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31일 목요일

2005년 3월 31일 목요일 : 당신에게 맞는 종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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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2005년 3월 26일 토요일

2005년 3월 26일 토요일





지구정복비밀결사가 명동에 모였다. 생맥주집 데바수스에 나인님, 은림님, Kyoko님, Karidasa님, 까리용님, 하드리안님, 파란날개님, 동진님, 에라오빠, 상훈님, 추윤아님, fool님, sabbath님, 나, 그리고 조금 뒤에 오신 as님, cosmo님, scifi님 이렇게 총 XX명이 모여 생맥주를 마셨다. (나는 상훈님의 충고를 따라 밖에서 미리 커피를 사 갔다.)

상훈님께서 '지구정복비밀결사'이름으로 예약하셨다고 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지구정복비밀결사' 자리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지정사'로 예약했단다. 당했다. -_- 심지어 sabbath님께도 상훈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바람에 sabbath님도 카운터에서 '지구정복...'을 물으셨다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일어서기 직전에 오신 나는그네님께서 말씀하시길, '어째 저기 일행 있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니.'

도중에 잠깐 나가 CGV앞에서 승민오빠와 접선했다. 아웃백빵을 하나 주셔서, 얼씨구나 하고 커피와 함께 뜯어먹었다. 에라오빠께 아너해링턴 두 권을 빌린지 몇 년 만에 돌려 드리고, 상훈님께 약속드린 Interzone과 시집, 마감개 달력 - 정식 표제는 The Blue Dog Calender(George Rodrigue)지만, 비쩍 마른 얼굴이나 퀭한 눈만 보아서는 영락없이 마감개다. - 을 드렸다. 달력은 원래 cosmo님께서 받아 가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챙겨 가셨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as님으로부터는 부탁드린 환동 단편선 2호와 가연 단편선, 클라크의 지구제국 도시와 별, 그리고 이번에 나온 디스크월드 2권을 받았다. 디스크월드 2권과 가연 단편선 둘 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특히 가연단편선은 시리즈로 만들어 죽 꽂아 놓으면 무척 예쁘겠더라. scifi님께서 Nix의 장편을 한 권 빌려주셔서 고맙게 받았다.

낮술을 한두 잔씩 하며 과학소설 팬덤 포털사이트 제작의 현실적 기술적 난점에 대해 논의한 후 (<-이로서 나는 행동대장에서 외교문서 담당으로 보직변경) scifi님, cosmo님께서는 먼저 일어나시고, 나머지 일행은 중국대사관 옆 중식집 개화로 자리를 옮겼다. 동진님께서 편찮으셔서 전채를 드시다 말고 귀가하셨다. 데바수스에서도 편두통이 심하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바로 옆에 앉아서 말을 반 농으로 무심히 받기만 했던 것이 무척 미안했다.

고양이님, 서늘님, 라슈펠님께서도 오셔서 함께 식사를 했다. Jade님도 귀여운 아들과 함께 잠깐 얼굴을 비추셨다. 저녁 코스를 염두에 두고 점심을 [지나치게] 가볍게 먹은 터라 몹시 배가 고파, 식사량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만 과식해 버렸다.

















스무 명 가까이 모이니 자리가 무척 분주했다. 실컷 웃고 떠들었던 기억은 나는데 망사스타킹과 제국주의, 말년병장, 지구정화위원회, 컨벤션, 회의(!), 노천온천, 콘도 500개, 반공교육 등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조각들만 가지고 대화 내용을 되짚어 보려니 꽤 어렵다. 말년병장이 지키는 500번째 콘도의 노천온천에 모여 망사스타킹을 입고 제국주의를 무찌를 지구정화 컨벤션을 계획?

개인적으로는 파장 직전에 들은 직장인들의 술자리 얘기가 제일 인상깊고 무서웠다. '현실이란 이런 것이랍니다.'란 느낌이랄까나. 술을 마시지 않다 보니 더 그렇다.

sabbath님, 서늘님, 라슈펠님께선 먼저 일어나시고, 나머지 일행도 개화가 문을 닫는 열 시에 일어났다. 파란날개님, 나, 은림님, fool님, Karidasa님은 을지로입구역으로, 나머지 분들은 3차. 거울에서 글로만 뵙던 은림님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되어 무척 기뻤다.

2005년 3월 20일 일요일

2005년 3월 20일 일요일

시험을 친 정란이와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오늘이 시험날이니 빨라야 이 달 말에나 집으로 돌아갈 줄 알고 천천히 약속을 잡아볼까 하던 차였는데, 내일 오후에 곧장 정리하고 내려간다는 말을 듣고 누워 뒹굴다가 허겁지겁 일어나 나갔다.


