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8일 일요일

2003년 12월 28일 일요일

토요일 저녁, 승민오빠와 msn하다 커리 얘기가 나와서 일요일 점심 때 먹으러 갔다. 요전에 갔던 마하라자.레스토랑 코너에 소개할 때 쓰려고 가는 길 사진도 찍어 두었다. 주인 아저씨가 안 계셔서 메뉴 설명을 못 들었다-한 쪽은 열심히 설명하고 한 쪽은 열심히 듣긴 했는데, 영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긁적. 어쨌든 요전에 안 먹었던 커리로 대충 골라 맛있게 냠냠 먹었다.


양고기커리


닭고기커리


망고라씨

식사 후에는 승민오빠가 인터넷에서 알아 둔 스무디집을 찾아나섰으나, 이미 없어졌는지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내가 들어둔 헌책방 Abby's Book Nook에 갔다. 타지마할 골목, 이슬람 사원 근처라는 두 단서만으로 한 번에 찾아내어 무척 뿌듯했다. 뒹굴뒹굴 하기엔 괜찮을 법한 서점이었으나, 살 만한 책을 찾지는 못했다. 사실 스타트렉이랑 엑스파일 소설들이 사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사 놓으면 읽게 되더란 말이지. - _-

승민오빠는 이태원에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남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독서실에 갔다. 도중에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엉겁결에 '스타벅스 2004년 다이어리'를 샀다. 봉지는 내가 갖고 다이어리는 동생에게 주었다.

2003년 12월 27일 토요일

2003년 12월 27일 토요일

승혜고모 결혼식에 갔다. 교회 결혼식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해 보니 교회에 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찬송가를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불러 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하던 사람이 한다고, 어려웠다.

주례 없는 결혼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깔끔한 집안 잔치가 어렵다면 차라리 정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고 특별한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
한 번 뒤돌아 설 때마다 옆에서 다듬어 줘야 하는 치렁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주례와 카메라멘을 마주보고 뻣뻣하게 서서 덕담(-_-)을 들은 뒤, 밥 먹으러 가는 하객들 뒤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승혜고모는 예뻤고, 처음 본 신랑도 견실하고 좋은 사람 같아 좋았고, 몇 년 만에 뵙고 인사 나눈 수많은 친지분들도 무척 반가웠다. 행복한 자리가 주는 풍성한 즐거움도 한껏 느꼈다. 그러니까, 윗 글은 고모 결혼식과 상관없는 그냥 내 결혼 이야기.

2003년 12월 26일 금요일

2003년 12월 24일 수요일

2003년 12월 24일 수요일



그 동안 있었던 일 간단히 메모. 월요일부터 목이 아프더니 화요일이 되자 아침부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더 나빠지기 전에 챙기자 싶어 병원에 갔더니 편도선이 부었단다. 어렸을 때 수술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으나 무서워서 그만뒀는데, 피곤하거나 다른 병치레를 할 때면 꼭 붓는다. 약을 챙겨 먹고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빈둥 했더니 다행히 금방 가라앉았다.

수요일에는 독서실에 다녀와서 가져온 크리스마스 케익을 나누어 먹었다. 돔형 케익으로, 예쁘고 맛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평소처럼 독서실에 갔다.

2003년 12월 22일 월요일

2003년 12월 22일 월요일

원군님과 서울대입구 쏘렌토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태블릿 PC를 돌려 드렸다. 아쉬워라. 태블릿이라도 갖고 싶어 잠시 검색해 보았으나, 노트북이 아니라면 썩 자주 쓸 것 같지 않다. 컴퓨터 할 시간도 없고.

얼마 전 루크님이 블로그에 올린 인상적이기 그지없는 사진을 보고, 인터넷에 얼굴을 알린들 어떠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설득력은 무섭다. 정직한님 블로그를 읽을 때면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사랑하며 키우고 싶어지고, 김주영님의 홈페이지에 가면 나도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홍인기님의 리뷰를 읽으면 장르소설계는 '불후의 명작'과 '희대의 걸작'으로 가득하다. (몇 번을 당했는지.) 부럽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말 잘 하는 사람은 별로 부럽지 않은데-살기 편하겠다는 생각은 해도- 글 잘 쓰는 사람은 부럽고 샘이 난다.얼마나 더 읽고, 더 자라야 나도 내 글을 쓸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연습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생각이 부족하고 앎에 깊이가 없으니. 허영심만 어떻게 좀 걷어내도 훨씬 낫겠거늘. 아직 멀었다.

