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31일 수요일

홈페이지 8월 이벤트 마감


2005년 8월 5일에 시작하여 15일 밤 11시에 마감한 8월 이벤트의 정답과 참여해 주신 분들의 답안입니다. 지금껏 이벤트를 할 때마다 '문제가 어려워서 풀기 싫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이번에는 난이도 조절에 신경을 쓴 결과 만점자가 네 분이나 나왔군요. 만세상이 아니라 만세운동상이 되었습니다그려.

귀한 시간을 내어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열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심을 가져 주신 덕분에 무척 즐거웠고, 열흘 내내 두근두근 했답니다. 다음 이벤트에도 많이 참여해 주세요.

이벤트 상품으로는 캐모마일과 레몬 버베나 허브 티백을 보내 드렸습니다.

8월 이벤트 문제와 답


땅콩샌드 님의 답

tanus 님의 답 1(^^)1

야니 님의 답

바바라의 파마머리 님의 답

보영이 님의 답

용진 님의 답 1(^^)1

한재수 님의 답 1(^^)1

오빠 햄버거 님의 답 1(^^)1

mooniyun 님의 답

lemonade 님의 답

비밀 님의 답

(이 포스트의 댓글 금지는 이벤트 마감과 동시에 풀렸습니다.)

2005년 8월 30일 화요일

2005년 8월 30일 화요일

00학번 형기오빠와 압구정에 있는 롤집 야모야모(YamoYamo)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본래 약속은 한 시 반이었으나 양쪽 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실제로는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저녁에 라리에또에서 약속이 있어, 아우님에게 회원 카드를 갖고 있다면 학교에서 멀지 않으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압구정에 있다는 얘길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지친 아우님의 일정을 꼬아 버렸다. 게다가 말 했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추후 확인해 보니 말 안 했더라.) 오후 내내 전전긍긍하며 반성했다.

식후에는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혼자 움직이는 편이 익숙한 사람으로서, 영화는 이성과 보는 것이라는 형기 오빠의 생각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혼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좋아하는 것, 달리 말해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시간을 보낼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며 아침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상당히 날카로웠고, 수긍할 만한 것이었다.

저녁에는 자하님, 진아님, 아스님과 식사를 했다. 점심이 늦었던 탓에, 맛있는 토마토치즈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도 제법 남겼다. 연예인과 티브이 드라마/영화, 한국/동양문화를 보는 시선의 문제, 요리 등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식후에는 펄베리에 가서 아이스크림. 대화는 즐거웠으나, 몹시 피곤하여 부득불 먼저 일어났다. 대화 중에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을 하다가 내가 '고전'을 글이 아니라 음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고 내심 놀랐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가 화제에 오르자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생각했을 때까지만 해도 다음 주에 열리는 바로 그 곡 공연을 예매한 탓이라 여겼으나, '한 여름밤의 꿈' 에서는 멘델스존, '템페스트'에서는 베토벤을 먼저 떠올렸을 뿐 아니라, '템페스트'의 경우 그 내용을 생각하는 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에 원고를 좀 하려고 했는데 화요일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간을 전혀 내지 못한 바람에, 수요일에 고생했다.

2005년 8월 30일 화요일 : 당신의 창의성 지수는?

당신의 창의성 지수는?(야후 심리웹진)

제 결과는

2005년 8월 29일 월요일

2005년 8월 29일 월요일 : EDIF 2005

[네 개 뿐인]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EBS에서 필리핀의 독재자 영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는 것을 발견하고 보았다. 운 좋게도 프로그램 앞 부분부터 거의 다 보았다. 이멜다 마르코스가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고, 화사한 옷을 입고 사랑과 평화를 말할 때 까지는 좋았다. 야당 지도자 암살 장면이 나오고 화면에 시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이거 추해지겠는데.' 싶었다. 계속 보다 보니 망명길에 손주 기저귀 가방에 넣어 밀반출하려 한 수억 달러 어치의 보석, 밀랍을 입혀 잘 보존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 하원의원과 주지사인지 도지사인지 당선으로 정치계 입문에 성공한 딸과 아들이 나왔다. 척 봐도 미남 미녀인 그들은 지지자들이 내미는 사진에 사인을 하고, 티브이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들의 어머니의 지혜로운 조언에 감사를 표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끝날 때 보니 '삼천 켤레의 구두로 남다: 이멜다 마르코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다. 내용도 대단히 흥미로웠고, '사실'을 조합해 '의견'을 만들어내는 다큐멘터리즘의 힘에 대해 새삼 감명받았다. 그 힘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부담스럽게 - 정확히 말하면 무섭게 - 여기기도 하지만. 영상의 영향력은 때로, 너무나 명백하게 활자를 능가한다.

EBS에서 개최하는 국제 다큐멘터리 축제 EDIF 2005가 시작되었더라. 올해의 주제는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다큐멘터리 90여 편이 방송되고, 상영회 등 부대 행사도 열린다. 내친 김에 앉아서 빨래를 개며 '거장이 만난 채플린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라임라이트>'라는 삼십 분 짜리 짤막한 프로그램도 보았다. 채플린이 마녀 사냥식 공산주의자 색출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스위스로 망명하기 전, 미국에서 촬영한 마지막 영화인 '라임라이트'가 채플린의 작품 세계에서 갖는 의미를 간명하게 정리했다.

