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9일 금요일

2006년 9월 29일 금요일 : 나의 색깔은?

오랜만에 테스트.

Which Color Represents You?

나의 결과

2006년 9월 28일 목요일

2006년 9월 28일 목요일

오후에 광화문 오봉뺑에서 전션을 만났다. 자그마치 6년 전부터 있었던 '함께 여행가기' 계획에 대해 드디어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전션: 정션 시간 되면, 나는 우리 집에서 추석 쇠니까 추석 앞뒷날은 안 되지만 7일부터는 괜찮거든. 그러니까 7,8,9,10일 정도까지 해서 3박 4일로 일본이라든지-
나: 오-나도 올해부터 우리 집에서 추석 하지. 그런데 잠깐만, 전션, 나 여권이 없어.

(중략)
전션: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정션이, 혼자, 먼저?
나: 응. 시내에는 카페 있다고 했으니까, 먼저 가서 원고 하고 있으면 되지 뭐. 전션전션, 가서 맛있는 차 마시고 케이크 먹자아. ♡

(중략)
나: 니하오, 워쉬한궈렌, 캔유스픽잉글리쉬? 자, 이만하면 생존에는 문제없겠지. 훗훗.
전션: (차마 그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 순서대로 말하는 거구나.
나: 시에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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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나와 같이 여행하기로 한 전션이 위대해 보일 따름이다.

2006년 9월 24일 일요일

2006년 9월 24일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모 님으로부터 이태원에서 브런치를 먹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 열두 시 삼십 분이면 브런치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 한 주간 피로가 적잖이 쌓인 것 같아 집에 있기로 했다.

곰플레이어를 최상단에 뜨게 설정해 놓고, [오란고교 호스트부] 애니메이션을 보며 번역을 했다. [오란고교 호스트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황당했는데, 원작의 민망함을 잘 살린데다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인지 원작보다 이야기의 맺음새가 좋아 무척 즐겁게 보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1.2배속으로 17화까지 보고 나니 하루가 갔다.

2006년 9월 23일 토요일

사회대 교수회의실에서 2006년 하계 실습 총평가회를 했다. 오전 10시 까지인 줄 알고, 아홉 시 사십 분에 사회대에 들어서며 부지런한 자신을 칭찬했는데, 아홉 시 반 시작이어서 지각했다. (T_T) 실제 시작은 50분이 다 되어서였으니 놓친 부분은 없지만.

우수 실습생 세 명이 실습 내용을 발표하고(사당종합사회복지관/We-ing/아름다운 재단), 사당종합사회복지관과 We-ing의 우수실습지도자 분들이 기관 사업과 실습에 대해 기관 입장에서 말씀해 주셨다. 학과에서 현장 사회복지사들을 초대해 특강을 해 볼 계획이라는데, 무척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실습지도자 발표 후 이봉주 선생님의 '프로그램의 개발과 평가 1,2,3 : 논리모델(Logic Model)의 적용'이라는 특강이 이어졌는데, 기력이 쇠해 좀 졸았다.

평가회 특강을 들으러 온 박사과정의 수미언니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서 굉장히 반가웠다. 동원관 3층에서 다함께 식사를 힌 다음 과로 돌아가서 수미언니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늘 궁금해 하기만 하고 직접 먼저 연락 드리지 않았던 점을 반성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는 요령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귀가길에 [씨엘 Ciel] 5권을 샀다. 홍대 앞에서 와우 북 페스티벌을 하고 있으나, 너무 덥고 잔짐이 많아 책만 사고 바로 왔다. 네 시쯤 집에 들어와서 일 하려고 노트북을 켰다가, 방에 뭐 찾으러 들어간 길에 그만 잠들어 다섯 시간이나 잤다. 일어나 보니 아홉 시. 늦은 저녁을 먹은 다음, 맛있는 커피를 한 잔 끓여 초콜릿과 함께 들면서 밀린 일기를 쓴다.

2006년 9월 21일 목요일

2006년 9월 21일 목요일 : 검은 고양이

오전에는 화실에서 베티 데이비스를 이어 그렸다. 니콜 키드먼을 그리고 싶었는데, 출력해 놓은 사진을 토요일에 집에 두고 나왔기 때문에 일단 잡지에서 골랐다. (이 사진은 오늘 가져 갔다.) 베티 데이비스도 좋지. 루비치 감독님 영화가 또 보고 싶구나.

