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0일 일요일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7월 즈음부터, 나는 '남편이 죽었다'는 문장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 문장에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그 다음 글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는 '남편'과 '죽음'이 등장하기 어려운 글을 하나 써야 했기 때문에 이 문장을 잠시 뒤로 밀어 놓았었다.

9월이 되자 나는 다시 이 문장을 계속 생각했다. 타인이 나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실로 다행스런 일이다. 머리 속에 '남편이 죽었다'라는 문장이 16pt 진한 고딕체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아래에는 12pt 신명조체로 '①남편이 어떻게/왜 죽었는가 ②남편이 죽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가 매달려 있다.

지난 수요일에, 나는 갑자기 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2007년 9월 28일 금요일

2007년 9월 28일 금요일

힘들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올해는 그래도 각자의 사정(예: 긴 연휴를 이용한 여행)으로 친척 분들이 예년만큼 많이 오시지 않았고, 차례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평소보다 일찍 끝나서 추석 당일은 수월히 넘어갔다. 송편이나 조물락거렸던 내가 힘들었나 아니네 할 정도는 아니었다-정도로 해 두자. 오랜만에 고종사촌들을 만난 점은 아주 좋았다.

25일에는 서양현대철학이 휴강이라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만 들었다. 이제 탈레스-아낙시만드로스-아낙시메네스로 이어진 밀레토스 학파가 끝나고 피타고라스[학파]로 넘어간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은 참 재미있다. 학사논문을 쓰든 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든 영국 경험론(흄)을 주제로 하리라던 지금까지의 생각이 바뀔 정도이다. 만약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 일단 희랍어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 독일어도 지금처럼 슬렁슬렁 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이 수업이 100분 수업이었으면 좋겠다.

오늘 점심 때에는 아동복지론 팀과 1차 발표 준비 중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썼다.......하지만 어제 저녁에는 간단한 원고를 하나 끝냈다. 솔직히, 써야 하는 글이 너무 많아서 깊이 생각하기가 싫다.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2007년 9월 24일 월요일



성곡미술관 앞에 있는 카페 커피스트 (Coffeest)에서 동진님, 용진군과 만나 커피를 마셨다. 커피스트 건물은 구 광화문 터로, 건물 내 바닥 일부를 유리로 처리해 예전 주춧돌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다. 카페 자체도 꽤 멋진데, 위치가 그래서인지 주위 테이블 사람들이 모두 성곡미술관과 신모씨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안타까웠다.(눈 앞에 성곡미술관이 보이니 그 얘기가 절로 나오긴 하더라)

 

처음에는 바깥 테이블에 앉았다가, 날이 더워서 나중에 실내 에어컨을 가동하자 실외기의 진동과 온풍이 느껴져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추석을 기해 제주에서 올라온 용진군은 어느새 본과 2학년 2학기이다. 여러모로 장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앞날이 기대된다. 자격증 사업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함께 구상해 보았다.  



오후 다섯 시 반 쯤 집에 들어와서 뒷정리를 하고(오전부터 추석 차례 준비로 집이 어수선했다) 한 숨 잤다. 그런데 악몽을 꿔서 열한 시 쯤 깜짝 놀라며 깼다.

그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철모르는 10대 남자아이들([짱] 같은 소년만화에 나오는 남학생들 분위기)이 기 싸움에 쓰려고 작은 폭발물인 줄 알고 터뜨린 것이 사실은 물을 오염시키는 교묘한 생체무기였다. 처음에는 폭탄인 줄 알고 도망갔는데, 나중에 그것이 물에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의 공포감과 무력감이 너무나 생생했다. 강 상류 같은 곳에서 그 독극물이 물에 섞여들어가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물을 사용하는 순간의 편린들이 순식간에 쏟아지듯 눈앞을 스쳐지나가면서 그 사람들이 한 명씩 사라지고 하류로 아무리 달려도 무채색 세상만 남았다. 그 순간마다 "설마....아니겠지."라는 희망이 사그라들었다.

