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7일 토요일

2004년 3월 27일 토요일

점심때 즈음 일산에 가서 사랑니를 두 개 뽑았다. 오랜만에 뵌 김만진선생님께서 머리 자른 나를 금방 알아보셔서 놀랐다. 사실 얼마 전 동진님을 만났을 때도 날 알아보셔서 놀랐다. 어머니께서는 '그럼 너는 헤어스타일 좀 바꾼다고 알던 사람을 못 알아 보냐'고 하셨다. 사실......그렇다. 학생 때는 교복이 같으니 더 알아보기 어려워서, 머리모양, 안경, 가방(<-특히 유용한 구별법임) 등을 힌트삼아 대충 이름과 짜맞추곤 했다.

사랑니는 선생님께서 예전부터 뽑으라고 하신 것을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금요일 오후부터 참을 수 없이 아파오기 시작하기에 급한 대로 진통제를 먹고 하루 버텼다. 오른쪽 위아래를 다 뽑았으니 이제 왼쪽 위만 남았다. 수시로 부었다 말았다 하는 이라 금방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오른쪽이 낫는 대로 뽑아버려야겠다.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얼음찜질을 했다. 약 기운에 취해 잠들었다 깨어보니 오후 네 시 반. 여섯 시 약속까지 여유가 좀 있어 쿠키를 구워 나가려 했으나 서두르다 반죽을 잘못해서 이상하게 되었다. 둘둘 말아 냉동실에 숨겨놓고 승민오빠와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이대 앞 초컬릿 가게 마농에서 초컬릿을 몇 개 고른 후, 홍대 앞으로 옮겨가 놀이터 골목에 있는 그리스 음식점 그릭조이에 갔다. 가격이 저렴하고 집에서 가까워 앞으로도 꽤 가게 될 듯.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충분히 신경쓰지 않고 찍었더니 사진이 엉망이다. 식사 후엔 카페 비하인드에 갔다. 여기도 어둡기에 아예 수동으로 찍었더니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와서 대만족. 특히 요거트 사진은 내가 찍었지만 정말 훌륭하다. 진짜 맛있어 보이잖아. (....) 오빠는 에스프레소, 나는 (발치한 날이니 뜨거운 음식을 피하려) 과일꿀요거트를 주문했다. 마농에서 사온 초컬릿을 먹으며 느긋하게 앉아 놀았다. 과일꿀요거트는 바닥에 잣과 호두가 잔뜩 깔려 있었다. 황당해라.; 양이 너무 많아 디저트보다는 식간 간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 가서 샌드위치도 먹어봐야지.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

열 시쯤 집에 돌아왔다.

아참, 그리고 오랜만에 이어폰을 하나 샀다. 소니 ex51.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 서울대생을 위한 화요음악회 - 밀알피아노오중주

장형준, 윤경희, 정원순, 김상진, 임경원

프로그램
Handel-Halvorsen "Passacaglia"
W.A.Mozart-Quintet K452

D.Shostakovich-Quintet op.57

2004년 3월 21일 일요일

2004년 3월 21일 일요일

오늘은 에세프팬덤산하 지구정복비밀결사 모임이 있는 날. 일요일 12시에 모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꿈에서 "12시가 약속시간이니 11시에 집에서 출발한다손 치면, 10시 전에는 일어나야 하는구나. 서둘러야겠네." 라고 생각하다 눈을 떠보니, 세상에, 낮 열 두시 삼십 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넋을 빼고 잘 수가 있는지......어리버리 일어나서 상훈님께 전화부터 했더니 상훈님도 지금 가는 중이라셨다. 역시 주말 아침은 지구를 정복할만한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씻고 뛰어나와 버스를 탔다. 이태원역에 도착해서야 현금이 없는 것을 깨닫고 지하철 역에 있는 지급기에 현금카드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려면 그리 된다고, 내 앞 사람이 쓸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지급기님께서 카드를 잡수셨다. 기기에 쓰인 연락처에 전화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연락처를 남기고 일단 모글로 갔다. 오후 2시. 크흑.

