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30일 금요일

2005년 12월 30일 금요일

화실 보일러 문제가 아직도 제대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어차피 난방이야 쓰지 않으니 괜찮은데, 온수가 나오지 않아 고역이다. 특히 건식 재료(파스텔)을 쓰는 나는 손을 두어 번은 씻어야 하는데, 추워서 정말 괴롭다. 수업 한 번 할 때 마다 배고픈 예술가 AP가 약간 상승하고 체력 AP는 대폭 하락.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요즈음은 어쩜 이렇게 계속 배가 고픈지, 먹고 먹고 먹고 계속 먹는다.

점심 때 홍대 별다방에서 친구 전션을 만났다. 며칠 전에 입수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연말에 꼭 한 번 보겠다고 일부러 찾아 와 줬다. 올해에는 해가 바뀐다는 실감이 전혀 나질 않는다. 마음 속 달력은 벌써 2006년으로 넘어갔고, 딱히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에게 연락이라도 해 보아야겠다든가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아, 연하장도 아직 다 못 썼구나. 남은 카드는 설날에 맞추어 보내야겠다.

추우니까 정말 괴롭다. 올해 날씨가 유난한 건지, 내 건강이 나쁜 건지,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 겹겹이 껴입고 실내에 가만히 웅크리고 과자와 초콜릿과 차만 먹고 있다. 어서 봄이 왔으면.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동진님과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보았다. 책을 읽은 게 몇 년 전이다 보니 그새 누가 배신자였는지 잊어버려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퀴디치 월드컵 장면과 다른 학교 학생들의 등장 장면이 무척 재미있었다. 론 보는 재미도 대단하지. 그리고 개인 사진으로 봤을 땐 너무 자란 듯 했던 주인공들이, 더 나이 든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도리어 어려 보여 신기했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만화나 영화 주인공들을 볼 때 마다 대체 왜 저런 귀찮은 일을 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마음대로 살려면 그런 대중의 타겟이 되는 자리보단 정복자의 최측근이라든가, 최측근의 최측근이라든가, 그런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저런 마법계라면......나도 정복하고 싶겠다. 탐났다.

영화를 본 후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커피집에 갔다. 현대아파트 뒤쪽 길에 있는 '에디아르(Hediard)'에서 치즈빵과 치즈케이크를 사 갔는데, 치즈빵은 아주 맛있었으나 치즈 케익은 너무나 맛이 없어서 슬펐다. 어째 많이 남아 있더라니, 그래서였나! 동진님이 직접 추출하신 이디오피아와, 실장님께서 끓여 주신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커피도 백 그램 사 왔다. 집에 커피가 없어서 그간 무척 괴로웠다.

저녁은 신촌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먹었다. 서울대 백신고 종강동문회였다. 종우오빠, 나, 두현이, 채우, 연수, 휴가 나온 태준이 여섯 명이 모였다. 형기오빠는 오늘[만] 일이 있었고, 혜진언니는 다음 주에 국가고시를 쳐서 몹시 바쁘시단다. 후배들이 연락을 돌려도 참석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아 두현이가 많이 불편해 하는 듯 했다. 모임을 마련하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 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태준이와 여행지에서 만났다는 여자분도 같이 오셨다. 처음에 태준이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해서 모두들 사진기까지 준비하고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는데, 나중엔 동문회 자리에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데리고 오기 뭣해서 그랬다고 해서 좀 김 샜다. 다음 달이면 상병이 되는 태준이는 여전했으나, 종례 시간을 실수로 점호 시간이라고 하는 걸 보니 군인은 군인이었다. 여하튼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기뻤다.

식후엔 투썸 플레이스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셨다. 일산에 사는 채우와 연수, 그리고 나는 먼저 들어가고, 종우오빠와 두현이는 군에서 못 마시는 술을 사 주겠다며 태준이를 데리고 갔다. 종일 열심히 놀았다.

