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30일 일요일

2004년 5월 30일 일요일 : 부모님 결혼기념일


동생이 준비한 무스케익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선물한 꽃바구니

부모님의 결혼 22주년 기념일이자 조부모님 결혼 52주년이었다.

2004년 5월 30일 : 탄생일 사전

SF얼짱클럽에서 퍼옴
http://sajuro1.nate.com/nbirth/show.asp

저는 이렇게 나오네요(열기)


이 번역기에 돌린 듯한 문장은 대체.....!

2004년 5월 29일 토요일 : 안나님은 텔레마케터



웅진코웨이비데에 관심 있으신 분?;

2004년 5월 29일 토요일

2004년 5월 28일 금요일

SF팬덤 산하 지구정복비밀결사 모임이었다. 오늘은 오인조. 김상훈님, 정상돈님, 박상준님, 인수오빠, 나 이렇게 다섯이 모였다. 오시기로 했던 누리님은 나타나지 않으셨다. 오랜만에 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오셔서 아쉬웠다.

압구정에 있는 샤브샤브집 한우리에 갔다. 구 씨네하우스 자리. 한식은 예쁘게 찍기 힘든데, 이곳은 음식을 꽤 깔끔하게 내어놓아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여럿 찍을 수 있었다. 상훈님께서 서버에게 '식동호회'에서 나왔다고 하셔서 한참 웃었다. 나중에 카페에 가서는 동호회도 아닌 식탐클럽으로까지 발전했다. 미식도 아니고 식탐이라니, 너무 솔직하잖아!

양배추두부말이가 신선했고 ㅡ 집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을 듯 ㅡ 로스편채도 대략 만족. 소고기 버섯 전골을 다 먹은 후 끓여주는 죽이 맛있었다. 식사하러 멀리서 굳이 찾아갈 자리는 아니지만(택시를 타야 한다) 서비스가 매끄럽고 음식이 깔끔하여 접대할 일이 있을때 들러보면 좋겠다.

언제나처럼 어떻게 하면 지구정복이라는 귀찮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고 SF나 읽으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뻥) 상훈님께 Replay와 Time and Again를 빌렸다. 가위바위보에 이긴 사람이 갖기로 했던 황금가지의 SF걸작선도 어찌저찌 하다 보니 내 차지가 되었다. (덩실) 루크님은 레널즈 책을 가져가시더라. 재미있으려나? 레널즈 책은 두 권이나 사 놓고 앞 부분이 너무 재미없어서 도저히 뒤까지 가지를 못하고 있다. 상훈님은 앞에서는 버벅대지만 뒤로 가면 화끈하니 재밌다고 말씀하시던데. 그 뒤까지 가기가 힘들단 말이야. 상준님께선 분유값을 벌기 위해, 인수오빠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학원 시험을 대비하여 분발중이시란다.


양배추두부말이

로스편채







소고기 버섯 전골 1

2

3

냉면

후식: 수박


상훈님께서는 명품 티셔츠를 입고 왔는데 알아주기는 커녕 보는 사람마다 나이에 안 맞게 웬 유치한 옷이냐고 한다고 내내 서운해 하셨다. 바로 이 옷이다.

아이스버그 티셔츠



식후에는 브라운 빈즈 로스트 커피라는 카페에 갔다. 원래 지난 번에 문을 닫아 못 갔던 크레마치노에 가려 했는데, 가던 중간에 그곳이 밤 10시 전에 문을 닫는다는 게 생각난 데다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는 브라운 빈즈가 있어 그냥 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직접 로스팅도 하는 카페이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 사진이 영 나오지 않았다. 나는 드립커피를 마셨는데, 수상했다. 아무래도 주문한 탄자니아가 아닌 것 같았는데 물어본다는 걸 깜박했다. 드립은 너무 연했다. 일반적인 취향에 맞추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 다음에 가서 다시 마셔봐야겠다.

실내 손님이 우리 뿐이라 신나게 떠들며 놀았다. 지포 라이터, 키보드, 디비디, 노트북 가방 등 온갖 화제가 다 나왔다. 모두들 엉겁결에 상훈님의 휴대폰 카메라로 얼짱 각도 사진까지 찍었다. 유부남인 루크님과 상준님은 결혼하고 나니까 여자들이 전화를 안 해서 심심하시단다.;







재미있게 놀다 보니 귀가가 무척 늦었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써야지.

--------
거울 12호에 '다락방 소녀' 올라옴.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jay&no=34

2004년 5월 26일 수요일

2004년 5월 26일 수요일

종일 뒹굴었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집에 함께 있으니 좋구먼. 계속 잤다 깼다 했더니 머리가 아파 저녁 7시쯤 노트북을 들고 홍대 스타벅스에 가서 고구마 케익을 먹으며 일했다.(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2004년 5월 25일 화요일

2004년 5월 25일 화요일 : 어디일까


답: 중앙전산실에 나란히 앉아 있음.

