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2일 일요일

2005년 5월 22일 일요일


야채스프

꿩요리(전채)

지구정복비밀결사 5월 1부 모임이었다.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르 생떽스에 대장 야롤님, 동진님, 아스님, 쿄코님, 루크님, 나 이렇게 여섯 명이 모였다. 모임이 파할 때쯤 2부 모임을 위해(?) 상현님도 오셨다.

사람이 여섯이나 되니 조금씩 다른 음식을 주문해, 다함께 이것 저것 먹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채로 나온 꿩은 괜찮았고, 내가 먹은 '베이비 치킨과 감자 케익'의 감자 케익이 굉장히 좋았다. '베이비 치킨'쪽은 맛있긴 했으나 고기가 좀 퍼석했다. 소스가 넉넉했다면 훨씬 나았을 듯.

"......베이비 치킨?"
쿄코님 曰, "영계죠."

아스님께서 (분위기에 휩쓸려 도전하신) 병어는 생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맛있게 먹기 어려울 독특한 요리였고, 루크님께서 주문하신 가자미는 맛있었단다.




병어

가자미


브런치 플레이트

너머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저주받은 자, 딜비쉬'를 받았다. '바디스내처'와 표지 재질은 다르지만 규격은 같다. 젤라즈니 얘기를 하며 한참 웃었다. 아스님께서 닐 게이먼의 샌드맨(Sandman) 1, 2권을 빌려 주셨다. 루크님께서 사신 따끈따끈한 조디악도 구경했다. 실물을 보니 은근히 혹한다. 아카이브 유행, 그릇, 이사, 게리롱 푸리롱 마케팅 등 재밌는 얘기를 들으며...... 열심히 먹었다. 만화 번역계에 대해서도 좀 들었는데, 충격적이었다. 어디든 쉬운 데 없다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초콜릿무스

와인사과절임

아메리카노

르 생떽스가 문을 닫는 세 시에 파했다. 점심은 야롤님께서 내셨다. 역시 우리의 대장......고맙습니다. :) 쿄코님, 아스님, 동진님은 지하철로 귀가, 루크님, 상현님, 마감을 앞둔 모 님은 명동 개화로 가셨다. 나는 신림동에 가서 컵을 씻고(어제 밤에 서둘러 귀가하면서 마테차가 담긴 스테인레스 컵을 그냥 둔 채 왔다.) 수강신청을 했다. 집에 와서는 샌드맨을 보다 잠들었다.

-
일요일 밤에 시간이 없어 쓰지 못한 부분 계속(차후 본문에 정리): 쿄코님께서는 직접 요리를 많이, 그리고 잘 해 드시는 분이다. 식사를 하며 '만들어 본 사람'의 눈으로 요리법과 재료를 간파하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생산자의 입장이 되어 본 사람과 소비자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시각의 방향이나 시야의 폭이 다르다. 예를 들어, '요리' 에서 기본적으로 [꽤 까다로운] 소비자인 나는 맛있는 요리와 맛 없는 요리를 구분하고, 어느 쪽이 맛있는지 비교해 볼 줄은 안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누적된 경험에서 비롯되는 그 평가는, 총괄적인 면에서는 '과정'을 아는 사람과 동일해도 결론에 이르는 길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음악 애호가이다. 말하자면 생산할 줄 모르는 소비자인 셈인데, 아무리 연주를 듣고, 악보를 들여다보며 씨디를 반복 재생해도 내가 듣는 음악은 악기를 -어느 악기이든 -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듣는 음악과 근본적인 '패턴'이 다르다. 연주를 전공이나 진지한 취미로 삼고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차이가 [괴로울 만큼]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별로 연주해 보고 싶은 악기도 없으면서, 뭐든 하나쯤은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럴 때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를 찍어 본 사람이나, 단편 영화에 엑스트라로라도 출연해 본 사람의 시야는 나처럼 보기만 하는 사람과 다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가 느끼는 나 자신의 가장 큰 한계는 대부분의 지식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뒤죽박죽이 된 과소경험 사이에 정확한 질서와 체계가 없다는 느낌.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느끼면서도, [물리적인 이유에서든 정신적인 한계 때문이든] 제대로 잡아낼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댓글 6개:

  1. 헉... 역시나 제가 먹은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사진...;;

    답글삭제
  2. 아카이브..유행... 입니까? 몰랐던 사실이네요, 으흠...^^;

    그나저나 제가 기타를 코드나마 대충 치게 된건 아마 지금의 제이님 나이때 독학한 덕분이랍니다. 당시 주변에 민폐를 좀 끼쳤지만...--; 의지가 있다면, 화이팅~!

    답글삭제
  3. 사과와인절임이 아니라 와인사과절임 이란 말입니까! :p

    답글삭제
  4. 100% 소비자의 시각도 매우 소중한 게 아닐까?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은 소비자 시각에서는 처음에 참신하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고리타분해지게 되더라고.

    답글삭제
  5. as님/ 프렌치는 특히 사진이 잘 나와서 좋아해요. (후훗)

    cosmo님/ 아카이브 얘기랑 요전에 말씀하신 다른 프로젝트 얘기 듣고 싶었어요. 다음 모임에서 꼭!

    ethar님/ 어이쿠

    에라빠/ 이것도 저것도 갖고 싶은 거죠. :)

    답글삭제
  6. 요리나 연주에 대한 감상과 마찬가지로 책읽기나 비평도 비슷한것 같군요. 직접 글을 써/번역해 본 사람, 그 분야에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은 사람은 보는 방법이 틀려지지 않을까요? 에라님 말씀대로 생산자 입장 시각은 틀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제조업 연구자에겐 그 틀을 벗어나기가 참 힘들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