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기어가 서울대입구 역에 도착할 때 까지 한참 걸렸다. 집에서 워낙 일찍 나온 터라 지각을 하지는 않았다. 지각한 사람은 휴강 사실을 알리러 온 조교였다. 이번 시간에는 출석을 불렀고, 로크와 버클리의 책을 복사해서 나누어 주었다. (다음 시간부터 로크를 들어간단다.) 혹시나 해서 교수님의 저서 [영국경험론]을 가지고 갔으나 원전 수업이었다. [영국경험론]이 매우 재미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깔끔한 주 2 시간표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굳이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과 수업 시간이 같은 이 수업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이 주가 지나도록 교수님 얼굴도 못 보아서 몹시 낙심했다.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으신데, 다른 사정이 있어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셨다고 해서 짜증은 나지 않았다.
교실에서 나오니 열 시 이십 사 분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나온 김에 농협에 가서 현금카드를 IC 카드로 전환발급 받고 (ATM 쓸 때마다 전환 대상 카드라고 나와 상당히 성가셨다.) 사회대에 가서 실습 최종과제를 제출했다. 실습생 중 두 번째였다.
집에 오자 졸렸다. 눈 비비고 원고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오후 네 시 반 경이 되자 낮보다 더 졸렸다. 그래서 잤다. 여섯 시 반에 깼다. [블레이드 러너] DVD 상영회에 못 갔으나, 한 숨 자고 나니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졌다. 한 주 내내 바빴고, 제대로 쉬지 못했었다. 그래도 원고가 흐름을 타고 있어 적이 안심이 된다.
기분 전환 삼아 옷을 챙겨 입고 종로로 나갔다. 스폰지하우스에 들러 세네피안 카드를 받은 후, 인사동에 있는 찻집/술집 '좋은 씨앗'에 갔다. 번역자, 소설가, 회사원, 조금 수상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약간명이 모여 지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