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8일 금요일

2005년 10월 28일 금요일 : 제 6회 서울유럽영화제 '5X2' / '베를린 천사의 시'

메가박스에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2004년 작 '5X2'와 빔 밴더스 감독의 87년작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Ueber Berlin)'를 보았다.

오종의 5X2는 인터넷 예매분이 매진되었기에 어제 현매했다. 이 영화도 그렇고, '타임 투 리브'도 그렇고, 대체 어떻게 15세 관람가를 받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5X2' 는 연인의 이혼 - 결혼생활 - 출산 - 결혼 - 만남을 역순으로 보여 주는 영화였다. 사랑이 아무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은 변하고 만다는 얘길 지극히 냉정하게 해서 좀 안타까웠지만, 일단은 '현실적인 영화'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영화라는 환상'을 파는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연인끼리 가서 볼 건 아니더라.

저녁은 Cafe Mix&Bake라는 샌드위치/빵집에서 들었다. 커피 맛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땐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났는지 바게트와 에스프레소를 먹었다. 크림이 잔뜩 든 바게트를 뜯으며 책을 읽었다. 에스프레소는 괜찮은 편이었으나, 배가 고파 바게트 하나를 다 먹었더니 조금 메스꺼웠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티브이로, 비디오로, 디브이디로 여러 번 되풀이해 보았던 영화지만, 스크린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이 닿지 않는지 상영시 관람 기회를 몇 번이나 놓쳤던 터라 이번에는 반드시-란 심정으로 화실 수업 시간까지 바꿔 가며 예매했는데,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원래 보이기로 되어 있는 대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마침내 이해했다. 지금까지는 회고전을 하면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는 영화를 골라 보았기에 이런 세상(?)이 있는 줄 몰랐는데, 각종 회고전이나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비디오/디브이디로 몇 번이나 본 영화를 굳이 또 보며 열광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제 나도 동참......;)

시작부터 끝까지 꼼짝 않고 봤다. 특히 첫 도서관 장면에서는, 수십 번을 봤으면서도 매번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게 된다. 도서관과 사람과 천사와 시선과 [무엇보다도] 음악......현기증이 날 만큼 사람을 흔든다. 오프닝부터 이 도서관 씬까지가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고, 많이 본 부분이다. 아아, 사실은 이 영화의 127분 중에 128분을 더하고 덜할 것 없이 좋아하지만 말이다.

독일어 대사가 꽤 잘 들려 기뻤으나, 영화 중반 정도부터 그게 내 독일어 실력이 녹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여러 번 되풀이해 본 영화다 보니 대사가 대충 머리 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일 뿐임을 깨달았다. 적게 본 장면일수록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라. -_-;

30일에 한 번 더 상영하는데, 보러 갈 수 없어 유감이다.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자주 자주 생겼음 좋겠다.

2005년 10월 27일 목요일

2005년 10월 27일 목요일

오전에는 홍대 스타벅스에서 작업을 했고, 낮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저녁에는 친구 진오와 만나 홍대 앞에 있는 멕시칸 음식점 까사마야에서 저녁을 먹었다.

2005년 10월 26일 수요일

2005년 10월 26일 수요일 : 제6회 서울유럽영화제 '타임 투 리브'

홍대 앞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수현님과 만났다.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었고, 후식 삼아 케익도 두 조각 먹었다. 수현님은 녹차티라미수, 나는 몽블랑. 리치몬드 앞으로 수없이 지나다녔건만 실제로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혀 상관없는 얘기지만, 지난 주 토요일엔 길에서 파는 계란빵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서비스는 서비스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으나 어쨌든 케익은 무척 맛있었다. 좋아하는 몽블랑을 오랜만에 먹어 기뻤다.

'종일 집에 있으면서도 영화 볼 시간이 없다고 괴로워하는' 프리랜서의 고충, 완벽주의와 설렁주의, 그냥 성격, 병원, 드라마, 섹스어필, 졸리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더없이 즐거웠고, 수현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수현님과 헤어진 후, 메가박스에 가서 프랑수와 오종(François Ozon)의 2005년 작 '타임 투 리브(Le temps qui reste)'를 보았다. 이번 서울유럽영화제의 개막작이다.

