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31일 금요일

2003년 10월 31일 금요일 : 상하이 콰르텟 내한공연

베토벤 현악사중주 Op.18-3 제3번 D장조
현악사중주 Op.95 제11번 f단조 <세리오소>
현악사중주 Op.132 제 15번 a단조 <갈리친>

동진님과 호암아트홀에서 보았다. 첫 곡은 조금 경직된 느낌이었으나 마지막 악장이 괜찮았고, 두 번째 곡 '세리오소'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본 공연보다도 앵콜로 연주한 두 곡이 정말 멋졌다! 첫 번째 곡이 '**산의 아침'이라는 중국곡(산 이름은 못 알아 들음)을 2바이올린 연주자가 편곡한 것인데,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새들이 지저귀고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졌다.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 더 분명한 느낌을 받았던 듯. 두 번째 곡은 피치카토.....제목은 모르겠더라.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공연장에서 나오며 기분이 좋아서 2단 뛰기도 했다.

2003년 10월 29일 수요일

2003년 10월 26일 일요일~29일 수요일

일요일: 집에서 계속 잤다. 중간에 잠깐 일어나 쿠키를 곁들여 카푸치노를 먹었던 것도 같고...... 완전히 정신을 차려 보니 저녁 여섯 시. 대충 저녁을 먹은 후 부모님이 여행을 가신 터라 오랫만에 티비를 이리 저리 틀어보았다. 뱃살빼기 운동(?) 프로그램을 했고(녹차 칼로리가 0인줄 알았는데 0.4정도 된다더라), AFKN에서는 Meet the press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라크 침공을 놓고 상원의원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이 편이나 저 편이나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만두고 엑스파일 디비디를 두 편 반 보았다. 푹 쉬었다.

월요일: 아침에 밥을 태웠다. 안 탄 밥을 얼른 들어낸 다음 솥을 물에 담그고 긁었으나 좀 많이 타서 잘 안 씻겼다. 그래서 그냥 싱크대에 슬쩍 넣어두고 독서실로 도망가버렸다. 밤에 여쭤봤더니 아버지께서 해결하셨단다.

화요일: 과외를 그만두게 되었다. 당장 난처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당황스럽긴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시험이 코앞이니 일단 2월까지는 공부하며 짬짬이 논문 번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정말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스무살, 휴학생.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제대로 된 내 자리가 없음을 새삼 느껴,불안하고 초조하다.

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정오에 일어나 식사를 했다. 뒹굴다 보니 심심해져 교보문고에 가서 핫트랙스 편지지를 샀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용진군에게 연락해 라리에또에서 식사를 했다.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시험 전이라고 가져간 쿠키를 나누어 먹었다. 이제 열흘 남았다더라. 시험 전에 얼굴 한 번 보고 격려해 주고 싶어 불렀는데, 수험생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재밌었는걸. *blush*
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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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마음쓰지 않아도 될 일로 며칠 동안 속을 끓였다. 듣는 순간 '아, 저런 건 그냥 흘려 버리면 돼.'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정말 그러지는 못 했다. 들은 말 보다도 기분 상한 나에게 훨씬 더 화가 났다.
'쉬운 길'을 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일도 그만큼 어렵겠거니 짐작해 왔다. 나도 어렵고 남도 어렵고 좀 덜 어려운 사람과 좀 더 어려운 사람이 있을 뿐이고 제각기 나름대로 버티기도 하고 못 버티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당사자가 자기 인생을 쉬운 길이라손 친다 한들, 남이 옆에서 쉽다 어렵다 할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삶이 쉬워 보이는 사람에게 자기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본인만 빼고 다 쉽게 산다는 불평은 아무리 그럴듯한 정의감과 문제 의식으로 포장해도 결국은 값싼 자기 연민이다.
너그럽고 여유로운 사람이길 바라지만, 모욕적인 자기애에 대한 동조로 그 값을 치를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직 어리구나. 어려.

2003년 10월 24일 금요일

2003년 10월 24일 금요일 : Once Upon A Time in Maxico



우울하고 저조하고 억울해서 일찍 독서실을 나섰다. 303번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다가, 다음 역이 연흥시네마라기에 내려 Once upon a time in Maxico를 보았다. 금요일 밤이라 붐빌 줄 알았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없을 만 했다. -_- 정치의 무용함과 인생의 허망함과 음모의 허접함과 추억의 끈적함을 보여주는 놀라운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와 집에 올 때까지 계속 흐물흐물 웃었다. 우울함이 싹 사라지긴 했는데.......흐물흐물 흐물흐물......더 수상한 상태가 된 것 같단 말이지.

