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31일 수요일

2007년 10월 31일 수요일

[아동복지론] 중간고사를 보았다. 문제는 영어이지만 답은 한글로 써도 된다. 선생님이 비영어권 학생이 영어로 답안을 작성할 경우 긍정적인 요소로 감안해 주겠다고 하셨던 터라 꾸역꾸역 영어로 썼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거짓말[하다]의 철자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 헷갈리는 어휘로 꼭 나오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막히니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확실히 떠오르는 철자는 liar밖에 없었다. 한 5분 정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lie라고 썼는데 맞긴 했더라마는.......

수업의 조원 중 한 명이 자진입대로 군휴학을 했다. 학기 중간에 갑자기 빠져서 상당히 당황스럽다. 나이와 장래 계획을 고려해 군대를 가야 할 시기라고 결정한 경위는 납득이 되지만, 네 사람 분량의 일을 앞으로 세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부담이다. 레포트를 쓰는 중간에 한 사람이 줄어든 상황이라 전체 분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저녁에는 새미와 피자를 먹었다. 출근 이틀 째인데 벌써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고 있더라. 새미가 가까이 와서 참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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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twoch habe ich meine letzten Zwischenprüfung gemacht. Die Prüfung war OK, aber ich habe gefunden, dass es ein Problem gab. In diesem Kurs, sollen Studenten eine Gruppe machen, und jede Gruppe muss ein Projekt machen. Das Projekt meiner Gruppe ist 'Jugendkriminalität', und wir hatten schon 1/3 des Projekts zusammen gemacht. Aber ein Student von meiner Gruppe, der verantworlich für die Pubertätsphase war, kam nicht. Ich habe gehört dass, statt das Semester fertig zu machen, wollte er zur Armee gehen.
 
Das ist eigentlich ein Problem. Jetzt gibt es nur drei Studenten in meiner Gruppe, und wir müssen seine Aufgabe zusammen machen. Ich verstehe dass Mann zur Armee gehen muss, aber warum jetzt? Ich finde ihn unverantwortlich.

Am abend habe ich Seemi eingeladen. Sie kam nach Seoul am Montag, und jetzt bliebt sie bei ihre Tante. Das Hause ihrer Tanta ist in der nähe von meinem Haus. Heute war ihrer zweite Tag bei der Arbeit, und sie wartete schon auf Freitagabend! Wir haben Pizza gegessen und uns erhaltet. Bevor hatte ich niemand zu Hause eingeladen, deshalb war sie die Erste, die ich ein lud.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오전에 [인식론] 중간고사를 쳤다. 이번 학기 전공과목 중 가장 신경이 쓰였던 수업인데, 다행히 공부한 보람이 있는 답안을 쓰고 나올 수 있었다. 지난 주 화요일 수업에 늦잠을 자서 못 들어갔던 터라 긴장했는데 다행이다. 점심 때는 학생회관 C메뉴가 알밥이라기에 일부러 게까지 갔는데, 알밥이 다 팔려서 뭔가 이상한 찌개가 대신 나와 있었다. 동물의 창자나 생선의 알집인 것 같은 수상한 건더기가 들어 있었는데, 먹어 보면 맛있을지도 모르지만 차마 손이 가지 않아서 그냥 콩나물과 김치만 떠 먹었다.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가 낮잠을 잠시 자고, 밤에는 [아동복지론] 공부를 했다. 오랜만에 푹 잤다.

Dienstag habe ich die andere Prüfung gemacht. Ich bin am meinsten besorgt wegen sie, aber glücklicherweise, kannte ich alle die Fragen. Ich habe wieder nur 3 stunden geschlafen, deshalb war ich abwesent von der nächsten Vorlesung. Stattdessen habe ich zu Hause geschlafen. 

2007년 10월 29일 월요일

2007년 10월 28일 일요일

27일 토요일 저녁에는 형호아재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렌즈를 꼈더니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몹시 피곤했다. 집에 밤 열한 시 반 쯤 들어갔는데, 부모님이 신분증 챙겼냐고 물으신다. 일요일에 TOEIC 시험을 보러 가기 떄문이다. 아뿔싸, 그제서야 생각해 보니 여권을 학교 쪽에 두고 왔다. 베를린에서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이 아직 새로 나오지 않았는데, 민증을 대신하는 발급신청서까지 수업 프린트 파일에 꽂아 둔 채로 와 버렸다. 일단 괜찮다고 큰소리를 뻥 치고(...) 지식검색을 해 보았는데, 일전에 토익 부정 사건이 문제 된 다음부터는 의료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본 같은 자기증명 서류를 이것 저것 챙겨 가도 지정된 신분증이 없으면 시험을 치지 못한다고 한다.

