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0일 월요일

2005년 5월 30일 월요일



부모님의 스물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내 귀가가 늦는 바람에, 자정이 조금 지나서 '로망스'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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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사고를 쳤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잘 나오지 않는 젤러펜을 손보겠다며 만지다가, 그만 잉크를 일전에 선물받은 가죽 시계에 쏟고 말았다. 어머니와 함께 얼른 닦고 씻고 문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게다가 빨간 끈에 파란 잉크라니.

결국 단념하고 좌절한 채 앉아 있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프흐흐 웃으시는 게 아닌가.

"(침울하게)엄마? 왜요?"

"아, 너 어릴 때 사고친 거 생각나서. 초등학교 1~2학년 때 쯤......"

"1, 2학년 때면, 제가 같은 반 남자애 장화 신고 가방 메고 온 얘기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 제가 학교 갔다 오다가 무겁다고 책가방을 길가 담벼락에 걸어 놓고 왔던 거요?"

"아니-"

"......또 있어요?"

"응. 그 때, 아마 토요일 오후였는데, 네가 일요일에 나가는 글짓기 대회 참가증을 학교에 두고 온 거야. 엄마가 평소에는 너 혼자서 밖에 잘 안 내보내잖아? 그런데 그 날은, 하도 네가 이것 저것 흘리고 다니니까 좀 고치라고 혼자 학교 가서 가져오라고 했어. 그런데 학교 간 애가 나간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 오는 거야. 점점 걱정이 되는데, 그 땐 미연이가 아직 애기니까, 두고 나갈 수도 없고......그런데 마침 [네] 아빠께서 퇴근하셔서, 학교 가서 너 데려오시라고 했지. 그래서 아빠께서 나가셨다? 그런데 또 한참이 지나도록 이번엔 네 아빠도 안 오시는 거야. 그 땐 휴대폰도 없으니까 연락할 길도 없고, 얼마나 걱정이 됐겠니.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미연이 챙기고 나가려는데, 아빠께서 널 업고 들어오시더라고. 참가증 찾겠다고 학교 간 애가 신발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못 돌아오고 있었던 거지. 신발이 없으니까 집에 올 수가 있었겠니. 잃어버린 걸 찾으라고 보냈더니 신발까지 잃어버리다니, 너도 참.(프흐흐)"

"우하하하, 그거 진짜 굉장하네요."

그리하여 나는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_-) 독서실에 갔다. 시계는, 다행히 줄 교체가 가능하다 하여 수리점에 맡겼다.

2005년 5월 28일 토요일

2005년 5월 28일 토요일


오후에 A님으로부터 홍대 앞에서 같이 놀지 않겠냐는 문자가 왔다. 얼씨구나 하고 책을 챙겨들고 귀가했다. 토요일 낮 시간에 밖으로 나가 본 게 하도 오래 전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고 차가 그렇게 밀리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책을 챙긴 다음 선유도 공원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학습능력 제로) 홍대로 갔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 거리를 가는 데 40분쯤 걸렸다.

YJ님과 E님, A님과 스테프 핫도그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인클라우드에서 차를 마셨다. 핫케이크도 먹었다. 오랜만에 뵌 YJ님은 여전히 멋있으셨고, 수다도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85%린트 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 아아, 행복해라. ♡

열한 시가 넘어 귀가, 배트맨을 보다 잠들었다.

2005년 5월 28일 토요일 : 음악 바톤 이어받기

+ 내가 가진 음악 파일 크기
500MB 정도? 컴퓨터에 아예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MP3P도 쓰지 않는다.

+ 최근에 산 CD
머레이 페라이어,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Op.13) 外

+ 지금 듣고 있는 노래
없다.;

+ 즐겨 듣거나 사연이 있는 노래 5곡-
1. Top of the World, The Carpenters
제일 처음 배운 팝송. 내게 이 노래를 가르쳐 줬던 십년지기는 지금 일본에서 ....[잠깐 망상 전파 수신]....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

2. 먼 훗날 언젠가, N.EX.T.
'신해철의 음악도시'를 참 좋아했다. 한창 자랄 나이에 새벽 2시까지 버티기란 무리라, 귀가하면 9시부터 11시 정도까지 잔 다음-_-; 12시부터 2시까지 라디오를 들었다. 너무 졸릴 때는 녹음해서 아침에 학교에 가져가 듣기도 했다. 음악도시 최종회 녹음 테이프는 지금까지도 서랍 어딘가에 들어 있다. 넥스트 해체 전 음반이라면 모두 좋아하지만, 한 곡만 꼽으라면 이 것. 개인적인 기억도 있다.