아참, 그리고 영화 앞 부분에 조니 뎁이 입고 나온 티셔츠가 갖고 싶다. 깨끗한 흰 바탕에 검은색 기본체로 "I'm with a stupid"라고 쓰여 있는 옷이다.

2003년 10월 19일 일요일

2003년 10월 19일 일요일

동생제니스카페테리아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함께 가자고 몇 달 동안 말만 하다, 일요일 낮이라 드디어 시간을 내었다. 동생이 대학생이 되면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도 많이 가고 놀러도 많이 다닐 줄 알았는데 각자 생활이 있고, 결정적으로 동생이 학교에 적응하여 여유가 생길 만 하니 내가 수행생활을 시작해 버려 지금껏 별로 같이 다니지 못했다.

샌드위치와 티라미수를 먹은 후 한양문고에 가서 만화책 구경을 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신간은 없더라. 마스터 키튼 2권을 샀다.


빵을 들어내면 ↓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


(사진은 인수오빠가 찍은 것)

어제 행정학 끝내고, 행정법 복습을 시작했는데 기억이 안 나서 심히 답답하다. 대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읽었으면 외워야지! 문제도 맞춰야지! 왜 틀리냔 말이다! 방금 읽고 틀리면 대체 뭘 어쩌라고! 뭐하는거냐! 잘 안 될수록 어떻게든 열심히 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겠지만 열도 조금 나고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집에 일찍 들어와 일찍 자버렸다. 일어나 보니 (금요일) 정오네. 중간에 아침식사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긁적긁적. 커피 끓여마시고 독서실 가야지.

(목요일) 낮에는 인수오빠()와 학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라운지로 가 체스를 두 판 두었다. 깔끔하게 졌다. 특히 첫 번째 판은 특별한 실수나 잘못 읽은 부분이 없었는데도 정신을 차려보니 자승자박. 군더더기 없는 승부라 즐거웠다.

2003년 10월 14일 화요일

2003년 10월 14일 화요일 : 에고그램 테스트

링크: 에고그램테스트


독사 같은 보스 타입

▷ 성격
운과 체력만 갖추어진다면 그 분야에서 귀재라 불릴 만큼 특별한 기업가가 될 수 있는 타입입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와는 지독함을 지닌 타입이죠. 하지만 그런 차가운 부분을 위급한상황이 될 때까지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교묘하게 위장해갈 줄 아는 능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강한 권력욕과 싫증낼 줄 모르는 물욕은 자본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의 샐러리맨 사장의 경우 굳이 아슬아슬한 선까지 파고들지 않아도 충분히 직책을 다할 수 있고 아무리 이윤을 늘려봤자 그에 대한보수도 뻔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행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타입의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로서 대성할 수 있는 것이죠.

▷ 대인관계 (상대방이 이 타입일 경우 어떻게 하연 좋을까?)

연인, 배우자 - 완전히 반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타입의 배우자를 맞으면 상대의 야망을 이루는데 동조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주위사람들도 떠나가게 됩니다. 순탄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상대입니다.

거래처고객 -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용을 당했다면 그만큼 되갚아 주면되겠지만 따지고 보니 이쪽에서야말로 뺏고만 있는 상황이라면 곤란하겠죠.

상사 - 이런 상대의 눈에 밉보이면 나중에 가차없는 날벼락이 떨어집니다. 그 점을 잘 생각해서 실수 없이 진퇴를 결정하십시오.

동료, 부하직원 - 중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내부분쟁의 요인이 될 위험이 있는 인물입니다.

링크2: 정신연령테스트

정신연령: 35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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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20대, 의식은 이미 부끄러움을 모르는 중년. '아직은 뭐~' 하고 안심하고 웃을 수만은 없는 상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행동하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면이 지나치면 남의 눈은 전혀 무시한 채 멋대로 행동하기 쉽다. 왜냐하면 35세 중년의 에너지가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이에 맞는 정신 연령을 갖추려면 의지가 확고한 면은 그대로 유지한 채 청순함을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 패션은 청순한 분위기를 어필하는데 주력하고 흰색의 옷을 입어 발랄함을 나타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사용하는 필기구는 오래 쓰는 볼펜 등은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 투명한 마음의 상징인 연필을 사용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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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차가운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위급한 상황을 피하고, 다른 사람의 순탄한 인생길에 방해가 될테니 연애도 결혼도 않는다. 부하직원으로는 중용해 줄 가능성이 낮으므로 그냥 집에서 청순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필을 가지고 논다.