진정하기 위해 포도를 한 송이 씻어 먹었다. 일어나자마자 안방을 들여다봤더니 온 가족이 다 있다. 내가 불안한 얼굴로 악몽을 꿨다고 하자 가족들이 무슨 꿈이냐고 물었다. "인류 멸망이요." 라고 했더니 스케일 좀 보라며 웃는다.

2007년 9월 20일 목요일

2007년 9월 20일 목요일

심한 감기몸살로 며칠 앓았다. 화요일에는 학교는 갔지만 약과 어지럼증에 취해 멍하게 앉아 있었고, 수요일에는 이런 식으로는 증세가 장기화되겠다 싶어 학교 수업을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하루 푹 쉬었다. 아우님은 아이스크림, 어머니는 엔젤쉬폰을 가져다 주셨다. 그 덕분인지 오늘 아침부터는 몸이 한결 가뿐하다. 여전히 훌쩍거리고 있고, 가끔 머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서양고대철학특강]과 [서양현대철학]사이 공강 시간이다. 화요일 [서양고대철학특강]시간에는 진통제 때문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공책에 점묘화를 그리며 헤메다가, 강의 끝날 즈음에야 정신을 차렸다. 오늘 수업을 들으며,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을 아깝게 흘려보냈던 나 자신을 혼내고 싶었다.

그럼 이제 점심 먹으러.

2007년 9월 14일 금요일

2007년 9월 14일 금요일

사회복지발달사 수업

우산이 없는데 비가 옴->배고프다고 징징->인류학과 조교실에 계신 A님에게 가서 홍삼캔디와 홍차를 얻어 마시고 우산까지 하나 빌림->아스님, 상현님과 명동 한정식집 [고궁]에 감

지정사 : 고궁->다동커피집 (쿄코님이 무척 수고하심)
상훈님, 승은님, 승은님 지인 2분, 동진님, 상현님, 아스님, 파란날개님, 지은님, 상준님, 동시통역사님, 쿄코님, 루크님 ,경아님

오늘의 화제:
1. 애들 싸움의 승자는?
의견 ⓐ 먼저 코피 터지는 쪽이 패자 ⓑ 먼저 우는 쪽이 패자 ⓒ 엄마가 먼저 나오는 쪽이 이김(홈그라운드의 이점-파란날개님 의견)

2. 어른 싸움의 패자는?
먼저 손 올리는 쪽 (의견 일치)

3.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지정사의 정체

4. 출판계 소문과 소식들, 07년 가을/겨울과 08년 SF 출판 전망에 관한 고무적인 소식이 있었음.

5. 독일의 인종문제와 우리나라

6. 국과수 지하에 보관되어 있는 백백교주의 목의 행방을 비롯한 재야(?) 이야기들 (승은님 지인분이 수집중이심)

오늘의 협찬도서들(신간소식):
[나폴리 특급 살인] - 김상훈님 번역서
[아내가 마법을 쓴다] - 송경아님 번역서
[퍼시잭슨과 올림푸스의 신 ③④] - 이수현님 번역서

2007년 9월 12일 수요일

2007년 9월 12일 수요일

오전에는 K사에 갔다. 줄곧 신경 쓰였던 모 원고에 관한 전후사정을 듣고, 다음 책 계약서를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내 사정으로 계약서는 우편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대신 일면식도 없이 책 한 권을 같이 만들었던 모 편집자 님과 마침내 직접 만났다. 지난 책이 무척 깔끔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음 책에도 기대가 크다.

(여행 얘기에서 외출 얘기로 넘어갔을 때)
제이: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면 여기 저기 갈 텐데, 운전을 아예 안 하니까 더.....
B님: 아, 운전 면허를 안 따셨나요?
제이: 네. 환경을 보호하려고요.
B님: ('어머'하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가림)
제이: 허걱, 농담입니다, 농담!
B님: 아......진담인 줄......