오늘 참석자는 상훈님, 에라오빠, 까리용님, 나. 식사가 끝날 즈음에 고양이님도 오셨다. 몇 년 동안 가 봐야지 생각만 하던 모글에서 처음 식사를 하여 무척 기뻤다. 이태원에 있는 파키스탄 음식점으로, 넓고 시원하고 찾아가기 쉽다. 양고기갈비는 발라져 나온데다-야롤님께선 계속 감자탕에 들어가는 고기 같다고 주장하셨다- 말랑말랑하여 먹기 좋았다. 정신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샐러드





양고기갈비

까리용님과 헤어진 후, 압구정 커피빈으로 옮겨가 카푸치노를 마셨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경아님의 울산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이 울산 노동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놀라웠다. 경아님 말씀을 빌리자면 '현대중공업에서 번 돈을 현대백화점에서 쓰고 아프면 현대병원에 간'단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 도시 안에 사는 사람들 생활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국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청소년들이 장래 직업을 선택하거나 가정을 이루는 데 이렇게 폐쇄된(혹은 기업기반의) 도시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 깊이있게 다루어 볼 만한 소재가 많다. 논문을 쓸 때까지는 몇 년이 남아 있지만, 당장 연구할 곳이 아니라도 적어 놓고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note: '현대가족이야기'라는 논문 볼 것. 이화여대 여성학.)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정책론과 연결하여 구체적인 주제를 뽑아내 보자. 정부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학교는 어떨까? 대부분의 학부모가 같은 회사에 다닐텐데, 이 사실이 학생들 간의 관계/교사의 학습지도방향에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면 어떻게 어느 정도로? 기업과 학교 사이에는 상호교류가 있을까? 다른 기업중심의 도시들과의 차이점까지 생각하면 너무 주제가 커지고 일반론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니 최대한 구체적으로 나가야지. 에라님 말씀에 따르면 이번에 동진님이 발령받으신 '기업도시T/F'가 이와 연관이 있는 듯 한데, 그것까지 생각하면 사회복지정책과 방향이 맞지 않을지도.....?


커피치즈케익

여하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회장과 회장 아닌 사람의 차이는 짜장면을 자기가 시켜먹느냐 비서한테 주문하라고 시키느냐의 차이'라든가......) 헤어져 상훈님은 분당으로, 경아님은 지하철역으로, 나와 에라오빠는 멀지않은 곳에 있는 넥슨으로 향했다. 새로 연 사무실이 예쁘다는 말을 들어 구경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구경시켜 주셨다.

넥슨 사무실 사진(많아서 페이지를 나눔)

층마다 주조색이 다르다. 사무를 보는 곳은 깔끔하고 평범하게, 소회의실이나 휴게실은 주조색에 맞춰 다양하게 꾸며 놓았다. 멋지더라. 계속 이 상태로 관리하려면 비용이 꽤 들겠구나 싶었다. 건물사진 찍기가 너무 어렵다.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 이렇게 예쁜 건물 안을 구경하는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니. 많이 찍었으나 마음에 드는 사진은 두세 장 밖에 없다. 건축 관련 사진집을 찾아보자. 예전에도 이 생각 한 번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그만 잊어버렸다. 특히 한 건물의 내부를 속속들이 찍은 사진집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7시쯤 집에 돌아왔다. 챰, 카드는 결국 못 찾아 월요일에 재발급 받았다.

2004년 3월 20일 토요일

2004년 3월 18일 목요일

2004년 3월 18일 목요일 : 미역



너른 벌판에 서서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커다란 미역이라는 시상(詩想)이 떠오른 것 외엔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주. 이번 주는 어째 길기도 하구나.

2004년 3월 14일 일요일

2004년 3월 14일 : Mixmax전

기분도 자꾸 가라앉고 몸도 좋지 않아 토요일 내내 누워 앓다가, 일요일 오후가 되자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월요일까지 시작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바람이나 쐴겸 카메라를 챙겨 나섰다.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조금 자르고, 예전부터 눈여겨 보아두었던 아트선재센터의 'MixMax'전시회에 갔다.