2005년 12월 25일 일요일

2005년 12월 25일 일요일


올해의 크리스마스 케익! (아우님 협찬)

그리고.....화실의 산타님

2005년 12월 22일 목요일

2005년 12월 22일 목요일 : 강남심포니 제 26회 정기연주회 'Beethoven Story'

프로그램
베토벤/에그몬트 서곡
Beethoven/ Overture to Egmont op.84
베토벤/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Eb장조 op.73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in Eb major Emperor op.73

베토벤/교향곡 제6번 F장조 op.95
Beethoven/ Symphony No.6 in F major Pastorale op.68

지휘 서현석, 피아노 이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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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제 26회 정기연주회에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일찌감치 가서 표를 받아서인지, 2열에 앉았다. 이렇게 앞 자리는 처음이었는데, 생각만큼 시끄럽지는 않았으나 너무 가까우니 답답하기는 했다. 특히 피아노 협연 때는 연주자들 다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송년 연주회라 해도 쓸데없이 거창한 데 없는, 무난하고 편한 공연이었다. 피아니스트 이미주의 황제는 상당히 좋았는데, 꽤 강렬한 곡을 힘들이지 않고 연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자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객석의 분위기도 그렇고,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규모의 공연다운 느긋함이 있었다. 정격적인 레퍼토리를 주민들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강남심포니의 정기연주회는 박수를 받을 만 한 기획이다.

앵콜은 당연히 캐롤송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오케스트라 규모로 편곡한 아리랑이었다.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다.) 그 다음에 캐롤송 메들리(?)가 이어졌다.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제법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크리마스 기분'이 나더라. 어머니와 함께 귀가했다.

2005년 12월 17일 토요일

2005년 12월 17일 토요일

10월, 나는 내가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11월, 나는 내가 진중한 사람이 되었나 잠깐 고민했다.
12월, 그냥 게으름 게이지가 급상승했을 뿐임을 깨달아 버렸다. OTL

2005년 12월 11일 일요일

'만약에...' 문답

1. 길을 걷다가 100,000원을 주웠다. 그런데 주위에서 사람들이 보고 있다. 이럴 때, 나는 (근처 경찰서에 신고하고 연락처를 남긴 다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내게 연락이 오면 기부한)다.

2. 권상우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신에게 고백을 했다. 이럴 때, 나는 (정중하게 고백했다면, [권상우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한 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정중히 거절한)다.

3. 친한 친구가 갑자기 자신에게 절교 하자고 하면 나는 (알겠다고 한)다.

4. 나는 지금 애인이 있다. 그런데 첫사랑이 나타나서 '사랑해, 나랑 결혼하자.' 라고 하면 나는 (싫다고 한)다.

5. 지은성이 사귀자고 하면 나는 ("실례합니다만, 누구신가요?" 라고 한)다.

계속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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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님 블로그에서 보고 해 봄.

2005년 12월 7일 수요일

지난 주에 서울에 올라온 친구 정란이와 신촌에서 만나, 이코노스시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여름에 마산서 본 다음이니 그렁저렁 사 개월여 만이다.

2005년 12월 5일 월요일

2005년 12월 5일 월요일

결혼을 앞두고 일시 귀국하신 YJ님, 아스님과 서울대입구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볼 때마다 멋진 YJ님이 선물로 'Twelve Teas of Chirstmas'라는, 삼각형 상자 열두 개에 각기 다른 홍차 티백이 든 멋진 차 세트를 선물로 주셨다. 아스님이 받으신 선물은 자그마치 M&M 베이더경 통.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떡볶이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내가 학교 앞 분식집 같은 곳에서 파는 떡볶이를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이참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면, 떡, 오뎅, 고추장 등을 넣은 냄비를 얹어 놓고 끓으면 떠 먹는 떡볶이였다.

식후에는 맛있는 케익을 먹기 위해 스타벅스로 돌아갔다.(...) 서울대입구는 정말 황량하다니까. 커피와 케익을 먹으며 SF와 번역 이야기를 많이 했다. 번역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라든지,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라든지......생각하고 있던 기획안에 대해서 말을 꺼냈는데, 말을 하다 보니 나 자신 정리되는 부분도 있어 즐거웠다. 어쩌면 몇 년 안에 실제로 해 볼 수 있을지도.