EIDF 2005 홈페이지
TV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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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음악은 국력이며 미래의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청소년 음악회가 열린다. 공연명을 보는 순간 뒷덜미에 소름이 쭈삣 돋았다. 공연 소개를 읽고 나니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우리는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에서/의/ 아닌]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 위대한 앰버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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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필름 포럼 웹사이트


필름포럼에서 상연 중인 '여름 밤의 클래식' 프로그램, 오손 웰스(Orson Wells) 감독의 '위대한 앰버슨 가 (The Magnificient Ambersons, 1942)'를 보았다.

대략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위세를 떨치던 상류 가문 앰머슨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몰락하는 모습을, Major Amberson의 손자인 '조지'를 중심으로 담담하게 그렸다. 보기 어렵지 않으면서 은근히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 끝에, 캐스팅을 말로 소개하는 부분이 좋았다. 요새 만드는 영화도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 텐데.

영화 상영 전 로비에서 c님과 우연히 만났고, 집에 오는 길에는 [이번에도] 데이트 중이신 a님과 마주쳤다.

2005년 8월 27일 토요일

2005년 8월 27일 토요일


전채 (가리비)

스프

그린 샐러드

메인-양고기

후식

용진군과 삼청동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아따블르에서 식사를 했다. 몇 달 전부터 계획해 두었던 점심이었다. 일전에 상훈님이 이 곳 양고기도 괜찮았다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서 메인으로는 양고기 갈비를 골랐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행복하구나. 전채부터 후식까지 야채 한 조각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인디언 차이

치즈케익

레몬쿠키

식후에는 나무사이로 광화문점으로 이동, 베르가못 차를 마시며 졸았다. 일전에 용진군과 신림점에서 먹어 보려다 실패했던 - 하필이면 사정상 케익을 굽지 못한 날이었다 - 치즈 케익도 먹었다. 동진님이 저녁에 아프리카 커피 시음회를 한다시기에, 나무사이로에 들렀다 가시라 청해서 셋이 함께 레몬 쿠키를 먹으며 놀았다.

다섯 시 쯤 일어나, 동진님(운전기사), 나(보스), 용진군(협박 당하는 사업가) 셋이 동진님의 차를 타고 시내 드라이브.(?) 나는 먼저 귀가하고, 용진군과 동진님은 압구정으로 갔다. 커피 시음회도 귀한 기회라 가고 싶었으나, 부산에 다녀온 후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줄곧 가벼운 몸살 기운이 있어 부득이 귀가했다.

2005년 8월 26일 금요일

2005년 8월 26일 금요일

수요일 저녁에 서울에 돌아와, 목요일에는 화실에 다녀온 후 집에서 쉬며, 일상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을 몇 편 보았다. 세일러 문은 역시 S와 SuperS시리즈가 최고다.

금요일인 오늘은 부전공 신청 마감일이라 학교에 갔다. 가는 김에 교내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몇 통 부치고, 중앙도서관에 도서 반납도 할 생각이었다. 오래 걸릴 일 같지 않아, 화실에 가기 전에 동진님을 잠깐 뵙기로 했었다.

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우체국과 중앙도서관 까지는 무사 통과했으나, 사회대에 가 보니 점심시간이란다. 점심 시간이 12:30 까지인 줄 알고 기다렸으나 그건 조교실 점심 시간으로, 과 사무실은 1시까지 쉬어서 한참 기다렸다. 한 시에 과사에 가니 과에서 맡은 부분을 처리해 주신 후, 사회대 사무실에서 학장인을 받으라신다. 사회대 사무실에 가서 도장을 하나 더 받고 나니 철학과에 제출해야 한단다. 1동부터 6동까지가 인문대이다. 철학과는 1동에 있을 줄 알고 열심히 걸었는데 - 농협 앞이 공사중이라 뱅글뱅글 돌아 갔다. - 가 보니 1동에는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등이 있다. 2동에는 종교학과 등이 있다. 물어 봐도, 타과의 사무실 위치를 아는 경우는 드물어 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나만 해도, 사회대 안에서 옆집인 인류학과와 아랫집인 심리학과의 위치밖에 모른다.) 결국 건물 여섯 채를 차례대로 돌았다. 철학과는 6동 4층에 있었다. -_-

부전공 신청서를 사회대에서 취합해 각 단대로 보내리라 생각해 허술히 준비한 때문에 제법 고생했다. 3동 쯤 가니 갑자기 사회복지의 한 길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아니, 따져보면 세일러 문으로 현실 감각을 찾으려고 한 것 부터가 조금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동진님과는 저녁에 만나, 치뽈리나에서 식사를 했다. 후식으로는 하겐다즈에서 아이스크림. 금요일 저녁이라 홍대 주변이 몹시 붐볐다.