서른한 살 사진작가 로망은 촬영 중에 쓰러져서 병원에 갔다가,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처지임을 알게 된다. 온 몸에 암이 전이되어 수술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항암 치료를 한다 해도 살아날 확률이 매우 희박하고, 그대로 있으면 '평균적으로' 삼 개월 정도 살 수 있다. 로망은 가망 없는 치료를 받느니 그냥 있기로 결정하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니, 뭘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남은 시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자기와 마찬가지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할머니를 찾아 가는 길에 만난 불임 부부와 사랑을 나눈다. 처음의 어리둥절함은 분노가, 절망이, 슬픔이, 미련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대단히 아름답고 인상적인 영화였다. 흐느껴 우는 관객도 있었으나, 나는 ('TV는 사랑을 싣고'를 10분만 봐도 펑펑 우는 사람 답지 않게) 조금도 울지 않았다. 그냥 취한 듯이 영화관을 나와, 역시 반쯤 취한 듯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탈 때 까지만 해도 '나는 왜 영화를 보는 걸까' 같은 중요하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었으나, 아홉 시쯤 되자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영화 생각은 나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서 뭘 먹을까 한참 궁리하다, 아, 살아있다는 게 결국 이런 거구나, 하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덧붙여: 처음 '타임 투 리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땐, 시한부 삶에 대한 영화임을 알면서도 당연히 'time to live'라고 생각했었다. 한참 뒤에야 'time to leave'라는 것을 알았는데, 어쩐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 헐리우드 엔딩

아우님의 친구이자 내 제자인 보영이와 홍대 치뽈리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일전에 보영이가 우리집에 놀러와 일박한 이후 처음 봤으니 꽤 오랜만이다. 과외를 마치고 왔다는 보영이는, 3학년인데도 벌써 선생님 같았다. 원래 진중한 데가 있는 아이라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보영이는 새우와 샐러리 스파게티, 나는 피자 프레스코를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서버 분이 날씨가 추우니 따뜻한 차를 드시라며, 녹차를 피처에 가득 담아 주셨다. 배려가 고마웠다.

식후엔 차를 마시러 갔다. 일요일 낮이라서인지 빈 자리 있는 카페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홍대입구 역까지 내려가 근처에 있는 Coffee Brown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흡연/금연 구분이 없는 듯 했고, 커피도 어정쩡했다. 그래도 따뜻한 실내에 아끼는 동생과 편안하게 앉아 있자니 행복하고 즐거웠다. 즐겁게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도 금세 가서, 순식간에 저녁이 다 되었다. 보영이는 집으로 돌아갔으나, 나는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있는 시네큐브로 향했다. 갑자기 우디 앨런의 2002년 작 '헐리우드 엔딩(Hollywood Ending)'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혹시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교보문고에서 책을 봐도 좋겠다 싶었고.

시네큐브에 가 보니 한 시간쯤 뒤에 시작하는 회차가 있었다. 표를 사고, 칸 광고 필름 페스티벌 상영에 맞춰 전시중이라는 광고 포스터들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영화는 우디 앨런 팬이라면 무척 즐겁게 볼 만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발은 한때는 오스카 상을 두 번이나 탈 만큼 '잘 나갔으나' 지금은 탈취제 광고나 찍으며 생계를 잇고 있는 감독이다. 까탈스럽기 그지없고, 온갖 심리적 질병을 앓고 있으며, 혼자 자기가 싫어서 머리 빈 무명 연극 배우와 동거중이다. 이런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억만장자 영화사업가와 약혼한 전처가 자신이 기획한 상업영화에 발을 적임자로 추천한 것이다. '딴 남자와 바람나 버린' 전처를 만나는 것도, '돈만 많은 치사하고 더러운 놈인' 전처의 약혼자를 만나는 것도 싫지만 예술 어쩌고 해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하는 법. 발은 투덜거리면서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리메이크 영화 감독직을 맡기로 한다.