한참 수다를 떨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 또 뭘 먹을까 고민. 스타벅스 근처에 있는 '산채'라는 한식집에 갔다. 나는 처음 가 보았으나, 아스님과 YJ님은 일전에 가 보신 곳인 듯 했다. 들깨 가루, 들깨 소스 등이 들어간 요리가 많았다. 나는 들깨가 든 국을 곁들여 비빔밥을 먹었는데, 추운 날씨에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속이 살살 녹았다. 저녁은 YJ님이사셨다. 여행지의 식사, 가장 이상한 음식,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은 음식, 희귀식물/동물 등(ex 달의 위상 변화에 따라 배의 달 모양이 이지러졌다 차올랐다 하는 반달곰)에 대해 떠들었다. 은행나무는 중국-한국-일본 일부 지역에만 있는 희귀종이라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여덟 시가 넘어 헤어졌다. 아스님과 YJ님은 지하철 역으로 가시고,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신림동으로 넘어가 예전에 다니던 독서실에 재등록을 했다. 오랜만에 YJ님을 다시 뵙고, 좋아하는 분들과 종일 재미있게 논 것이 너무 기뻤다. 그래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오랜만이에요! 등록 하러 왔거든요. 좌석표 좀 보여주시겠어요?" 했더니, 낯이 익은 총무님이 "합격하셨어요?" 물으신다. 여전히 싱글벙글 하며, "아뇨, 떨어졌으니까 다시 왔죠!" 라고 답했더니 요새는 2차 합격 하고 연수원 준비 때문에 독서실 다니는 학생들이 많더라는 둥, 예뻐져서 좋은 소식 들으신 줄 알았다는 둥, 어쩔 줄 몰라 하며 수습하기 바쁘시다. 본의 아니게 곤란하시게 한 듯.

층은 다르지만 작년에 썼던 것과 같은 자리가 비어 있어 즐거웠다. 싸간 살림을 풀고 개정판 책을 두 권 사서 조금 풀어 보다가 열한 시에 귀가, 선물받은 차 중에 계피향 홍차를 마셔 보았다. 정말 맛있었다!

2005년 12월 4일 일요일

2005년 12월 4일 일요일


아버지 생신이었다. 아우님이 골라 온 케익으로, 이번 주제는 '풍성한 겨울' 이란다. 선물은 가디건. :)

2005년 12월 3일 토요일

2005년 12월 3일 토요일

화실 수업 후, 홍대 앞 카페 인클라우드(in cloud)에서 인수오빠와 만나 차를 한 잔 마셨다. 휴가를 끝내고 복귀하는 길이라 군복을 입고 있기에, 이왕 군복 차림으로 카페에 오셨으니 패기를 자랑하며 팥빙수를 드시라고 했다가 혼났다. ( -_)

인클라우드에서 두어 시간 놀다가, 나는 이태원으로, 오빠는 부대로. 날씨가 추워서 괴로웠다.

저녁은 이태원 타지마할에서 승민오빠와 먹었다. 본래는 인도네사이 음식점인 발리에 가기로 했었는데, 벌벌 떨면서 가 보니 아뿔싸, 문을 닫았다! 일요일도 아닌 토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던 터라 몹시 당황했다. 어디로 갈까 하다, 꾸루미 꾸루미 꾸루미♡ 를 먹으러 타지마할에 가기로 결정. 꾸루미 난과 커리를 주문하고, 도전정신을 살려 솔티라떼도 두 잔 주문했다가...... 도전은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렇고 말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열혈 연애중인 승민오빠를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기뻤다. 그리고 토요일 밤 이태원은 좀 무서웠다.

귀가길에는 눈이 왔다. 이번이 서울 첫 눈이었다고들 한다. 렌즈를 살 겸 롯데마트로 들어서자, 입구 께에서 대걸레질을 하던 아주머니가 코트 자락에 얹힌 눈을 보고 "하이고, 소복하니 쌓였네." 하신다. 함께 웃었다.

2005년 12월 3일 토요일 : 동생의 역할

나는 아침잠이 많아 기상시 끙끙대어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곤 한다. 오늘은 아우님이 와서 깨워 주었다.

제이: (이불 안에서 버둥거리며) 애애애애애앵 [해석: 일으켜 줘, 일으켜 줘. 이불에서 나가기 싫어어어]
아우님: 안 돼. 혼자 힘으로 일어나.
제이: 애애애애애애애애앵 [해석: 너무해. 일으켜 달란 말이야. 춥고 졸려.]
아우님: (단호한 어조로) 강하게 키우겠어!

2005년 12월 2일 금요일

2005년 12월 2일 금요일 : 칭찬

아점을 먹고 티브이 앞에 앉아 무심코 채널을 돌려 보다가, '내 아이 영재로 키운 교육법'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잠깐 보았다. 화면 하단에 '칭찬을 아끼지 말라.'라고 쓰여 있었다.

나: (의미심장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며) 엄마, 엄마, 칭찬을 아끼지 말래요.
어머니: (즉시) 그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해.
칭찬해 줘.

나: ......엄마, 요즈음 점점 더 강해지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