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일 일요일

2005년 5월 1일 일요일 : 리오 브라보


베이글

피칸롤

전션과 광화문 오봉팽에서 열한 시 반 쯤에 아점을 먹었다. 차도로 하이서울 페스티발 행사대가 지나갔다. 말도 몇 마리 봤다.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내다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이서울 페스티발'이라는 괴상망측한 행사명만 좀 바꾸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 참, 하는 김에 '하이서울 그린청계천'도......(궁시렁)

오전에는 부슬비가 오더니, 낮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날이 활짝 개었다. 초여를 옷을 챙겨 입었는데도 제법 더웠다. 슬렁슬렁 걸어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하워드 혹스의 서부코믹극 '리오 브라보'를 보았다.

얼마나 웃었는지! 장면마다, 대사마다 재치가 넘쳐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실비실 웃다가, THE END 가 뜨고 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앞 좌석 의자 등받이로 쓰러졌다. 보는 이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웃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거부감 들지 않으면서 우스꽝스러운 조연이란 또 얼마나 드문가. 정말 재미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데이트 중이신 s모 님도 뵈었다.

영화를 본 후에는 카페 뎀셀브즈에 갔다.


녹차쉬폰


내부 수리로 일 주일 간 문을 닫았기에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했는데, 가 보니 소소한 메뉴 배치와 장식 외에는 변한 게 없어서 아쉬웠다. 뭔가 확 달라졌으리라 생각했던 때문이다.(주 색조를 연두색으로 바꾼다든지.....)

가볍게 차 한 잔 하고 헤어지려 했는데,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가서 저녁이 되었다. 역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건 그냥 친구다.('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5권, p.116)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집에 왔다. 빈둥거리며 책을 조금 읽었다. 조금 전에는 아버지와 지극히 소소한 일로 가볍게 다투었다. 사소한 짜증을 내고, 부당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즉시 사과드렸는데, 괜히 사과하는 바람에 큰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와작와작 씹어 드시는 타입이셔서, 작은 일이라면 아무 말 않아야 오히려 쉬 잊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깜박 잊었다. 이런 기본적인 점을 잊었다는 것이 내가 얼마나 주위에 무심히 살고 있는지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아 불쾌하고, 애시당초 짜증을 낸 것 부터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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