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어제 마산에서 올라온 정란과 홍대 앞에서 만났다. 75015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ella&louis에서 커피를 마셨다. ella&louis는 고만고만하게 맛있는 홍대 앞 커피집들 사이에서 돋보인다 싶은 작은 로스팅하우스이다. 테이블마다 전원이 있어 작업하기에도 나쁘지 않으나, 조명은 어두운 편이다.

정란과 그간 신상에 있었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만나 무척 반가웠다. 추운 겨울 귀한 주말에 정란이 헛걸음 한 것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정란이 점잖게 이해하고 넘어간 일을 제3자인 내가 새삼 왈가왈부할 수 없다 생각하여 군말을 붙이지 않았으나 솔직히 상당히 화가 났다.

집에 와서는 만화책을 보며 뒹굴뒹굴 놀았는데, 밤 11시 쯤에 내일 마감인 보고서 생각이 났다. 벌떡 일어나 급히 정직(integrity)의 덕에 대해 쓰고 2시쯤 잠들었다.

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나는 특촬물 및 특촬물 출연 배우 출연작을 수백 편 본 후 작년부터 일본어를 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문화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 터라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이었으나, 얼마 전부터 일본어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겠어."는 말할 줄 알면서 "저는 한국인입니다"는 모르는 상태를 벗어나(특촬에 '한국' 같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 읽고 표현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책을 읽고도 싶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문맹이긴 하지만(히라가나만 절반 정도 외웠다) '지우개'나 '연필' 같은 건전한 단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감으로 외워 말하던 문장을 문법의 틀에 따라 새로이 이해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최근 의기투합한 맛집탐방 동료 마사(Masamichi)는 아키타 국제대 학생으로, 아이스크림과 유제품으로 유명한 삿포로를 여행했을 때는 하루에 아이스크림 집만 여섯 군데를 돌았다는 맛집탐방 매니아다. 전공은 라멘......이 아니라 아마 국제관계학. 오늘 오후엔 압구정에서 만나 함께 쿠키모리에 갔다. 티라미수와 마카롱, 과자 등을 구입한 후, 압구정 커피집으로 자리를 옮겨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재미있게 놀았다.



쿠키모리의 티라미수는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다. 오랜만에 매장에서 마신 커피도 좋았다. 어찌나 오랜만이었는지 계산할 때 실장님이 "언니는 잘 지내요?"라고 물어보셨다.

2008년 11월 27일 목요일

2008년 11월 27일 목요일

전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새벽 6시쯤 깼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일을 좀 하다가, 오전 10시 20분에 홍대입구 역에서 이본느(Yvonne)와 만나 카카오봄에 갔다.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초콜릿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점심은 근처의 인도음식점 샨티(Shanti)에서 먹었다.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두시 반의 사회철학 특강 수업을 놓칠 뻔 했다.

저녁에는 서늘님, 동진님과 여의도에서 서늘님 생일 축하를 겸한 FOD 모임을 했다. 스시히로바에서 저녁을 먹고 주빈에서 커피를 마셨다.

밤에는 자다가 벽에 걸어 놓은 화이트보드가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잠결에 보드를 벽에 기대 세워 두고 다시 잠들었다.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넷사넷(Netsanet)과 교내 카페 소반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넷사넷은 이디오피아 출신으로, 아디스 아바바 대학을 졸업하고 노르웨이에서 석사를 마친 후 우리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비빔밥을 먹으며 타국에서의 일상과 종교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일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이디오피아는 정교(Orthodox Christian)가 주 종교인 국가로 기독전통이 매우 깊고 사회 상류층일수록 정교도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만나기 전에 조금 긴장했으나, 다행스럽게도(또는 놀랍게도) 넷사넷의 경우 가족들은 교회에 나가지만 자기는 나가지 않는단다. 집안에 성물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디오피아 정교가 원래 성물을 두지 않는지 넷사넷의 집이 유연한 경우일 뿐인지는 모르겠다.