괴로워하며 신림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본 다음 새벽 6시 1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고, 만약을 대비해 밤새워 우리나라 의료발전에 힘쓰는 용진군에게 모닝콜을 부탁했다. 지난 주부터 중간고사 준비로 생체리듬이 엉망이 되어 있었던 데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 4시까지 멍하니 누워 있었다. 까묵 설잠이 들었다가 용진군의 전화를 받고 일어나 동이 트지 않은 거리를 뛰었다.

여권과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챙기고 삼각김밥을 두 개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차를 타고 시험장에 갔다. 시간이 남아서 엎드려 30분 정도 졸다가 시험을 쳤다. 뭐야, 이거 문제가 뭐 이렇게 많아! 자그마치 300문제......게다가 엄청 추웠다.

토요일 오전부터 거의 못 잤으니 금세 잠들 줄 알았는데 열에 들뜬 것처럼 식은땀만 나고 잠은 오지 않았다. 화요일에 [인식론], 수요일에 [아동복지론] 중간고사가 있다. 피곤하고 머리가 멍해서 공부 하기가 힘들었다. 뭐든 해야 겠다는 생각에 독일어 작문 연습을 시작했는데, 써도 써도 잠이 오지 않아서 나중에는 단념하고 누워서 뒹굴었다. 새벽 세 시 반이 넘어 잠들었다.

월요일: 8시 반에 일어났다. 눈이 너무 피곤해서 실내복 소매로 눈을 덮고 귀마개를 하고 낮잠을 자 보려 했으나 실패. 사흘동안 10시간도 못 잤다.

2007년 10월 24일 수요일

2007년 10월 24일 수요일

Heute kommt meine beste Freundin nach Seoul. Jetzt bliebt sie in Masan(meine Heimatstadt) bei ihren Eltern, aber sie wohnte in London bis letzten Monat, und früher hatte sie in Tokyo gewohnt. Sie ist nach Seoul gekommen für ein Vorstellungsgespräch. Wir haben zusammen das Abentessen gegessen und Kaffee gertrunken.

Sie hat gesagt, dass Korea nicht das, was sie erwartete. Sie möchte in Seoul arbeiten, aber sie will später nach London zuruckfliegen, wenn sie ein Arbeitvisum zu bekommen. Ich habe gesagt,
 >> Obwohl du eine Koreanerin bist, hattest du nicht in Seoul gewohnt. Deshalb kannst du nicht in Seoul wohnen als ob du das Leben dieser Stadt kenntest. Seoul ist eine neue Stadt für dich, ähnlich wie Tokyo oder London. Du brauchst mehr Zeit, um gewöhnlich zu werden.<<

Und wir haben uns auch über viele Dinge erhalten. Sie ist später nach Masan gefahren, aber nächste Woche kommt sie nach Seoul zurück um zu arbeiten. Ich hoffe, dass sie in Seoul bleiben.  

2007년 10월 20일 토요일

2007년 10월 19일 금요일

1.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은 정말로 재미있다. 이미 몇 번 썼지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재미가 있어서, 수업을 들을 때 마다 황홀해진다. 고대 희랍에 대단히 심취한 나머지 최근에는 누굴 만날 때 마다 이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한 번은 꼭 꺼냈는데, 나만큼 황홀경에 빠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내게는 '어쩌면 이럴 수가'라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납치 유레카춤을 추고 싶을 만큼 놀랍고 경이로운 이야기가 타인에게는 '아, 신기하네요.' 라고 듣고 넘어갈 정도의 얘깃거리이다. 내 전달 방식이 선생님만큼 노련하지 않고 내 지식이 선생님보다 훨씬 얕고 어설픈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연예인이 다른 것과 어느정도 비슷한 일이 아닐까 싶다.

