군가 사 갔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그대로 있더라. 브루스 코빌(Bruce Coville)의 청소년 도서 하드커버들도 7천원에 몇 권 남아 있다. 이런 저런 신간 서적들을 구경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왔다.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태국 여행을 다녀 오신 동진님과 여의도 까사 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코끼리 초콜릿과 예쁜 기념품을 선물로 받았다.비가 많이 와서인지, 점심 시간인데도 실내에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식후에는 V사에 갔는데, 의사소통상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사실상 헛걸음 한 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위로 인해 종로 일대 교통이 통제되어, 종로 2가에 있는 학원까지 구두를 신고 30분을 걸었다. 분한 마음에 '카페 뎀셀브즈'에서 커다란 슈를 사 먹었는데, 새 슈보다 예전의 베이비 슈가 더 내 취향이더라.

폭우 때문에 일산에 사는 학생을 비롯, 결석자가 많았다. 나와 다른 한 명만 제 시간에 왔고, 타고 있던 버스가 사고가 나서 종로 6가에서 40분을 걸었다며 한참 후에 한 명이 더 왔다. 겨우 세 명이서 문법 진도를 나가 버리면 결석한 학생들의 공부에 지장이 갈 듯 하여, 여러 가지 예문 비디오를 보고 단어 공부를 했다.

귀가해서는 코끼리 초콜릿과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세트를 먹은 후 어제 읽은 책을 번역하고, sabbath님이 빌려 주신 장 피에르 멜빌(Jean-Pierre Melville)의 [사무라이(Le Samouraï)](1967, 프랑스, 105min)를 보기 시작했다. 새벽 한 시가 넘었던 터라 보는 데 까지만 보고 나머지는 내일 볼 요량으로 켰는데, 내가 좋아하는, 트렌치 코트를 입은 남자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도입부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창 다 닫고 정좌하고 앉아 정신없이 봤다. 마지막 20분 정도 남았을 때 저녁에 드신 커피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며 어머니께서 거실로 나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벽 네 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그래서 나머지 부분은 목요일에 봤다.

[사무라이]를 보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무라이]의 약 60분 지점에서부터, 나는 알랭 들롱이 엄청난 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랭 들롱이 나오는 영화를 EBS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특별히 잘 생겨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저 중에 누가 그 유명한 알랭 들롱이지?'라고 한참 생각했었다. [암흑가의 세 사람(Le Cercle Rouge)]에서의 알랭 들롱은 분명 미남이었으나 내게는 이브 몽땅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사무라이]에서의 알랭 들롱은 '영화적으로' 아름답다. 알랭 들롱이라는 배우가 미인이라는 인식과 제프 코스텔로라는 등장 인물이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동시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나는 영화를 보다 말고 정말로 충격을 받아 버렸다. 배우가 가진 카리스마와 극중 인물 제프의 창백하고 비현실적인 존재감이 결합하여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아우라를 만들어 냈다. (심지어 트렌치 코트를 벗고 있어도 변함없이 멋있었다.) 내가 압도당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또렷하게 느껴져 무서울 지경이었다.

sabbath님이 표지에 [무사도]라고 쓰인 직접 만드신 안내 책자도 함께 보내 주셨다. 영화를 본 후에 읽었는데,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막연히 느꼈던 부분 -오프닝에서의 지연감이라든지- 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연출상의 특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배우게 된 점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외에 멜빌에 대해 재삼 감탄하고 감동한 점이 많으나, 다음으로 미루련다.

내가 본 영화래야 정말 몇 편 안 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영화' 자체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영화와 감독을 감히 몇 꼽을 수는 있는데 - [베를린 천사의 시]의 빔 밴더스, [비트겐슈타인]의 데릭 저먼 등 - 장 피에르 멜빌도 그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는 [암흑가의 세 사람]의 멜빌이라고 했으나, [사무라이]를 보고 나니 수식어를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sabbath님이 이런 고민에 빠질 나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다시 보고 싶으실 것 같아서'라며 [암흑가의 세 사람] DVD도 보내 주셨다.