화실 오가는 길에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을 읽었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프리스트의 책 중에서도 이런 것이 출간되는 데에는 역시 기획자의 공이 크다. 읽으면서 새삼스레 감탄.

번역 하니 생각나는데, 내가 요즈음 (마음 속으로) 작성하고 있는 '미묘한 쾌감' 목록에 번역과 관련된 항목도 있다. '미묘한 쾌감'이란 주 활동의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활동에서 느끼는 오묘한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검은 파스텔로 그림을 그릴 때는 지우개를 흰색 재료처럼 사용한다. 그런데 파스텔은 가루가 많이 나고, 특히 검은 파스텔은 검은색 건식 재료 중에서도 가장 짙기 때문에 작업을 하다 보면 지우개가 금방 새까맣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 지우개를 왼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열심히 밀어서 가루를 밀어 내는데, 이렇게 하면 새까맣던 지우개가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따끈따근해진다. 이게 바로 미묘한 쾌감!

번역의 경우, 치졸한 악당의 비열한 언사를 번역할 때 미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책을 읽을 때는 악당이 나오는 부분을 참 싫어해서 그냥 '이 사람은 지금 나쁜 말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만 훑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중에도 타고난 리더가 있다면요?” 알드린이 물었다.
크렌셔가 코웃음 쳤다. “자폐인들이 리더라고? 농담 마시오. 그들에게는 리더가 될 자질이 없어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지.”
이런 악당의 말을 직접 쓰고 있으면, 참으로 희안하게도 기기묘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악당이 너무 거대하거나 최후의 승리자라면 재미 없겠지만, 나는 너무 강하고 잔인한 악당이 나오는 글은 맡지 않으므로(그냥 취향이다.)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다. (초고를 검토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다시 '읽을' 때에는 이런 미묘한 쾌감이 없다.)

화실 수업 후에는 종로 카페 뎀셀브즈에 가서 원고를 하다가, 오후 여덟 시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는 'B영화의 제왕: 에드가 G. 울머 회고전' 프로그램인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Edgar G. Ulmer | 1934ㅣ미국ㅣ65minㅣB&W)] 를 보았다.

상영 전에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울머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했다. [검은 고양이]에는 건축과 철학을 전공했던 울머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인공이 유명한 건축가로 나온다.) 또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집어 넣은 성적 코드들과 카메라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는 실제로 감상하기 전에 듣지 않았다면 놓쳤을 부분이다. 울머가 [검은 고양이]를 제작한 다음에 대형 스튜디오인 유니버셜을 떠났던 이유는 스크립트 걸과 연애를 하다가 간부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란다. (...) 울머는 B급 SF영화도 많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호러만 상영되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서울아트시네마가 아니라면 DVD상영이라 해도 30년대 공포영화를 어디 스크린에서 볼 수나 있겠어.

영화는 보러 가길 잘 했다 싶었다. 워낙 공포물을 싫어해서, 이번에는 'B급'이라는 타이틀, 30년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짧은 러닝 타임을 보고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심정으로 갔는데, 검열이 있던 시대 작품이라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 편하게 보았다. 박사가 자신의 동족을 배신하고 아내를 죽였던 포울직을 묶어 놓고 '살갗을 벗겨 주겠다'고 한다. 놀래서 눈을 후딱 가렸다가, 조용하기에 살짝 내다 보니 찰흙 소조를 조각칼로 다듬는 것 같은 그림자가 잠깐 나오고 넘어간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으로, 잔인하다기보다는 무척 슬펐다. 과거 격전지/훈련장이었던 지하실의 구조와, 여자 시체를 세워 놓은 관들이 강렬했다. 번쩍이는 기하학적 건물이나 차가운 유리관이 음습하고 축축하게 느껴져 신기했다. 그리고 칼로프와 벨라 루고시 두 사람의 존재감이 굉장히 강해, 과장된 움직임에도 '과잉'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온 영화를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낮에 종로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이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15권을 읽었다. 이번에는 캐릭터 북, 메모지, 상자로 구성된 한정판도 나왔다. 메모지가 노다메가 치아키에게 달려갔다가 내던져지는 내용의 플립북(flipbook)이라, 아무래도 한 장씩 떼서 쓰지 못할 것 같다. 캐릭터 북이 파본이라서 한양문고에 전화했더니 11시 까지 영업한다기에, 영화를 본 다음 다시 홍대 입구에 가서 교환받아 왔다.