믹스맥스전은 아시아/유럽 작가 십여명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하이브리드 문화 생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작품들은 대개 부담없이 흥미롭게 둘러볼 만 한 정도로, 특별히 '새로움'이라는 무게감을 가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전시가 된 듯. 작품마다 강약이 있지만, 일단은 장-프랑수아 모리소/ 페트라 므르직의 발칙한 드로잉을 첫손에 꼽고 싶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제 값을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찬찬히 뜯어볼수록 독특하고 [엽기]발랄한 상상력에 찬탄하게 된다. 시마부크의 '아카시에서 잡은 문어에게 도쿄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는 영상물도 아주 재미있었다. 작가가 직접 배를 타고 아카시해에 나가 문어를 한 마리 잡은 다음 이 문어를 도쿄까지 데리고 가서 함께 관광(!)을 한다. 도쿄구경이 끝난 다음에는 원래 바다에 놓아준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상영하는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은.....무서웠다. 별다른 장치 없이 차가 대어져 있는 주차장 자체를 상영공간으로 활용했는데, 내려갔더니 아무도-미술관 사람도- 없고 주차장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에 불이 번쩍번쩍 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음향까지......잠깐 서 있다 등 뒤가 무서워 1층으로 뛰어올라왔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싶어 서울서 둘째로 맛있는 집에 가서 단팥죽을 한 그릇 먹고, 시계를 보니 다섯 시가 지났기에 머릿수라도 보태야겠다 싶어 광화문에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막상 광화문에 가니 경찰만 엄청나게 많고 시위대는 안 보였다. 일곱시란다. -_- 그냥 집으로 돌아와 일찍 잤다.

2004년 3월 12일 금요일

2004년 3월 12일 금요일 : 빅 피쉬(Big Fish)

인수오빠와 서울극장에서 팀 버튼의 신작 빅 피쉬를 보았다. 삐약삐약 제목. 큰 물고기라고 하면 안 되나? 상영한 예고편 중에는 '테이킹 라이브즈'라는 영화가 있었다. 설마 저런 제목 그대로 내보낼 생각인 걸까.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 방향이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다. '팀 버튼'표 영화를 기대했는데, 뭐랄까, 온건한 가족영화였다. 물론 장면 곳곳의 연극적인 과장이나 환상과 현실을 자연스레 넘나드는 진행은 여전히 팀 버튼 다웠으나, 좀 더 감성적이고 잔잔했다. 감정의 낭비가 없이 깔끔하게 이어졌다는 점은 가족영화로서도 더없이 만족스러웠지만......흐음.

영화를 본 후 오랜만에 광화문 뽐모도로에 갔다. (체인이 아니다!) 역시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갈 곳도 마땅찮고,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싶어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푸짐하고 맛있는 파스타스파! 정말 엄청난 양이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설치전을 구경했다. 재미있는 작품이 많다. 아래 사진은 수학공식을 새긴 커다란 스테인레스 구 세 개를 연이어 놓은 3X3=33이라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노란색 캐릭터 인형으로 만든 이순신 장군 동상, 외계인같은 보라색 커플상(멋대로 외계인이라고 불러준 다음 다리 사이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등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사진을 찍고 논 다음에도 배가 계속 불러, 운동겸 교보문고에 갔다. 편지지를 몇 장 사고, 디비디와 외국서적 쪽도 슬쩍 본 다음 차를 마시러 가다 다른 사람의 손에 들린 신문에서 탄핵 가결 소식을 보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광화문 스타벅스에 가서 체스를 두 판 두었다. 일승일패. 진 판은 역시나 자승자박이었다. 좋아하는 린트 다크씬초컬릿을 사먹었고, 인수오빠도 선물로 맛있는 초컬릿을 주셨다. 우헤헤헤 초컬릿.