하지만 돼지구제역부터 흑사병까지 온갖 희귀한 병에 다 걸렸다고 떠들어대는 그가 이런 커다란 스트레스를 쉬 견뎌낼 리 없다. 결국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촬영 개시를 이삼 일 앞두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고 만다. 스트레스성 실명이란다! 시신경에도 뇌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간신히 감독할 영화를 잡은 지금 앞이 안 보이다니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할 일이다. 결국 그와 에이전트는 일단 시침 뚝 떼고 촬영에 나서기로 하는데.....

우디 앨런이 만들어낸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감독 이미지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인물 자체가 아니라, 그 현실감 있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었단 말이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통통 튀는 대사 등을 통해 인물에 분명한 성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완급 조절을 조금 더 잘 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으리란 생각은 들었으나 - 예를 들어, 에스콰이어 기자의 경우 역할에 비해 설명이 많았고, 아들 쪽은 반대로 역할에 비해 설명이 적었다. - , 가볍게 웃을 만한 장면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엔딩이 통쾌해서 멋있었으므로 만족했다. 우디 앨런은 정말로 미국적인 감독이었달까나.

영화를 본 후 교보문고에 잠시 들렀으나, 폐점 시각이라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외서 코너 앞에서 요리, 건축, 미술 외서 일부를 70% 할인 판매 중이다.

2005년 10월 20일 목요일

2005년 10월 21일 금요일 : 화실 이야기

취미 수업의 좋은 점 중 하나로 커리큘럼과 별개로 원하는 작업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이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주)

제이: 선생님, 저 도장 한 번 파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 아, 전각이요? 그래요, 그럼. 어디보자......화실에 제가 연습하던 재료와 도구가 있으니까 일단 다음 시간에는 그걸로 조금 해 보죠. 재료는 여기 화방 말고 인사동 가서 사셔야 하거든요. 필요한 것 써 드릴게요.
그런데 소연씨, 전각도 선긋기 연습부터 하셔야 해요.
제이: 꾸웨엑!

(이번 주)
선생님: 자, 이제 다 갈았으니까 여기에 연필로 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그으세요. 파낼 부분을 그리셔서...(중략)
-한참 후-
선생님: (제이의 직선연습 도장 찍은 것을 보고) 으음. 소연씨는 손에 힘이 없어요. 여기, 긁힌 자국 같은 거 보이시죠. 돌이 깨지는 건 괜찮아요.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일부러 모서리를 날리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손이 잘못 나가거나 힘을 제대로 못 줘서 긁힌 부분은 미숙해 보여요.
제이: 크흑
선생님: (위로하며) 울퉁불퉁한게 마치......유적지에서 파낸 몇백 년 된 유물 같은 독특한 느낌은 있어요.

2005년 10월 20일 목요일 : 세일러문과 제일러문

제이: (부엌에서 물을 따르며) 그럼 위대하신 제이님은 밀크티~를 드시겠어요.
어머니: (한숨을 쉬며) 가끔은, 정말 대책이 필요한 상태인 딸을 방치해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제이: 지금의 저 정도는 괜찮아요. 제가 어제 세일러문을 봤거든요. 세일러문이 자기 입으로 "귀여운 세일러문~"어쩌고 하는데,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저야 뭐.
어머니: 너랑 별 차이 없잖아.
제이: 저, 저는, (당당 포즈를 취하며) 저는 코스프레를 안 하잖아요!
어머니: 아무래도 이대로 둬선......

2005년 10월 13일 목요일

2005년 10월 9일 일요일

2005년 10월 9일 일요일 : 베개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

조금 전, 어머니께서 안방에 들어가시니, 아버지께서 문제의 뒷통수 베개를 목에 끼우고(...)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으시더란다.

어머니: (베개에 주목하며) 어머, 당신 뭐해요?
아버지: 이렇게 쓰는 거 아이가? 소연이가 이러고 다니던데......
(베개 때문에 불편한 목을 갸웃거리시며) 그런데 이게 대체 뭐에 좋다는 건데?
어머니: 아하하하하 ㅠ_ㅠ 소연아아아 너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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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너무 그럴듯한 장난은 치지 말자.