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 반지의 제왕 3 '왕의 귀환'

동진님과 메가박스 3관에서 반지의 제왕 3편을 보았다. 아침 7시 40분에 하는 조조로. 새벽 6시에 일어났다. 헉헉. 영화에는 꽤 만족했다. 많이 잘라낸 것 같으니 확장판도 기대되고......파라미르와 아버지의 갈등은 원작을 보았거나 2편 확장판을 보지 않았다면 갑작스러웠을지도. 아라곤이 정말 멋있다. 너무 멋져서 울고 싶었다.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배가 고프고 졸려서 머리가 멍했지만, 제작진의 노력에 감사하는 뜻으로 스텝롤을 끝까지 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었는지. 외전도 무한정 만들 수 있겠지만-파라미르와 에오윈의 사랑 이야기라든가, 완전히 잘려나가 버린 사루만 부분이라든가, 시장이 된 샘 이야기도 좋겠고- 배우들이나 제작진이나 이제 또 다른 영화를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압구정에 가서 샤브샤브를 먹고 커피집에 갔다. 커피를 두 잔째 마실 즈음에야 정신이 들었다. 배가 부르고 따뜻하니까 슬슬 기분이 좋아졌다. 한참을 빈둥빈둥 하다 오랜만에 커피를 100그램 사 들고 집에 왔다.

저녁에는 학림에서 종훈오빠 책모임. 야니님도 두 달 만에 뵈었다.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한 시간도 채 못 있다 헤어져서 아쉬웠다. 긁적. 주말이니 저녁식사라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 서둘러 집에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아버지는 송년회, 동생은 모임에 가 버리고 없어서 좀 서운했다. 주말마다 돌아다니는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아하하.

2003년 12월 17일 수요일

2003년 12월 17일 수요일 : 그림일기

오늘의 그림일기

위 그림을 그린 후 동생에게 자랑을 했다.
제이: 이것 봐! 언니 독서실 책상 그렸다!
동생: 그렇네. 그런데 진짜....깬다.;
제이: 응?
동생: 언니는 정말로 참 멋진 사람인데 말야, (시선을 돌리며) 글씨가 너무 인간적.....인 면을 보여줘서.....
제이: 우웅, 하지만 모니터에 바로 쓰니까 손이 미끄러져서 작은 글씨는 잘 못 쓰겠단 말야.
동생: 그럼 '그림일기' 제목만이라도 새로 쓰는 건 어때?
제이: 왜? 그건 예쁘게 썼잖아.
동생: - _-

손으로 그림을 그리니 마치 혼잣말하듯,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일기를 쓰게 된다. 이 참에 이것 저것 잡기를 써 보기로 했다.

제이의 그림일기: msn등장인물시리즈

2003년 12월 14일 일요일

2003년 12월 14일 일요일 :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









원군님의 태블릿 pc로 쓰는 중. 생각보다 쉽게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다. 너무 좋아서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으아아아아아아

2003년 12월 13일 토요일

2003년 12월 13일 토요일 : 반지의 제왕 2 '두 개의 탑' / 러브 액츄얼리

인수오빠가 세 시간만에 매진되었다던 반지의 제왕2 확장판 표를 구해, 함께 상암 CGV에 보러 갔다. 제니스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내가 조금 늦게 도착한데다 점심 시간이라 카페가 붐비는 바람에 시간이 빠듯해져, 샌드위치는 반만 먹고 나머지는 포장해서 영화관에 가져갔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니스 샌드위치.♡


카메라

아이스티

크림스프

샌드위치 내부

간신히 제 시간에 도착하여 표를 받고 기다렸다. 상암 CGV는 처음 가 보았는데, 7,8,9관이 정말 작다. '크기가 이만하니까 세 시간만에 매진되었지' 싶었다.-_-; 시설 괜찮은 DVD방에 단체로 간 기분.

