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8일 화요일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2006년 11월 26일 일요일 : 조셉 멘케비츠 특별전 - 유령과 뮤어 부인
서울아트시네마의 멘케비츠 특별전 프로그램으로 1947년 작 [유령과 뮤어 부인] 을 보았다. 극장에서는 앞 회차를 보시고 이 영화를 기다리던 새벗님과 마주쳐셔, 상영 앞뒤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벗님 말씀에 혹해서 화요일의 [발자국]을 예매했다.
싫어하지 않았지만 사랑하지도 않았던, '그냥 그렇게' 같이 살던 남편이 죽은 후, 젊은 미망인인 뮤어 부인은 어린 딸과 예전부터 시중을 들어 주었던 가정부만 데리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집에서 나온다. 이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바닷가 부동산을 알아보러 갔다가 예전에 선장이 살았다는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지만, 중개업자는 그 집을 소개하기를 매우 꺼린다. 자살한 선장의 유령이 나오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과 시설이 좋으면서 집세가 놀라울 만큼 싼 집이 마음에 든 뮤어 부인은, 실제로 집을 보러 갔을 때 유령의 웃음소리를 듣고 놀라 나왔으면서도 그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실제로 선장의 유령을 만난다. 계속 쓰려다가 귀찮아서 후략. 전형적이라기보다는 고전적이라고 칭하고 싶은, 인물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가 잘 살아 있는 로맨스이다. 대사들이 아름다웠고, 사랑보다는 인생과 시간에 대해 말하는 듯한 영상이 돋보였다. 보면서 많이 웃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 뮤어 부인이 "I've found compensations.(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남)"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무척 슬펐다.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2006년 11월 22일 수요일
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2006년 11월 19일 일요일
권교정, '매지션' 1권 작가후기
미리보기(?)
"어둠의 속도에 대해 궁리하고 있었어."
내가 시선을 떨어뜨리고 말한다. 내가 말을 하면, 잠깐이라도 다들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어둠이란 빛이 없는 공간일 뿐이야." 에릭이 말한다.
"만약 누가 중력이 1 이상인 세상에서 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린다가 묻자, 에릭이 걱정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몰라."
"무지의 속도야." 린다가 말한다.
나는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해한다. "무지는 지보다 빨리 확산하지." 린다가 씩 웃고 고개를 꾸벅인다. "그러니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있어. 빛이 있는 곳에 늘 어둠이 있어야 한다면, 어둠은 빛보다 먼저 나아가야겠지."
(제1장)
"빛의 속도는,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는 값이 있어요......그렇지만 어둠의 속도는......"
"어둠에는 속도가 없어." 루시아가 말했다.
"그저 빛이 없는 곳일 뿐이지. - 부재(不在)에 붙여진 명칭일 뿐이야."
"저는......저는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톰이 백미러를 살짝 보았다. 루의 얼굴은 조금 슬퍼 보였다.
"어둠이 얼마나 빠를지 생각해 봤어?" 톰이 물었다.
루시아가 그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모르는 체 했다. 루시아는 그가 루와 단어 놀이에 빠질 때마다 걱정했지만, 톰은 딱히 해가 될 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 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혹은 어둠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지도 모르지. 먼저 그 자리에 있으니까. 운동이 아니라 장소로."
"어둠은 실체가 아니야. 그저 빛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야. 움직임을 가질 수가 없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빛도 어떤 추상적인 개념인 셈이지. 그리고 금세기 초에 빛을 멈추기 전까지, 사람들은 빛이 운동, 입자, 파동으로만 존재한다고 말하곤 했어."
날선 목소리로,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음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빛은 진짜야. 어둠은 빛이 없는 것이야."
"가끔 어둠은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것 같아요. 더 짙죠."
"정말 어둠이 진짜라고 생각해?"
루시아가 몸을 반쯤 뒤로 틀며 물었다.
"'어둠은 빛의 부재로 특징지어진 자연 현상이다.'"
루가 인용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단조로운 강연투로 말했다.
"고등학교 공통과학 교과서에 쓰여 있었어요. 그러나 이 말은 사실상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죠. 선생님은 별들 사이의 밤하늘이 어두워 보여도 사실은 빛이 있다고 - 별들이 사방에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빛이 있고, 그렇지 않다면 별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하셨어요."
(제6장)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2006년 11월 18일 토요일 : 자크 베케르 특별전 - 앙트완과 앙트와넷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2006년 11월 14일 화요일 : 나도 모르게.....
우리 집 근처에는 거점(?)이 있는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려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평소에는 걸음이 빠르기 때문에 붙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내가 늦은 밤에 등 뒤에서 어깨를 붙잡혀 기겁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이 날에는 너무 피곤해서 기진한 상태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위험지역에서 남다른 포스를 지닌 분이 접근했다. 일단 비스듬히 걸었다. 그런데도 따라 오면서 듣고 가란다. 적당히 싫은 소리 않고 가려고 몸을 피하는데, 이 아주머니가 작정하셨는지 내 팔을 아예 잡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폭발해버린 나, 소매자락을 탁 털면서 중후한 목소리로 말하고야 말았다.