2004년 5월 24일 월요일

셔틀을 타고 학교로 올라가던 길에 음대에서 걸어둔 '춘계공연'현수막을 보았다. '춘계라, 춘-하-추-동이니까, 그럼 '추'여야 하는데? 지금 가을 아닌가? 몇월이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 오월이다. 드디어 타임슬립에 성공......일 리가 없잖아!

http://w3.dsartcenter.co.kr:8080/perf_pgm/performance_nada_view.jsp?bnum=1210

2004년 5월 23일 일요일

2004년 5월 23일 일요일

궁님과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제니스 사진은 많지만 그냥 넘어가려니 심심해서 또 찍어왔다. 식후에는 홍대입구역까지 한바퀴 돌았다가 다시 올라와 아이스베리에 가서 딸기주스. 너무 달았다. 아이스베리의 딸기주스를 너무 달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심코 자꾸 주문한다. 아이스베리에 가면 꼭 딸기주스를 마시는 친구 덕분이다.


샌드위치

딸기주스

집에 들어와 잠깐 쉬고 노트북을 사러 고속터미널역에 갔다. 리브레또 L3. 잠깐 쓸 워드용 노트북이 영 장터에 나오지 않아 이번 주말 안에는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는데, 다행히 어제 밤에 좋은 물건을 잡을 수 있었다. 인수오빠가 바쁜 중에도 같이 가서 수고해 주신 덕분에 잘 해결. 이제 더 이상 일에서 도망칠 핑계도 없구려. 냐핫핫. 거래 후에는 인수오빠와 압구정에 있는 롤&스시집 야모야모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Burning Love라는 롤은 맛이 굉장히 강했다(입안이 불타오른다!). 원래 먹으려던 피자리안이 없어 주문한 과일 롤(정확한 이름은 잊음)이 순해 부담없이 어울려 다행이었다. 게살 샐러드도 주문했으나 재료가 떨어져서 못 먹었다.

식후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체스를 두었다. 1무 1패.


롤 (burning love)

롤 (fruit어쩌고)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 무대를 보는 눈 - 독일현대작가전


제이님의 걸작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굴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집에만 있다가는 저녁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 세 시쯤 가방을 챙겨 로댕갤러리에 갔다. 어제 시작한 The Scenic Eye: Visual Arts and the Theatre展. 마침 작품 해설을 해 주는 시각이라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무대미술에 참여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독일 현대 미술가 열 아홉명이 '연극'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모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전시안내문에 있는 줄 알고 안 써왔는데 제목이 없다! T_T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도 없어! 크흑. 여하튼 길쭉한 원통 형태로, 한쪽 반투명 유리에 현관문에 달려 있는 작은 렌즈구멍을 붙여 놓은 작품이 가장 인상깊었다. 한 사람이 딱 들어가는 안쪽에서 렌즈를 들여다보면 밖이 ㅡ 현관문에서 보듯 ㅡ 보이는데, 재미있게도 밖에서는 안에서 작은 렌즈구멍을 들여다보는 사람 전체가 보인다. 마치 관객이 없는 것처럼 무대 위의 세계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사실은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여러 개가 나란히 서 있으니 관 같았다. 두 번째 작품은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으로, 1004개의 구멍과 어쩌고 하는 제목이었다. 꽃처럼 펼쳐진 찜통판(농담) 위에 유리로 만든 심장이 얹혀 있다. (혹시 전시장에 가시는 분은 이 두 작품의 제목과 작가를 알려 주시길 부탁드려요)전시작품을 운반할 때 쓰는 상자를 그대로 활용한 라이너 괴르쓰의 작품도 재미있었다. 유랑극단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란다. '네거티브 플레이'(역시 안내문에 없어 작가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행히 제목은 기억남)라는, 필름 자체를 오린 다음 크게 인화하여 눈속임 효과를 낸 사진도 괜찮았다. 출구 가까이에 있는 라이문트 쿰머의 '무대'는 평범한 사진처럼 흘려지나가지 말고 정면에서 1분 정도 집중해서 바라보면 대단히 섬뜩하니 혹시 전시장에 가거든 한번 해 보길. 작가는 무대라는 공간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었다지만, 내게는 긴장한 배우가 무대에서 바라본 관객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합성사진 '최종회의 연장', 영상과 음향을 함께 활용하여 전쟁과 전쟁에 대한 무심함의 잔혹함을 표현한 '군인들에게 말하는 아르토'도 눈여겨 볼 만한 작품.

전시장 안에는 라이너 괴르쓰의 작품처럼, 주어진 재료로 운반상자 안을 자유롭게 꾸며보는 참여 코너도 있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여섯 면에 눈을 주욱 그리고 가운데 나무, 위에는 하늘(구름)을 달았다. 마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상자를 닫아 보면) 시선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비애를 표현한 걸작 오브제.....라는건 물론 지금 내키는 대로 해 보는 말이고.