까르보나라

토마토소스 뇨끼

새벽부터 오후까지 시험을 친 다음이라 꽤 피곤했을 터인데, 그런 것 치곤 표정이 괜찮아 보여 다행이었다. 함께 치뽈리나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 정란이는 까르보나라, 나는 토마토소스 뇨끼 -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험생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대화거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식후에는 인클라우드에 갔다. 인클라우드가 금연 카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흡연이 가능했다. 한산한 시각에만 주로 찾다 보니 지금까지 몰랐다. 흡연자를 피하려 비하인드가 아닌 인클라우드에 갔건만......흑.



정란이에게서 내 꿈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나중에 내가 꿈에 대해 물어보거든 말해 달라.'며 꿈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정란이는 부탁받은 당사자인만큼 지금껏 기억을 하고 있었더라.
'커다란 톱니바퀴가 가득 찬 방 같은 곳에서, 아주 아주 작고 뾰족하고 가느다란 - 내가 '샤프에서 나온 샤프심보다 더 가는' 이라고 표현했단다 - 것이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 사이에 깔리기 직전인 모습' 이 바로 그 꿈이다. 사소한 주변 설명이 있지만, 어쨌든 그 부분이 바로 핵심이란다. 줄거리도 없고, 특별한 인물이나 사물이 등장하지도, 인상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꿈을 어째서 '혹시 내가 잊을지도 모르니 네가 대신 기억했다가 내가 묻거든 가르쳐 줘.'라고 친구에게 부탁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왜 미래의 나 자신이 그 꿈에 대해 다시 물어보리라 생각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여덟 시 반쯤 아쉽게 헤어졌다.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정란이와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정란이에게 선물한 손수 만든 노트)

2005년 3월 18일 금요일

2005년 3월 18일 금요일 : 서울시향 실내악의 향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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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 A. Mozart,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 265 (arranged for Wind Quintet by Mark A. Popkin)
모차르트,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 (마크 폽킨 편곡)

2. F. Danzi, Wind Quintet in g minor, Op. 56-2
단치, 목관 5중주 g단조, 작품 56-2
-송영지(Fl.), 김형섭(Ob.), 이창희(Cl.), 곽정선(Bn.), 막심 멜니코프(Hn.)

3. R. Schumann, Piano Quartet in E-flat major, Op. 47
슈만, 피아노 사중주 E플랫 장조, 작품 47
-주연주(Vn.), 김동혜(Va.), 김완정(Vc.), 임정신(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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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이 연주하는 '실내악의 향연' 첫 공연을 보았다. '실내악의 향연 2' 공연 계획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지만, 1이라고 쓰여 있고, 프로그램에서도 법인으로 출발하는 만큼 실내악 공연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레퍼토리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일단은 기획 공연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시향이 작년의 혼란스런 상황을 매듭짓고 다시 자리를 잡는 것 같아 팬으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첫 곡이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이라 반가웠다. 특히 시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실내악 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획 첫 곡으로 이만한 게 없겠다. 어릴 때 배운 게 무섭다고, 아직도 나는 이 곡의 원주제목 - 어쩌고 저쩌고 마망 - 을 외우지 못하고, 첫 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반'이라는 가사를 떠올린다. 주제를 따라서 '반짜아악 바아안 짜라락...'이라고 마음 속으로 가사를 붙여 부를 때도 있다.

두 번째 곡은 단치 목관 5중주. 단치 곡은 처음 들은 듯?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이라 듣기에 무리가 없었다.

세 번째,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매우 좋았다. 예매할 때도 - 20일의 TIMF 앙상블 공연과 이 공연 사이에서 고민했었다 - 프로그램에 슈만이 들어간 점을 눈여겨 보았던 차다. 3악장의 안단테 칸타빌레가 정말 아름답다. 건성으로 듣다가도 등을 곧추세우고 몰입하게 할, 아니, 반대로 의자에 몸을 푹 묻고 눈을 감게 할 만한 멋진 악장이었다.