2. 오늘은 저녁 7시에 [인식론] 보강을 했다. 셔틀도 끊긴 밤 7시 수업에 몇 명이나 올까 했는데, 아침 수업과 다름없이 교실이 차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9시가 다 되어도 어서 집에 갈 생각을 않고 질문을 자꾸 던진다. 요즈음은 다들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지난 주에 1차 발표를 한 아동복지론 수업의 경우, 선생님이 조당 4-5 매 정도의 보고서를 쓰라고 하셨는데 각자 맡은 부분을 합쳐 보니 제시분량의 네 배가 넘는, 스무 쪽 짜리 보고서가 나왔다. 이제 1차인데! 내심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표일이 되어 보니 옆 조도 그 정도를 써 왔더라. 프레젠테이션도 영어로 하는 부담이 겹쳐서인지 며칠 전부터 발표대본을 쓰고 몇 번이나 연습했다. 역시 내심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발표일이 되어 보니 다른 조는 손가락 인형을 이용해 대본까지 있는 동영상(!)을 직접 찍어 왔다.

3. 미국의 경우 미혼(부)모의 98%가 낙태나 입양이 아닌 육아를 선택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중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생각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 깜짝 놀랐다.

4. 1번부터 3번까지의 내용을 종합한 결론 : 시대에 뒤떨어진 삶

5. 화요일에는 이다 님과 사당역 근처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서 만났다. 이다 님이 고맙게도 꽃다발을 전해 주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꽂아 놓았더니, 대엇개 있던 연두색 나리 봉오리 중 두엇이 벌어질 듯이 부풀기 시작했다. 매일 물을 갈고 방을 오갈 때마다 한 번 더 확인하며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두 송이가 피었고 세 번째 봉오리도 필 듯이 옅은 분홍색을 띄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들어 버리게 될 줄 알면서도, 꽃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접을 수가 없다.

6. 지난 겨울 즈음, 무언가를 처음 경험할 때의 기쁨과 놀라움에 관해 어머니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쩌다 보니 예로 연애경험 없이 맞선으로 결혼한 부모님을 들게 되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무엇이든 새롭고 설레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거나, 순진하고 어렸던 시절이 그립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 하셨다. 지금의 관계가 바로 그런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서 만들어낸, 말하자면 그 뒤에 있었던 많은 (좋고, 즐겁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훨씬 큰 것이니, 당연히 어제보다 오늘이 좋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셨다. 꼭 관계맺음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어느새 쇳소리를 내기 시작한 바람을 맞아 옷깃을 여미며, 나는 각오를 다지듯 새삼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2007년 10월 18일 목요일

2007년 10월 18일 목요일 : 고시의 폐해

8월 초, 새미와 런던에 있을 적 일이다. 런던과 베를린 두 곳 다 유모차가 정말 많았다. 베를린이야 한산한 도시이니(면적은 서울의 1.4배인데 인구는 1/10 정도이다) 그렇다 쳐도, 상당히 북적대는 런던에서도 유모차가 많이 다니는 것을 보고 새미에게 말했다.

제이: 여기에서는 애들을 들지 않고-
새미: (풉 웃으며) 야, 애는 드는 게 아니라 안거나 업어야지. 든다고 하니까 이상하다.
제이: 아, 그렇군. 어쨌든 간에 그러질 않고 거의 유모차에 태워 다니더라. 규모가 상당한 아이들도 유모차에 타고 있어.
새미: (어이없다는 듯이) 애한테는 '덩치가 크다'고 해야지 무슨 건물도 아니고 '규모'가 뭐야. 고시 공부 몇 년 하더니 너 어휘가 영......;

듣고 보니 과연 그러했다. orz

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 연애담, 신문 연예면을 대신하여

오랜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동생과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이라, 나만 이른 저녁을 들었다. 내가 안방에서 주섬주섬 신문을 찾아 와 식탁에 앉자, 앞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M: 오랜만에 집에서 밥 먹는데 얼굴 보면서 얘기라도 하지, 대뜸 신문을 가져오니.

듣고 보니 과연 그러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신문을 접어 옆으로 치웠다.