2006년 9월 17일 일요일

2006년 9월 17일 일요일

올 여름, 내가 2차 시험을 치를 때 돌아가셨던 분당 작은할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전망 좋은 공원묘지였다. 작은할머니, 고모들, 부모님과 함께 점심으로 회전초밥을 먹고 돌아왔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 본 적도 없고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해 본 적도 없는 사람 특유의 잔인함과 무심함이 있다.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고, 이것이 그저 지금의 내가 가진 특징임을 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나들에 대해, 잃을 수 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꽤 자주 생각한다.

새벽 두 시 까지 숙제를 하고, 포스트-잍에 '아빠 사랑해요 ♡'라고 써서 현관 문에 붙여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아우님이 그 밑에 '미연이도요-'라고 써 놓고 나갔다.

.....그럴 줄 알았다.

2006년 9월 15일 금요일

2006년 9월 15일 금요일

드디어 서양근대경험주의 수업을 들었다. 지난 번 휴강은 병원 예약 때문이었단다. 생각보다 연세도 많으셔서, 이번 학기에 신청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수업을 듣기 전에 퇴임하시기라도 하면 이만 낙심이 아니니.

수업은 즐거웠다. 다들 전공 시간표를 비슷하게 짜기 때문인지 몰라도, 매 수업마다 낯익은 학생들이 들어온다. 기호논리학 시간에는 '왜/어떻게 나는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저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이번 시간에는 반대로 내용과 전혀 초점이 다른 질문이 몇 나왔다. 사실 질문을 듣는 순간 속으로 '에이, 그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질문자에 맞춘 진지한 태도로 흐트러짐 없이 논의를 계속하시는 게 아닌가. 선생님 말씀의 내용도 결국 '그건 아니다'였지만, 자세가 달랐다. 나의 방자함을 깊이 반성했다.

말이 나온 김에 쓰자면, 기호논리학 시간에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고 있다. 기호논리학 선생님은 이번 학기에 뉴욕주립대에서 우리학교 교수로 온, '한국어로 강의해 본 적이 없는' 분이다. 그런데도 강의 중에 함부로 영어를 섞어 쓴다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이 - 그럴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 늘 한국어-영어 순으로 말하고, 영어를 쓸 때는 반드시 칠판에 그 단어를 적고 넘어간다. 앎과 관련된 많은 일들도 결국은 태도의 문제다.

오후까지 무척 졸렸다. 학교 가는 지하철에서도 계속 잤고, 수업 사이 쉬는 시간 10분에도 꿈 꿀 만큼 깊이 잤다. 집에 와서도 쿨쿨 잤다. 오후 다섯 시 오 분에 일어나 계란말이를 만들고 (이번 주부터 반찬이 되는 음식 -다른 말로 하자면 생존형 요리- 을 매주 한 가지 이상 만들기로 결심했다.) 독일어 학원에 갔다. 학원 가는 길에 모 님에게서 빌린 [Storm Front]를 읽었는데, 초반부터 다시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살인 사건 현장 얘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돌아와서는 식빵을 토스터에 구워 아이스크림을 발라 먹었다.

2006년 9월 14일 목요일

2006년 9월 14일 목요일 : 인터코스모스

오전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지난 주부터 연필과 검은색 파스텔로 제임스 캐그니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부 묘사로 들어가서 눈을 그리다 보니, 이 얼굴이 엄청나게 무서워졌다! 내가 그렸지만 도저히 쳐다 볼 수가 없을 정도라, 고개를 돌리고 선생님께 SOS를 쳤다. 보통 눈은 눈꺼풀에 동자가 잠겨드는데, 내가 그린 것처럼 '눈동자가 동그랗다'는 생각으로 원형으로 그리면 희번득거리는 눈이 되어 무서워진단다. 선생님도 진짜 무섭다고 감탄(?) 하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수정을 해야 하는데 차마 마주 볼 수가 없어서, 그냥 손으로 눈자위 전체를 문질러 지우고 새로 그려 넣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캐그니......