2005년 8월 24일 수요일

2005년 8월 24일 수요일 : 외주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제가 사실 바빠서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남부권까지 지킬 수가 없어서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지구지킴이 외주를 줬었거든요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근데 가서 봤더니
onesound groovy 님의 말:
호ㅑㄴ랸얄ㄴㄹㄹㄹㅇㄴㄹ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다이나믹' 부산 '썬앤펀' 해운대 '드림배이' 마산이 되어 있더라고요
[jay.pe.kr] Back in Seoul 님의 말:
역시 외주수비의 한계랄까나 (한숨)
onesound groovy 님의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nesound groovy 님의 말:
젇래젇ㄹ패젇래젇ㄹ

2005년 8월 21일 일요일

2005년 8월 21일 일요일

오전 8:44 기차로 부산에. 집에서 쉼.

22일 월요일 점심 동현님(송정해수욕장), 저녁 적어님(일마레)
23일 화요일 마산 정란, 김병선선생님
24일 수요일 오전 화성, 동현님 잠깐. 7시 경 귀가.

2005년 8월 18일 목요일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 18일 목요일

(15일 밤에는 서울대입구에서 종우오빠, 형기오빠와 돈까스를 먹었다.)

수요일에는 학교 중앙도서관에 갔다. 새로 생긴 노트북 자리에 앉았는데, 도저히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느린 노트북으로 딱히 하는 일 없이 놀았다. 오후 네 시쯤 되자 이렇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MSN 온라인이시던 진아님께 연락, 홍대 앞 상파울로에서 만나 두어 시간 수다를 떨었다.

목요일인 오늘은 낮 열두 시 쯤 KBS에서 하는 역사스페셜을 보았다. 박혁거세의 알이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나정(羅井)을 발굴했다는 내용으로, 대단히 흥미로웠다. 화실 갈 시간이 되어 마지막 부분은 보지 못했다.

한 달여 전, 태터툴즈의 '통계보기'를 보면 어떤 검색어로 이 블로그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무료할 때면 어떤 검색어에 이 블로그가 잡혔는지 보곤 했는데, 최근 말러 교향곡이니, 슈만 연습곡이니, 강남심포니니 하는 음악 관련 검색어가 꽤 늘어나서, 내심 '개학할 때가 되어서 숙제들 하는 모양인가'라는 비뚤어진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비뚤어진 의심을 확고히 하는 검색어가 등장했다. : " 베토벤 합창 교향곡 방학숙제"

(...)

2005년 8월 16일 화요일

2005년 8월 16일 화요일 :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라스 아담스 원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화 시사회에 갔다. 상준님께서 초대해 주신 덕분이다. 늦을까봐 차를 타고 갔는데 종로에서 길이 몹시 막혀, 영화관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음에도......조금 늦었다. OTL

'은하수~'는 26일부터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다. 도대체 영화가 어떻기에 이렇게 조용히 나오나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아무 문제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 원작의 정서에 충실했다. 보는 내내 '아니, 이렇게 바보스러울 데가!' 하고 낄낄 웃었다. 원작의 허무개그와 바보스러움(silliness ; stupidity가 아니다.)을 최대한 살려 만든 괴작 작품이었다.

영화는 히치하이커 전권에서 조금씩 따서 만들어졌다. 1권의 '집 철거'에서 시작하여, XXXXX까지 이어지는 줄거리는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어이없이 보일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영상화 정도는 꽤 만족스러웠다. - 우울한 로봇 마빈의 생김새와 목소리가 일품이고, 물렁물렁한 바벨피쉬, '순수한 마음'호의 엔진 가동시 변신 모습, 행성 공장 등도 재미있다. 대통령 역시 진짜 얼간이다.

특히 영화 초반 나오는 픽토그램들이 무척 재미있다. 끝까지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반부턴 그냥 영화로 진행되어 아쉬웠다. 또한 진행이 난삽하여 중반에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잘 못 만들어서라기보단, 책이나 영화나 '원래 그렇다 보니. '란 느낌.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볼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머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릴 듯. 장르 팬으로서 평하자면, 단관으로 잠깐 개봉하기에는 무척 아까운 영화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라는 경쾌한 노래가 나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OST를 구할 수 있다면 사고 싶다. 크레딧 올라갈 때 쿠키가 있으니 영화가 끝났다고 일어서지 말고 끝까지 기다려 보시길.

영화를 본 후에는 fool님과 은림 님을 뵙고 잠깐 인사한 후 동진님과 압구정에 갔다. 원래는 커피집에 가려고 했는데, 차가 몹시 밀려 압구정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라 중국음식점 '봉주루'에서 저녁식사부터 했다.


꿔바로우

사천짜장

하도 상호가 희한해 가 본 봉주루는 실내 분위기가 무척 좋았으나, 음식은 애매했다. 꿔바로우와 사천짜장을 먹었는데, 꿔바로우는......케첩......orz 사천짜장은 맛있었다.


카페 뎀셀브즈의 초코무스 & 치즈케익

식후에는 커피집에 가서 종로에서 사 간 케익을 곁들여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Coffee&Tea 이달 호에서 부산의 추천 커피집을 두 군데 메모해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놀다 보니 시간이 금새 갔다. 여덟 시부터 커피 스쿨이 시작된다 하여, 일곱 시 오십 분쯤 일어서 집에 왔다. 너무 더워서 피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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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메라를 깜박 두고 나가서, 음식 사진은 동진님의 D-70으로 찍었다.