집에 오니 아우님이 편찮으셨다. 요즈음 계속 피곤하다기에 신학기라 그런가 했는데, 나 없는 사이 집에서 쓰러질 뻔 했단다. 깜짝 놀란 어머니께서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신 사이 나는 책을 챙겨 학원에 갔다. 나도 굉장히 피곤했다. 갑자기 놀았다고 이 정도는 아닐 터인데 탄핵으로 놀라고 아우님 건강때문에 놀라서 그런가. 집에 일찍 들어가면 나까지 걱정거리가 될 것 같아 평소 귀가 시간까지 간신히 버텼다. 밤에 들어보니 아우님 상태가 영 불안하다. 일단 자세한 검사 결과는 화요일에 나온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혈압이 갑작스레 떨어졌다질 않나-우리집 저혈압은 내 담당인데!-.....그 외에도......뭐, 일단은 화요일까지 기다려 봐야겠지. 미리 걱정한다고 있는 병이 낫는 것도 아니니까.

2004년 3월 10일 수요일

2004년 3월 10일 수요일 : 인생은 오직 자신의 생각파동



고시계를 읽다 발견한 광고. 너무 웃겨서 스캔해 보았다. 최근 본 가장 재미있는 광고는 대통령 탄핵을 예언한 영험보살수능만점용 VCR이었는데, 이보다도 더 매력적이다. 인생은 오직 자신의 생각파동이라니! 심지어 지구장 에너지가 담긴 씨디도 준다. 아하하.

그런데 이런 광고를 내면 정말 팔리는 걸까?

2004년 3월 7일 일요일

2004년 3월 7일 일요일 :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

신촌에 있는 중국음식점 복성각에서 04학번 새내기들과 첫 동문회를 했다. 올해는 평준화 학년도 아닌데 자그마치 아홉 명이나 들어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총 동문이 아홉 명인데, 순식간에 두 배가 되어버린 것이다. 듣자하니 백신고 앞에는 커다란 플랭카드까지 걸렸단다.

이번 모임에는 03학번 이상 전원과 04학번 여덟 명이 왔다. 남학생도 많이 들어와 특히 종우오빠께서 무척 좋아하셨다. 종우오빠께서 지금껏 여학생이 많아 술을 일부러 안 드신 줄을 이번에야 알았다. 요전에 모였을 때 이제 동문회원이 늘어나니 우리도 다른 동문회처럼 짜장면이나 먹자고 했으면서, 막상 동문회날이 되자 룸에 고상하게 앉아 비싼 정식을 먹었다. 직장인이라고 해도 이제 사회 초년생인 종우오빠께서 술김에 너무너무 무리하신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오빠가 애써 챙기시지 않았다면 한 학년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한 백신고 졸업생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었을 리 없으니. 집에 돌아와서 다음카페와 주소록을 만들었다.

세 명, 네 명이 모일 때와 달리 간혹 반대편 테이블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놓치기도 하는 낯선 분위기의 동문회였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 아직은 대가족같은 분위기. 오랜만에 만난 혜진언니와 지현이, 혜영이, 두현이가 반가웠다.

2004년 3월 6일 토요일

2004년 3월 6일 토요일

동진님과 만났다. 찬바람을 맞으니-3월에 이런 날씨라니!- 따뜻한 국물이 아쉬워 오랜만에 손만두집에 가서 떡만두국을 먹었다. 동진님보다 내가 빨리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동진님이 생일 선물로 디자이너스 이미지의 휴대용 체스판을 주셨다. 가로세로 십 오 센티미터로, 뒷면은 백가몬(backgammon)판을 겸하는 귀여운 자석 체스판이다. 백가몬도 재미있다시기에 집에 와서 설명을 찾아보았으나, 글로 보니 감이 잘 오지 않아 직접 하면서 클리에에 팜용 게임을 다운받았다. 두 번째 선물은 깡통 나팔꽃! 캔을 따서 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제때 물을 주면 나팔꽃이 자라난다. 12~16주가 걸린다니 이번 추위가 지나가거든 베란다에 내어놓고 키워야겠다. 관찰일기도 써야지.

식사 후엔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에스프레소에 갔다. 여기도 굉장히 오랜만이다. 버스나 지하철로 쉬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자주 아쉽다. 카푸치노를 마실까 하다, 몇 년 만에 에스프레소 꼰 빠냐를 주문했다. 그리고 내가 몇 년 동안이나 꼰 빠냐를 안 마신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_- 게다가 꼰빠냐에 생크림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주다니, 뭔가 이상한데.....?