그 외 생각한 것들로는-
1)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 대사를 알아 듣는 수준은 바라지 않지만, 사람 이름이나 거리 이름 쯤은 읽을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2) 알랭 들롱도 무섭지만, 너무 완벽하게 내 취향인 영화를 만든 멜빌도 좀 무섭다.
3)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이번에 sabbath님이 보내 주신 DVD 중에 쥘 다신(Jules Dassin)의 [리피피(Rififi)]도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다신을 헐리우드 느와르 감독으로만 알고 있었다. 중절모를 쓰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손에 총을 든 남자가 표지에 있는 느와르 관련서만 자꾸 보고, 좀 더 체계적으로 영화사나 영화연출, 영화비평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알아서 더 많이 보고 싶다.
4) 영화관과 DVD, 비디오, 티브이의 차이란 굉장히 크다.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자.
5) 나도 크라이테리온 시리즈 사고 싶다....

2006년 7월 11일 화요일

2006년 7월 11일 화요일 : EIDF - 돈과 생명의 거래

월요일 낮에 녹화해 두었던 존 알퍼트(John Alpert)감독의 다큐멘터리, [의료보장제도 - 돈과 생명의 거래(Healthcare: Your Money or Your Life)](1977, 미국, 60min) 를 보았다. 70년대 미국 의료보장제도의 문제점을 뉴욕 시립 병원의 현실을 통해 고발한 영상물이었다.

즉시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들이 대책없이 몇 달이나 기다리고, 의료진이 고장 안 난 케이블 찾는 사이에 응급 환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인력 감축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은 린넨 바구니가 없어 침대 시트로 직접 바구니를 만들고, 직접 빗자루를 들고 복도 청소까지 한다.

시립 병원의 여건에 대해 "이것은 나치의 학살과 다를 바가 없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똑같다."고 분노하는 암 전문의는, 시립 병원과 길 건너 사설 병원 두 군데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약사들은 하루 종일 아픈 몸으로 기다린 환자들에게 짜증을 내지만, 한편으로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약이 없어, 처방전에 쓰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을 찾아내느라 종일 씨름한다. 비싼 사설 병원에서 일하는 세계적인 전문의는 그 나름대로 생명 연장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보조 승인 심사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제각기 사연이 있는 신청자들에게 법제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승인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제도 자체에 과부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딱히 잘못하지 않는데도 점점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사회복지제도를 포함해서, 아니 사회복지제도의 경우 특히, 모든 것은 자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국 제도의 특징은 사회복지를 '서비스(service)'로, 대상자를 '고객(customer)'으로 보아 선택권과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민이 복지를 수혜가 아니라 권리(right)로 인식하게 하고, 다른 시장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복지 서비스의 양과 질이 수요의 요구에 따라 향상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시작점에서부터 시민간의 경제적 편차가 큰 사회에서, 이런 제도는 아예 틀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치 제도 면에서도 '틀 밖에 있는 사람' 즉 정치적인 압력을 표로서 행사하지 못하는 비선거권자가 존재하다 보니 상황이 더 나빠진다.

미국식 제도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우리나라의 4대 보장 제도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기는 하나) 참으로 대단한 성과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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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동네 일식집 '야미야'에서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었다. 오후에는 [Lois and Clark]을 두 편 보고 아주 괜찮은 책을 한 권 읽었다.

2006년 7월 9일 일요일

2006년 7월 9일 일요일 : 캐리비안의 해적 2 - 망자의 함

제대를 이틀 앞둔 인수오빠와 압구정에서 만났다. 압구정 역 앞으로 이전한 인도음식점 강가(Ganga)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퍼빈에서 차 한 잔 마신 다음 압구정 CGV에 가서 [캐리비안의 해적 2 : 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ribbean 2)]을 보았다.