유머감각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문제가 아닌가?)

출판사에서 책 욕심을 잔뜩 내서 장바구니 가득 책을 얻어 끙끙대며 들고 갔다. 장바구니가 터질까봐 아슬아슬했는데, 다행히 학교 도서관 사물함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일단 사물함에 다 넣어 놨다. 틈 날 때 한두 권씩 집에 가지고 가야지.

오늘 수업은 영어 전공 수업인 아동복지론이었다.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재미있었다. 수업 후에는 기말보고서를 함께 쓸 조를 짜기 위해 다른 학생들과 사회대 2층 라운지에 잠깐 갔다가, 사회대도서관 정보검색실로 왔다. 저녁에는 전션과 압구정에서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

 

2007년 9월 11일 화요일

2007년 9월 11일 화요일

피곤한 하루였다. C사 마감 이후로 계속 밤낮이 바뀐 상태였기 때문에 아침 수업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할까봐 월요일 밤에 수면유도제를 먹었는데, 예전에 먹어 봤던 것과 다른 약이어서였는지 몰라도 숨이 막히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무서워서; 못 자고 필사적으로 두세 시간 동안 버티다가 새벽에 잠들었다.

인식론 수업은 매우 재미있었지만 저 약효 때문에 정신을 거의 못 차렸다.

서양고대철학특강은 매우 재미있었고 제정신으로 들었다.

서양현대철학은............................................선생님께옵서 어느 학회에 초청받으시압던지 별로 관심 없으니 제발 수업을............

밤에는 적잖이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불편해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2007년 9월 10일 월요일

2007년 9월 10일 월요일

오전 10시 : 연신내역 던킨 도너츠에서 제시와 독일어-한국어 탄뎀
오후 12시 30분 : 외환은행에 가서 신용카드 도난신고 서류처리
오후 1시 : 우체국에서 지난 홈페이지 이벤트 참가자 분들께 참가상으로 유러피안 초컬릿(웃훙) 발송
오후 2시 50분 : 홍대 교문 앞에서 새미와 만나 카카오봄에서 핫초컬릿
오후 5시 : 새미와 그릭조이에서 저녁식사(조이세트)
오후 7시 20분 : 귀가, 뒹굴
오후 9시 : 분리수거, 샤워, 인터넷
오후 11시 30분 : 여전히 인터넷;;

2007년 9월 7일 금요일

2007년 9월 7일 금요일

9월 6일에는 새벽 네 시 쯤 잤고, 오늘은 새벽 여섯 시 반에 자는 강행군 끝에 원고를 하나 끝냈다. 너무 고생을 했고, 그랬는데도 제대로 끝냈다는 개운한 기분이 들지 않아 권교정님의 땡끝 마감 짤방은 넣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프린트해서 한 번 읽어 보고 이메일을 쓴 후 쓰러져 잠들었다. 오늘이 첫 수업인 [사회복지발달사]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주문한 앨범이 도착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독일 여행 사진을 정리해 인화 서비스를 신청했다. 5주 치를 한꺼번에 다 보고 정리하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일단 영국에 다녀온 다음까지만 먼저 주문을 넣었다. 백 장이 넘는다. 올 추석 전에 앨범에 어학연수 기간의 영수증, 메모, 일기, 사진 등을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내년 추석까지도 못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애써 힘을 내고 있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힘들다. [서양현대철학] 수업은 정말로 재미가 없다! 나만 그리 느끼는 게 아닌 듯, 수업을 마치고 일어서는데 뒷 자리 학생 둘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린다.

"허얼, 끝장인데. 나 저번에는 늦게 와서 재밌었나보다."
"그렇다니까. 이 수업이 학생 여럿 죽이겠다."

