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염장질' 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러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뭐가 부러운 건지 아예 파악을 못 하는, 말하자면 불완전정보보다는 불비정보에 가까운 상태다. 나이가 들자 다른 사람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줘야 할 때도 생기는데 (ex) 와ㅡ 멋진 애인 둬서 좋겠네.) 타이밍을 못 맞춰서 좀 피곤하다. 남이야 사적으로 뭘 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긴 하지만, 특히 남의 애인 얘기나 연애 자랑이나 스킨쉽에 대해서는 좀 지나치게 눈치가 없어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오늘 점심 때 군만두를 먹다가 내가 이런 무감각인간이 된 이유를 깨닫고야 말았다.
통찰의 순간 보기
2. 2006년 6월 27일
어머니(굽기 담당)와 나(먹기 담당) 둘이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조금 구워 먹고 있었다. 어머니가 삼겹살에는 포도주가 어울리는데 꺼내기가 귀찮다고 하셨다.
아버지: 어디 있는데? 내가 갖다 줄게.
어머니: (의자에 앉은 채) 저기 안쪽 깊이 있어서, 커다란 솥 들어내야 해서 번거로워요.
아버지: 여기?
(우당탕쿵탕 끙차끙차 부스럭부스럭 끝에 와인 등장)
아, 마개 따는 게 있어야 하네. 집에 있나?
어머니: (아까 자세 그대로) 있는데, 어디 뒀더라.
......귀찮아라. 안 먹고 말래.
제이: (귀찮아 하는 사람이 미묘하게 틀린 것 같은데...)
아버지: (딸각딸각 챙강챙강 끝에 오프너를 꺼내서 마개를 따며) 끙, 끙.
어머니: (여전히 앉은 채) 하이고, 힘들어라~
제이: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어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