전시장을 나오며 혹시나 해서 동진님께 연락을 해 봤으나 답이 없기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구경을 했다. 작년부터 위시리스트에 담아 두었으나 자꾸 뒤로 밀려 지금껏 사지 못했던 'Time waits for no mouse'가 있어 얼른 집어들었다. 뉴베리 수상작을 쌓아놓고 팔더라. 집에 갈까 밖에서 더 놀까 고민하던 중에 동진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가야지 하면서 미루던 이태원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생떽스에 가려 했으나 지하철 타기가 귀찮아 중간에 압구정으로 장소를 변경, 피자집에 가려 했으나 못 찾아서 헤메는 바람에 결국 동진님이 가본 적 있다는 일본식 라멘집 큐슈라멘에 갔다. 맛있었다! 배고파서 열심히 먹었는데 양이 많아 안타깝게도 좀 남겼다.


매운야끼소바

파이코츠라멘

덴뿌라

식후에는 압구정 커피집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를 마셨다.


동진님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커피(커피집 선생님께 드림)

동진님이 핸드드립 하는 과정을 연타로 찍었다. 파일이 너무 길어 열여보기로 처리. 핸드드립을 할 때는 물을 네 번 나누어 따른다. 첫 번째는 사진이 흔들리는 바람에 제외하고, 두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이어붙였다. 하얀 거품이 일며 부풀어 오르는 것은 커피가 신선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핸드드립 과정



집에 오는 길에 홍대 앞 한양문고에 들러 유교수 23권을 사 왔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간 덕분에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아서 뿌듯하다.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2004년 5월 22일 토요일 : 메일오류


다음의 프로필 관련 FAQ 글 중에서. 아무리 프로필 설명이라고 해도, 메일 오류뜬 화면을 그대로 캡쳐해서 쓰다니......감탄해 주고 싶어진다. orz

2004년 5월 21일 금요일

2004년 5월 20일 목요일

인수오빠와 라치오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후에는 케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오빠의 유리체스판으로 체스를 두었다. 멋지게 졌다. 승리에 환호하는 인수오빠의 모습은 여기에. 저런 사진을 찍다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

귀가길에 장 보러 나가시던 어머니와 마주쳐 함께 롯데마트에 갔다. 재미있는 물건이 많았다. '감자면 카레범벅'을 사 왔다. 짜장범벅은 맛있는데 카레범벅은 어떨지.....지금 먹어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뤼미에르 쿠바영화제 메모

2004년 5월 19일 수요일

2004년 5월 18일 화요일

2004년 5월 18일 화요일 : 시조

제목: 딸꾹질

딸꾹질 딸꾹딸꾹 아침먹고 딸꾹질
점심먹고 일어서니 다시나는 딸꾹질
소나기 맞으며 사탕물고 걷노라

2004년 5월 16일 일요일

2004년 5월 16일 일요일

승민오빠와 라리에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얼마 전에 용진군과 헛걸음한 이후 줄곧 콜드파스타가 먹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성취했다. 메뉴판 중간쯤에 '제이짱'이라고 쓰고 앞으로 슥 넘기다 아래와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언제 썼던 걸까.;; 아래 '우히히'는 내가 쓴 것이 아니고, 옆의 꽃은 좀 내 그림같이 생겼지만 내가 세 가지 색이나 쓰면서 부지럼을 떨었을 것 같지는 않다. (천재성이란 원래 단순한 법.....쿨럭)

치즈샐러드가 언제나처럼 맛있었다. 내가 먹은 콜드치즈파스타 사진은 너무 흔들려서 못 쓰게 되었다.


메뉴판

토마토모짜렐라치즈 샐러드

콜드발사믹스파게티

셔벳

식후에는 커피빈에 가서 차와 커피를 마셨다. 원래 아루에서 케익을 산 다음 차를 마시러 가려고 했으나 마침 쉬는 날이라 대신 스타벅스에 가서 케익을 골랐다. 커피빈 케익은 맛이 없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다. 고구마 케익은 나, 플레인 치즈 케익은 승민오빠.

뒤늦게 생일 선물을 드린 다음 졸린 눈을 비비며 뒹굴뒹굴 앉아 놀다 집에 왔다. 귀가길에는 홍대 앞 한양문고에 잠시 들렀다.


고구마케익

플레인치즈케익

2004년 5월 15일 토요일

2004년 5월 13일 목요일

수요일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에 있었고, 목요일 오전에 미용실에 갔다. 몇 달 전에 바람머리를 하고 얼마 전 한 번 다듬기도 했던 곳이라 좀 자르고 앞서와 같은 머리로 해 달라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신경이 다른 쪽으로 쏠려 있어 말을 많이 하기도 귀찮았고.