"어딜 감히.....!"
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2006년 11월 12일 일요일
점심 아란양, 홍대 앞 치뽈리나, 로즈힙-히비스커스 잎차와 초콜릿 받음
후식 홍대 앞 하겐다즈, 벨지움 초컬릿 아이스 쉐이크
호미화방에서 수채물감 등 저널링 재료
리치몬드에서 고종사촌 승희양 수능 초컬릿
서점에서 [HAPPY SF] 2호 확인
저녁~늦은밤 증조모 제사. 육촌동생 가인양(배 뽈록, 외계어 사용 - 할 줄 아는 한국어는 '음마' 밖에 없음- , 취미는 탁자 위에 올라가기, 빡빡머리에 분홍색 하트자수가 놓인 빨간 옷, 돌을 갓 지남) 데뷔
-> 나무를 반쯤 뽑아 놓고 갔구려. 힘도 좋지.
2006년 11월 8일 수요일
2006년 11월 8일 수요일 : 과유불급?
"나는 눈이 좋아서 / 꿈에 눈이 오나봐 // 온 세상이 모두 / 하얀 나라 였지/ 어젯-밤 꿈-속-에//
썰매를 탔죠 / 눈싸움 했죠 / 커다란 눈사람도 만들었죠 (후략)"
오늘 오전에 어머니가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쌈을 반찬으로 만드셨기에 아침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점심 때 어머니가 양배추쌈을 곁들여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이: (흥겹게) 나는 양배추가 좋아서
꿈이 양배추쌈이 나오나봐
온 세상이 모!두! 양배추쌈! 이었지!
어머니: (깜짝 놀라 수저를 탁 내려놓으며) 안 돼에엣!
제이: (......꿈 속에요, 일단은. orz)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2006년 11월 4일 토요일 : 이성주와 조이오브스트링스 - Joyful Mozart
집에 돌아가니,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이야기] DVD가 와 있었다. 게다가 보내 주신 분은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장본인인 sabbath님! 기쁨의 북북춤을 춘 다음 한 숨 잤다.
저녁에는 현악단 조이오브스트링스(The Joy of Strings)이 연주하고 박종호 님이 해설하는 공연 [Joyful Mozart]를 보러 갔다. 좌석 등급이 없는 공연이라 남은 자리가 마땅치 않았는데, 계속 보고 있었더니 용케 지난 달 말에 누군가 예매를 했다가 취소한 듯한 좋은 자리가 나서 기쁨의 북북춤을 추며 예매했던 공연이다.
프로그램
디베르티멘토 1번 D 장조 K.136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 장조 K.216 (독주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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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데 D 장조 K.239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5 중 2악장 (독주 이성주/ 배은진)
세레나데 7번 D 장조 K.250 '하프너'에서 4악장 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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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한 곡은 물론 디베르티멘토 1번. 웬만한 프로 연주자들은 다 잘 연주하는 곡이라 어떤 공연에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점도 좋다. 첫 음이 울려퍼지는 순간 '와, 모짜르트다!' 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해설이 명확히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했고, 불필요하게 길지 않아 즐거웠다. 해설이 있는 공연에 가면 해설자의 유머 감각이나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타이밍'에 관해 생각해보게 된다. 대체로 곡이 잘려서 연주되고 해설자의 역량에 따라서 공연 자체의 질이 확 달라진다는 점 때문에 해설이 있는 공연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것 치고는 막상 지금까지 가서 실패(?)한 공연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예당 사장님이 직접 해설했던 11시 콘서트는 굉장히 좋았는데, 요새도 하는지 모르겠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와 하프너 세레나데가 한 악장만 연주되어 공연 후반부에서는 몰입도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밝고 즐거운 프로그램이라 느긋하게 들을 수 있었다. 교수와 제자들로 이루어진 팀이라 리더가 확실하다 보니 듣는 입장에서도 편했다. 연주가 가장 돋보였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마지막에 퇴장하면서 실수로 드레스 자락을 밟아서 넘어질 뻔 했다.
아아, 얼마만의 생음악이었는지. 기쁨의 북북춤을 춘 하루였다.
2006년 11월 3일 금요일
2006년 11월 3일 금요일
어제는 점심으로 국물이 시원한 쌀국수를 먹었다. 화실에서는 1) 몸통이 굵거나 2) 하체가 빈약한 크로키 양산을 잠시 멈추고, 이번 시간부터 옷 입은 사람을 그리고 있다.
일주일 동안 원고를 거의 하지 못했다. 시월 한 달 동안 정말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에 아직 특별히 일정에서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십일 월로 넘어오니 슬슬 신경이 쓰인다.
신경이 쓰인다고 하니 생각나는데, 어제 밤에는 시험과 관련된 식상한 악몽(합격자 명단 등이 등장하는)을 꾸었다.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
MEFF는 예매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해서 한 편도 못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