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5일 토요일

2005년 3월 5일 토요일

열두 시 즈음에 점심식사를 한 후, 일곱 시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더니 - 어찌 된 셈인지 물 한 잔 마실 짬이 없었다 - 배가 몹시 고팠다. 붐비는 2호선에 서서 윤오영의 수필론, '곶감과 수필'을 읽었다. 곶감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몇 달 전에 곶감을 만들어 보려고 깎아 베란다에 내어 두었으나 잘 마르지 않아 썩혀 버렸던 감 십여개를 떠올리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예쁘게 깎아 쟁반에 올려 놓으신 감을 보며, 나는 서설이 맛있게 앉은 납작한 곶감을 상상했었다. 바짝 마른 입맛이 썼다. 가끔은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 끝내 잊혀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예닐곱 살 때, '키워 보겠다고'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통에 멋모르고 잡아 넣었던 송사리 몇 마리 같은 것들 말이다.


스프

피자 프레스코

라자냐

저녁은 친구 전션과 치뽈리나에서 먹었다. 전션은 이번에도 내가 시험을 치는 사이에 여행을 다녀왔다. 시험 일 주일 쯤 전, 문득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 보냈던 '한국에 있냐?'라는 문자에 답이 없었을 때부터 대강 짐작했던 터였다. 생일 선물이라며 타조알만한 부활절 초콜릿을 가져왔기에 고맙게 받았다.

오랜만에 루꼴라가 먹고 싶어 피자 프레스코를 주문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평소에는 [좋아하긴 하지만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잘 찾지 않는 스프까지 주문해 허겁지겁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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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그건 마치 컵라면 같은 거야. 집에 먹을 게 컵라면밖에 없어서 먹는 거랑, 어쩌다 컵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귀가길에 사 들고 들어가 먹는 건 느낌이 다르잖아." "맞아. 그렇다고 라면이 싫은 건 아닌데." "응. 싫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좋아하지만, 다르지."

2) "여행을 가면, 여기에서는 이게 유명하고 이 음식 정도는 먹어 보아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요런 것 저런 것은 봐야 한다, 그런 게 있잖아." "박물관이 대표적인 예지. 박물관의 압박." "아아, 그래. 박물관."

3) "그건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어떤 점에서?" "그러니까, 객관식 문제를 보면 대개 처음 풀 때 알아서 쓴 답이 맞잖아? 그런데 자꾸 생각을 하다 보면 헷갈리기 시작하지. 그리고 고쳐서 틀리는 거야. 처음에 분명히 맞게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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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는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셨다. 시간이 금새 갔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댓글 1개:

  1. 하아, 스프가 너무 맛나게 보이는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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