중간쯤 눈을 슬쩍 떠서 거울을 보니 저번과 쓰는 컬이 다른 것 같았다. '뭔가 미묘하게 달라!' 싶었으나 알아서 하겠지 싶어 그냥 아무 말 않았다.

그런데 완성품을 보니, 역시 달랐다. 미묘하게. 바람이 옆으로 안 서고 뒤로 누웠어! 우하하하. 아무래도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푹 쓰고 간 탓에 '원래 머리 모양'을 잘못 알았나 보다. 좀 더 새댁스럽긴 해도 별 차이 없는 것 같고 그럭저럭 마음에도 들어 그냥 계산하고 나왔다.

독서실에 소포를 찾으러 갔으나 총무실이 비어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그냥 나와 합격자 명단을 살펴보고 버스를 탔다. 아우님과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인도/네팔/티벳음식점 에베레스트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신림동에서 미적거린데다 지하철보다 빠를 줄 알고 탄 버스가 늦어, 약속 시간을 한참 지나서야 음식점에 도착했다. 아우님은 기다리는 동안 식당 위치 탐사까지 끝냈더라. 미안했다.

시금치-감자 커리는 꽤 맛있었다. 시금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질색하겠지만, 나나 아우님이나 야채 종류는 다 즐겨 먹기 때문에 ㅡ우리 집 식탁은 사실 풀밭이다 ㅡ 커리다운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 시금치 맛에 꽤 만족했다. 치킨티카 옆의 야채는 오이무침풍이네. 음료는 망고라씨와 바나나 라씨. 아저씨께서 나중에 찌아를 서비스로 주셨다. 조만간에 식기와 낡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주방에 요리사를 두세 명 더 채용해서 메뉴를 더 다양하게 할 생각이시란다. 개인적으로는 식기나 물수건은 상관없으니 조명이 밝아졌으면 좋겠다. 사진이 너무 안 예쁘게 나온단 말이지.

아우님이 맛있게 먹어서 기뻤다. 대학 들어오면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 많이 다니려 했는데, 동생이 대학에 적응하자마자 내가 수햏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바람에 별로 잘 챙겨주지 못했다. 그래도 4월에는 음악회도 두 번이나 같이 가고.....뿌듯하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동생이 자기가 살 테니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하하.

찌아를 마신 후 아우님은 대금 연습하러 학교로 가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잤다.


망고라씨

시금치-감자커리

치킨티카

2004년 5월 13일 목요일

2004년 5월 13일 목요일 : 75.5

제목 보고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포스팅합니다. 1차 떨어졌습니다. 안정권은 아니라도 합격선 안쪽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당혹스럽네요. 공부한 기간이 짧다고 노력이 덜했거나 기대가 낮은 것은 아니라, 허탈한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최선을 다했고 노력한 만큼 정당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운이 따라 하나만 더 맞았다면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모르는 문제는 틀리고 아는 문제는 맞아 제 점수를 받은 것도 운이 따른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최종 결과가 원하던 바에 미치지 못한 것이야 제가 어쩌겠습니까.

물심 양면으로 관심 가지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a

2004년 5월 12일 수요일 :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2주년 특별대담 '시네마테크, 우리의 아름다운 근심'

-------
대담자
-------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서동진(서울퀴어아카이브 대표)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유운성(영화평론가)
------

김성욱(이하 '김'): 일 년에 천 편은 상영하자는 각오로 시작한 서울아트시네마가 문을 연지 2년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장편 영화만 세어 300편을 상영했고, 올해는 이미 200편을 채웠습니다. 이제는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여 이번 대담에는 실무자분들을 모셨습니다. 오늘 특별대담에서는 (1)관객의 세대 문제, (2) 시네마테크 활동이 현재 처한 상황과 문제점, (3)독립영화, 새로운 한국영화와의 연계성 문제라는 세 가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조영각(이하 '조'): 앞서 상영된 고다르의 영화에 '문화는 규칙이고 예술은 예외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시네마테크가 '예외의 공간' 역할을 잇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문화학교 서울 같은 곳에서는 불법으로, 화질 나쁜 비디오로 자막을 직접 만들어 가며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그 때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지금 단편영화도 찍고 평론도 하고 있지요. 이는 단순히 [색다른] 문화를 향유한다거나, 남들이 보지 않는 영화를 본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한국의 영화(문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재 시네마테크에 오는 관객이나 상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한국영화의 대안 구축이라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제작자와 관객이 분리되어, 예를 들어 이번 독립영화제 같은 경우에도 여기에서 일부를 상영하는데, 그런 독립 영화를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따로 놉니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독립영화를 보지 않아요. 보고 이랬다 저랬다 말하기도 꺼리는 편이고. 지금 생산되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과 미국이나 유럽의 거장 영화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 갭이 생긴 거죠.