죽을 정도로 끔찍한 수업은 아니지만 니체를 한다고 했으면 토인비의 문명서진설이나 헤겔의 모르겐 란트 얘기는 적당히 하고 그냥 니체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말 안 하고 참아 보려고 했지만) 문명서진설+타고르(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더해서 성경까지 술술 읊으시면......선생님의 도그마콤보에 매 시간마다 AP가 10씩 감소하는 학생이 1인.....orz 

2007년 9월 4일 화요일

2007년 9월 4일 화요일

월요일에는 수업이 없어 오늘이 개강일이었다. 첫 수업인 인식론이 10시 수업이라 일곱 시 반 즈음에 일어났다. 그다지 늦지 않게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바빠져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출근길 2호선 지하철에서 시달리고 나니 학교에 올라가기도 전부터 기진맥진이다. 정말이지, 학교가 너무 멀어!

분석철학-인식론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에 관해 듣고 있자니 점점 흥분되면서 짜릿짜릿했다. 아아, 수업이 주는 긴장감이란 역시 좋다. 그런데 김기현 선생님이 추석과 학회로 휴강이 두 번이나 있다고, 개강일부터 두 시간 사십 오 분 수업을 꽉 채워 하시더라. 한 시간 반 쯤 지나니 짜릿짜릿도 찌릿찌릿도 좋지만 배가 고프고 졸려서 힘들었다. 의욕 충만해서 맨 앞 가운데 자리에 떡 앉았는데, 나중에는 에너지가 소진돼 졸지 않으려고 엄청난 속도로 눈을 깜박인다던가, 눈알을 뱅글뱅글 굴려본다던가 했다. 깬 다음에 내 모습을 상상해 보니 차라리 잠깐 조는 편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표 상 인식론과 서양고대철학특강이 붙어 있어 점심 식사를 할 시간도 없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6동으로 달려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에 들어갔다. 교실에 학생이 꽉 차 있어서 놀랐다. 청강생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이 수업은 정말로 재미있었다! 미케아(영어 필기체) 문명(한자)이라고 칠판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쓴 다음 안경 끈을 만지작거리며 학생들 사이에 서서 강의하는 백발 철학과 교수님이라니 이것은 로망의 절정!

어째서 철학을 공부한다면 철학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관한 선생님 말씀이 정말 인상깊었다. 젊었을 때 선생님은 니체에 심취했었단다. '신은 죽었다'나 니힐리즘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감동을 받았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철학 공부를 여러 해 하고 나서 보니, 실제로 선생님은 '신의 존재를 믿어 본 적조차 없었다'. 신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는 세계관이나 그 시대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철학을 논하는 것은 자기반성(self-reflection)을 본령으로 하는 철학도의 자세가 아니다. 감동의 참/거짓의 문제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요구되고 추구해야 하는 엄밀함과 치열함에 관해 뜨끔한 기분으로 생각했다.

이 강의도 개강일인데 75분 수업을 85분 동안 했다. '잃어버린 문명'인 기원전 2000년~1200년의 미케아 문명, 즉 실재했던 역사가 고대의 암흑기를 거쳐 기원전 750년 경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서 신화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실로 흥미로웠다. 어서 다음 수업을 듣고 싶다.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을 F지의 모 님과 같이 듣더라. 같은 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뵌 것은 몇 년 만이다. 수업 끝나고 제대로 인사를 해야지 싶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사람을 만날 에너지가 없어 일단 학생회관으로 달렸다. 6동에서 학생회관까지 가서 식권을 사서 돌솥비빔밥을 깨끗이 비운 다음 16동으로 가는 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16동에서 수현님을 뵙고 같이 라운지에서 차를 한 잔 마신 다음, 다시 6동으로 돌아와 서양현대철학 강의에 들어갔다. 이 수업은 조금 불안......선생님 말씀이 너무 느려서 졸기 딱 좋겠더라. 그리고 소르본에서 공부하신 분이 어째서 하이데거와 헤겔로 수업을 시작하시는 건가요?!; 그래도 같은 시간에 있는 다른 전공 강의인 '서양중세철학'에서 토머스 아퀴나스를 배우느니 니체와 맑스를 읽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터이다. F지 모 님이 이번 수업에도 들어오시기에 수업 마치고 인사를 했다.

