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넷사넷(Netsanet)과 교내 카페 소반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넷사넷은 이디오피아 출신으로, 아디스 아바바 대학을 졸업하고 노르웨이에서 석사를 마친 후 우리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비빔밥을 먹으며 타국에서의 일상과 종교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일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이디오피아는 정교(Orthodox Christian)가 주 종교인 국가로 기독전통이 매우 깊고 사회 상류층일수록 정교도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만나기 전에 조금 긴장했으나, 다행스럽게도(또는 놀랍게도) 넷사넷의 경우 가족들은 교회에 나가지만 자기는 나가지 않는단다. 집안에 성물 같은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디오피아 정교가 원래 성물을 두지 않는지 넷사넷의 집이 유연한 경우일 뿐인지는 모르겠다.

흥미로웠던 얘기: 이디오피아에서 개신교(Protestant)는 최근에 유입된 신생 종교로 정교와 이슬람교에 비해 소수이다. 그러나 개신교 특유의 적극적인 선교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서구의 선교를 통해 개신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정교도인 부모와 사이가 갈라져 절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싶은데 문제는 지방의 작은 마을들에서 생긴다. 작은 마을의 경우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개신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 교회에서 그 부모 또는 집안 어른을 불러 아이를 재교육하도록 요구한다. 그래도 마음을 되돌리는 데 실패할 경우 물론 분쟁이 시작되고 마을은 엉망이 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바로 장례에 대한 것이다. 이디오피아에서는 가족 성원(마을 성원)들이 모두 같은 교회에서 장례를 치른다. 한 마을에는 교회가 정교회 하나밖에 없고, 정교회에서는 개신교도의 장례를 치러 주지 않는다. 그런데 개신교회에는 장례터가 없다(!!)

그 결과 개신교도의 시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말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밤에는 남은 번역 일정을 정리한 다음, 일은 내일부터 하기로 결심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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