에이. =_=

2003년 10월 14일 화요일



지난 주 금요일에는 김만진선생님과 일산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름 까먹은 일식집은 괜찮았으나 이후에 간 까페의 카푸치노가 아니올시다였다. 어떻게 인스턴트에 우유 거품을 얹을 걸로 오천원이나 받을 수 있냐! 모를 줄 알았냐! 에잇!

홍차도 지난주에 도착했다. 로넨펠트의 얼그레이/다즐링은 박쥐같은 품명 때문에 궁금하고 수상하여 볼 때마다 망설이다 이번에 주문해 보았는데, 예상외로 꽤 맛있다. 독서실에 있으니 잎차가 번거로워 티백을 이것 저것 마셔본다. 포트넘&메이슨의 레몬은 과일향차를 별로 안 좋아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주문했다가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시럽 넣어서 초컬릿이랑 먹어야지.

예정대로 하면 내일 행정학 일독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벌써 거의 두 시네. 이래서야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오늘은 아까 저녁에 정신없이 자서 이제 잠이 안 온다. 으으.

2003년 10월 9일 목요일

2003년 10월 9일 목요일 : 서울시향 제 632회 정기연주회

베를리오즈 벤베누토 첼리니 서곡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슈만 교향곡 4번

협연(pf) 니콜라이 루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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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정기연주회였다. 협연자는 대단히 러시아 피아니스트다웠을 뿐 아니라 귀여웠다. (웃음) 라흐마니노프의 변주곡도 즐겁게 들었다. 하나의 주제 선율로 그토록 다양한 감성을 표현해 낼 수 있다니.
슈만 교향곡 4번의 2악장 로망스를 들으며 악장님을 정신없이 보았다. 악장님은 정말이지 너무 멋있다. 나중에 박수를 받을 때 곽승씨가 신상준악장님과 이정근첼로수석님을 함께 일어나게 하셔서 이정근씨는 왜..싶었는데, 앵콜로 2악장을 다시 들으니 바이올린 뒤에 첼로가 나왔다. 나는 본 공연에서 악장님에게 너무 정신을 쏟은 나머지 첼로는 듣지조차 못했던 것이다! 너무하잖아! =_=;

여하튼 즐거운 공연이었다. 부담 없는 프로그램도 좋았고......어제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서도 느꼈는데, 최근 나는 음악 취향이 꽤 바뀌었다. 말러나 베토벤처럼 예전에는 줄곧 챙겨 듣던 작곡가들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별로 듣지 않고 관심도 없던 슈만이나 브람스가 좋아졌고 공연을 고를 때는 멘델스존처럼 그늘 없는 작곡가를 찾는다. 같은 작곡가라면 소편성 실내악이 좋다. 음.....가을이 온 건가. 히히.

11월 26일에 호암아트홀에서 서울시향 초청연주회를 한다. 신상준악장님과 첼리스트 신상원씨의 브람스 더블콘체르토! 예매 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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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일기 씀

2003년 10월 8일 수요일

2003년 10월 8일 수요일 : 화음 3 '사랑'

크라이슬러 -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 달리 ‘나의 아내’
말러-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코코슈카 ‘바람의신부'
제임스 골웨이 협연 - 메르카단테 플룻 협주곡
-intermission-
브람스 - 현악 6중주

화음챔버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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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와 화음챔버오케스트라가 공동 기획한 3부작 공연 화음(畵音)의 마지막 편이었다. 그림을 보여 주며 그와 비슷한 심상의 음악을 연주하여 '화'와 '음'의 결합을 시도한 공연으로, 이번 공연의 소재는 사랑이었다. 어떻게 진행할까 무척 기대했던 것에 비해 평범하고 무난했다. 사회자가 그림과 음악에 대해 소개한 후 슬라이드로 비춘 그림을 배경삼아 연주자들이 연주를 했다. 지나치게 느낌을 잡아내기 쉬운 그림과 곡을 골랐고 그림 자체 혹은 음악 자체보다는 작곡가나 화가의 사생활을 소재삼은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e.g.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의 주인공은 말러의 부인이자 코코슈카의 전 애인) 일단 시도는 참신했고 연주 역시 좋았다. 감정이 넘치는 듯한 느낌이 조금씩 들었지만 연주자들이 지나쳤던 탓은 아니고, 곡 자체의 감정이 워낙 분명했기 때문인 듯. 협연자 대략 훌륭......