3.쇼팽의 에뛰드 Op.10-3, 머레이 페라이어 연주반(2002)
듣고 울었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연습곡에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슬픔을 담았다.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4. I Yah, H.O.T.
왜 여동생을 '아우님'이라고 부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그 호칭은 사실 바로 이 노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아이야'란 노래 전반에 H.O.T. 멤버들이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아아아!'하고 마구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게 하도 해괴하고 재밌어서 따라하곤 했다. 그러다가 그 가사를 바꿔 아우님을 '아우야!'라고 부르게 되었고, '~야!'어미는 평소에 잘 쓰지 않다 보니 언젠가부터 '아우야'가 '아우님'으로 바뀌었다. H.O.T.는 해체된 지 오래지만, 나는 요새도 가끔 아우님을 [다 늘어진 에쵸티 테이프마냥] '아우야~아우야~아우야~'라고 부른다.

5.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드
바이올린이 교향악단에게 말을 거는 부분을 무척 좋아한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데, 이 곡 하나만은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처음 들었을 때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신상준 악장님의 팬이 된 계기이기도 하고.) 이 곡을 듣기 전과 후로 공연 감상 경험을 나누어도 좋을 만큼 전기가 된 작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때부터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 음악 바톤을 이어줬으면 하는 분들
이미 거의 다들 하신 것 같으니, 그냥 방문하시는 분들 중 선착순 5명으로...... :)

2005년 5월 22일 일요일

2005년 5월 22일 일요일


야채스프

꿩요리(전채)

지구정복비밀결사 5월 1부 모임이었다.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르 생떽스에 대장 야롤님, 동진님, 아스님, 쿄코님, 루크님, 나 이렇게 여섯 명이 모였다. 모임이 파할 때쯤 2부 모임을 위해(?) 상현님도 오셨다.

사람이 여섯이나 되니 조금씩 다른 음식을 주문해, 다함께 이것 저것 먹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채로 나온 꿩은 괜찮았고, 내가 먹은 '베이비 치킨과 감자 케익'의 감자 케익이 굉장히 좋았다. '베이비 치킨'쪽은 맛있긴 했으나 고기가 좀 퍼석했다. 소스가 넉넉했다면 훨씬 나았을 듯.

"......베이비 치킨?"
쿄코님 曰, "영계죠."

아스님께서 (분위기에 휩쓸려 도전하신) 병어는 생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맛있게 먹기 어려울 독특한 요리였고, 루크님께서 주문하신 가자미는 맛있었단다.




병어

가자미


브런치 플레이트

너머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저주받은 자, 딜비쉬'를 받았다. '바디스내처'와 표지 재질은 다르지만 규격은 같다. 젤라즈니 얘기를 하며 한참 웃었다. 아스님께서 닐 게이먼의 샌드맨(Sandman) 1, 2권을 빌려 주셨다. 루크님께서 사신 따끈따끈한 조디악도 구경했다. 실물을 보니 은근히 혹한다. 아카이브 유행, 그릇, 이사, 게리롱 푸리롱 마케팅 등 재밌는 얘기를 들으며...... 열심히 먹었다. 만화 번역계에 대해서도 좀 들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어디든 쉬운 데 없다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초콜릿무스

