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9일 금요일

2005년 4월 29일 금요일 : 고시생 잡담

1. 어제(28일)는 사법고시 1차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이번 사법고시 1차는 합격자 수가 역대 최다임에도(2,884명) 불구하고, 시험이 쉬워 커트라인이 작년보다 3점이나 높아졌다. 최근 몇 년 간 합격선이 계속 82-4점 사이였고, 이번 고시촌 예상치도 85점 이하였기 때문에 발표가 나오자 동네 분위기가 상당히 뒤숭숭했다. 명단에서 후배는 몇 명 찾았지만, 동기들과 선배들 이름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아 씁쓸했다. 독서실 옥상에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2. 모 고시 2차에 합격했던 선배가 3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어이가 없고 안타깝다. 시험이란 게 이렇기 마련이지만.

3. 5월 8일부터 5월 15일까지 관악구민운동장에서 '법률저널 주최 제 3회 고시생 축구대회'를 한다. 관악구청 후원이란다. 역시 고시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별게 다 있구나.;

4. 벌써 한 달쯤 전 얘기.
지인 A : 공부 시작한 지 얼마쯤 됐더라?
제이: 일 년 반 조금 넘었어요.
지인 B : 2년 쯤 된 것 같은데?
제이: 전 10년 쯤 된 것 같아요.

5. 이건 두 달쯤 전 얘기.
다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 A양 : 주위 사람들이 시험 준비 하는 거 다 알면 부담스럽지 않아?
제이: 괜찮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아직은 괜찮아.
A양: (완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아직은, 응.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아.

2005년 4월 24일 일요일

2005년 4월 24일 일요일 : Face Analyzer

해 보는 곳: faceanalyzer.com
Personality Profile:

You are a long-term planner, diligent worker and avoid risk as much as possible. You are of above average intelligence and have the ability to focus on tasks that seem unimportant at present, but can lead to greater things in the foreseeable future. You are not keen to interact with others or make social connections. You would rather gain material wealth before putting yourself in a position to be judged. You are not confrontational unless someone directly opposes your intellectual beliefs. You are highly concerned with your social status. You are keen to avoid risks that could jeopardize your long-term plans. You take a calculated approach to life, working hard to control all aspects of it in order to not leave anything important to chance.

You tend to be a perfectionist and quite self-conscious. You sometimes wish you were less reserved and more like some others you see who are more bold and outspoken in social situations. But as much as you try to be like them, you cannot, because you care too much about the future to ever be comfortable taking risks in social situations.

Your view of other types
Academic types can end up rich but it will take longer than with Boss types. You see Boss types as potential business clients and as great resources to expand your contacts. Therefore you treat them with respect. For the most part you do not respect Artist types, however there are some Alpha Artists that you give some credit to. You look down upon Blue collar types as you consider them ignorant. You see White collar types as unsuccessful versions of yourself, but because of work situations you may have to interact with them often. You have very little in common with Charmers, therefore you avoid them. You consider Gambler types to make foolish decisions, and for the most part you do not interact with them. At times you feel sorry for Drifters.

Other types' view of you
Boss types consider you to be a valuable resource of advice. They constantly interact with you to make better decisions and they often respect your opinion. For the most part Artist types do not interact with you for they rather take it easy. They however may like you because of your knowledge of subjects that they find interesting. Blue collar types find you boring and uptight, they have very little in common with you. White collar types may respect your accomplishments and ambition. Charmer types regard you as mostly withdrawn from life and too uppity to hang around with. Gambler types think that because you play so safe you miss out on great opportunities. Drifter types have no regard for you, because your repetitive routines seem boring to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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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혈액형별 성격 분류와 비슷한 느낌이다.
2) 다른 부분은 거의 비슷하지만 표정이 웃는 얼굴인 사진을 넣자 'Beta Artist'가 나왔다.

2005년 4월 23일 토요일

2005년 4월 23일 토요일 :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사진출처: maxmovie.com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루이스 부뉴엘의 1972년 작,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을 보았다. 약도를 보고 갔지만, 익숙한 길이 아니라서인지 위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탑골공원 주위를 한 바퀴 뱅 돌았다. 찾고 보니 종로 3가역 5번 출구 바로 뒤였다. (나온 방향 반대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영화는 훌륭했다. 환상과 현실, 투박한 위선과 세련된 위선을 뒤섞은 매혹적인 영화였다. 특히 일견 노골적인 풍자를 위해 교묘하고 세심하게 마련한 작은 장치들 - 특히 의사 소통을 방해하는 소음, 카페의 연주곡 같은 음향과 빈 접시 나 장신구 같은 소품 - 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닝타임 10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단지 상영 시간이 맞아서 보러 갔는데 정말로 재미있어서 참 기뻤다. 보면서 폭소를 터뜨릴 영화는 아니었지만, 인간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이, 뭐랄까, 보다 '근본적으로' 재미있었다. 몇 번이고 다시 볼 법한 영화. 검색해 보니 imdb 에 개봉 당시 포스터가 올라와 있다. 새머리 부르주아라니, 어마어마한 센스다! (낄낄)