2005년 8월 15일 월요일

2005년 8월 14일 일요일 : [잡기]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지난 주 내내 놀았다. 8월 6일 밤에는 소소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일 관련 문제로 벌컥 화를 냈다. 7일, 일요일에는 종로 3가의 카페 뎀셀브즈에 앉아 일을 했다. 콘센트 때문에 에어컨 바로 밑 자리에 앉았더니 몹시 추웠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주문하며, 너무 추워요, 라고 했더니, 직원이 그 자리가 에어컨 밑이라서 그래요, 하고 미안한 듯이 웃었다. 나는 이제 어른이므로 비효율적인 냉방 설계 하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카페의 입장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해한다는 듯이 마주 웃어주고 자리로 돌아가 잎새 모양의 거품이 얹힌 카푸치노 잔을 손으로 꼭 감쌌다. 안타깝게도 이해는 물리적인 열로 전환되지 못한다. 나는 부모님께 늘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데, 이런 감정 역시 물리적인 행동으로 쉬 전환되지 않는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인생이 덜 안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체로 더 안타까운 꼴이 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번역을 백 매 이상 했고, 나는 조금 덜 안타까운 인생이 되어 귀가, 냉방병이나 여름감기를 두려워하며 가글가글을 했다.

생각해 보니 화를 낸 것은 6일이 아니라 7일 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나는 일요일에 번역을 잔뜩 한 다음 결과물을 보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것은 '안타까움'이란 단어로 말장난을 할 만큼 시시한 일이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에는 기분이 좋아졌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오지 못해 그냥 뒹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종로 3가의 카페 뎀셀브즈에 앉아 일을 했다. 에어컨 바로 밑 자리에 앉았지만, 바깥 날씨가 더워서인지, 지난 주보다 옷을 좀 따뜻하게 입은 덕분인지 좀 덜 추웠다. 덜 추워서인지 원고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나는 주인공을, 혹은 주인공의 아들을 꽤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덜 추운 것과는 상관없었다. 젊었을 때 고생 해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생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같은 중국집에서 나와 달리 짬뽕을 주문해 먹는 사람을 보듯 불완전한 동지감을 느끼며 웃었고, 고생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웃지 않았다. 한창 고생을 하고 있으면서 저런 말을 하는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나는 누구도 선택이 아닌 고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견해가 갈리는 곳은 바로 '어디까지가 선택이냐' 부분이다. 무엇이 고생이냐에 대해서도 꽤 의견이 갈린다. 지하철 문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자살을 하지 말자는 하트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가족이 없어서, 혹은 자신을 미워하는 가족 때문에 죽고 싶은 심정인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이 스티커는 과연 없는 것보다 나을까, 못할까.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리고 플랫폼 안전선에서 반 보 물러나는 사람의 수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가족을 떠올리고 반대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의 수 중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어쩌면 둘 다 0인지도 모른다. 이런 스티커라도 붙이는 사람과 그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기만 한 나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이것 역시, 둘 다 있으나 없으나 그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남들이 있으나 없으나 그만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사람 같은 것은 없다고 믿고 있고, 있다면 없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내게, 육십오억분의 일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록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나,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따져보면 겨우 육십오억분의 일이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감당할 수 없다는 핑계로 외면하기에는 부끄럽도록 작다.

그러나 나는 핑크색 스티커나 짬뽕에 대해 쓰려던 것이 아니었다.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하려 했다. 어쨌든 나는 바닷가에서 자랐고, 그 때문에 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해수욕장이나 비키니가 아니라 방파제와 섬을 떠올린다. 바다를 면해 선 아파트의 최고층이던 친구의 집, 방파제가 내려다보이던 고등학교 음악실과 등나무 벤치, 은근히 짠 바람과 큰 배의 고동 소리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것은, 그리움과는 다른 종류의 친숙함이다. 하지만 바다를 보지 않은 채 몇 해를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추억은 그런 식으로 미화되고 기억은 그렇게 환상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전에, 바다를 다시 보아야겠다.

2005년 8월 13일 토요일

2005년 8월 13일 토요일

밤새 잠시도 졸지 않았더니, 각성 상태여서인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몹시 피곤했다. 움직임이 둔해진 내가 걱정되었는지 원군님이 피곤하신 와중에도 을지로까지 함께 가 주셨다. 명동에 있는 신선설농탕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반지의 제왕 상영 장소인 서울 청소년 수련관을 찾아갔다. 평소엔 아침을 가볍게 드는 편이면서, 피곤한 상태로 한 공기를 깨끗이 비웠더니(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배가 아팠다. 수련관에서 진아님을 만난 후 원군님은 댁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잠깐 쉰 다음 진아님을 도와 좌석 번호표를 잘랐다. 권님을 처음 뵈었는데 헬렐레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만나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여러 분들 찾아오시면 즐거울 것 같았으나,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어 여덟 시 반 쯤 2005 거울 중단편선과 fool님의 단편집을 받아 들고 귀가했다. 이번 중단편선은 작년보다 훨씬 두껍다. 집에 와서 읽어 보니 좋은 글이 많아 기쁘다. 아, 그런데 내 글은 한 줄 띄움이 한 군데 안 되어 있다. orz

집에 와선 씻자마자 쓰러져 잠들었다가 오후 네 시쯤 다시 일어났다.