TTT확장판은 아직 DVD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보았다. 역시 피터 잭슨은 대단하다. 원 개봉판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많이 보강했다. 특히 개봉판에서 '어설픈 변덕쟁이'처럼 보였던 파라미르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 좋았다. 보로미르-파라미르-아버지의 갈등도 넣어 캐릭터를 살렸다. 소소한 유머에도 대만족. LotR같은 원작을 둔 영화는 어떻게 만들든 아쉬운 부분이 남기 마련이다. 피터 잭슨의 작품 정도면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동진님러브 액츄얼리를 보기로 한 여덟 시 까지 어정쩡하게 시간이 남았다. 상암 CGV에서 영화를 보거든 식사 시간은 피하는 편이 좋겠다. 먹을 곳이 없다. 주위도 황량하고. 인수오빠와 어정쩡하게 왔다 갔다 하다가, 동전을 던져 숫자가 나오면 롯데리아에, 그림이 나오면 씨젠에 가기로 했다. 그림이 나와서 더 씨젠이라는 건강면/음료/샐러드 체인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냥저냥 먹을 만 했고, 발상은 괜찮았지만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다이어트 식'이라는 샐러드+면에 얹어 놓은 드레싱이라니! 이게 대체 뭐야! 레서피가 뭐 이따위야! *분노*






호박면 볶음

당근면샐러드

식사 후엔 체스를 두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정중앙을 차지한 인수오빠의 나이트에 묶여 허덕거리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체크메이트. 원군을 이끌고 헬름 협곡으로 달려온 갠달프 같은 나이트였다.

체스가 끝날 즈음에 동진님이 오셨다. 인도 출장에서 돌아오시는 길에 를 선물로 가져오셨다. 포장 주머니가 예뻐 아직 안 뜯고 보고만 있다. 헤헤, 좋아라.



러브 액츄얼리도 상당히 괜찮았다. 연애 중인 사람이라면 필히 애인과 함께 보아야 할가볍고 따뜻하고 밝은 영화랄까나. 참, 등장 인물 중 미국에 가서 연애에 성공하겠다는 남자가 잠깐 나온다. 이 사람은 결국 미국에 가서 꿈꿔오던 미인을 세 명 만나는데, 나중에 크레딧 올라갈 때 보면 이 세 명을 'American Godness', 'American Dreamgirl', 'American Angel'이라고 써 놓았다. 푸하하.

영화를 여섯 시간 가까이 보아 무척 피곤했다. 두 영화 다 좋았지만, 앞으로는 하루에 한 편만 보아야지. 그냥 영화만 본 것도 아니고 신나게 놀았으니......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월요일)까지도 피로가 덜 풀렸다. 공부하는 사람 답잖은 실수다. 반성.

2003년 12월 11일 목요일

2003년 12월 11일 : 서울시향 제 634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A장조, K.219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

원군님라리에또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함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보러 갔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시향 동호회에서 초대권이 나왔다. 라리에또에서는 스파이시 치킨 페투치니를 먹었는데, 엄청나게 매웠다. 라리에또는 아라비아따 펜네도 아주 매운 편이다.

날씨 탓인지 정기연주회에 관객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오셨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대개 박수를 안 치고 멀뚱멀뚱 보신다. 한 시간이 넘게 팔짱을 끼고 있으면 힘들 것 같은데. 박수를 치면 건강에도 좋다더만. 어쨌든 그래서 관객 구성이 오늘 같은 날에는 흥이 잘 나지 않는다.

공연은 즐거웠다. 프로그램에 모짜르트가 두 곡이나 있어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슈트라우스보다 모짜르트가 더 훌륭했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디베르티멘토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바로 일리야 그린골츠의 바이올린 협연이었다. 훌륭했다! 정확히 표현할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애써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무게가 있는 독특한 연주.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렇게 열중하여 들은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그리고 그 앵콜이란.....! 나중에 씨디 재킷을 읽다 나와 겨우 한 살 차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연주자들은 기교에 치중하기 쉽다. 물론 그 화려함에 해석의 깊이를 더해 진정한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이도 있지만, 음악이 아니라 재주넘기를 하는 듯한 연주로 주목을 받다 서서히 잊혀지는 '영재'들도 수없이 많다. 일리야 그린골츠는 앞으로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갈 사람 같았다.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씨디도 샀다. (심지어 평소에는 절대 사지 않는 바흐로.) 이제 씨디 두 장을 내놓은 신진 연주자.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크다.