공연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만족했다. 듣는 이를 음악으로 감싸안는 특별한 연주까지는 아니었지만, 무난한 레퍼토리를 편하게 연주해서 - 슈만 4중주에서는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주었으면 싶긴 했지만, 그런 것 까지 세세히 바라고 청하는 것은 지나친 듯 하고 - 편하게 들을 수 있었고, 대극장 공연에서는 놓치기 쉬운 단원들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세세히 살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다만 공연 진행과 마무리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개인 귀국 연주회가 아닌, 나름대로 시향의 이름을 걸고 하는 연주회인 만큼 좀 더 체계적인 기획으로 준비/홍보했으면 한다. 특히 입장료가 저렴하고 무게감보다는 친숙함에 중심을 둔 기획인 만큼 잘 한다면 서울시향의 이름을 활용한 작고 깔끔한 시리즈로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처음이라서인지 소위 '초대권 공연'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로비가 '레슨선생님과 사진을' 코너가 되어 버린 점도 일반 관객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어차피 공연자가 곧 로비로 나온다면, 아는 사람들끼리 꽃다발을 건네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보통 관객이 다가가서 '오늘 연주의 이런저런 부분이 좋았어요.'라고 말 한번 건네고 나갈 만한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엄연히 유료 관객이 있는 공연이니까 말이다.

참, 슈만 연주에서는 연주자 네 명이 드레스를 참 예쁘게 입고 나왔다 - 바이올린은 적, 비올라는 백(+ 검은색 레이스), 첼로는 남청, 피아노는 연두(!)색 민소매 드레스였다 -. 보통 개인 연주회에서 입을 법한 옷이었지만, 네 명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니까 눈에 확 띄었다. 평소에 연주자 의상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입장하는 순간 '어어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하도 인상깊어 써 둔다.

2005년 3월 14일 월요일

홈페이지 10만번 이벤트 정리



2005년 3월 2일부터 3월 7일까지 진행한 10만번 이벤트 내용입니다.

문제와 정답


용진 님의 답안

비밀 님의 답안

뽐 님의 답안 (만세상)

바바라의 파마머리 님의 답안

포와르 님의 답안

곰다람쥐 님의 답안


2005년 3월 14일 : 이벤트를 종료했습니다. 예전 이벤트 때 소포 분실이 잦아, 이번에는 모두 보통등기로 보냈답니다. 다들 수령하셨다고 나오는군요. :) 만세상 상품으로는 호그리 칵테일 포크를, 참가상으로는 린트 엑설런트 다크와 익스트림 밀크 초콜릿을 보내드렸습니다.

2005년 3월 13일 일요일

2005년 3월 13일 일요일







동진님과 타지마할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꾸루미꾸루미꾸루미-를 외치며 꾸루미 난을 주문했다. 그런데 꾸루미 난이......작아졌다! 아쉬움을 달래며 야채 커리와 플레인 난을 맛있게 뜯어먹고, 동진님께서 얼마 전에 구입하신 니콘 D70을 구경했다. 멋진 카메라였지만, 웬만해선 다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은 나지 않았다.



식후에는 이대 앞으로 옮겨가 말로만 듣던 홍차전문점 티앙팡에 갔다. 보이차를 제대로 차려 주는 찻집이라니, 훌륭하도다. 집에서도 멀잖고, 일요일 낮인데도 번잡하지 않아 - 오히려 학교 앞이라 평일에 더 복잡하려나 - 자주 찾게 될 듯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2005년 3월 12일 토요일

2005년 3월 12일 토요일


선물로 맛있는 초콜릿을 받았다. 초콜릿 풍작이로세.

2005년 3월 11일 금요일

2005년 3월 11일 금요일 : 천년의 수인

출처: aroong.com

전션과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연극 '천년의 수인'을 보았다. 극작가 오태석의 1998년 작으로, 김구 암살범 안두희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쓴 글이라 한다. 안두희와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광주 진압군 병사가 갇혀 있는 정신병원을 무대로 했다.

감정적인 부담 때문에 연극을 자주 보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갈까말까 고민했다. 다행히 가슴을 후벼파기보다는 반 발짝 떨어진 곳에서 칼을 들이미는 느낌의 극이라 견딜 만 했지만, 소재 자체가 주는 중압감은 아무래도 가시지 않는다.

'모른다'는 안이한 변명을 들이대며 무책임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대저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당한 쪽에서 '몰라서 그랬다니 이해하겠다'고 할 때에나 쓸 표현이라 생각한다.) 멀쩡히 살아남아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하며 아무 죄책감 없이 가해자가 되기란 또 얼마나 쉬운가. 몇 달 전, 나는 흰 천이 휘날리는 5.18자유공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어린 학생의 치기어린 낭만임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면서 우산을 접고 묵념을 했었다. 이렇게 몇 마디 말과 덧없는 몸짓으로 책임을 다한 양 스스로를 위안하기란, 아니 기만하기란 또 얼마나 쉬운가. 살아 있는 한, 단지 그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면할 수 없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에 대해서도, 내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거듭 묻기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철창 밖에서 살아있는 내 자신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05년 3월 6일 일요일

2005년 3월 6일 일요일


삼계죽

호박죽

재영이와 신촌 본죽에서 아점을 먹었다. 생일 선물로 귀여운 분홍색 담요를 받았다. 무릎에 덮기 좋을 크기라 독서실에 두고 쓰기로 했다.