김: 영화가 세대로서, 차이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할 때, 이러한 측면에서 시네마테크를 어떤 공간으로 생각하십니까?

서동진(이하 '서'): 저는 지금 세대에서 시네마테크가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시네마테크는 금기가 있던 시대, 문화와 정치의 관계를 아는 세대의 산물이지요. 금기가 풀리고 다양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대에게는 시네마테크라는 것이 불필요할 수 있어요. 이런 변화가 오면서 시네마테크가 심리적 엘리트주의자들의 납골당이라는 자괴감이 생겨나고, 엘리트주의의 미몽에서 깨어나면서 시네마테크에 부여했던 물신적인 가치가 휘발되기 시작한 것이죠. 퀴어아카이브가 문을 닫은 것도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퀴어문화가 이미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퀴어영화를 통해 변화되어 있는 삶을 영화를 통해 재발견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지금 시네마테크는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 '이미 상중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 시네마테크는 영화가 예술적인 것, 문화적인 대상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비주류적 영화를 향유하고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저항의 상징이 되었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네마테크는 제도적 산물같은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물론 참여하는 분들은 여기 서울문화학교에서 일하셨던 조영각씨를 비롯한 대부분이 개별적인 시네마테크 운동가이시지만요. 그렇다면 우리 관객은 어떠합니까? 관객들도 과거 프랑스의 시네필처럼 저항적입니까? 한국 시네필,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요?

유운성(이하 '유'): 왜 우리는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또 관람할까요? 이 상영이 영화 제작과 관객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영화 관람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화하기 위해서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 동아리 시절을 생각해 보면, 같이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각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한참을 떠들고 그랬죠. 문화학교 서울 시절에도 그랬고요. 그런데 최근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들을 보면 ㅡ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는 것은 물론이요 하루종일 영화관에 앉아 있는 분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곤 하는데 ㅡ 가끔은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심지어는 생각하기를 피하기 위해서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떄가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어 보면 깊이있거나 진지한 해석보다는 좋음/나쁨, 마음에 드는/마음에 들지 않는 이 네 가지 카테고리를 조합한 감상이 대부분이에요. '좋은 영화긴 한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식으로요. 게다가 소위 내공이 탄로날까봐 대화를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하기 좋지 않은 환경이 된 게 아닌가 하는 대화하는 문화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요. 저는 일단 말보다는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니 평론 얘기를 하면, 예전에는 평론을 쓰고 나면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 틀렸다'는 장문의 피드백이 종종 왔는데, 요즈음은 그런 반응을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피드백이 없죠. 영화보기가 그 자체로 소비와 회피의 소단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를 어떤 대안을 통해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의 요즘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김: 시네마테크의 활동과 그 형식에 대해 [조금 전에 서동진씨가 말씀하셨듯이] 영화 귀족주의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 영화계는 물론이고 독립영화 쪽에서도 그런 말이 있어요. 요새 디비디도 다 나오고 하는데 왜 굳이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 저는 그 현상 역시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규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고 저런 식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중간에 멈추고, 서동진씨가 유운성씨가 꺼낸 주제를 이음)

서: 저는 운성씨와 반대 상황이라고 봅니다. 제가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관객의 사회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는데,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면 단연 '다구리까기'지요. 그런데 지금의 20대에게는 영화가 문화자본의 주요한 소스, 1차적 요소입니다. 우리 때, 저만 해도 문화자본의 일차적 요소는 책이였는데, 이제는 '무슨 영화를 보았느냐'로 바뀐 거죠. 이 새로운 세대는 그 소비과정 안에서 자신의 소비체험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비평가와 상호작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90년대 후반 이후 이렇게 영화소비의 방식이 바뀐 20대가 시네마테크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욱씨가 앞에 꺼냈던 주제를 이음)

김: 시네마테크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를 생각해 보면, 그 때 시네마테크만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대부분이 말은 많고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는가, 집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보느니 단 육십 석, 칠십 석이라도 극장을 만들고 함께 보려고 할 수 있었을텐데 왜 보러 가려고만 했는데, 하나의 방식으로만 하려고 했는가 하는 문제가 있지요. 이 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고민입니다. 현재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까요? 더욱이 한국에는 앞선 시네필 세대가 (없지는 않지만) 많지 않고, 시네마테크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 참고할 자료(레퍼런스)가 없습니다. 역사가 없으니 모든 것을 현재에 새롭게 해야 하고, 의견이 다양하여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그렇게 하려고 하면서 곤경에 처한 상황인 거죠.