와인사과절임

아메리카노

르 생떽스가 문을 닫는 세 시에 파했다. 점심은 야롤님께서 내셨다. 역시 우리의 대장......고맙습니다. :) 쿄코님, 아스님, 동진님은 지하철로 귀가, 루크님, 상현님, 마감을 앞둔 모 님은 명동 개화로 가셨다. 나는 신림동에 가서 컵을 씻고(어제 밤에 서둘러 귀가하면서 마테차가 담긴 스테인레스 컵을 그냥 둔 채 왔다.) 수강신청을 했다. 집에 와서는 샌드맨을 보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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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에 시간이 없어 쓰지 못한 부분 계속(차후 본문에 정리): 쿄코님께서는 직접 요리를 많이, 그리고 잘 해 드시는 분이다. 식사를 하며 '만들어 본 사람'의 눈으로 요리법과 재료를 간파하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본 사람과 소비자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시각의 방향이나 시야의 폭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요리' 에서 기본적으로 [꽤 까다로운] 소비자인 나는 맛있는 요리와 맛 없는 요리를 구분하고, 어느 쪽이 맛있는지 비교해 볼 줄은 안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누적된 경험에서 비롯되는 그 평가는, 총괄적인 면에서는 '과정'을 아는 사람과 동일해도 결론에 이르는 길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음악 애호가이다. 말하자면 생산할 줄 모르는 소비자인 셈인데, 아무리 연주를 듣고, 악보를 들여다보며 씨디를 반복 재생해도 내가 듣는 음악은 악기를 -어느 악기이든 -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듣는 음악과 근본적인 '패턴'이 다르다. 연주를 전공이나 진지한 취미로 삼고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차이가 [괴로울 만큼]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별로 연주해 보고 싶은 악기도 없으면서, 뭐든 하나쯤은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럴 때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를 찍어 본 사람이나, 단편 영화에 엑스트라로라도 출연해 본 사람의 시야는 나처럼 보기만 하는 사람과 다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가 느끼는 나 자신의 가장 큰 한계는 대부분의 지식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뒤죽박죽이 된 과소경험 사이에 정확한 질서와 체계가 없다는 느낌.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느끼면서도, [물리적인 이유에서든 정신적인 한계 때문이든] 제대로 잡아낼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2005년 5월 20일 금요일

2005년 5월 20일 금요일

음악이 고프다. 이럴 때일수록, 굉장히 구체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단, 피아노가 싫다. (동생이 시험 때문에 매일 '콩콩콩 뛰어라~'의 피아노 반주를 연습했기 때문은 아니다.) 평소 좋아하는 악기고 몇 안 되는 음반도 대부분 피아노곡이라, 이런 상태가 되면 정말이지 들을 게 없어진다. 바이올린, 흐느적거리지 않는 바이올린이나 희미하지 않은 비올라라면 좋다. 클라리넷과 플루트는 사양, 오보에는 환영이다. 트럼펫도 넣어 보자.

모짜르트나 하이든은 싫다. 베토벤 정도는 괜찮다. 단, 교향곡 9번은 빼자. 평소에 좋아하는 쇼팽이나 멘델스존도 이런 기분일 때는 사양.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말러, 바흐, 파가니니, 그리고 각종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들은 모조리 통과다. 아니, 잠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추가. 세헤라자데로. 리츠트는 좋아. 소나무숲인지 트럼펫 빵빵 신나게 울리는 곡은 누구 거였지? 아, 레스피기, 레스피기였군. 그것도 5분 정도 넣어 보고......시벨리우스랑 생상스도 추가. 슈만의 환상곡도 넣을래. 베를리오즈를 빠뜨릴 수야 없지!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 찬양하라!

상기 작곡가들을 모아서 1악장은 알레그로로 2악장은 아다지오 3악장은 스케르초로 4악장은 작곡가들 마음대로 하게 허락해 주자. 단, 마지막은 무조건 화려하게 끝낼 것.



이렇게 쓰고 집어넣으면 그 스타일에 맞게 작곡된 곡이 연주까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피드백 기능도 있는 걸로. 듣다가 '잠깐, 그 부분 좀 더 가볍게~' 하면 샤삭 바뀐다든지.

2005년 5월 19일 목요일

2005년 5월 19일 : 고시생 잡담

1. 내가 다니는 독서실에는 총무님이 [시간대 별로] 서너분쯤 근무하신다. 이 중 총무님 A와 B(임의호칭)는 일 년 이상 계셨고, 얼마 전 C님과 D님이 새로 들어오셨다. 그런데 지난 달 즈음부터, 독서실 공고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해서 꼭 다른 일에도 엄숙하란 법은 없지만 책장 넘기는 소리만 시끄러워도 '포스트잇(주1)'이 붙는 고시 독서실인만큼, 독서실의 공지사항도 [비유하자면] 고시나 공고 형식으로 붙는 경우가 많았다.

예) 폰트는 굴림체
독서실원 준수사항
1. 핸드폰은 반드시 무음이나 램프로 하거나 전원을 꺼 주십시오.
.
.
(중략)
.
.
* 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시 퇴실조치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총무실 앞 코르크판에 이런 공고가 붙었다.
아자!아자! 화이팅!
민법 개정 사항
'
'
(중략: 개정내용)
.
.
- 귀연*^^*총무 올림

......누, 누구시죠?