M: 엄마랑 아빠랑 저쪽 XX 성당 앞에 쌀하고 떡국 튀기러 갔거든. 그런데 뻥 하니까 아빠가 엄마 뒤에 서서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가 딱 거기 맞춰서 엄마 귀를 꼭 막아 주는 거 있지. 그래서 엄마가 자기 귀를 막지 내 귀를 막으면 당신은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아빠는 저번에 뻥 튀길 때 한 번 들어서 괜찮다는 거야. 재밌지?
J: 아하하, 아빠 답네요.
M: 그리고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음......떡국 소리는 쌀보다 좀 크긴 하네.' 하시는 거 있지. 재밌지?
J: 하하, 그렇네요.
거기 사람이 엄마 아빠 보고 사이 좋은가보다고 부럽다고 하더라? 그게 부러운 건가?
J: 그럼요. 엄마 아빠 연세에 그러기 쉽지 않죠.
M: 그런데 너 오늘 저녁에 어디 나가니?
J: 아뇨? 집에 있는데요?;
M: 엄마는 아빠랑 데이트 가기로 했다~
J: .......와, 어디 가세요?
M: 영화 보러 갈 거야. ^^v

뭐야, 자랑하려고 신문 치우라고 하셨구나
밤에는 두 분이 사오신 훈제 닭고기를 셋이 앉아 먹고, 한 덩어리를 늦게 올 동생을 위해 남겨 두었다.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오전에 신촌 빈즈 앤 베리스(Beans & Berries)에서 제시와 탄뎀을 했다. 일산-서울을 오가며 만나다 보니 둘 다 피로해지는 것 같아서, 가운데라 할 수 있는 신촌으로 아예 약속장소를 옮겼다. 채원양의 추천을 받아 가 본 빈즈 앤 베리스는 깔끔했다. 초컬릿 브라우니가 예상보다 훨씬 진하고 푸짐해서 마음에 들었다.

요즈음은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제시와 나 둘 다 탄뎀이 처음이다 보니 초기에는 좀 헤맸는데, 이제 슬슬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알아가고 있는 듯 하다.

점심 때에는 연대 앞까지 온 김에 채원양을 만나 샤브샤브를 먹고, 연대 법대 전산실에서 인터넷을 했다. Y님과 전화통화를 했고 K사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전산실에 앉아 있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가서, 수업을 끝낸 채원양을 다시 만나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갔다.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 농축과 희박의 코스모고니

몇 년 전, 과소동의 모 님이 '텍스트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고개를 주억였고 오랫동안 그 말이 기억에 남았었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텍스트량 보존의 법칙보다 한 단계 앞에 감정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내어 놓기 위해서는 그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압축된 감정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감정의 총량 중 상당 부분이 다른 쪽으로 새어나가는 동안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는 지난 몇 달 간 글 다운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그나마 읽어 줄 만 한 것들은 번역 원고였지만 이는 온전히 원작자의 덕이다. 나의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텅 빈다. 모든 것이 단지 흘러들어왔다가 흘러나갈 뿐, 무엇도 충분히 고여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지난 한 달여 간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그나마 읽은 책들 중 절반 정도는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의 복습이었으며 (예| [엘러리 퀸의 모험]) 나머지 절반은 지난 여름 동안 밀린 장르소설 출판분이었다. 들어온 것이 적으니 고일 틈도 없이 사라질 수 밖에.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원을 공기라 했다. 그는 농축-희박의 개념으로 세계를 설명했다. 딱딱한 물체는 공기가 '농축'된 상태이고 허공은 공기가 매우 '희박'한 상태이다. 압축된 것은 무겁고 희박한 것은 가볍다. 그래서 이 세계는 압축된 흙은 바닥에 있고 가벼운 하늘은 위에 있는 형태를 이룬다. 나는 희박하다. 요즈음 때때로 찾아오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편안함이 단지 내가 텅 비어서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슬퍼진다. 나는 반드시 살아서 우주를 보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날아오르고 싶지는 않다. 옳은 질문을 던졌던 아낙시메네스의 답이 틀렸다는 것은, 물론 위안이 되지 않는다.  

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우리 가족 소사전

지난 주에 보고서 작성 차 [사회복지소사전]을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 생각나는 대로 ㄱㄴㄷ  순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가족 여러분의 참여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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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땅속줄기채소. 삶아서 국그릇 같은 보울(bowl)에 으깨어 설탕, 소금, 깨소금, 후추를 섞어 먹는다.

고구마
: 아우님이 가장 좋아하는 근채소. 본인이 사와서 쪄 먹을 때도 많고, 부모님이 장을 보러 나가서 '미연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한 박스씩 사 오실 때도 있다.
(유) 고구미

광합성
: 어머니의 취미

궁금쟁이
: 아버지의 별명

그냥커피 / 내린커피
: 그냥커피는 인스턴트 커피, 내린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드리퍼로 내린 원두커피이다.
(용례) 제이: 엄마, 그냥커피 드실래요 내린커피랑 섞어 드실래요 내린커피 드실래요?
어머니: 그냥커피에 내린커피 조금 섞어서 먹을래.