조: 이곳 시네마테크는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거나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공간이 아니라, 예쩐에 보았던 영화를 확인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학교 서울에서도 이런 고민을 했죠. 그저 이미 본 영화를 롤로 틀어 '음, 역시 저 영화는 다시 봐도 훌륭하군' 또는 '저건 과대평가 된 영화가 아닌가?'하는 수준에 머무르면서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김: (실무적 문제 논의)

서: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공통된 특성을 가진 집단이 곧 관객 집단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정치적 각성을 얻어내곤 하였죠. 하지만 지금은 이 두 집단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현재 관객은 소비자 집단이에요.
제가 앞에서 말한 시네마테크가 필요한가는 문제로 돌아가서, 저는 사실 어떠한 형태로도 시네마테크는 무조건적으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설령 비평가들끼리 모여 고다르같은 고전 걸작이나 보는 폐쇄된 공간이 되더라도요. 요즈음은 다양한 문화센터가 영화를 포함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지자체 영화제, 여성 영화제 등을 보아도 그렇고, 지금 조영각씨 말씀을 들어 봐도 예전같으면 상업영화 대 예술영화 구도에서 독립영화를 예술영화에 끼워넣었을텐데 이제는 시네마테크 대 독립영화 구도로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문제는 더 이상 기존의 이분법적 대립이 통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시네마테크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자리잡기(포지셔닝)를 하지 않고 떠밀려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시네마테크는 시네마테크 내부에 있던 영화보기의 방식이 독립해 나가면서, '거장이나 작가의 영화 보기'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상황으로 떠밀려왔습니다. 떠밀려왔다고 하니 부정적인 의미같은데 그건 아니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모색이 가능한 시점에 왔다는 점입니다. 자유를 찾으려는 몽상가 관객이 아니라 세련되고 다양한 기호를 가진 영화소비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 시네마테크는 무엇일까요? 여전히 유일한 특권으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을까요?

김: 시네마테크가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스스로는 이 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 지금처럼 운영해도 계속 보러 오는 관객은 있겠지요. 하지만 과거와 지금의 관객이 다르듯이 미래의 관객도 달라질 것입니다. 예전에는 영화 텍스트가 커뮤니티 안에 들어와 멋대로 해석된 다음 창작물로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대학 동아리 시절에 열혈남아를 백 번도 더 봤는데 ㅡ 동아리방에 들어가면 맨날 틀어져 있던 게 그거죠 ㅡ 그 때 같이 보던 선배들과 단편영화를 만들면, 왕조위를 흉내내어 찍습니다. 그러면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젊은 주인공이 자살하려고 가다가, 죽기 직전에 민중의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는 뭐 그런 영화가 나오죠.
아까 저는 관객들이 대화를 피한다고 했고 서동진씨는 다구리까기가 관객의 특징이라고 하셨는데, 이 두 가지가 약간 다릅니다. 지금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기를 말하려는 의지는 약해졌지만 영화의 디테일, 감독, 야사등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아요. 뭐 세세한 부분까지 모르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변화한 관객에게 시네마테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양한 영화주체와 연계한다면 시네마테크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같은 운영이라면 큰 효과 ㅡ 정확히 설명을 못하겠는데 어떤 기대 같은 것 ㅡ 를 얻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김: 지금 원래 세 가지 주제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마치기 전에 세 번째 주제였던 독립영화나 새로운 한국영화와의 연계성 문제를 잠시 이야기해 보았으면 합니다.

조: 지금은 이 공간 하나만으로 서울아트시네마와 각 시네마테크가 시네마테크협의회로 묶여 있습니다. 여기 극장 하나 있고, 부산에 하나 있고 이렇게 둘 뿐이죠. 이래서는 다른 과제를 설정할 수가 없습니다. 시네마테크는 효과적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안정적으로 관객을 만나는 공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서 독립영화를 줄창 틀면 관객이 들겠습니까? 차라리 분리하여 독립영화관을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하나의 공간은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요. 역할을 나누어 지는 곳이 생겨야 서울아트시네마의 과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지향이 앞서면 오히려 관객 소외를 부를 뿐입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삼가야 합니다.
이는 모든 영화제의 정체성, 방향문제와 결합하여 고민할 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 요즈음 보면 지자체가 국제영화제를 많이 여는데, 이들 대부분이 운영자의 욕구, 관객의 욕구, 지자체의 욕구가 짬뽕되어 모두가 적당히 만족하는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누구도 100%만족하지 못해요. 그 대표적인 경우가 전주국제영화제입니다. 여기 서동진씨도 직접 참여하셨으니 아시겠지만, 지자체는 예산을 이십오억이나 쓰고, 실제 전주 시민들은 볼 영화가 없고, 관객석은 텅텅 비었어요. 다양한 역할을 각자 나누어 맡아야 합니다.

