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11일 목요일

2003년 12월 11일 : 서울시향 제 634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A장조, K.219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30

원군님라리에또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함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보러 갔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시향 동호회에서 초대권이 나왔다. 라리에또에서는 스파이시 치킨 페투치니를 먹었는데, 엄청나게 매웠다. 라리에또는 아라비아따 펜네도 아주 매운 편이다.

날씨 탓인지 정기연주회에 관객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오셨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대개 박수를 안 치고 멀뚱멀뚱 보신다. 한 시간이 넘게 팔짱을 끼고 있으면 힘들 것 같은데. 박수를 치면 건강에도 좋다더만. 어쨌든 그래서 관객 구성이 오늘 같은 날에는 흥이 잘 나지 않는다.

공연은 즐거웠다. 프로그램에 모짜르트가 두 곡이나 있어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슈트라우스보다 모짜르트가 더 훌륭했다.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디베르티멘토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바로 일리야 그린골츠의 바이올린 협연이었다. 훌륭했다! 정확히 표현할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애써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무게가 있는 독특한 연주.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렇게 열중하여 들은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그리고 그 앵콜이란.....! 나중에 씨디 재킷을 읽다 나와 겨우 한 살 차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놀랐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연주자들은 기교에 치중하기 쉽다. 물론 그 화려함에 해석의 깊이를 더해 진정한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이도 있지만, 음악이 아니라 재주넘기를 하는 듯한 연주로 주목을 받다 서서히 잊혀지는 '영재'들도 수없이 많다. 일리야 그린골츠는 앞으로 확실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갈 사람 같았다.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씨디도 샀다. (심지어 평소에는 절대 사지 않는 바흐로.) 이제 씨디 두 장을 내놓은 신진 연주자.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가 크다.

협연을 들으며 너무 힘을 빼서(?) 짜라투스트라는 헬레벨레 들어넘겼다.

마을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원군님의 태블릿 PC를 구경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아래 낙서) 포터블에서 '유용성'보다 '오락성'을 높이 치는 내 취향에 딱 맞는 멋진 장난감, 아니 노트북이었다.

식사도, 공연도, 대화도 모두모두 즐겁고 만족스러운, 기분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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