유월 말부터 줄곧 커리가 먹고 싶었던데다 달리 아침을 챙겨 먹지 않고 나갔던 터라, 점심을 순식간에 다 먹었다. 강가가 역 가까이로 옮겨 와서 반갑다. 언주로나 도산공원 쪽은 역에서 걸어 가자니 멀고, 차를 타자니 가까운 거리라 가기 부담스러웠는데. 허나 오랜만에 압구정 역까지 갔는데 커피집이 휴일인 일요일이라 원두를 사 오지 못한 점은 유감이었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괴롭다.

영화는 정말 노골적인 '상편' 이었다. 중간 중간 재미있는 장면이 많아서 - 뼈로 만든 원형 감옥에 매달린 장면이나, 잭 스패로우 선장님이 장대를 들고 탈출하는 장면 같은 곳에선 무릎을 치며 봤다. - 즐거웠고 한스 짐머의 음악도 좋았으나, 이야기로서의 긴장감은 좀 떨어져서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하편 나오면 꼭 보러 가야지.

날씨가 오락가락 하더니, 결국 집에 다 와서 비가 내렸다. 우산을 안 가져가는 바람에(오늘은 정말 나서기 직전에 깜박 해서 두고 갔다.) 또 아버지께서 출동하셨다. 피로가 많이 쌓였던 탓인지, 아홉 시도 되기 전에 스르르 잠들었다.

2006년 7월 8일 토요일

2006년 7월 8일 토요일

학교 세미나실에서 학부 실습 세미나를 했다. 내게는 실습 시작 전 마지막 세미나였고, 이미 실습 일정을 시작한 학생들도 다섯 명 정도 있었다. 실습을 시작한 학우들의 실습 경험담을 들었는데, 대단히 흥미로웠다. 1학기 실습생들의 실습 보고서도 받아 왔다.

세미나 후에는 동기 E양과 민들레영토 서울대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동기들이 더 많지만, 다들 자기 일로 바쁘고 휴학/복학 시기가 제각기 다르다 보니 실제로 학교에 다닐 때에는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특히 E양과는 지난 학기에 겹쳐 들은 수업도 없었던 터라, 이번 여름 실습을 계기로 자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E양은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관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에 접근하고 있는데, 그 논리가 정치하고 명확해서 대화하면 재미가 있다. 나와 문제 의식은 비슷하면서 해법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고......공부를 계속 해도 좋은 학자가 될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다. (본인의 계획은 다르단다.)

민토에서 나오며 E양이 반 농으로 우리 동기들끼리 모여서 사회복지 단체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역할 분담 해서, 일부는 돈 벌어오고 일부는 연구 하고 일부는 프로그램 짜고 일부는 현장에서 일하면 못 하란 법도 없지-하고 웃었다. 다르면서도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을 새로이 하게 될 때가 있다.

집에 와서는 [Lois & Clark]를 실컷 봤다. 어릴 적 TV에서 방영할 때도 열심히 봤었지만, 그 때는 지역방송이나 토요일 4교시 때문에 놓칠 때가 많았다. 다시 봐도 정말 재미있는 사내 연애 드라마다. 디비디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2006년 7월 7일 금요일

2006년 7월 7일 금요일

아스님과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간 제니스는 굉장히 혼잡했다. 점심 시간을 살짝 피할 요량으로 일부러 한 시에 약속을 잡았는데, 삼십 분 정도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오후 두 시가 지나서도 대기자가 계속 들어왔다. 마르게리따 샌드위치를, (계획에 없던) 후식으로 카푸치노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실내가 한산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하다 하겐다즈로 이동, 오늘의 메인(?)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초콜릿, 라즈베리 셔벳, 레몬 셔벳.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들으며 신나게 놀고, [십이국기] 6~8권과 [저녁뜸의 거리]를 빌렸다.