기파티 (氣party)
: 우리 가족이 생일 등 행사일 자정에 모여 하는 파티. 예전에는 꼭 자정에 맞추어 했으나 요즈음은 11시 즈음에 하기도 한다. 기파티의 가장 중요한 의식은 케이크에 불을 켠 다음 어릴 적부터 집에 있던 사각탁자에 둘러 앉아 서로 손을 꼭 잡고 눈을 감고 서로에게 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유) 가족파티, 생일파티, 힘내라파티, 자정파티

노동요
: 설거지 등의 집안일을 할 때 함께 부르는 노래. 기존 동요나 만화 주제가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거나 대충 생각나는 대로 곡을 붙여 부른다.
(관) 추임새
(용례) 제이: (닭도리탕을 만드는 어머니와 아우님 옆에서) 노동을 안 하니까 추임새로라도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도치
: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쁘다'는 속담에서 딴 말로, '도치 엄마', '도치 아빠' , '도치 동생', '도치 언니' 등으로 쓰인다.
(용례) "아니, 그런 도치스런 멘트를!"

마당
: 부모님의 은퇴 후 거주지에 딸린 위치불명 시대불명 가상의 공간. 우리 가족의 공상에 종종 등장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 아우님을 위해 고구마를 잔뜩 심었고 (2)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 가득하며 (3) 옥수수 (4) 감자 (5) 깻잎 (6) 콩 등이 자라고 있다. 아버지는 돼지;;를 키우려고 시도하신 적이 있다. (어머니 기절)

(저녁) 세수
: 나와 어머니가 각별히 귀찮아 하는 것.
(용례) 제이: 엄마, 피곤하실 텐데 이제 그만 들어가 주무세요.
어머니: ......아직 세수를 안 했어. ㅠ_ㅠ
제이: ......저어런. orz


: 어머니가 가꾼 화분들을 내가 통칭해 부르는 말

장충당 공원
: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끝까지 불러 준 노래라고 한다.
(용례) 어머니: 신혼에 새댁한테 노래 한 곡 부르라고 하는 데서 무슨 사랑 노래도 아닌 장충당 공원이 뭐야.
아버지: 끝까지 아는 노래가 그것밖에 없었는 걸 우짜노.
어머니: 나는 또 그걸 좋다고 듣고 있었으니......

환영동작
: 가족이 귀가했을 때 집에 있던 사람들이 현관 앞에 모여서 일제히 모션을 취하는 것. 모두가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하고 함께 팔로 하트를 만들거나 환영춤을 추기도 한다.
(관) 배웅동작 

2007년 10월 11일 금요일

잡기 재시도.

1. 월요일에는 밤 열 시 까지 두레문예관에서 아동복지론 보고서를 썼다. 밤에는 괴물에 쫓기는 꿈을 꿨다. 그런데 그 괴물이 분명히 어떤 SF에 나온 것이었다. 도망 치면서도 '저걸 어디서 봤더라'라고 생각했고, 일어나서까지 계속 고민했다. 생김이 아주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나 만화, 혹은 책 표지 등에서 그림이나 모형으로 봤던 괴물 같았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2. 화요일에는 [인식론] 수업이 일찍 끝나서 점심을 제대로 먹었다. [서양고대철학특강] 수업시간에는 파르메니데스와, 그의 사상을 전수한 엘리야 학파에 대해 배웠다. 엘리야 학파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인 체논이 등장했다.

3. 수요일에는 지난 주부터 내내 나를 괴롭혔던 [아동복지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저녁에는 conrad님과 학생회관에서 만나 차를 한 잔 얻어 마시고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4. 목요일 점심에는 수현님, 상준님, 인수오빠와 교내 카페 소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후에 커피를 마사다가, 갑자기 월요일 밤 꿈의 괴물이 허버트의 [듄]에 나오는 모래괴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후련했다. 1시 수업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해 아쉬웠다. 조만간에 상준님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서양고대철학특강] 시간에 이오니아 사람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을 배웠는데, 헤라클레이토스가 '판타 레이'라는 말을 실제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의 저술 중 특정 부분(이것도 배움)의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는 애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재밌게 읽고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던 [판타 레이: 만물은 흐른다]라는 책은 어쩌고......orz 저녁에는 독일어 단어를 외웠고, 밤에는 F지 원고를 했다.