2005년 8월 12일 금요일 : SICAF 2005 - 심야상영 1

저녁에 SICAF 심야상영을 보기로 해서, 레슨 시간을 오전 11시로 옮겼다. 12시에 제니스 카페테리아로 가서 며칠 전 휴가에서 돌아오신 동진님과 점심식사를 했다. 선물로 린트 85% 초콜릿을 가져오셨다. 이히히.

날이 흐려서인지, 밤샘 할 생각에 긴장해서인지 오후 내내 마치 이미 심야상영을 보고 돌아온 것처럼 졸렸다.

원군님과 오랜만에 만나 SICAF 심야상영을 함께 보았다. 일단 여덟 시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롤집 니코니코 (Niko Niko)에서 저녁을 먹었다. 금요일 저녁이라서인지 꽤 오래 기다렸으나, 다행히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식후에는 코엑스로 이동, 애플센터와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한 다음 별다방에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초콜릿 무스 케익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원군님 회사 일 얘기를 좀 듣고,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 내 생각을 얘기했는데 뜻밖에(으응?)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다.

심야 상영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머시네마 특별전 1- 아나크로녹스
제이크 휴즈 (Jake Hughes), 2002

도대체 이 영화를 시카프 상영작으로 선정한 자가 누구냐! 게다가 심야 상영 첫 작품으로 틀다니! 처음 시카프 사이트에 올라왔던 영화 소개에는 러닝타임이 2분 27초라고 되어 있어 RPG 게임의 오프닝 화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장장 두 시간에 달하는 보기 괴로운 게임 장면 모음이었다. 나름대로 줄거리란 것이 있기는 하나 용서하기 힘들 만큼 서투른 클리셰 덩어리였고, 전개 자체가 영화라고 보기 민망할 만큼 뒤죽박죽이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게임인지는 알겠지만,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도저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한 시간 동안 끙끙거리다가 간신히 '게임 하는 심정'에 몰입하나 했더니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까지 등장. 게다가 남자 주인공(?)의 건달 말투는 또 어찌나 거슬리는지, 이런 거 하다 보면 게임이 애 망친단 소리가 나오겠단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원군님이 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재작년 즈음에 문을 닫았다고 알려 주셨다. 전혀 놀랍지 않았다. 보면서 90년대 후반 작일 줄 알았는데, 02년 작이라니......21세기에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 (버럭버럭)

원군님께 송구스러웠다. --;

애니메이션의 신물결

단편 모음은 기대했던 대로 무척 좋았다. 짧은 시간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양하게 표현해낸 흥미로운 영상물은 즐겁기도 하고 자극이 되어 좋다.

1. 러시아의 미국인 (The Offshore Reserves)
제이미 브래드쇼 (Jamy Bradshaw), 알렉산더 듈레인 (Alexander Doulerain), Russia/USA , 2004
2. 말벌들 (Wasps, Gees, Peer-Tree)
스카키 라즐로 (Csaki Laszlo), Hungary, 2004
3. 뷰 (A Vue)
죠수아 모슬리 (Joshua Mosley), USA, 2004
4. 시티 파라다이스 (City Paradise)
가엘리 데니스 (Gaelle Denis), UK, 2004
5. 기억 속의 어제 (Yesterday...I think)
베킬레리스 브로드스키 (Becalelis Brodskis), UK, 2004
6. 피스타치오 (Pistache)
발레리 피르송 (Valerie Pirson), France, 2004
7. 벤트 (Vent)
에릭 반 샤이크 (Erik Van Shaaik), Netherlands, 2004
8. 호신술 배우기 (Learn Self Defence)
크리스 하딩 (Chris Harding), USA, 2004
9. 통지 (Notice)
로엘로프 반 덴 베르그 (Roelof Van den Bergh), Netherlands, 2004
10. 생일잔치 (Pinata)
마이크 홀랜즈 (Mike Hollands), Austrailia, 2005
11. 둘 사이의 대화 (Dialogue Between Two)
세이케 미카 (Seike Mika), Japan, 2004

모두 기억할 만한 작품이었지만, 매주 교회에 나가는 평범한 남자 조지를 내세워 미국의 최근 행태를 비꼰 크리스 하딩의 '호신술 배우기'와,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것을 지상에 앉은 남자와 물 속에 앉은 여자의 모습을 통해 잔잔하게 그린 '둘 사이의 대화'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내려 보낸 알에서, 여자가 예전에 올려 보냈던 물고기의 뼈가 나오는 장면이 인상깊고 가슴아팠다.), 그림판 미국인을 러시아 복판에 등장시켜 '변화'의 이면을 개성있게 표현한 '러시아의 미국인', 한 여성의 혼돈된 생각을 표현한 '피스타치오'(여기선 특히 주기율표로 표현한 생각의 단편이) 등이 특히 인상깊었다. 바람에 맞서는 한 남자의 모습을 흑백으로 표현한 '벤트'는 꽤 씁쓸했는데, 웃는 관객들이 많아서 좀 의아했다.