협연을 들으며 너무 힘을 빼서(?) 짜라투스트라는 헬레벨레 들어넘겼다.

마을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원군님의 태블릿 PC를 구경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아래 낙서) 포터블에서 '유용성'보다 '오락성'을 높이 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멋진 장난감, 아니 노트북이었다.

식사도, 공연도, 대화도 모두모두 즐겁고 만족스러운, 기분좋은 날이었다.



2003년 12월 7일 일요일

2003년 12월 7일 일요일 : 사토라레

완전 한겨울 날씨였다. 집에서 밀린 책표지를 싸고, 인터넷을 하고, 홍차를 끓여 마시는 등 빈둥거리다가, 이러다간 이번 주도 지난 주 일요일처럼 축 늘어져 보낼 것 같아 신촌에 있는 아트레온에 사토라레를 보러 갔다. 개봉 했을 때 부터 보고 싶었으나 묘하게 일정이 어긋나서 (마음먹고 영화관에 갔더니 이미 끝났다든지) 이제야 보았다. 새로 문을 연 아트레온에는 처음 갔는데, 사람들을 기다리고 만날 공간이 많은 점은 마음에 들었으나 전체적으로 동선이 나빴다. 엘리베이터에 우르르 몰려 타고 상영관까지 올라가야 하는 점은......어쩔 수 없는 건가. 하지만 화장실은 좀 더 크게 만들어도 좋았겠다. 여하튼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단체로 가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사토라레'는.......무난했다.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싶긴 했지만 이대로도 딱히 불만은 없는 정도. 후반부에 가족애 감정 과잉으로 나간 점은 아쉽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 대단히 귀여웠으니까 만족!

2003년 12월 6일 토요일

2003년 12월 6일 토요일

오랜만에 민광오빠와 만났다. 동생이 강력 추천했던 강남역 근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베니스에 가 보았다. 동생은 이 곳 파스타가 라리에또보다 '가벼워서 좋다'고 했다. 파스타는 그런대로 괜찮고-일단 주위의 노리타 강남점 같은 곳 보다는 확연히 낫다- 피자는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지만 맛만 따지자면 치뽈리나보다 상당히 아래, 노리타 이대점과 비슷, 가격 감안해서 연대후문 데미타스와 경쟁 가능 정도. 한 번 더 가 본 후 레스토랑에 올려야지. 강남역 근처에는 제대로 먹을 곳이 참 없었는데, 이제 그 근처에서 만나면 가볍게 들어갈 곳이 생겨 다행이다. 참, 투썸플레이스도 강남점을 여는지, 공사를 하고 있었다.


마늘스파게티

피자

피클

식사 후엔 교보문고 강남점에 갔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차도에나 인도에나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실내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_=; 차 한 잔 하며 몸을 녹이려고 보니 웬만한 카페는 모두 꽉 들어차서 자리가 없었다. 잠시 헤메다가 라메르라는 처음 보는 카페에 가 보았다. 괜찮았고, 지하에 있는 덕분인지 조용하여 이야기 나누기도 편했다.

도중에 원군님이 잠깐 오셔서 바람일기 책을 선물로 주고 가셨다. 싸인도 해 주셨다. 히히.


아메리카노

고구마케익

바람일기

저녁에는 승민오빠와 이태원에 있는 인도네시안 음식점 발리에 갔다. 승민오빠 회사에서 병특이 나온 기념이었다. 오빠의 군 문제가 드디어 잘 해결되어 정말 기뻤다. 축하해요. 발리 음식도 맛있었고! 그런데 차양이 있는 자리에 앉는 바람에 조명이 너무 어두워져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특히 그릴에 구운 닭다리 요리가 딱 내 취향이었는데, 찍어 온 사진을 보니 너무 어두워서 쓸 수가 없다. 낙심낙심. 마지막 사진의 람부탄을 찍을 때는 '카메라 그림자'를 집어넣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했네.(집에 와서 보고 기가 막혔다)

배부른 토요일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행복해서 날씨가 추운 줄도 모르겠더라.