5. 오늘 아침에는 어째선지 자그마치 오전 8시 20분에 깼다. 전날 밤에 한 시 넘어 잠들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처음에는 아직 꿈을 꾸는 중이라 시간을 잘못 본 줄 알았다. 꾸물럭거리다가 9시 쯤 일어났다. 오늘은 교내에서 승민오빠와 점심을 먹을 계획이다. 수업은 지난 주에 총엠티로 휴강했던 [사회복지발달사]. 사회복지발달사 선생님은 보기 드물게도 독일에서 공부하고 오신 분이다. 실은 그래서 유학에 관해 이것 저것 여쭈어 보았는데, 박사 끝내는 데 자그마치 9년 걸렸다는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박사과정 연구 주제를 정하고 유학할 학교와 스승이 될 교수님을 알아보고 미리 이메일과 전화 등을 이용하여 교류하거나 방학 때 학교를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는 등 준비를 다 끝내고 즉시 유학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릴 경우' 라면 5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하셨다.  

2007년 10월 9일 화요일

2007년 10월 9일 화요일 : 근황

1. 지난 달 말에 나는 [서양현대철학] 수업에 관한 나의 자세를 통렬히 반성했다. 수업이 내가 원하는 만큼 커리큘럼에 따라 강도높고 압축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평불만이 가득하여 건성으로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은 - 솔직히 고백하면 [나폴리 특급 살인]과 [마일즈의 전쟁]을 읽었다. 둘 다 매우 재미있다 - 배우는 사람으로서 기본이 부족한 자세이다.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오래 공부한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듣는다면, 무엇이든 하나라도 배울 기회가 생길지 모르는데 그런 식이어서야 정말 아무 것도 얻지 못할 터 아닌가. 게다가 그런 불평을 말과 글로 남기기까지 하다니, 미래에 돌이켜 보면 틀림없이 얼굴이 붉어지리라. 그래서 추석 연휴 동안 열심히 반성했다. 마침 선생님이 학회 일로 추석 연휴 다음에도 수업을 두 번 쉬셔서 수업이 없었고, 그 기간에도 나는 계속 반성 모드로 있었다. 지난 주 목요일에 마침내 긴 휴강기간이 끝나고 다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정말로 대범하고 전향적인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했다.

.......아무래도 마음을 더 갈고 닦아야겠다.

2. 토요일에는 항공대에 가서 토플(TOEFL) 시험을 보았다. 현장에서 본인확인 사진을 찍는 줄 모르고 정말 초췌한 모습으로 갔는데, 안경을 벗으라고 해서 벗었더니 사진을 찍더라. 당황스러웠다.

3. 인식론 수업 다녀와서 계속.

4. 너무 바빠서 못 쓰겠다...

2007년 10월 8일 월요일

2007년 10월 7일 일요일

필름포럼은 어째서 자기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독일 다큐멘터리 특별전]의 시간표를 '준회원 이상 읽을 수 있는 네이버 카페 게시판'에만 올려 놓은 거냐! 네이버 로그인+카페가입이 싫어서 필름포럼 홈페이지를 뒤졌지만 게시판 공지글로 특별전 홍보 문구만 덜렁 두다니, 꼭 보고 싶은 사람은 포털사이트 로그인/카페가입이나 맥스무비 로그인/영화관 날짜별 검색을 (감수)해서라도 보러 온다 이거냐......이벤트 참가나 게시물 쓰기도 아니고 시간표 보기를 준회원 이상으로 설정해 놓은 건 대체 무슨 심보?

2007년 10월 1일 월요일

2007년 10월 1일 월요일 : 말장난 승부

아침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 케이크를 꺼내고 물을 끓였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최근에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있다.

제이: (찬장에서 차를 꺼내며) 영감~영감~차 취향은 영감~
어머니: 옥수수수염차는 영감이 마시는 차 아니야.
제이: 하지만 이름이 옥수수'수염'차잖아요.
어머니: 그렇게 보면 얼 그레이(Earl Grey)는?

......과연 그렇도다!

* 호기심이 동해 찾아보니 얼 그레이는 사람 이름이다. 틀림없이 수염을 길렀을 것 같은 백작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