두시 반에 화실에서 나와, 서울영화제 프로그램 [인터코스모스 (Interkosmos, Jim Finn, USA, 2005, 74')] 를 보러 스폰지하우스에 갔다.

크레딧을 보고 : Finn씨네 가족은 대체 총 몇 명이냐?!

영화를 본 후 교보문고에 과자 사러 갔다가, 버스를 잘못 타서 엄청 고생했다. 대체 어쩌다 착각했는지 동교동 행 버스를 탔는데, 한참 가던 중에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여차저차 해서 이대역에서 지하철로 환승, 저녁 여섯 시 사십분에야 귀가했다. 집에 들어서며 "버스 잘못 타서 엄청 고생했어요!"라고 하자 어머니의 즉답.
"그래? 오랜만이었네."

2006년 9월 13일 수요일

2006년 9월 13일 수요일

한국철학사 첫 수업. 예상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서, 두 시간 반 연강인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들었다.

수업에 대해 더 쓰려고 했으나 생략. 어쨌든 선생님이 정말 이야기꾼이었다. 수업 외적인 잡담 없이 불교사를 설명하는 데도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는지.

학교 가는 길에 한양문고에 들러 [스킵비트] 13권과 [플루토] 1권을 샀다. [스킵비트]야 내가 사랑하는 순정만화 최상위권이고 -'출첵게시판'에 부지런히 글 올려서 팬카페 정회원도 되었다. ㅋㅋㅋ - [플루토]는 조금 애매한 기분으로 샀으나 정말 훌륭해서 감탄, 또 감탄. [마스터 키튼]이나 [몬스터]와 달리 소재부터 내 취향이라 훨씬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구성의 밀도부터 시작해서 무엇 하나 예사롭지 않은 만화로 특히 마지막 두 페이지는 충격적이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흘을 이어, 3000제우스만 달라는 무시무시한 인간(?)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아톰은 수요일에만 나왔다.)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 화성 식민지 / HD 애니메이션

오후 한 시, 서울영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캇 질 감독의 영상물 [화성식민지 (Mars Underground, 87', HD, 2005, USA)]를 보러 스폰지하우스에 갔다. 대체 어떤 내용인지 소개를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로버트 주브린 박사의 연구와 주장을 소개하고, 그의 견해를 따른 화성 개발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상화한 다큐멘터리였다.

영상이 굉장히 깔끔해서 감탄했다. 일단 바탕이 까만색이고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은색이든 뭔가 동그란 게 둥실 떠 있는 장면을 보면 '피가 끓기' 시작하는 만큼, 일러스트레이션이나 CG가 많이 나오니 일단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브린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글을 몇 번 읽은 적은 있다. 그러나 그 열정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싶어지는 것과 별개로, 유인우주선에 타는 '사람' 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개인공간이 1평인 우주선/거주지 안에서 단 네 사람이 몇 년 동안 생활한다는 것이 과연 '인간적으로' 가능할까? 주브린은 세계적인 영웅이 되어 부와 명성을 누리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리라고 하지만, 그런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지 않아?

한때 그와 함께 일했던 과학자가 '아주 밝은 별 옆에 있으면 빛이 바래는데,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할 일이 없는 것 같았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던데, 그 심정을 왠지 알 것 같았다. 겨우 한 시간 반 보면서도 조금 짓눌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를 따르는 화성 협회 사람들을 보나, 그들이 하는 활동의 면면을 보나, 솔직히 말해 신흥 종교 지도자 같은 데가 있다.;

[화성식민지]를 본 후에는 카페 뎀셀브즈에 가서 원고를 매우 열심히 했다. 한참 하다 보니 배가 고파져, 이른 저녁 삼아 새싹새우샌드위치를 먹어 보았다. 무순과 작은 새우, 토마토 등이 들어 있는데, 딱 내 취향이었다.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일곱 시에 시작하는 'HD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을 보러 스폰지하우스로 돌아갔다. 앞 디지털 쇼케이스 상영의 GV가 늦게 끝나 조금 기다렸다. 이 상영분의 표도 마련해 놓았으나 원고 할 시간이 필요해 안 들어갔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총 다섯 편이었다. 원래 상영 목록에는 한 편이 더 있었는데,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상영을 못 했다.