김: 저는 불평을 좀 더 큰 곳을 대상으로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더 높은 데다 이런 영화관을 더 만들어 달라는 항의를 한다든지.....
예전부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왜 영상이 끊기냐, 언제 천 원 올랐냐,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대부분입니다. 그냥 앞으로는 좀 끊기지 않게 해 달라, 이렇게 쓰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시네마테크의 미래는 암담하지요. 외국의 영세한 아트시어터는 상영 시작 10분 전에 표를 팝니다. 지정좌석제도 아니에요. 왜 10분 전이냐, 10분동안 표 판 아주머니가 들어가서 영사기를 돌리는 겁니다. 여기가 이렇게 좌석도 좀 있고 번듯해 보이지만 사실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만한 공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를 보면 우리처럼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 없습니다. 예매도 맥스무비로 하고.....이게 사실 무척 곤란합니다. 이렇게 되니 표 파는 사람은 하루종일 표만 팔아야 하고, 자막 번역 하는 사람은 하루종일 자막 번역하느라 막상 영화는 못 봅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 그렇게 되니까 결국 그만두게 되죠. 관객으로 들어오고 싶으니까요. 아트시네마가 기관화, 제도화될수록 그 내부의 일을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끝)

2004년 5월 12일 수요일

2004년 5월 12일 수요일 : 서울아트시네마 개관2주년 기념영화제 'JLG/JLG - 고다르의 자화상'



고다르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는 '빛'과 '고독'이다. 고몽영화사 창립 백 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이 '고다르의 자화상'에서도 이 두 주제는 선명히 드러난다. 영화 전체는 영화나 예술에 대한 고다르 자신의 경구와, 그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여러 영화의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은 이렇게 시작한다. 죽음이 있고, 상복을 입는다. 나는 반대로 했다. 상복을 입고, 나 자신의 죽음을 기다린다'(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뜻이었음)는 도입부가 대단히 강렬했다. '문화는 규칙이고, 예술은 예외이다. 모두가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나 예외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말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겠다.

나무 의자 밑에 놓인 구두에 비치는 햇빛, 거친 숨소리, 창 밖으로 보이는 밝은 하늘색 벽, 안개 덮힌 바다, 맑은 바다, 눈 덮힌 길, 반짝이며 흐르는 개울, 어두운 방 한켠의 황금색 램프, 시가에서 피어나는 연기, 성냥불 아래의 하얀 종이.......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영 전에 누군가 프로그램 담당인 김성욱씨께 또 상영할 계획이 없느냐고 질문하여 앞으로도 아마 매년 틀지 않겠냐는 답을 들었다. 일단 기다려 봐야지.

영화 상영 후의 특별 대담은 길어질 것 같으니 별도 엔트리로 정리.

2004년 5월 11일 화요일

2004년 5월 11일 화요일 : 서울시향 제 640회 정기연주회

---------
프로그램
---------
베르너, '운명의 힘'서곡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flat minor, op.23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minor, op.47

Pf. 손열음, 지휘 박탕 조르다니아
------------------------------------------------

시향 정기연주회 날이었다. 이번에는 세종문화회관. 새로 지은 세종문화회관에는 이번에 처음 가 보았다. 1층 관객석을 무대 가까이로 당기고 좌석 수를 줄였다. 좌석을 엇갈리게 배치해 앞 사람의 머리에 시야가 가리지 않도록 한 점이 가장 좋았다.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감이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마냥 붕붕 울리던 음향도 훨씬 나아졌다. 무대 뒤편에 합창석이 없는 점이 눈에 띄었다.

세종문화회관 회원제도가 바뀌었다. 대충 훑어보니 예술의 전당과 비슷하다. 솔직히 말해서 수리비를 거두어 갈 목적으로 마련한 것 같다. 고급 문화공간 운운하며 수익성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곤란한데.세종문화회관이야 당연히 '남는 장사'를 하고 싶겠지만. 민간이 관리하면서도 공익성을 유지할 방도는 없을까.

피아노 협연자 손열음의 연주를 기대하고 갔다. 만 열 여덟살이면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닌데, 중학생 같았다. 초반에는 약간 불안해 보였으나 뒤로 갈수록 곡에 몰입하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차이코프스키야 좋아하는 작곡가이니 더 말할 것 없이 즐거웠고.......연주가 끝난 뒤 인사를 하러 두어 번 더 나왔는데, 어찌된 셈인지 악장님과는 끝까지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무대 경험 부족으로?) 깜박 잊은 것 같긴 했지만, 보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초-우울한 곡이었다. 우와, 뭐 이렇게 침침하냐. 차라리 마구마구 우울하여 그걸로 끝장을 보거나 마무리에서 확 풀어주면 좋을텐데, 응어리가 가슴께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가, 그냥 적당히 꾹 눌린 상태로 끝난 느낌이었다. 연주는 그저 그랬다. 처음에는 잘 나갔는데, 뒤에 몇 번 연주자들끼리 타이밍이 안 맞는 몹시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다.