애니테크

애니테크는 3D 애니 등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기법에 중점을 둔 단편 묶음이었다.

1. 사랑스런 엠마 (Dear, Sweet Emma)
존 세르낙 (John Cernak), USA, 2003
2. 비행 (Fly Away)
존 세르낙 (John Cernak), USA, 2003
3. 햇살 좋은 날 (On the Suuny Side of the Street)
조 럽 (Job Rub), 윌리 랜트(Willy Landt), Germany, 2003
4. 특별한 비누 (Curdsoap)
알렉산더 카에셀 (Alexander Kiesel), Germany, 2004
5. 레이싱 비트 (Racing Beats)
알렉산더 카에셀 (Alenxander Kiesel), 스테펜 학케르 (Steffle Hacker), Germany, 2004
6. 소우주 (Microcosm)
조 타카야마 (Jo Takayama), Japan, 2003
7. 나의 할아버지
페트르 마렉 (Petr Marek), Czech, 2003
8. 골초 (Chainsmoker)
울프 룬드그렌 (Ulf Lundgren), Sweden, 2002
9. 다락방 (The Roof)
호세 코렐 (Jose Corral), Spain, 2003
10. 락피시 (Rockfish)
팀 밀러 (Tim Miller), USA, 2004

마지막 '락피시'는 정말 취향에 안 맞았으나, 그 외 작품들은 즐겁게 보았다. 무서운 할머니(아마도 러시아)와 넋나간 할아버지(아마도 체코)의 관계를 다룬 '나의 할아버지', 마케팅의 무서움(으응?)을 소재로 한 '특별한 비누' 등이 좋았다. 최고는 '다락방'. 깜짝 상자의 삐에로가 예쁜 바비인형을 사랑하게 된다. 힘들게 상자를 끌고 다니며 낡은 다락에서 꽃이며 구슬을 찾아 가져다 주지만 바비인형은 본 척도 않는다. 절망하여 다락 구석에 있던 삐에로 인형은 아기 인형을 발견하고, 이번에는 아기 인형을 아끼게 된다. 바비인형은 삐에로가 더 이상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아기 인형의 머리에 가위를 꽂고 삐에로가 튼 전축에서 음반을 빼내는 등 훼방을 놓다가, 끝내는 불을 지르려다 실수해 자기 얼굴을 다 태우고 만다. 인형들의 건조한 무표정과 지저분한 다락의 모습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다.

심야상영이 끝나니 새벽 다섯 시 반. 인적없는 코엑스를 걷자니 기분이 묘했다. 지하철을 타고 '거울' 반지의 제왕 확장판 상영회를 하는 을지로 3가로 이동했다.

2005년 8월 10일 수요일

2005년 8월 10일 수요일 : 밑바닥에서

포스터출처: 자세레퍼토리 웹사이트

미엽이와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보았다. 막심 고리끼의 원작을 재해석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내용이 무척 우울/비참했다. 그나마 실없는 농담을 끼워넣어 힘을 빼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고, 그 덕분에 마지막까지 비교적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룰루랄라 돌아왔다는 말은 아니다.)

학교 숙제 때문인지 고등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처음에는 소란스러웠으나 곧 몰입하여 열심히 보더라. 우는 학생들도 몇 있었다.
눈앞에서 연기하는 사람을 직접 보는 것은 (a)일부러 찾지 않으면 갖기 어려운 기회고 (b)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만 해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보았던 소극장 연극 '프라이, 프라이데이'를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학교 숙제 등을 통해 계기를 의도적으로 부여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보는 것은 꽤 다르니까.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었고, 보고 나와서는 하겐다즈에 잠깐 들러 연극 얘기를 하며 미엽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지하철을 갈아타기 귀찮아서 버스를 탔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집까지 한 시간 반 쯤 걸렸다. 그래도 퇴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 보단 나았다.

2005년 8월 9일 화요일

2005년 8월 9일 화요일




고구마크림스프

샐러드

안심스테이크

등심스테이크

아이스크림

홍차

y님과 남산 하얏트 호텔 근처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 Casa J.J. 에 갔다. 시청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독일문화원 다닐 적에 가던 길이다. 하얏트 쪽도 자주 지났던 터라 쉬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코앞까지 가서 좀 헤멨다. 여하튼 오랜만에 남산길을 지나니 기분이 묘하더라. 납작한 독일문화원은 여전하고-

까사 제이제이는 무난했다. 점심 메뉴 정도라면 가서 먹어보아도 괜찮을 만한 곳이다.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 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산해서 식사하기 편했다. 빵이 따뜻하고 폭신폭신해서 마음에 들었고, 스프도 맛있었다. 단, 스테이크 옆에 샐러드가 같이 나온 것은 전체 구성상 어색했다. 어차피 이런 세팅이라면 굳이 (거의 비슷한 재료를 쓴) 샐러드를 추가한 세트 메뉴를 둘 필요가 없지 않나 싶었다.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y님은 '중'이라시지만 내가 보기에는 가격을 감안하면 '중상'정도에는 넣을 수 있을 듯. 서울 시내에서 제일 맛있는 스테이크 집 중 하나란 평은 아무리 봐도 과장이지만, 점심 추천 목록에 넣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홍차가 립톤 티백;인 것도 좀 당혹스러웠지만, 세트 메뉴의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일지도(라고는 해도 딜마나 아크바 티백도 상당히 저렴하단 말이다!)