어두운데 무리하여 찍었더니 노이즈가 심한 실망스런 사진이 나왔다. 처음에는 노출 시간을 길게 잡아 맞춰 보려고 했으나, 자꾸 손이 흔들리기만 하고 제대로 나오질 않아 결국 노이즈가 생기는 대로 적당히 찍었다. 동진님이 요전에 지적해 주셨듯이, 내 사진이 흔들리는 것은 뷰파인더가 아니라 LCD를 보며 사진을 찍는 습관 때문이다. 처음부터 디카로 시작한 탓이리라.

새 체스판으로 두 판 두었다. 2패.두 번째 판은 스테일이나 다름없었는데 동진님이 억지를 부렸다. 승부의 세계는 치사하고 냉엄하다. 쳇.


휴대용 체스판의 말. 실제로 보면 아주 작다.


나팔꽃


떡만두국


초코케익

에스프레소

아이스크림

쿠키

에스프레소 더블

체스두는 중

2004년 3월 4일 목요일

2004년 3월 1일 월요일

2004년 3월 1일 월요일

명진이 고모 결혼식에 갔다. 남편 될 사람이 전투기 조종사라 공군회관에서 했다. 군인 결혼식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역시나 퇴장할 때 이벤트가 재미있었다. 고모는 식전까진 밝은 표정이었는데 막상 식이 시작하자 많이 울었다. 작은할아버지도 섭섭해 하시는 게 눈에 보였고. 짠했다.
주례는 신랑네 장군님이 하셨다. 들으며 주례 없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또 했다. 똑같이 열심히 살아온 어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는데, 어째서 신랑의 경력은 자세히 소개하면서 신부에 대해서는 성격이 명랑하단 말 따위나 하고 넘어가는 거야? 결혼식 주례사가 무슨 대학 나와서 어디 근무하는 재원 어쩌고 하며 시작하는 것부터가 우습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렇게 한다면 똑같이 하는 편이 낫잖아. 신랑이 공군사관학교 나와서 몇 사단에서 나라를 지키느라 애쓰는 것만 중요하고 우리 고모가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여 대학원까지 졸업한 성실하고 유능한 연구원이라는 건 아무 일도 아냐? 그것도 '어차피 그렇게 하는' 관습의 일부분인가? 어떻게 전투기 조종사는 공군의 꽃이니 내조 잘하란 소리나 하고 끝내냐. (애를 셋은 낳아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하던 요 앞 고모 결혼식 주례 목사님보다는 나았지만.)
내 고모라 아깝고 귀한 마음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하는 걸까.

집에 돌아와 한숨 잔 후 01학번모임에 갔다. 녹두 민들레영토에 일곱 명이 모였다. 고시생 다섯 명, 예비 대학원생 한 명, 인턴 한 명. 고시생이 다섯인데다 시험을 친 직후라 무슨 말을 해도 자꾸 시험 얘기로 이어졌다. 보미와 승훈이에게 미안하더라. 보미는 이번 학기로 졸업이다. 졸업이래, 졸업. 우하하. -_-; 군에 가는 승훈이를 제외하면 아무도 휴학계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좀 놀랐다. 일 년은 너무 기니까 학교애서 관련 수업 들으면서 공부해 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진심어린 말도 들었다. 학교에 가기 귀찮아서 휴학한다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승훈이는 베인스앤컴퍼니에서 아침 여덟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몸이야 힘들겠지만-그새 또 살이 빠졌더라- 좋은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동기들 만난 얘기를 하다 어머니와 싸웠다. 말을 함부로 한 내 잘못이 크지만, 사 년이나 지난 전공 선택에 대해 '네 낭만적 이상주의에 속았다'는 말을 듣자 그만 발끈해버려서......글쎄,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든, 나는 만약-쓸데없는 가정이지만- 지금 고3때로 돌아가더라도 여전히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할 생각이니까. 물론 다시 태어난다면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지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