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정복비밀결사가 명동에 모였다. 생맥주집 데바수스에 나인님, 은림님, Kyoko님, Karidasa님, 까리용님, 하드리안님, 파란날개님, 동진님, 에라오빠, 상훈님, 추윤아님, fool님, sabbath님, 나, 그리고 조금 뒤에 오신 as님, cosmo님, scifi님 이렇게 총 XX명이 모여 생맥주를 마셨다. (나는 상훈님의 충고를 따라 밖에서 미리 커피를 사 갔다.)
상훈님께서 '지구정복비밀결사'이름으로 예약하셨다고 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지구정복비밀결사' 자리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지정사'로 예약했단다.
당했다. -_- 심지어 sabbath님께도 상훈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바람에 sabbath님도 카운터에서 '지구정복...'을 물으셨다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일어서기 직전에 오신 나는그네님께서 말씀하시길, '어째 저기 일행 있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니.'
도중에 잠깐 나가 CGV앞에서 승민오빠와 접선했다. 아웃백빵을 하나 주셔서, 얼씨구나 하고 커피와 함께 뜯어먹었다. 에라오빠께 아너해링턴 두 권을 빌린지 몇 년 만에 돌려 드리고, 상훈님께 약속드린 Interzone과 시집, 마감개 달력 - 정식 표제는 The Blue Dog Calender(George Rodrigue)지만, 비쩍 마른 얼굴이나 퀭한 눈만 보아서는 영락없이 마감개다. - 을 드렸다. 달력은 원래 cosmo님께서 받아 가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챙겨 가셨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as님으로부터는 부탁드린 환동 단편선 2호와 가연 단편선, 클라크의
지구제국 도시와 별, 그리고 이번에 나온 디스크월드 2권을 받았다. 디스크월드 2권과 가연 단편선 둘 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특히 가연단편선은 시리즈로 만들어 죽 꽂아 놓으면 무척 예쁘겠더라. scifi님께서 Nix의 장편을 한 권 빌려주셔서 고맙게 받았다.
낮술을 한두 잔씩 하며 과학소설 팬덤 포털사이트 제작의 현실적 기술적 난점에 대해 논의한 후 (<-이로서 나는 행동대장에서 외교문서 담당으로 보직변경) scifi님, cosmo님께서는 먼저 일어나시고, 나머지 일행은 중국대사관 옆 중식집
개화로 자리를 옮겼다. 동진님께서 편찮으셔서 전채를 드시다 말고 귀가하셨다. 데바수스에서도 편두통이 심하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바로 옆에 앉아서 말을 반 농으로 무심히 받기만 했던 것이 무척 미안했다.
고양이님, 서늘님, 라슈펠님께서도 오셔서 함께 식사를 했다. Jade님도 귀여운 아들과 함께 잠깐 얼굴을 비추셨다. 저녁 코스를 염두에 두고 점심을 [지나치게] 가볍게 먹은 터라 몹시 배가 고파, 식사량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만 과식해 버렸다.
스무 명 가까이 모이니 자리가 무척 분주했다. 실컷 웃고 떠들었던 기억은 나는데 망사스타킹과 제국주의, 말년병장, 지구정화위원회, 컨벤션, 회의(!), 노천온천, 콘도 500개, 반공교육 등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조각들만 가지고 대화 내용을 되짚어 보려니 꽤 어렵다. 말년병장이 지키는 500번째 콘도의 노천온천에 모여 망사스타킹을 입고 제국주의를 무찌를 지구정화 컨벤션을 계획?
개인적으로는 파장 직전에 들은 직장인들의 술자리 얘기가 제일 인상깊고 무서웠다. '현실이란 이런 것이랍니다.'란 느낌이랄까나. 술을 마시지 않다 보니 더 그렇다.
sabbath님, 서늘님, 라슈펠님께선 먼저 일어나시고, 나머지 일행도 개화가 문을 닫는 열 시에 일어났다. 파란날개님, 나, 은림님, fool님, Karidasa님은 을지로입구역으로, 나머지 분들은 3차. 거울에서 글로만 뵙던 은림님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되어 무척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