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0일 월요일

2005년 5월 30일 월요일



부모님의 스물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내 귀가가 늦는 바람에, 자정이 조금 지나서 '로망스'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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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사고를 쳤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잘 나오지 않는 젤러펜을 손보겠다며 만지다가, 그만 잉크를 일전에 선물받은 가죽 시계에 쏟고 말았다. 어머니와 함께 얼른 닦고 씻고 문질렀으나 이미 늦었다. 게다가 빨간 끈에 파란 잉크라니.

결국 단념하고 좌절한 채 앉아 있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프흐흐 웃으시는 게 아닌가.

"(침울하게)엄마? 왜요?"

"아, 너 어릴 때 사고친 거 생각나서. 초등학교 1~2학년 때 쯤......"

"1, 2학년 때면, 제가 같은 반 남자애 장화 신고 가방 메고 온 얘기요?"

"아니, 그거 말고-"

"그럼 제가 학교 갔다 오다가 무겁다고 책가방을 길가 담벼락에 걸어 놓고 왔던 거요?"

"아니-"

"......또 있어요?"

"응. 그 때, 아마 토요일 오후였는데, 네가 일요일에 나가는 글짓기 대회 참가증을 학교에 두고 온 거야. 엄마가 평소에는 너 혼자서 밖에 잘 안 내보내잖아? 그런데 그 날은, 하도 네가 이것 저것 흘리고 다니니까 좀 고치라고 혼자 학교 가서 가져오라고 했어. 그런데 학교 간 애가 나간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 오는 거야. 점점 걱정이 되는데, 그 땐 미연이가 아직 애기니까, 두고 나갈 수도 없고......그런데 마침 [네] 아빠께서 퇴근하셔서, 학교 가서 너 데려오시라고 했지. 그래서 아빠께서 나가셨다? 그런데 또 한참이 지나도록 이번엔 네 아빠도 안 오시는 거야. 그 땐 휴대폰도 없으니까 연락할 길도 없고, 얼마나 걱정이 됐겠니.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미연이 챙기고 나가려는데, 아빠께서 널 업고 들어오시더라고. 참가증 찾겠다고 학교 간 애가 신발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못 돌아오고 있었던 거지. 신발이 없으니까 집에 올 수가 있었겠니. 잃어버린 걸 찾으라고 보냈더니 신발까지 잃어버리다니, 너도 참.(프흐흐)"

"우하하하, 그거 진짜 굉장하네요."

그리하여 나는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_-) 독서실에 갔다. 시계는, 다행히 줄 교체가 가능하다 하여 수리점에 맡겼다.

댓글 3개:

  1. 푸하하하하ㅓ하러ㅏ허라하멍라 ㅓ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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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릴때 해수욕장에서 세번 길 잃은 얘기가 떠올라 기분이 묘한걸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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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물건이라, 끈만 새로 주문해서 교체하는데 두세 달이나 걸린대요.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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