저녁 때가 다 되어서 헤어져 귀가, 집에 와서 [십이국기] 세 권을 보고 나니 열 시가 넘었다. 어제 읽다 만 [Talk]를 보며 토마토를 먹다생각해 보니, 아뿔싸, 실습 관련 문서를 오늘까지 올려야 했잖아! 마감 닥쳐서 준비하면 시간에 쫓겨 소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6월 초순에 미리 파일을 만들어 뒀었는데, 어디 저장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새로 썼다. -_-; 찾는 것보다 같은 글을 두 번 쓰는 쪽이 빠르겠더라.

요즈음은 너무 바빠서 할 일을 자꾸 잊어버린다. 할 일 메모를 쓰다 말고 뭘 쓰려고 했는지 잊기 일쑤고, 그나마 메모한 쪽지를 어디 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생각해 보니 아까 토마토를 먹으면서 [Talk]를 읽지 말고, 오늘 오전에 검토하던 책을 마저 봤어야 했다. [십이국기] 7권을 읽을 때 까지는 '[십이국기] 다 읽고 검토할 책을 보고, 토요일에 [현대소설작법]을, 일요일 외출 하는 길에 [Talk]를 읽고......(후략)'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8권 보다가 까먹었다. 그거 검토서도 마감은 없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보내야 할 텐데. 그리고 주말부터 써야 하는 글이 하나 더 있지.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맞아, 내일은 독일어 단어장 만들고 노트 정리하기로 했지. 토요일에 단어장을 만들어야 일요일에 지하철에서 외울 수 있으니까 절대 잊지 말자. 학교 근처까지 가니까 [SNULT Deutsch]와 [현대문학 7월호]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새 잊어버렸다. [수퍼맨 리턴즈]도 상영 끝나기 전에 봐야 하고, 일요일에 EIDF예약녹화 설정,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더글러스 서크(Douglas Sirk) 회고전이네. 한 편 정도는 볼 수 있으려나. 18일까지 실습일정 확인, 20일까지 거울 기획원고. 또 뭔가 잊은 게 있는 듯 하지만 일단 천천히 생각하자.

2006년 7월 6일 목요일

2006년 7월 6일 목요일 : 엑스맨 3

B사에 가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계약서를 썼다. 원래는 곧장 신촌에 가서 [엑스맨 3(X-men 3)]을 보려고 했으나 깜박 잊고 카드를 안 가져간 데다 상영 시간과 일정이 약간 어긋나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다섯 시 쯤 다시 외출, 아우님과 아트레온에서 만나 [엑스맨 3]을 보았다.

이하 스포일러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던 터라,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아우님과 KFC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 나서도 계속 비가 오고 있어서 그냥 아우님의 양산을 함께 쓰고 신촌 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탔다. 아버지가 커다란 우산을 들고 집 앞 역에 마중 나와 주셨는데, 그새 비가 잦아들었더라.

2006년 7월 4일 화요일

2006년 7월 4일 화요일

오전에는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도서 목록을 찾아 인쇄해 놓은 다음 청소를 했다. 오후에 낮잠을 두어 시간 잔 후 일어나 오전에 찾아 둔 목록을 살펴보고 검토할 만한 책을 몇 권 고른 다음, Star Trek 에피소드를 세 편 보았다.

내가 VOY 초기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Non Sequitur(2x05)]와, TNG 시즌 7의 두 편 짜리 에피소드 [Gambit(7x04,05)]. 지금은 [Gambit]의 다음 편인 [Phantams(7x06)]를 보며(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Non Sequiter]는 Harry Kim이, 자신이 보이저 대원 선발에 탈락하여 우주선 설계자가 되어 있는 다른 현실(reality)로 가서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고 이런 저런 일을 겪은 후, 껄렁껄렁하게 살고 있던 Tom Paris의 도움을 받아 본래 현실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1) Harry의 애인이 나온다. (2) 껄렁껄렁한 Tom이 나온다. (3) 지구가 나온다. (4) Harry가 멋있다. (번호는 무순)
이다.

