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4일 일요일

2004년 3월 14일 : Mixmax전

기분도 자꾸 가라앉고 몸도 좋지 않아 토요일 내내 누워 앓다가, 일요일 오후가 되자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월요일까지 시작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바람이나 쐴겸 카메라를 챙겨 나섰다.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조금 자르고, 예전부터 눈여겨 보아두었던 아트선재센터의 'MixMax'전시회에 갔다.

믹스맥스전은 아시아/유럽 작가 십여명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하이브리드 문화 생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작품들은 대개 부담없이 흥미롭게 둘러볼 만 한 정도로, 특별히 '새로움'이라는 무게감을 가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즐겁고 재미있는 전시가 된 듯. 작품마다 강약이 있지만, 일단은 장-프랑수아 모리소/ 페트라 므르직의 발칙한 드로잉을 첫손에 꼽고 싶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제 값을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찬찬히 뜯어볼수록 독특하고 [엽기]발랄한 상상력에 찬탄하게 된다. 시마부크의 '아카시에서 잡은 문어에게 도쿄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는 영상물도 아주 재미있었다. 작가가 직접 배를 타고 아카시해에 나가 문어를 한 마리 잡은 다음 이 문어를 도쿄까지 데리고 가서 함께 관광(!)을 한다. 도쿄구경이 끝난 다음에는 원래 바다에 놓아준다.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상영하는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은.....무서웠다. 별다른 장치 없이 차가 대어져 있는 주차장 자체를 상영공간으로 활용했는데, 내려갔더니 아무도-미술관 사람도- 없고 주차장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에 불이 번쩍번쩍 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음향까지......잠깐 서 있다 등 뒤가 무서워 1층으로 뛰어올라왔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싶어 서울서 둘째로 맛있는 집에 가서 단팥죽을 한 그릇 먹고, 시계를 보니 다섯 시가 지났기에 머릿수라도 보태야겠다 싶어 광화문에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막상 광화문에 가니 경찰만 엄청나게 많고 시위대는 안 보였다. 일곱시란다. -_- 그냥 집으로 돌아와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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