흥미로웠던 얘기: 이디오피아에서 개신교(Protestant)는 최근에 유입된 신생 종교로 정교와 이슬람교에 비해 소수이다. 그러나 개신교 특유의 적극적인 선교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서구의 선교를 통해 개신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교도인 부모와 사이가 갈라져 절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싶은데 문제는 지방의 작은 마을들에서 생긴다. 작은 마을의 경우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개신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 교회에서 그 부모 또는 집안 어른을 불러 아이를 재교육하도록 요구한다. 그래도 마음을 되돌리는 데 실패할 경우 물론 분쟁이 시작되고 마을은 엉망이 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바로 장례에 대한 것이다. 이디오피아에서는 가족 성원(마을 성원)들이 모두 같은 교회에서 장례를 치른다. 한 마을에는 교회가 정교회 하나밖에 없고, 정교회에서는 개신교도의 장례를 치러 주지 않는다. 그런데 개신교회에는 장례터가 없다(!!)

그 결과 개신교도의 시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말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밤에는 남은 번역 일정을 정리한 다음, 일은 내일부터 하기로 결심하고 잠들었다.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간단한 근황.
지난 주와 지지난 주 토요일에는 연속으로 대학원 면접을 보았다.

가면라이더 키바는 41화까지 왔다. 아놔.....이노우에 토시키......혹시 고도의 안티인가 싶을 정도로 스토리가 난장판이다. 30여 회까지는 아침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낄낄 웃으면서 봤는데 (어쨌든 아침 7시 반 방송이긴 하다) 41화까지 오고 나니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 도저히 9화 안에 수습이 안 될 것 같다.

가면라이더 키바를 보지 않는 분들을 위한 간단한 내용요약(41화까지 미리니름 모두 포함).

읽기


*미리니름 없는 요약: 그리고 또 알고 보니 그리고 또 알고 보니 그리고 또 알고 보니 갑자기 갑자기 갑자기

.....묵념.....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어제(11월 11일 화요일)는 사회철학특강 중간고사를 쳤다. 양으로 숭부하는 전직 고시생인 나는 50분에 여섯 페이지를 꽉 채워 쓰며, 시험일인데 늦게 들어오신 한윤형 님이 순식간에 답안을 작성하고 표표히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험 문제는 촛불집회와 민주주의의 규범적 모델에 관한 것이었다.

요즈음은 날마다 콘택트 렌즈를 낀다.

그리고 대체로 학생회관에서 저녁을 먹는다.

사실 지금은 실천윤리학 수업 시간이다.

어제 전통중국의 사상과 종교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안 오셔서 불교에 관한 비디오를 보았다.

언어철학은 갈수록 이해가 안 된다. 영미분석철하끄으으으으으

학사행정이 또 꼬였다. 단순한 전산착오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긴장된다.

졸업사정 담당 조교님이 연락을 주기로 하셨는데 아직 전화가 안 왔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서양중세철학에서 토머스 아퀴나스 퀴즈를 본다.

서양중세철학은 12세기 말 정도부터 재미있어졌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안셀무스 퀴즈를 봤는데, 안셀무스의 신존재증명 11단계를 열심히 외웠으나 시험 문제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 허무해서 그냥 답안지에 그것도 써서 냈다. -_-

그래서인지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다가 나를 한 번 더 보셨다.

내일까지 서양중세철학 보고서 주제를 정해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안셀무스로 쓸까 생각 중이다.

열심히 외운 김에 여기에도 써보는 안셀무스의 신존재 증명.
1)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어리석은 인간도 신이 무엇인지는 안다.
3) 신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다르다.
4) id quo nihil potest mainus cogitari (IQM; 그것보다 더 큰 것이 생각될 수 없는 어떤 것)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될 수 있다.
5) 지성 안에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다르다.
6) iQM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될 수 있다.
7)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사고 안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
8) IQM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는 자신보다 더 위대하다.
9) IQM보다 더 위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
10) 9는 거짓이다.
11) 따라서 1은 거짓이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형이상학 수업 시간이다. 졸업논문 주제를 니체로 정한 것은 사실 (i)실제 관심사인 독일 현상학을 주제로 깊이 쓸 시간이 없었고 (ii) 박찬국 선생님이 지도교수가 되어 주시길 바라서였는데, 배울수록 흥미롭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어서 즐겁다.  

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2008년 11월 10일 월요일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가 건져 올려진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