영화를 본 후에는 어제 문을 연 반디앤루니스 종각점에 구경을 갔다.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와 마찬가지로 SF외서 코너가 잘 되어 있었다. 미디어 관련 소설이나 고전 SF 외에, 최근에 출판된 SF를 찾아볼 수 있는 서점이란 흔치 않으니까. (코엑스 반디앤루니스 외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오늘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얼마 전에 나온 도조와의 걸작선이라든지, 스티븐 벡스터의 MMPB 신작 같은 책이 제법 꽂혀 있었다. 맞은 편 책장은 만화 코너. 아쉽게도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배트맨 초기작이나 스타트렉 만화는 한 권도 없었다. 코엑스 반디에는 있으니 몇 권 들여올 법도 한데......아직 개점 초기라 그런지 정리는 덜 되어 있었다. 더글라스 아담스나 테리 프랫챗 같은 작가는 일반 소설 코너로 분류되어 있기도 했다.(설마 판매전략?;)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지자 집에 왔다. 참, 반디앤루니스 매장 정문 앞에서 하는 '신동진 밴드의 JAZZ 공연'도 잠깐 보았다.

2005년 4월 20일 수요일

2005년 4월 20일 수요일

기침이 떨어지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쉴새없이 기침을 하거나 전혀 기침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감기도 아니다. 알러지일지도? 여하튼 내일 오전에는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

월요일에는 외할머니께서 검사차 올라오셨다.

화요일 새벽 3시에는 귓가에서 앵앵거리던 모기를 클럽발코니 2005년 봄호로 때려잡았다.

화요일 자정께에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오늘 저녁에는 C님(초면), A님과 서울대입구 피자헛에서 식사를 했다. C님과의 약속이었는데, 뜻밖에 A님도 계셔 무척 반가웠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은근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즐거워서 더 놀고 싶었으나 - 홍대 앞에서 다른 모임이 있었다 - 독서실로 돌아갔다. 사실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논문만 읽고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감명깊게 읽은 단편을 우리말로 옮겨 볼 여유 정도만 있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공부는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알 때마다 무척 즐겁다. 그러나 정해진 시험 날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수험은, 시간이나 체력보다도 여유를 흡수해 간다. 정명화 독주회나 서울 페스티발이나 교향악축제에 가고 싶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문신 10주기전을 한다. 문신은 내가 꽤 오래 살았던 경남 마산 출신 조각가로, 마산에는 90년대 중반에 세워진 문신미술관이 있다. 갓 개관했을 때 찾은 미술관에는, 닭인지 꿩인지가 뒷뜰 - 앞뜰이었을지도 - 을 꽥꽥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산은 필요와 상황에 따라 중구난방 임기응변식으로 확장된 어수선한 도시로, 건물 색은 단조롭고 간판은 난잡했다. 그럼에도 마산시청 앞을 비롯, 도시 곳곳에 '세계적 조작가 문신'의 작품이 세워져 있다는 이유로 도시미관인지 도시예술인지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곤 했다. 문신미술관은 내가 마산에서 가장 좋아한 장소 두 곳 중 하나이다.

마산에는 문신의 작품이 아닌 조각상도 있었다. 4.19의거 기념조각이었다. 나는 매립지에 살았다. 데모하던 학생이 눈에 최루탄 조각이 박힌 시체로 떠올랐던 그 바다 앞에 살았다. (아니, 그 위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계단 왼쪽 벽에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에 대한 게시물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4월 20일. 무책임한 감상을 늘어놓기에는 하루 늦었다.

2005년 4월 17일 일요일

2005년 4월 15일 금요일 ~ 17일 일요일

1. 금요일
아우님의 친구이자 내 제자인 B양이 놀러 와서 하룻밤 자고 갔다. 한밤중에 애플파이와 과일을 차려 놓고 차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2. 토요일 - 토너먼트

(잠시 후)

(그러나...)




3. 일요일 - 시네마테크 재개관
구 헐리우드 자리(이제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에 새 둥지를 튼 서울아트시네마 재개관전에 가려고 했다. 이번 '시네필의 향연' 프로그램에는 욕심 나는 영화가 참 많다. 그 중 제일은 물론 '석양의 무법자'지만 -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또 언제 생기랴!- 세 시간이나 되다 보니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래도 이 기회에 빔 밴더스의 '리스본 스토리'(4/17 1:30)나 고다르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4/24 3:50)는 보려고 했는데......
한 시 이십구 분에 일어나 버렸따. 매우 슬퍼따. 짜빠게띠를 끓여 먹었다. 아우님은 필리핀에 갔다.