[통행료(The Toll, J Zachary Pike | USA | 7 min | HD | Short)]
[Vaudeville (Chansoo Kim | USA | 5 min | HD | Short)]
[사마귀 이야기 (Josh Staub | USA | 8 min | HD| Short)]
[임박한 체포 (Mike McCormick, Rob Taylor | USA | 3min | HD | Short)]
[코끼리의 꿈 (Blender Foundation | Neterland |11 min | HD | Short)]

다리에서 통행료 받는 일을 하는 트롤에 대한 가상 인터뷰인 [통행료]가 가장 재미있었다. 맨 마지막, 크레딧 올라간 뒤에 '이 영화를 찍는 중에 어떠한 동물이나 사람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아, 어쩌면 그때 그 남자는 빼고요.'라는 문구를 넣은 센스도 좋았다. (인터뷰 중간에 한 여행자(?)가 통행료를 안 내고 지나가려고 하자 트롤이 수상한 손잡이를 당기고, 비명 소리가 한참 들린다.) [사마귀 이야기]와 [임박한 체포]는 귀여웠다. 오픈소스만을 사용해 만든 [코끼리의 꿈]은 내용보다는 기술적인 면을 보여 주려고 만든 작품 같았다. [Vandeville]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설명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 납득은 가지만, 책이든 영화든 그 작품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귀가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좀 한 다음, 검토서를 마무리했다. 취침 시간이 조금 늦어지긴 헀지만 계획대로 거의 정확히 진행된, 만족스런 하루였다.

2006년 9월 10일 일요일

2006년 9월 10일 일요일 : 시간은 흐른다 / 사운드 오브 발리우드

그린마켓(Green Market) -압구정 현대백화점 하늘공원
점심 - 떡볶이 & 순대

SENEF : 아르헨티나 감독 이네스 데 올리베이라 세자르(Inés de Oliveira Cézar)의 2005년 작 [시간은 흐른다 (Cómo pasan las horas, 85', color)]

일 - 카페 뎀셀브즈
저녁 - 베이글 연어 샌드위치

SENEF : 넬 뮌크마이어(Nele Muechmeyer) 감독의 다큐멘터리 [사운드 오브 발리우드(Bollywood - Indiens klingendes Kino, 60', Color, Germany/India, 2004)]

2006년 9월 9일 토요일

2006년 9월 9일 토요일

화실 / 신촌 클로리스(아란양)

2006년 9월 8일 금요일

지난 주에 휴강했던 서양근대경험주의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신도림에서 앞 차인지 뒷 차인지의 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열차가 줄줄이 밀렸다. 예전에 아우님과 함께 등교하다가 문이 고장난 지하철을 타서 신도림에서 내린 적이 있었다.(인파에 휩쓸리다가 로트링 아트펜을 잃어버렸었다.) 이번에는 내가 탄 차는 고장이 아니라, 그냥 멈춰 선 지하철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목요일에 쥐를 본 다음부터 지하철을 타며 이곳은 땅 밑이구나, 하고 자주 생각한다. 그러면 어째서인지, 지하철 타기가 예전만큼 싫지 않다.

느릿느릿 기어가 서울대입구 역에 도착할 때 까지 한참 걸렸다. 집에서 워낙 일찍 나온 터라 지각을 하지는 않았다. 지각한 사람은 휴강 사실을 알리러 온 조교였다. 이번 시간에는 출석을 불렀고, 로크와 버클리의 책을 복사해서 나누어 주었다. (다음 시간부터 로크를 들어간단다.) 혹시나 해서 교수님의 저서 [영국경험론]을 가지고 갔으나 원전 수업이었다. [영국경험론]이 매우 재미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깔끔한 주 2 시간표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굳이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과 수업 시간이 같은 이 수업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이 주가 지나도록 교수님 얼굴도 못 보아서 몹시 낙심했다.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으신데, 다른 사정이 있어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셨다고 해서 짜증은 나지 않았다.