스프볼

샌드위치

토마토-치즈 샐러드

블루베리주스

공연 전에는 여의도에 가서 동진님과 저녁식사를 했다. 샌드위치집 오봉팽(au bon pain)에 갔다. 이대와 광화문쪽에도 있는 미국 체인이다. 샐러드가 아주 맛있었고 ㅡ 소스를 뿌린 후 사진을 찍는 바람에 실제보다 덜 맛있어 보이지만 ㅡ 스프볼도 괜찮았다. 샌드위치는 이만하면 합격선이긴 하나 빵껍질이 좀 짰다. 동진님이 출장 기념 선물로 맛있는 다크초컬릿을 주셨다. 초컬릿 포장 뒷부분에 사진에 나온 장소의 이름이 쓰여 있다.(그런데 프랑스어라서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뵈어 반가웠다. MSN을 통해 돌아왔어요 어서오세요 인사하는 것과 사뭇 다른 기분이랄까나. 멀리까지 다녀와서 아직 여독이 덜 풀렸을 텐데 식사하고 회사로 다시 들어가셨다. 참, 세종문화회관까지 태워 주신 덕분에 공연 시간에 딱 맞출 수 있었다.


초컬릿

2004년 5월 10일 월요일

2004년 5월 10일 월요일 : 바이오 S/TR

클리앙 링크

U는 너무 애매하게 나왔고, S와 TR이 정말 예쁘네!

크워어어어어어어-333

2004년 5월 9일 일요일

2004년 5월 9일 일요일 : 아라한 장풍대작전



인수오빠와 상암 CGV에서 '아라한-장풍대작전'을 보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위 포스터가 무척 마음에 들어 - 오른쪽 상단에 '보러와보러와보러와보러와보러와보러와'라고 쓰인 말풍선이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자꾸.......- 개봉 전부터 꼭 보러 가야지 하고 별렀다.

즐겁게 보았다. 무협(!)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오락영화로, 전형적인 줄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잘 다듬었다. 특히 류승범이 초적역! 어쩌면 그렇게 능청스러운지. 윤소이가 맡은 '의진'은 포스터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클라이막스의 싸움 장면이 너무 길어 늘어져 버린 것이 아쉽지만, 이만하면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유쾌하다. 액션신을 보며 카메라의 구도와 컷의 시간, 그 동작 하나하나를 어떻게 정해서 찍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피자를 냠냠 먹었다.

2004년 5월 9일 일요일 : 트랙백놀이

Page 23, fifth sentence

====================
1. Grab the nearest book.
2. Open the book to page 23.
3. Find the fifth sentence.
4. Post the text of the sentence in your journal along with these instructions.

1. 가장 가까운 책을 집으세요.
2. 그 책의 23페이지를 여세요.
3. 다섯 번째 문장을 찾으세요.
4. 이 지시문과 함께 그 문장을 블로그에 적어 보세요.
====================

"I found out from a group up in Montana that's been doing some digging, Scott."

Asimov's Science Fiction 5월호에 실린 'Moments of Intertia'(William Barton)의 한 구절. 그래. 비오는 날에는 음모론이 제격이지.

사실은 그냥 트랙백을 한 번 해 보고 싶었을 뿐이랄까나.

2004년 5월 8일 토요일

2004년 5월 8일 토요일


플레인 라씨

양고기 세쿠와

진저치킨

버터난

(주인아저씨께서 서비스로 주신) 짜이

승민오빠의 생일이라 함께 동대문 운동장역에 있는 음식점 '자이라이'에 가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보니 쉬는날인지 문이 닫겨 있어,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근처 동대문역에 있는 에베레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에베레스트는 네팔인 주인이 운영하는 네팔/인도/몽골음식점으로, 맛과 가격 모두 꽤 만족스러웠다. 진저치킨을 주문하니 주인아저씨께서 인도인들은 좋아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안 맞을수도 있다며 완곡하게 말리셨다. 그래도 먹어보고 싶어서 그냥 시켰는데...... 맛있었다! 그렇게 유별난 것 같지도 않은데. 긁적. 승민오빠는 '이런 음식점에서 주인이 [한국인이 좋아한다고] 추천하는 음식을 보면 우리나라 손님들의 입맛이 꽤 보수적인 것 같다'고 했다. 조명이 어둡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이 아쉽지만(난이 그려진 그릇, 돌돌 말린 물수건 등) 가격을 생각하면 굳이 흠이 될 부분은 아니다.

다음에 두어번 더 가서 다른 메뉴도 먹어본 다음 레스토랑에 소개를 올려야겠다.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구석진 곳에 있다.


파워볼

승민오빠가 산 파워볼. 팔운동용 장난감(!)이다. 손으로 돌리는 사이에 자가발전이 되어 전지를 넣지 않아도 불이 들어오고, 가장 빨리 돌렸을 때의 속도를 rpm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자세한 설명) 생각보다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