한 가지, 서버가 나를 무시;했던 것은 불만이었다. 서버들은 '실제로 식사비를 지불할 것 같은 쪽'에 일차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노골적인 예를 들자면, 남자와 여자가 가면 남자 쪽에 계산서를 갖다준다든가, 연상자와 연하자가 앉아 있으면 어린 쪽이 주문한 다음에 나이 많은 쪽에게 확인을 청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테이블 반대편에 놓인 계산서를 집어들 때면 불쾌할 때가 없지 않지만,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긴 습관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두 명이 식사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을 대하다 보면 가장 용이한 루트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서- 평소엔 아무 말 않고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심했다고. 왜 내 코스를 내올지 여부를 y님한테 묻는 거야! -_-; 구운 새우를 먹어보러 한 번쯤 더 갈 생각인데, 그 때도 이러면 대략 낭패.

식사는 즐거웠다. y님은 위대한 번역자이시다. (...) 꼭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었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다.


카푸치노

레몬 셔벳

티라미수

치즈케익

식사를 마치고 하얏트 호텔 1층에 있는 찻집 The Terrace에 가서 차를 마셨다. 원래 y님은 종각역에서 임지호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찻집에 들어가고 나니 몸이 무거워져서 전망이 좋아 일어나기 아까워 지호님께 하얏트로 와 주십사 청했다. (그 덕분에 지호님과 오프라인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하여 세 사람이 앉아 차를 마시고 케익을 들며 y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하얏트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남산 아래에서 그 건물이 어찌 보일지 역으로 상상해 보면, [y님의] 남산 풍경을 크게 해치니 폭파시켜야 하는 건물이라는 말씀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고도 제한이 없는 걸까?


해물 샐러드

쌀국수

저녁에는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오신 동현님과 이태원 파타야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몇 달 만에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다! 룰루랄라 식사를 하며 장르소설 이야기를 많이, 시험(...)이야기도 조금 했다. 여덟 시 반 쯤 되어 별다방으로 옮겨가서 차와 케익을 먹으며 또 수다(?). 동현님은 얘기를 편히 들어주시는 분이라, 마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동현님은 밤 늦게 서울역으로 가시고, 나는 집으로 왔다.

2005년 8월 6일 토요일

2005년 8월 6일 토요일


아스파라거스 스프

피자 삐깐떼

버섯크림소스 뇨끼

몇 년 만에(!) 우재오빠와 만나 치뽈리나에서 점심을 먹었다. 치뽈리나에 갔더니 낯익은 서버 분이 인사를 하신다. 그만 두신 줄 알았다 했더니, 실제로 한동안 안 나오셨었단다. 다시 만나 기뻤다.

우재오빠와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오빠가 취직할 때 쯤 내가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양쪽 다 쌓인 소식이 꽤 많았다. 오빠는 이제 건설인 티가 완연하더라- 오빠의 새 차를 타고 서울 시내 드라이브를 했다. 네비게이터를 무작정 따라 갔더니 신기한 동네가 많이 나왔다. 한남대교 근처 한강시민공원에 들어가서 강을 바라보고 앉아 커피를 마셨다. 비둘기가 매우 많았다. -_-;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운동 하는 사람만 몇 명 눈에 띄고, 전체적으론 무척 한산했다. 그림 그릴 때 쓸까 해서 원근이 잘 드러나는 다리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한참 빈둥빈둥 앉아 있다 보니 더워져서 공원에서 나와, 오빠가 친구에게 선물할 커피를 사러 커피집에 들렀다. 그런데 어머나, 참꼴님께서 한쪽 테이블에 앉아 시집을 읽고 계시는 게 아닌가! 오랜만에 오셨다는데 우연히 만나다니! 동진님이 귀국하시거든 함께 강화도에 놀러 가기로 했다. 아싸.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 중에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니 재미있었는데,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너무 커서 점점 무서워졌다. 오늘은 게다가 우산도 양산도 없었는데, 건물 초입까지 태워다 주신 덕분에 거의 젖지 않고 무사 귀가. 편하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2005년 8월 5일 금요일

2005년 8월 5일 금요일

as님과 홍대 앞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말도 못하게 더워 -신발이 아스팔트 위로 녹아 붙는 것 같았다- 가능한 역사 가까이에서 끼니를 해결해 보려 했으나, as님께서 추천을 받으셨다는 샌드위치집은 개점하기 전이었고, 요전에 함께 간 적이 있는 STEFF Hotdog는 그새 철점해 버렸더라. 하도 덥고 시장해서 '하겐다즈에서 아이스크림으로 점심을 해결하자!' 같은 위험한 생각도 잠깐 했으나 -심지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둘이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설마) 열심히 걸어 제니스 카페테리아에 갔다.