집에 오는 길에는 퇴근길 러시아워에 휩쓸려 엄청 고생했다. 버스-지하철-지하철로 거의 정확히 두 시간이 걸렸다.

아참, 하나 깜박했군: 귀국하는 날 선편으로 부쳤던 책이 어째서인지 오늘 도착했다! 주말을 끼워서 일 주일이 안 걸리다니! 가끔 항공편에 자리가 남으면 선편 소포를 넣어 주기도 한다던데, 운 좋게 그런 경우가 되었나 보다. 열어 보니 다른 책들은 대체로 무사한데 러셀 하드커버의 표지가 다른 책들에 치여 벌어져 나갔다. 살짝 안타깝지만 본문 괜찮으면 됐다. 밤에는 [Bildung] 씨디를 아이튠즈로 추출했다.   

2007년 9월 3일 월요일

2007년 9월 3일 월요일

오전에 일산 정발산역 근처의 웨스턴 돔이라는 쇼핑 센터에서 탄뎀 파트너인 제시를 처음으로 만났다. 탄뎀 파트너는 우리말로 하면 '언어교환 짝궁'정도 되려나. 한국에 오면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전혀 없을 것 같아 귀국 전에 베를린에서 탄뎀 파트너를 수소문했는데, 운 좋게도 제시와 연락이 닿아 함께 한국어-독일어를 각각 한 시간씩 공부하기로 했다. 제시는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고 독일에서 일 년 정도 살았던 미국인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처음으로 읽어 보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독특하게 생긴 발음기호도 사용하던데, 한글을 바로 읽는 편이 더 쉽단다. 애당초 표음문자인 한글에 별도의 발음기호가 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필요할까 싶었는데'의 발음은 '피료할까 시펀는데'다. 필요하겠구나.;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싶었고, 무엇보다도 독일어로 말할 기회가 있어 기쁘다. 읽고 쓰기야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말은 정말 상대가 없으면 어렵다. 특히 나는 사람을 만나 말할 일이 거의 없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대면 대화에서 말을 주고받는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 베를린에서 지내는 동안 이 문제점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는 좀 더 '대화'를 많이 해 보려고 한다.

나는 한국어로 말할 때 말을 상당히 빨리 하고, 문장 끝에서 다음 문장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흥분하면 할수록 이 증상이 심해져서, 가끔은 엄청난 속도로 문장을 2/3까지 말한 다음 뒤를 생략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로 말할 때도 마찬가지더라. -_- 독일어로 말할 때면 원하는 만큼 문장을 빨리 만들지 못하니 특히 복문을 말하다가는 도중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영어로 넘어가버린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랬는데 -어렸을 때 내가 말을 하면 어머니가 중간에 '숨표, 숨표'하고 지적하시곤 했다. 고등학생 때 면접 준비하면서도 '문장을 잘라먹지 말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나라 말을 해도 상태가 똑같다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긴 하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이미 늦었다 치고, 독일어 만이라도 어떻게 좀.......


2007년 9월 2일 일요일

2007년 9월 1일 토요일

귀국 기념으로(?) 홍대 앞 초컬릿 전문점 카카오봄에 갔다. 어쩐지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는데, 마침 개점 일 주년 기념일이었다. 일주년 기념으로 오늘만 특별 판매하는 초컬릿 퐁듀를 먹고,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일주년 기념 초컬릿 케이크도 먹었다.

그리고 한양문고에 가서 [온], [CIEL]7권, [마 시리즈]12권(제목은 모르겠다-_-)을 샀다. CIEL과 마시리즈는 읽었고 온은 내일을 위해 아껴 뒀다. 오 주 동안 나가 있는 사이에 만화책이 많이 나와서 기쁘다. 매일 '내일의 신간'을 확인하며 애타게 기다리기 힘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