식후에는 조부모님 댁에 갔다. 할아버지 생신이라 가족들이 다함께 식사를 했다(고한)다. 나는 재영이와의 선약으로 이미 식사를 한 터라 함께 생신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르는 데만 참여했다. 고구마 케익이 맛있었다.

승민오빠가 다른 일로 신촌에 나왔다며, 시간이 맞으면 생일 선물을 받아가라기에 다시 신촌으로 갔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에스프레소 요기를 먹고, 승민오빠가 다른 사람 부탁으로 샀다는 크리스피 도넛도 덩달아 한 개 먹어 보았다. 하도 달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달지는 않네-라고 생각했으나, 도넛을 반쯤 먹은 다음에 다시 한 숟갈 뜬 에스프레소 요기가 갑자기 무척 쓰게 느껴진 것을 보면, 달기는 단 것 같았다. 오빠는 책을 읽고 나는 NDS로 뿌요뿌요를 했다.

여섯 시쯤 귀가하여 쓰러져 잤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일어나,승민오빠가 준 LightWedge(본래 용도)를 써 보았다.

어머니: 너 아까 선물 받아 온 것 나도 구경하고 싶은데.
제이: 제 책상 위에 있어요.
어머니: 써 보니까 어때? 책 잘 보이니?
제이: 네. 그리고 그거 켜서 얼굴 앞에 들고 거울 보면 진짜 무서워요.
어머니: 그러고 놀았어?
(방에 들어가시고, 잠시 후)
......히이익!
어머, 진짜 무섭다.
제이: ......엄마도 거울 보셨어요? -_-;
어머니: 응. 엄마는 파마머린데도 무섭네.
제이: 그쵸그쵸? (어째서 의기양양......;)

2005년 3월 5일 토요일

2005년 3월 5일 토요일

열두 시 즈음에 점심식사를 한 후, 일곱 시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더니 - 어찌 된 셈인지 물 한 잔 마실 짬이 없었다 - 배가 몹시 고팠다. 붐비는 2호선에 서서 윤오영의 수필론, '곶감과 수필'을 읽었다. 곶감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몇 달 전에 곶감을 만들어 보려고 깎아 베란다에 내어 두었으나 잘 마르지 않아 썩혀 버렸던 감 십여개를 떠올리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예쁘게 깎아 쟁반에 올려 놓으신 감을 보며, 나는 서설이 맛있게 앉은 납작한 곶감을 상상했었다. 바짝 마른 입맛이 썼다. 가끔은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 끝내 잊혀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예닐곱 살 때, '키워 보겠다고'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통에 멋모르고 잡아 넣었던 송사리 몇 마리 같은 것들 말이다.


스프

피자 프레스코

라자냐

저녁은 친구 전션과 치뽈리나에서 먹었다. 전션은 이번에도 내가 시험을 치는 사이에 여행을 다녀왔다. 시험 일 주일 쯤 전, 문득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 보냈던 '한국에 있냐?'라는 문자에 답이 없었을 때부터 대강 짐작했던 터였다. 생일 선물이라며 타조알만한 부활절 초콜릿을 가져왔기에 고맙게 받았다.

오랜만에 루꼴라가 먹고 싶어 피자 프레스코를 주문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평소에는 [좋아하긴 하지만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잘 찾지 않는 스프까지 주문해 허겁지겁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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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그건 마치 컵라면 같은 거야. 집에 먹을 게 컵라면밖에 없어서 먹는 거랑, 어쩌다 컵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귀가길에 사 들고 들어가 먹는 건 느낌이 다르잖아." "맞아. 그렇다고 라면이 싫은 건 아닌데." "응. 싫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좋아하지만, 다르지."

2) "여행을 가면, 여기에서는 이게 유명하고 이 음식 정도는 먹어 보아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요런 것 저런 것은 봐야 한다, 그런 게 있잖아." "박물관이 대표적인 예지. 박물관의 압박." "아아, 그래. 박물관."

3) "그건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어떤 점에서?" "그러니까, 객관식 문제를 보면 대개 처음 풀 때 알아서 쓴 답이 맞잖아? 그런데 자꾸 생각을 하다 보면 헷갈리기 시작하지. 그리고 고쳐서 틀리는 거야. 처음에 분명히 맞게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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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는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셨다. 시간이 금새 갔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