고구마 스프도 샌드위치도 맛있었으나, 샌드위치의 가격이 8천~9천원 선으로 올랐다. 어허, 이것 참.

이번에 나온 르 귄 세 권과 샌드맨 네 권을 빌렸다. 입양과 출산, 결혼, 고민 없이 정착된 제도의 한계, 공공시스템의 비효율성, 우리 학교 건물의 놀라운-_- 구조 등 재미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했다. 더 얘기 나누고 싶었지만 화실에 가야 하는 날이라 [땀을 뻘뻘 흘리며] 아쉽게 작별. as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사 주셔서-라스베리 소르베, 레몬 소르베, 녹차- , 선생님과 나누어 먹었다.

덧: 일요일에 보니, 치뽈리나 왼쪽으로 가는 길(홍대 반대 방향)에 STEFF HOTDOG가 있었다. 원래 있던 매장인지, 전철역 근처 매장이 옮겨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2005년 8월 3일 수요일

2005년 8월 3일 수요일


크림소스 스파게티

감자 피자

궁님과 강남역 근처 노리따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마르쉐 건물에 있던 매장이 옆 커다란 상가 건물 7층으로 옮겨 갔더라. 손님이 무척 많아서 명단에 이름을 올려 두고 삼십 분쯤 기다렸다.

강남역 노리따의 스파게티와 리조또는 별로 맛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피자는 뜻밖에(?) 맛있었고 스파게티도 그렁저렁 괜찮았다. 궁님 말씀에 따르면 리조또는 여전히 비추천이라고.

감자 창조론을 비롯, 흥미로운 이야기(해피엔딩일 줄 알고 열심히 들었는데 비극이었던 프랑스 기사 이야기 포함)를 많이 들었다. 궁님은 재밌고 신기한 얘깃거리를 잔뜩 갖고 계셔서,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즐겁다. 식후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간단히 커피 한 잔. 궁님께서 집 앞까지 태워다 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다. 네비게이터가 있으면 운전도 할 만 하겠더라마는, 그래도 밤길에 신경 써야 하는 운전자보다는 창문 내리고 강바람 맞으며 느긋하게 갈 수 있는 조수석 승객 쪽이 더 좋다.;

2005년 8월 3일 수요일 : 천지창조

누워서 원고를 읽으시던 어머니께서, 다 읽었다며 의자에 앉은 내 쪽으로 종이 뭉치를 넘겨 주셨다. 두 사람 다 팔을 쭉 뻗어 아슬아슬하게 받았다.

제이: 오오, 천지창조!
어머니: 천지창조면 손가락 끝이 요렇게 닿아야지. 이물질이 껴서 안 돼.
제이: 그럼 천지창조 원고 버전......
어머니: 난 천지창조는 네 아빠하고만 할 거야. 너랑은 안 해.
제이: (n초 침묵 후) 흐엉, 흐 하하하하하하

2005년 8월 2일 화요일

2005년 8월 2일 화요일

일요일 오전에는 아우님(대장)과 티라미수 케익을 만들었다. 제과용 코코아 가루가 없어서 -어딘가 있을 텐데, 설마 다 먹었나? - 부득불 그냥 코코아 가루를 뿌렸더니 지나치게 달았다. 만든 직후에는 별로 맛이 없어 낙심했는데, 저녁에 다시 먹어보니 그새 꽤 맛있어져서 기뻤다.

낮에는 수강편람을 보며 수강신청 계획을 세웠다.

저녁에는 창고 구석에 있던 이젤을 꺼냈다. 이젤을 닦아 세운 다음, 침대 밑에 넣어 둔 스케치북을 찾기 위해 화판을 끄집어 냈는데, 열어 보니 스케치북은 간데없고 커다란 슈렉 그림판이 들어가 있다.

"아우님......orz" (아우님이 지난학기 실습 때 썼던 수업 도구임)

월요일에는 스케치북을 사러 나갈까 말까 망설이며 뒹굴었다. 보다못한 아우님이 군만두를 만들어 주었다. 수강편람을 보며 남은 머리를 쥐어짰다.

화요일 오전에는 수강신청을 했다. 서버가 나가기 전에 로그인에 성공했으나, 마지막으로 수강신청을 한 것이 하도 오래 전이다 보니 교과목 번호를 제대로 못 써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꼭 듣고 싶었던 초 인기 강좌 '도예의 기초'를 넣지 못했다. 나머지 수업은 전공 혹은 비인기 강좌라 무난히 신청. 변경 기간에 바꾸지 않는다면 17학점 주 3일 시간표가 되겠다.

수강신청을 위해 일찍 일어난 김에 학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복학 전산 처리가 완료되어 도서 대출이 가능해졌으니 책도 몇 권 빌려야지.

밤에 덧붙임: 그새 도서관과 전산실 모두 꽤 달라졌다. 노트북 자리가 많이 생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전에 가서 중도에 자리를 잡으면 꽤 편할 듯. 며칠 건성으로 흘려보내어 일이 조금 밀렸었는데, 분발해서 다시 계획대로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