2005년 10월 7일 금요일

2005년 10월 7일 금요일

0. 일기를 쓰다가 날렸다.

1. 졸린데 못 자고 있다.

2. 스캐너가 고장났다. '호에로 펜' 10권에서 일기에 올리고픈 부분이 있어, 스캐너 전원을 켰다가 알았다.

3. 다양한 유사 직업군에 적용 가능한, 문제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하.....하나 끝났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스케줄 상으로는 두 개를 끝냈어야 하는데.......

그만.....연재 때려 칠까?!
그만.....만화가 때려 칠까?!
지금 만화가를 때려 치면......
......자도 되는데!!"

4. 때려 치다(x) 때려치우다(o)

5. 맞춤법 하니 생각나는데, 우리말 중에 '고드름장아찌'라는 단어가 있다. 언행이 싱거운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말이라 한다.

6. 고드름 하니 생각나는데, 우리말 중에는 '불땔꾼' 이라는 단어도 있다. 이는 심사가 비뚤어져 남의 일에 시비를 걸거나 훼방을 놓는 사람을 뜻한다. 간단히 말하면 악플러 남을 화나게 하는 사람이다. 두 단어 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하다. 고드름으로 담근 장아찌라든가; 남의 가슴에 장작을 쑤셔넣고 불씨를 후후 부는 사람;;이라든가......

5. 7일~8일에는 학과 총엠티를 간다. 8일 화실 수업은 선생님의 사정으로 14일로 연기.

6. 화실 수업 하니 생각나는데, 최근에는 집에서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파스텔을 써 보고 있다. 오늘 낮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파스텔 스케칭에 대한 책을 읽어 보았는데, 혼자 그릴 때는 놓치기 쉬운 부분을 알 수 있었다.

7. 오늘 낮 하니 생각나는데, 전공 수업 들어가기 전에 음악감상실에 들어가 멘델스존 현악 8중주 (op.20)을 신청했더니 틀어 주었다. 이 곡은 정말로 아름답다. 멘델스존의 곡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 곡에는 '살아있는 음악'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8. 멘델스존 하니 생각나는데, 지난 주 토요일에 멋진 오디오가 들어왔다. 막내외삼촌 댁에 있던 물건이다. 그렇잖아도 늘 괜찮은 오디오가 있었으면 싶었던 차라 기쁨의 춤을 추며 받았다.

9. (하아 하아)

2005년 10월 3일 월요일

2005년 10월 3일 월요일 : 와우 북 페스티벌

친구 전션과 함께 와우북페스티벌 구경을 갔다. 찾고 보니 화실 바로 윗 골목이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지 못해 약도를 들고서도 한참을 헤멨다. 홍대 근처에 자주 오는 나도 이럴진대 싶어 전션에게 도착하는 대로 전화하라고 했으나, 결국 전션도 홍대 캠퍼스 앞까지 가서 헤메다 오고 말았다.

북페스티벌은 아주 재미있었다. 먼저 다녀 온 아우님이 꼭 한번 가 보라며 추천할 만 하더라. 구판 서적을 대폭 할인 판매하거나 엽서며 포스터를 나누어 주는 이벤트를 하는 출판사가 많았다. 구판이 아니지만 정가보다 꽤 낮은 가격에 나온 책도 꽤 있었다. 슬슬 황홀경에 빠지려는 찰나, 전션이 불쑥 내 팔을 잡았다.

전션: (팔을 잡으며) 정션, 잠깐만.
나: 으응?
전션: 세 번 생각해.
나: (움찔)
전션: 알겠지, 진정하고, 세 번 생각하는 거야.

책은 몇 권 사지 않았다. 영화 서적 몇 권과 한길사 아트&아이디어 시리즈는 이번 기회에 마련해 두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사실 사 놓는다 해서 당장 읽지도 않았을 터이다.

나: (책을 훑어보다가) 으~하하, 이것 좀 봐.
전션: 뭔데?
나: (구연동화투로) '이름이 멋있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를 직접 만나 본 사람들은 나더러 잘생겼다고 칭찬하기에 바빠서 이름이 멋있다는 이야기는 할 사이가 없어요.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잘생겼다는 칭찬도 안 해요. 인간성 좋고 마음씨 곱다는 칭찬하느라고 바쁘기 때문이지요.'
전션: 아하하, 이 사람 [말 하는 게] 정션이랑 비슷하네.