교실에서 나오니 열 시 이십 사 분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나온 김에 농협에 가서 현금카드를 IC 카드로 전환발급 받고 (ATM 쓸 때마다 전환 대상 카드라고 나와 상당히 성가셨다.) 사회대에 가서 실습 최종과제를 제출했다. 실습생 중 두 번째였다.

집에 오자 졸렸다. 눈 비비고 원고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오후 네 시 반 경이 되자 낮보다 더 졸렸다. 그래서 잤다. 여섯 시 반에 깼다. [블레이드 러너] DVD 상영회에 못 갔으나, 한 숨 자고 나니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 한 주 내내 바빴고, 제대로 쉬지 못했었다. 그래도 원고가 흐름을 타고 있어 적이 안심이 된다.

기분 전환 삼아 옷을 챙겨 입고 종로로 나갔다. 스폰지하우스에 들러 세네피안 카드를 받은 후, 인사동에 있는 찻집/술집 '좋은 씨앗'에 갔다. 번역자, 소설가, 회사원, 조금 수상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약간명이 모여 지구 음식 정복을 획책하는 자리였다. 해물파전, 알탕, 고구마튀김, 감자튀김, 계란말이, 두부전을 먹었다. 나는 쌍화차를 마셨고, 다른 분들은 최근 득녀하신 모 님을 축하하기 위해 다른 모 님이 가져오신 (맛있다는) 술을 비롯, 여러가지 알콜음료를 드셨다. 거의 삼 년여 만에 뵙는 분도 나오셔서 반가웠다. 이런 저런 재미있는 얘기를 하며 신나게 놀았다. 몇 주 전부터 오늘을 고대했던 터라, 늦게까지 앉아 있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집에 열두 시 삼십 분 넘어 들어간 것이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01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강수지씨 공연 보고 늦었던 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께 전리품을 자랑하고 새벽 두 시쯤 잠들었다.

2006년 9월 7일 목요일

2006년 9월 7일 목요일 : 정진정명 일상잡담

9월 4일 월요일

옛 제자 모 양으로부터 모카 홀케익이 왔다. 케이크 케이크! 초 네 개 꽂고 힘내자 파티 하고 냠냠 먹었다.

분석철학은 로망이라고 생각했다.

9월 5일 화요일

용량이 1GB인 USB 메모리를 하나 샀다. 학교 전산실-데스크탑-노트북을 오가며 작업할 때 마다 플로피 디스켓을 쓰기가 귀찮았는데, 이번 실습 때 다른 실습생들이 메모리를 잘 활용하는 것을 보니 하나쯤 장만해도 좋겠다 싶었다. 한 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실제로는 세 시 반이 다 되어 잠든 듯 하다. 잠 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아니, 사실은 오후 다섯 시 반 부터 아홉 시 까지 잤었지......

9월 6일 수요일

합정역에서 2호선 열차를 오래 기다렸다. 신도림 행이 두 대 연달아 오고, 그 다음에는 외선순환이라고 쓰인 차가 오기는 했으나 방송이나 안내판은 신도림 행이라고 하기에 혼란스러워 그냥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또 신도림 행이 왔다. 다섯 대 째에 외선순환이 와서 타고 학교에 갔다. 결국 지각했다.

6일에는 하루 일과를 매 시분마다 적어 보았다. (수첩 한 장이 꽉 찼다.)
2:40~2:55 중도 밑에서 17차+ 호두과자 / 3:08~3:22 인문대 전산실……

9월 7일 목요일

합정역 구내 구석에 있는 사이다/콜라 자판기 밑에서 쥐를 봤다. 애완용이 아니라, 그림책에 나오는 것 같은 진짜 회색 시궁창 쥐였다. 생각해 보면 역사 내는 지하 터널인 셈이니 쥐가 없으란 법도 없다. 자판기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내가 보고 있는 사이에도 두어 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쓰레기를 버렸다. 쥐가 사람들이 다가오면 얼른 자판기 밑으로 쏙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면 상반신을 거의 다 내밀고 수염을 만지작거렸는데...... 처음에는 혹시 내 눈에만 보이는 쥐인가 싶었다.