이 공고 이후로, 독서실 곳곳에 둥글둥글한 폰트로 인쇄해 형광펜으로 포인트를 준 공고가 붙기 시작했다.

예1)
냉장고에서 비타 500 한 통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니 슬퍼요.

라든가

예2)
우산을 정리할 예정이오니 18일까지 가져가 주시길 바라옵니다.
-귀연 *^^* 총무 올림

예3)
옆 건물에서 옥상으로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투척된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독서실원이 아닐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후략)

심지어 택배 수령 공지마저
예4)
X층 번 XXX님 택배가 도착했사와요.

2005년 5월 17일 화요일

2005년 5월 17일 : 고시생 잡담

1차 통과했습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5년 5월 16일 월요일

2005년 5월 16일 : 성년의 날


아우님이 스무 살이 되었다. 성년의 날이 기원전 같다거나, 반대로 엊그제 같다거나 하는 말을 주위에서 종종 듣는데, 나는 그냥 2년 전 같다. (...)

하지만 희한하게도, 아우님이 스무 살이 되었으니 나도 이제 소녀 놀이 그만하고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 끄기 전에)
어머니: 미연이도 이제 어른이네.
아우님: (움찔)
아버지: 그래도 우리 애기지.

2005년 5월 15일 일요일

2005년 5월 15일 일요일 : 쿤둔

아점으로 닭도리탕 닭볶음탕을 먹고 방 청소를 했다. 폐지를 치우고, 몇 주 동안 방치해 두었던 각종 프린트며 참고 자료를 정리해 철했다.

낮에 영화를 한 편 보러 나갈 생각이었는데 - '킨제이 보고서'와 '쉘부르의 우산' 중 하나로 - 오후 한 시 사십 분 쯤 무심코 틀어 본 EBS에서 일요 시네마 전 광고를 하고 있었다. 무슨 영화인지 궁금해서 기다렸다. 광고가 십 분도 넘게 나왔다.;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의 '쿤둔'이었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문이 열리고 찬란한 햇살이 번지는 장면에 눈이 붙들려 정좌하고 끝까지 보았다.

역시 부담스러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스콜세지의 영화를 두 시간이나 보지 않아도, 신문의 국제면을 삼십 분간 읽은 다음, 신문에조차 나오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 10분만 생각하고 나면 부담감 위에 무시무시한 죄책감과 무력감을 더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영화의 힘에도 새삼 감탄했다. 스콜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만약 다음에 스콜세지 회고전을 한다면 한 편이라도 꼭 보아야겠다.

밤 아홉 시쯤 홍대 앞에 잠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왔다.

2005년 5월 14일 토요일

2005년 5월 14일 토요일


장미

포도

선물로 핑거로즈를 받았다. 신기해라. 장미는 꽃이 핀다는데, 포도에 대해선 설명이 없기에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설명 왈,

'포도이 주렁주렁~ 희한하네~'

(그런 건가.;)

여하튼 그래서 생육사진을 매주 찍기로 했다. 끝까지 잘 커서 포도잎도 주렁주렁 달리고 장미꽃도 예쁘게 피었으면 좋겠다.

2005년 5월 14일 토요일 : 혼자 충격

'전세계 수백만 독자를 감동 어쩌고 저쩌고한 소설 '파이이야기(Life of Pi)'의 파이가......

......π가 아니었다니. orz

2005년 5월 9일 월요일

2005년 5월 9일 월요일


야식으로 [지난 주 내내 먹고 싶어했던] 핫케익을 먹었다. 얇게 구운 핫케익에 키위를 잘라 얹고 (여기까진 어머니)/ 메이플 시럽을 뿌린 다음 돌돌 말아 손에 쥐고 냠냠 먹었다.(이건 나.)

2005년 5월 8일 일요일

2005년 5월 8일 일요일 : 어버이날



어버이날이었다. 예쁜 생화로 장식된 어버이날 특선 고구마 케익. 어제 저녁에는 다들 피곤했던 터라, 이번에는 자정이 아니라 오전에 파티를 했다. 손 꼭 잡고 부를 노래 없나 고민하다가, 그냥 케익을 먹었다.;



잠시 후, 아우님의 학생군네 집에서 선물로 아이스크림 케익을 갖다 주었다. 스승의 날은 다음주이지만 기념일이라 보내 준 모양이다. 선물을 받은 당사자인 아우님이 이미 외출한 뒤라, 사진만 찍고 먹어보진 못하고 나도 신림동으로 갔다. 그런데 열 시 반 쯤에 집에 오니 케익이 그대로 있었다. 뜻밖에 케익 2번이 생겼으니 자정 파티를 하기로 하고 기다렸단다. 어머니께서 전하신 바에 따르면,

어머니: (전략) 자정에 파티할건데 당신은 자야겠죠? (참고: 아버지께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이시다.)
아버지: (강력 부인하시며) 아냐. 깨워!