......샀다. (곽영직, 보어가 들려주는 원자모형 이야기, 자음과 모음)

부스를 모두 둘러 본 다음에는 WAPPS에 가서 스프와 샌드위치, 크레페를 먹었다.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 갈 만 한 곳이다. 크레페나 샌드위치(소스 과다)보다는 스프+와플을 추천.

최근 며칠간 계속 가슴이 돌에 눌린 듯 답답했는데, 마음 맞는 친구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숨 쉬기가 좀 편해졌다. 앉아서 "배불러~행복해~"하며 흐느적거리다가 여섯 시쯤 귀가했다.

2005년 10월 2일 일요일

2005년 10월 2일 일요일 : '당신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야후 심리웹진 구냥
(조프위키에서 보고 해 봄.)

내 결과

2005년 10월 1일 토요일

2005년 10월 1일 토요일

금요일 저녁에는 우이동으로 학번 엠티를 갔다. 비가 많이 왔는데, 신행이가 차를 가져온 덕분에 편하게 갔다. 특히 나는 제일 먼저 탄 덕분에 송구하게도 조수석에 앉았다. 보미, 도호, 은영, 영민이와 내가 신행이의 차를 타고 가다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온 경훈이를 동부이촌동에서 태워 일곱 명이 함께 비 오는 금요일 오후 도로를 달렸다. 교통 상황이 무척 나빠서 우이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열 시 쯤이었다. (그 이후였을지도 모른다.) 가던 중에 까르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봤다. 과제 때문에 학교에서 고생하던 자은이와 미진이가 열한 시쯤 되어서 왔고, 호정이도 자정 다 되어서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즉, 도합 열 명이나 왔다!

고기 구워 먹기 귀찮다며 사 간 안주거리나 통닭 등을 적당히 먹으며 적당히(?) 놀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갔다. 자은이와 미진이가 피곤한 와중에도 9~10월에 생일이 있는 동기들을 위해 파티를 하자며 초코파이를 사 왔는데, 이 초코파이들은 군에 다녀 온 동기들에게 비참한 군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말았다. 안타까웠다. (...) 새벽 두 시쯤 자려고 누웠으나, 방이 더워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서너시까지 뒤척였다. 그 다음부터는 자다 깨다 하며 앉아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 몇 가지 더 있었으나 따로 써 남기지 않아도 좋을 듯 하여 생략한다. 일곱 시에 버스를 타고 먼저 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쓰러져 정신없이 잤다. 동기들고 몇 년 만에 함께 간 여행이었는데, 멀뚱멀뚱 앉았다가 주섬주섬 먹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어영부영 귀가해 버리다니 싶어 조금 속상했다. (게다가 그렇게까지 조심했는데 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 그래도 반가웠다. 나서서 사람을 모을 만한 도량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오후와 저녁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과 화방에서 만나 소묘 재료를 몇 가지 골랐다. 오늘은 파스텔을 써 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표현이 다양해서 놀랐다. 학창시절에는 종이에 깎아 턴 다음 티슈로 문지르는 것만 했었는데. 목탄과 파스텔을 붙들고 씨름하다 보니 손가락 끝이 까맣게 되었다.

아우님이 친구 아란양과 와우 북 페스티벌 구경 + 연극 관람을 하러 홍대 쪽에 왔다.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서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아우님은 다른 일정을 위해 귀가하고 아란양과 나는 '왑스'라는 카페테리아에서 잠깐 만났다. 나는 스프와 와플을 먹었고, 아란양은 시장하지 않다기에 커피 한 잔. 후식으로는 아래 층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새로 등장한 메뉴 '멜론'은 느끼하지 않고 꽤 맛있다. 아란양의 '설탕에 푹 절여 달게 만든 참외 맛'이라는 설명이 묘하게 납득되는 맛이랄까나. 오랜만에 만났으니 좀 더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화실에 돌아가야 했던 터라 금방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