5일에 주문한 메모리가 왔다. 엄지손가락 만한 본품이 열린책들 미스터노 시리즈가 일곱 권쯤 들어갈 만큼 큰 상자에 담겨 와 웃었다.

2006년 9월 3일 일요일

2006년 9월 3일 일요일 : 플레이 타임

시네큐브에서 따띠 감독의 작품 [플레이타임(Playtime, couleur, 132')]을 봤다. 레스토랑 '로얄 가든' 장면과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웃으며 신나게 보았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떠올릴 때마다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수요일까지 효과 지속 중)

단, 감독이 의도한 유머의 코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돌이켜 보니 초반에도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있었는데 -당장 맨 첫 장면의 날개 달린 모자라든가, 뱅글뱅글 도는 가방 이름표라든가-, 어리둥절 한 채로 지나갔었다. 한 번 더 본다면 훨씬 더 즐겁고 편하게 볼 수 있겠다.

저녁은 세븐스프링즈에서 먹었다. 이하는 귀찮으니까 생략. 역시 일기는 미루지 말고 그때 그때 써야 한다.

2006년 9월 2일 토요일

2006년 9월 2일 토요일 : 잠자는 파리 / 네 멋대로 해라

오전 열 시부터 학교 세미나실에서 학부실습최종세미나를 했다. 이번 여름학기 실습생은 열네 명 정도였다. 모두들 한 달이나 현장에서 일한 만큼 할 말이 많았다. 여러 기관의 사업이나 업무 현장, 실습 내용 등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어 무척 재미있었다.

원형 탁자에 앉은 순서대로 발표를 했는데 하필이면 내 자리가 반대편 끄트머리가 되어, 내 차례가 왔을 때에는 발표에 주어진 시간이 거의 없었다. (오후 두 시 부터는 대학원실습세미나가 있었다.) 일 주일도 전부터 PPT를 만들고 최종 보고서 개요를 짜며 준비했던 내용을 "시간이 없으니까 이 부분은 생략하고..." 라고 통과하려니 속이 쓰렸다. 세미나는 두 시 십 분 쯤 끝났다.

학교에서 광화문 시네큐브로 이동,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 프로그램인 르네 끌레르(Rene Clair) 감독의 1927년 작 [잠자는 파리 (Paris qui Dort/ n&b, muet, 35')]를 보았다.

파리 전체가 갑자기 멈춘다. 움직이는 사람은 하늘 높이 올라가 있던 에펠탑 관리인과 비행기에 타고 있던 다섯 명(여자, 비행사, 도둑, 경찰(?), 신사) 뿐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으나 곧 잠든(?) 사람들의 돈이며 보석을 챙기고, 마음껏 술을 마시는 등 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 돈과 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들은 에펠탑에서 치고 박고 싸우다가 -심심해 하며 술이나 마시다 보면 싸움이 나기 마련이다- 이하 스포일러. 확성기를 통해 '이 말이 들리는 분은 손수건이 걸린 창 앞으로 와 주세요'라는 방송을 듣는다. 시내로 나간 이들은 정말 손수건이 걸린 창문을 찾고, 그곳에서 역시 깨어 있는 여자를 만난다. 알고 보니 파리를 잠들게 한 사람은 이 여자의 삼촌인 한 괴짜 과학자 할아버지였다. 그가 연구실에서 내뿜은 이상한 광선을 받아 파리가 잠이 들었고, 하늘에 있던 여섯 명만이 광선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과학자를 협박해 다시 파리를 움직이게 하고 밖으로 나간다.(커다란 레버를 당기면 된다.)

그러나 과학자의 조카딸과 그새 사귄 애인(?)은 과학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사이에 레버를 거듭 돌려 파리를 멈추고, 그 사이에 돈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운다. 허나 과학자는 자신의 발명을 자랑하지 않고 못 배기는 법! 커플이 돈을 가져가려는 순간, 동료 과학자에게 자신의 실험에 대해 설명하던 과학자가 다시 레버를 돌린다. 경찰서에 잡혀 간 커플은 경찰서에 이미 와 있는 일행들을 다시 만난다. 이들은 파리가 멈췄다는 둥 떠들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잡혀 들어가는데, 그 때 또 파리가 잠시 멈춰 재빨리 도망친다.