[Gambit]은 실종된 피카드(Picard)함장님의 흔적을 찾아 온 엔터프라이즈 대원들이 피카드 함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데서 시작한다. 분노한 부함장은 살인자들을 찾아나섰다가 덩달아 납치(...)되고 마는데, 그 밀수선에서 밀수꾼인 척 하고 있는 함장님을 만난다. 데이터(Data)의 팬들을 위한 에피소드라고 할 만치 함장 대리로 일하게 된 데이터의 활약이 대단하고 - 카메라도 데이터를 아래에서 위로 장엄하게 비춰 준다 - 시리즈 후반이기에 가능한 대원들 사이의 팀워크 묘사가 좋다.

하지만 이 다음 편인 [Phantams]는 얄팍한 프로이트 재해석이랄까나, 데이터의 꿈을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로, 라이커(Riker) 부함장의 머리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빠는 의사라든지, 납작한 케이크가 되어 버린 트로이(Troi)라든지 하는 괴상한 볼거리는 재미있지만 내용 자체는 조금 지루하다. 데이터가 홀로덱에 들어가 프로이트 앞에서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를 하는 부분을 넣은 걸 보면 뭔가 비틀어 보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80년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대체 왜 고양이를 알러지가 있는 울프에게 맡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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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부터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http://www.eidf.org )방송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시험이 끝난 직후에 방송을 시작하니 가능한 많이 챙겨 볼 생각이다. 관심작은

마저 읽기


아, 방금 [Phantams]가 끝났다. 이왕 시즌 7꺼낸 김에 [Interface(7x03)]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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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bath님이 홈페이지에서 책이나 영화 제목에 []를 쓰시는데, 특수 문자를 불러낼 필요가 없으면서 읽기에도 편하더라. 나는 생략 가능한 구절에 []를 이미 쓰고 있었지만, 일단 새벗님을 따라 한 번 바꿔 써 보기로 했다.

2006년 7월 3일 월요일

2006년 7월 3일 월요일

2일 일요일에는 조부모님과 조부모님 댁 근처에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조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친척 분들의 결혼 사진은 물론, 조부모님 결혼 즈음 사진이나 아버지 돌사진 같은 옛 사진들을 꺼내 보고, 몇 장 챙겨 왔다.

저녁에 책 상자를 정리하고 잠들었다가 새벽 네 시 쯤 깼다. 배가 고파서 정신이 들었나, 하고 생각하며 여전히 반쯤 잠든 채 누워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새된 비명이 들렸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몇 번 되풀이되는 걸 들어 보니 아무래도 숨이 막힐 듯한 여자 목소리였다.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창 밖을 내다 보아도 어디 쯤에서 들려 오는 건지 방향도 원근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고, 어떻게든 가늠해 보려 머리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소리가 끊겨 버렸다. 그냥 아파트 단지 근처 주택가에서의 부부싸움이었거나 술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낸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그 뒤로 아침까지 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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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월요일에는 W사의 BK님과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새로 맡을 책과 관련 기획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겨우 한두 시간 있었으면서 입구에서 받은 방문증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BK님께 불편을 끼쳤다. 하반기 첫 월요일부터 사고를 치다니, 하고 반성했다. 좋은 책이 많이 들어간 기획이라 잘 되면 좋겠다.

오후에는 독일어 문법 학원 첫 수업을 들었다. 손에서 놓은 지 꽤 된 터라 문법 전반을 한번 훑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등록했다. 다행히 폐강이 되지 않았고 (제2외국어 수업은 항상 이게 걱정이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어 즐거웠다. 수업 교재로 쓸 책을 예전에 샀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열지 않은 책 상자 어딘가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긴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자를 다 꺼내 뒤질 수도 없고.......일단 내일까지 찾아 보고 없으면 새로 살 수 밖에. 굳이 두 권이나 둘 책은 아닌데.

수업 후에는 광화문에서고양이님과 접선, V사 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 있는 오래 된 음식점이었는데, 꽁치구이가 무척 맛있었다. 꽁치, 갈치, 굴비 정식이 있고 요리로 낙지볶음이나 파전, 홍어 등이 있다 한다.

고양이님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더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