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귀가해서 문을 빼꼼 열고 '아빠, 다녀왔습니다.' 라고 하자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신 아버지,

"자, 이제 파티하자!"
나머지 3: "아직 자정 아닌데......:
"괜찮아! 지금 하면 돼!"

그래서 또 두런두런 둘러앉았다.

어머니: (전략) 정말 당신 노래 할 거 없어요? 이 초 꺼질 때 까진 기다릴 수 있는데.
아버지: 없다니까. 밤에 무슨 노래-
아우: 우리 아빠 노래 잘 하시는데.
나: 맞아, 맞아. 우리집에서 제일 잘 하시잖아.
아버지: 없대두. (뻘뻘)
어머니: (나와 아우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럼 너희 둘이 뭐 노래 할 거 없니?
나: ......자, 아빠, 얼른 촛불 끄죠!

아침에 깜박했던 '氣~!'도 했다. 케익의 속은 아주 진한 초코아이스크림이었다.

2005년 5월 2일 월요일

2005년 5월 2일 월요일 : What Does Your Birth Date Mean?



Your Birthdate: February 25

Your birth on the 25th day of the month (7 energy) modifies your life path by giving you some special interest in technical, scientific, or other complex and often hard to understand subjects.

You may become something of a perfectionist and a stickler for details.

Your thinking is logical and intuitive, rational and responsible.



Your feelings may run deep, but you are not very likely to let them show.

This birthday makes you a more private person, more introspective and perhaps more inflexible.

In friendships you are very cautious and reserved.

You are probably inventive, and given to unique approaches and solutions.

2005년 5월 1일 일요일

2005년 5월 1일 일요일 : 리오 브라보


베이글

피칸롤

전션과 광화문 오봉팽에서 열한 시 반 쯤에 아점을 먹었다. 차도로 하이서울 페스티발 행사대가 지나갔다. 말도 몇 마리 봤다.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내다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이서울 페스티발'이라는 괴상망측한 행사명만 좀 바꾸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 참, 하는 김에 '하이서울 그린청계천'도......(궁시렁)

오전에는 부슬비가 오더니, 낮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이 활짝 개었다. 초여를 옷을 챙겨 입었는데도 제법 더웠다. 슬렁슬렁 걸어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하워드 혹스의 서부코믹극 '리오 브라보'를 보았다.

얼마나 웃었는지! 장면마다, 대사마다 재치가 넘쳐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실비실 웃다가, THE END 가 뜨고 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앞 좌석 의자 등받이로 쓰러졌다. 보는 이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웃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거부감 들지 않으면서 우스꽝스러운 조연이란 또 얼마나 드문가. 정말 재미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데이트 중이신 s모 님도 뵈었다.

영화를 본 후에는 카페 뎀셀브즈에 갔다.


녹차쉬폰


내부 수리로 일 주일 간 문을 닫았기에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했는데, 가 보니 소소한 메뉴 배치와 장식 외에는 변한 게 없어서 아쉬웠다. 뭔가 확 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때문이다.(주 색조를 연두색으로 바꾼다든지.....)

가볍게 차 한 잔 하고 헤어지려 했는데,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가서 저녁이 되었다. 역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건 그냥 친구다.('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5권, p.116)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집에 왔다. 빈둥거리며 책을 조금 읽었다. 조금 전에는 아버지와 지극히 소소한 일로 가볍게 다투었다. 사소한 짜증을 내고, 부당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즉시 사과드렸는데, 괜히 사과하는 바람에 큰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와작와작 씹어 드시는 타입이셔서, 작은 일이라면 아무 말 않아야 오히려 쉬 잊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깜박 잊었다. 이런 기본적인 점을 잊었다는 것이 내가 얼마나 주위에 무심히 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아 불쾌하고, 애시당초 짜증을 낸 것 부터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