프로그램에는 27년 작이라고 되어 있으나 IMDB에는 25년 작이라고 나온다. 잠든 파리 시내의 모습 -사람들이 행동하던 그대로 멈추어 있다-과 에펠 탑에 매달려 체조하는 것 같은 격투 장면 등이 인상깊었다. 칠판에 ax+2b+c=0 어쩌고를 열심히 써내려가는 과학자, 남장풍 정장을 입은 여성, 장광설을 늘어놓는 도둑, 까탈스러운 신사 등 겨우 35분 안에 전형적인 캐릭터를 선명하게 묘사해 낸 점에도 감탄했다.

그 외에 80여년 전 작품임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도,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공항이 잡초밭이고 비행기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1차대전 자료사진의 비행기처럼 생겼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날개가 2층으로 되어 있고 앞에는 작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형태.) 건물 배치나 옷과 장신구의 형태, 경찰들의 행동거지 등도 아, 저게 20년대구나, 하고 생각하게 했고.

상영 후에는 시네큐브 영화학교 여름학기 선생님이셨다는 한창호 님의 마스터클래스가 있었다.

강의 내용 정리


무척 유익한 강좌였다. 강좌명이 '프랑스 영화사 100년'이라서 백 년 치를 다 할 줄 알았는데, 20년대에서 60년대 까지만 다룬 것은 조금 아쉬웠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공부할 때는 (여러가지 책을 찾아 보는 일도 즐겁기는 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말로 풀어 설명을 들을 때 훨씬 잘, 빨리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는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중심으로 한 마스터클래스라, 이미 보았거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영화를 예로 들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예전에 멋모르고 열심히 봤던 영화들이 시대적으로 어떤 사조를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다음에는 60년대 이후 영화나 헐리우드 영화에 관해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마스터 클래스가 끝난 뒤에는 시네큐브 옆에 있는 카페 쉐누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무난한 샌드위치와 중상 정도의 커피를 파는 2층 카페이다. 늦은 오후 햇살을 받으며 샌드위치와 카페라테를 먹고 책을 읽었다. 혼자 온 손님 서넛이 각자 자기 일을 하는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으나, 흡연 카페라 여섯 시쯤 되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녁에는 궁님과 장 뤽 고다르의 59년 작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를 보았다. 목요일에 전션과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었는데, 전션이 오늘 오후에 집안에 다른 일이 생겼다며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 거의 매진된 영화라 표를 취소하고 한 장만 다시 예매하는 대신, 이 영화를 볼 생각이라셨던 궁님께 연락해 보았다. 금요일 저녁에 예매 사이트가 잘 안 들어가진다고 하셨던 데다, 우리 쪽 예매가 더 앞섰으니 좌석 위치도 낫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궁님이 예매하셨던 자리는 우리 자리 바로 뒷 줄로, 별 차이가 없었다.;

여하튼 이 일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자세한 감상은 생략. 솔직히 한 줄로 요약해서 말하자면......그렇게 찌질한 남자 주인공은 진짜 처음 봤다. --; '한심하다'나 '멍청하다'가 아니라 '찌질하다'가 너무 딱 들어맞아서, 비극도 비극 같지가 않았다.

오전부터 계속 집중했던 터라 무척 피곤했는데 궁님이 데려다 주신 덕분에 편하게 귀가했다. 궁님이랑 네비게이터 만세다.

2006년 9월 1일 금요일

2006년 9월 1일 금요일

개강일이었다.

한 시간 십오 분 걸려서 학교에 갔는데, 조교님이 "교수님 사정으로 수업은 다음 주부터 해요~"하고 나가신다. 이 수업 하나 들으려 학교까지 왔는데 오 분도 안 되어 끝나(?) 버리다니. 허망했다.

학교에서 일하시는 as님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비빔밥을 먹고 등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가을이 오고 있구나.

집에 올 때는 한 시간 사십 분 쯤 걸렸다. 아무래도 수강신청을 변경해서 1교시 수업을 빼야 할 것 같다. 막상 오전에 가 보니,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 제때 등교할 엄두가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