동진님과 갔다.

2003년 10월 7일 화요일

2003년 10월 5일 일요일

2003년 10월 5일 일요일

SF쪽 모임이 있어 신촌 제주도 통갈비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꽤 오랫만에 라슈펠님과 창석오빠를 뵈었고, 컨벤션 때 아주 잠깐 만난 적이 있는 김상현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루크님은 잠깐 사이에 한국 사람이 다 되셨더라. 여름에 뵈었을 때와 느낌이 꽤 달라서 놀랐다. 인수오빠는 출국하시기 전에 비해 초췌해 보이신다고 했지만 귀국 직후에 비하면.......:)
식사 후엔 파파비어에 가서 [주로 상훈님과 상현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즐겁고 재미있는지 정신이 없었다. '이상('날개'의 작가)은 역시 스타일이지!'가 '브루스 스털링이랑 이상이랑 헤어스타일이 비슷하다고?'로 발전하다니! 정말 너무 웃겨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송경아님과 이수현님께서 책도 주셨다. 히히. 둘 다 꼭 읽기로 마음먹었던 책이라 기뻤다. 그 다음에 무슨 술집에 갔으나 점명은 모르겠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근처의 케익집 '광'에서 케익을 사 와서 먹었다.

이른 저녁에 모이니까 식사하고 넉넉하게 놀아도 열한 시 전에 집에 들어올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재미있었다.

2003년 10월 4일 토요일

2003년 10월 4일 토요일



샌드위치 데이이기 때문인지 오랫만에 온가족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덕분인지 마치 일요일 같았다. 하루 종일 디비디를 보거나 잠을 자며 놀았다. 엑스맨 1.5의 두번째 디스크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보았다.

2003년 10월 3일 금요일

2003년 10월 3일 금요일

날씨가 맑고 바람이 시원한 휴일이었다. 승민오빠(오늘도 멋진 모습!)와 우동촌에 가서 해물우동, 볶음우동, 고추참치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학교 버들골 잔디밭에 올라가서 무용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잔디에 가만히 앉아 구름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광합성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하늘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2003년 10월 2일 목요일

2003년 10월 2일 목요일 : 하제소리 제 14회 정기연주회

오늘은 미연이가 속해 있는 서울교대 국악동아리 하제소리의 정기 연주회 날이었다. 보호자 삼아 사진기를 들고 학교에 갔다.

교대에 가기 전엔 원래 용진군과 라리에또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다섯 시 쯤 되어 가 보니 '전기수리 공사로 여섯시에 엽니다'라고 쓰여 있어 식사는 하지 못하고 대신 아루에서 케익을 사서 커피집에 갔다. 제이는 소녀의 로망 카푸치노. 용진군이 20001번째 방문자라 커피를 쐈다.





용진군에게 아트펜 칼리그래프 1.5를 분양했고, 얼마 전에 마련했다는 몽블랑 146과 워터맨 찰스톤을 구경했다. 검은 펜이 몽블랑, 아래가 찰스톤. 찰스톤은 매장에서 자주 보고 손에 쥐어보기도 했으나 뚜껑을 닫은 모습은 처음이었는데, 생각 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 저렇게 특이하게 생긴 펜일 줄이야!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져 교대로 갔다. 맛있는 쿠키와 꽃을 가져갔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마이 비러브드 아우님이었기 때문에 대금연주자가 앉는 곳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기다렸다. 아마추어 연주회는 몇 번 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떨지 몰랐는데 무척 훌륭하여 깜짝 놀랐다. 비전공자가 힘겹게 짬을 내어 연습하여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니. 프로와 같은 세련됨은 아니지만,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법이다. 프로그램도 잘 짜여 있었고, 교대답게 초등학생들이 민요를 부르는 코너를 넣은 것도 어울렸다. 열심히 연주하고 열심히 참여하며 학교에서 제 자리를 찾아 부쩍부쩍 자라고 있는 우리 아우님을 보니 다 키웠구나 싶어서 마음이 찡했다. 집에 와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가 애가 애보고 그런다고 어머니께 놀림받아버렸지만.;

아우는 뒷풀이에 가고, 나는 대금이며 짐을 챙겨들고 먼저 집에 와서 쉬었다. 알차고 뿌듯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