2005년 4월 13일 수요일

2005년 4월 13일 수요일 : 근황

1. 11일에는 친구 J양에게 꽥꽥 전화를 걸었고(저녁), 지인 C님을 만나 또 꽥꽥거렸다.(밤)

2. 12일에는 화성 궤도선을 타는 꿈을 꾸었다. 궤도선은 납작한 원통에 반구를 더한 듯한 형태의 복잡한 구조물이었다. 행성에 착륙하기 전에 적응 훈련을 받는 곳으로, 전면이 창으로 되어 있어 밖이 보였다. 훈련소는 원통의 가운데에 있었다.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창에 붙어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어서 화성에 내려가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훈련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행성 기지(?)에 뭔가 이상이 생겨 유인착륙계획이 백지화 된다는 소문이 궤도선에 쫙 퍼졌다. 인명사고라는 얘기도 들렸다. 아직 내려가기 전인 것을 기뻐해야 할지, 못 내려간 것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3. 13일 아침에는 방에서 머리를 감는 꿈을 꾸었다. 욕실까지 가기가 귀찮아서(!) 방 바닥에 세숫대야를 갖다 놓고 샤워기를 틀고 조심조심 머리를 감았다. 그런데 물이 자꾸 넘치고 쏟겨 결국 방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였다. 조금 고인 정도가 아니라, 문턱을 넘지는 않지만 찰박찰박 튀고 출렁 물결이 일어날 정도였다. 나는 머리를 닦던 수건으로 장판을 열심히 닦았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많았다. 수건이 푹 젖었는데도 바닥은 여전히 축축했다. 침대 이불도 좀 젖었다. 바닥을 열심히 닦다가 잠에서 깼다.

그런데 일어나서 (욕실에서) 머리를 감으며 생각해 보니, 방 바닥에 배수구만 있었다면 굳이 쪼그려 앉아 바닥을 닦지 않아도 되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와 세숫대야까지 있는 방에, 배수구가 없으란 법도 없거늘......앞으로는 배수구도 꼭 만들어야겠다.

2005년 4월 7일 목요일

2005년 4월 7일 목요일



시험을 겨우 팔십 여 일 남기고 아파 누워 있자니 이것 참......

2005년 4월 3일 일요일

2005년 4월 3일 일요일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

피자 마르게리따

용진군과 열한 시 반에 신촌에서 만났다. 용진군이 크리스피 도넛에 가서 도넛 두 박스를 샀다. 기다리는 사이에 오리지널 글레이즈드와 시나몬, 초콜릿 도넛을 먹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던 터라 배가 고파 지나치게 달다는 생각도 않고 열심히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조금 괴로웠다. 여하튼 도넛의 힘으로 이대 앞으로 이동, 그리스 음식점 기로스에 갔는데 일요일은 휴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다. 불 꺼진 가게 앞에서 황당해 하다가, 이왕 이대 앞 까지 갔으니 오랜만에 연대 후문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데미타스에 가기로 하고 이대로 들어갔다. 후문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 이대 안에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결국 재영이에게 잠깐 전화를 해서 길을 물어 보았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서늘한 날씨에 한산한 교내를 걷자니 제법 산책하는 기분이 났다.

데미타스에서는 둘이서 샐러드와 피자를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용진군 학교 생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용진군이 귓바퀴 상단에 낸 구멍 두 개가 꽤 괜찮아 보였는데, 연골에 구멍을 내는지라 귀걸이를 하지 않아도 막히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무서워서 도저히......




로열밀크티

아이스 킬리만자로티

밀크푸딩

치즈케익

식후에는 다시 걸어 내려가 티앙팡에 갔다. 나는 요전에 추천받은 우유 푸딩을, 용진군은 치즈케익을 주문했다. 용진군이 선물로 사 온 초콜릿도 뜯었다. 호기심에 오렌지 초콜릿을 먼저 먹어 보았는데, '어쩐지 오렌지 초콜릿 답다는 생각이 드는 납득할 만한 맛'이었다. 용진군은 '제주 감귤 초콜릿 진한 맛 같다'고 평했다. 우유 푸딩과 치즈 케익도 맛있었으나, 차 선정에서 실수한 듯. 단 음식에 곁들여 먹기에는 우유 거품과 시럽이 든 차가 너무 달았다. 스트레이트 티와 함께 먹었다면 훨씬 맛있었겠다.

역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고 졸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전화를 잘 걸지 못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소심함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제이: 그건 우리가 소심하기 때문이 아니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잠깐,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_-+
용진군: 자신에게 솔직해지세요.
제이: .......응.

흐느적거리다가 세 시 반 쯤 간신히 일어났다. 집에 오는 길에 있는 개나리와 목련 봉오리가 꽤 벌어졌더라. 늦어도 다음 주 중반이면 활짝 필 듯.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