해물스프

양고기

람부탄

2003년 12월 5일 금요일

2003년 12월 5일 금요일 : 스페이스 어드벤처

옛날 옛적에 작위의 신이 살았어요. 작위의 신은 온 우주를 누비며 부지런히 일했어요. 작위의 신은 원래 부지런히 일 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잠시도 쉬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위의 신은 할 일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어떤 항성계를 지나치게 되었어요. 사실 무엇이든 하기만 하면 되니 계속 고민을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작위의 신은 엄청나게 부지런해서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거든요. 여하튼 그래서 작위의 신은 이 항성계의 다섯 번째 행성에 마을을 하나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작위의 신은 헌법이라는 땅을 다지고, 그 넓은 땅을 둘러 형법이라는 벽을 높게 쌓았어요. 그 위에는 형사소송법이라는 그물까지 쳤죠. 그리고 그 안에 직접 만든 민법족이라는 생명체를 풀어넣었답니다.

만약 민법족이 형법벽을 오를 끈적한 빨판이나 형소법그물을 끊을 튼튼한 이빨이 있었다면, 이 이야기는 초대형 스페이스 어드벤쳐 로망이 되었을 거에요. 하지만 작위의 신은 부지런하기만 했지 상상력은 별로 없었고, 자기가 만든 게 아닌 스페이스 오페라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어요. 그래서 민법족은 둥글둥글한 몸에 솜털같은 다리겸 눈이 잔뜩 달린 작고 수상한 모양이 되고 말았어요. 모험은 커녕 버둥거리기 바빠서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곤란한 처지였죠.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작위의 신은, 동글동글한 몸 한 쪽에 X자를 그려 넣고 앞면으로 정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민법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신전을 짓고 다섯 신을 세웠어요. 작위의 신은 어디 갔냐고요? 에이, 진짜 신이 달 세 개가 뜨고 지는 동안 내내 신전을 지키고 있을 순 없잖아요. 신전에는 존재, 부존재, 유효, 무효, 실효 의 다섯 신이 있어, 민법족들이 어려운 일을 당해 찾아오면 도와주었어요. 민법족들이 아무 때나 신전에 몰려오면 곤란하니까 작위의 신은 신전 반대편 끝에 기본권의 숲도 만들었어요. 민법족이 숲 앞에 가서 사정을 말하고(물론 우리처럼 말하는 건 아니에요) 앞면을 바닥에 대고 다섯 번 구르면 울창한 숲에서 숫자가 쓰인 나뭇잎이 하나 떨어졌어요. 그러면 민법족은 그 잎을 신전에 바치고, 다섯 신 중 그 잎에 맞는 신이 강림하시는 거죠.

민법족은 이 헌법땅 위에서 평화롭게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앞면에 X가 있는 대산 뒷면에 O무늬가 있는 민법족이 태어났어요! 대 혼란이 일어났죠. 다른 민법족들은 이 민법족(편의상 O라고 하죠)을 볼 때 마다 방향이 헷갈려서 자기 자리에서 버둥거려야 했어요. O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요. 그래서 O는 기본권의 숲에 갔어요. 하지만 다른 민법족들과 달리 앞면의 X를 바닥에 댈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굴러도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좌절한 O를 가엾게 여긴 기본권의 숲지기 681(얜 사실 작위의 신이 처음에 잘못 만들었던 버둥버둥 민법족이었어요. 계속 같은 자리에만 있어야 하니 숲지기로 딱이라서 하나 남겨뒀죠)이 말했어요.
"기본권의 숲 안 아득한 곳에는 헌법소원칼이라는 신비한 물건이 있대. 그걸 가지고 신전에 가면 무언가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는 전설을 들었어."
이 전설은 엄밀히 말하자면 정말 681이 들은 것이 아니라 681의 유전자 안에 작위의 신이 서명해 놓은 흔적이었지만,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이든 O에게는 희망을 주는 소식이었죠. 그래서 O는 울창한 숲을 헤치고 헌법소원칼을 꺼내오기로 결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