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7일 토요일

2004년 11월 27일 토요일


1. 오전 내내 잤다.
2. 오후 내내 잤다.
3. 자느라 KSCRC 심포지엄에 가지 못했다. 일어나 보려고 오후 한 시까지 [꿈 속에서] 발버둥쳤으나......
4. 6시쯤 일어나서 스타트렉 TNG를 보다가 저녁을 먹었다.
5. 후식으로 차를 마시려다 유리 주전자를 깨뜨렸다. 다치지는 않았다.
6. 스타트렉을 마저 봤다.
7. 스타트렉 VOY 노벨라이제이션, No Man's Land를 봤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읽다 말았다.
8. 지금은 스타트렉 TNG를 보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The Best of Both Worlds'!

2004년 11월 21일 일요일

2004년 11월 21일 일요일


깻잎전

육회

버섯전

인사동의 한식집 에 지구정복비밀결사가 모였다. 참석자는 야롤님, 명철님, 에라오빠, 나인님, 루리루리님, 라슈펠님, 고양이님, 달팽이님, 아스님, 나는그네님, 나 이렇게 열한 명. (이 추세라면 배를 산으로 끌고 올라갈 날도 멀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나인님과 루리루리님을 처음 뵈었다. 온라인 블로그나 웹사이트에서 닉으로만 뵙던 분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즐겁다. 루크님의 지인이시라는 BMW 바이커 명철님도 처음 만난 분. 소련 - 러시아가 아니다!- 에서 액체로켓 연구를 하셨단다. 그래, 역시 지구 정복에는 무기와 '즐'티가 필ㅇ......


등산용 용접기로 시거에 불 붙이기.(병철님) 시거에 불을 붙일 때 가장 좋은 도구가 자동차의 시거라이터이고, 그 다음이 이 용접기란다.

전이며 육회, 수제비 등을 배불리 먹고 나인님께서 가져오신 와인 한 병도 땄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서비스라며 예쁜 병에 담긴 이화주도 주셨다. '전'은 음식이 정갈하고, 입구에 SBS 방송 어쩌고라고 쓰여 있어 불안했던 것에 비해 야단스럽거나 북적이지도 않는 깔끔한 한식집이었다. 이만하면 일단 합격. 사진을 잘 찍지 못해 아쉽다. 한식 사진은 참 어렵다. 자주 찍지 않아서 그런가.



식후에는 스타벅스로 우르르 몰려가, 에라오빠와 야롤님의 생신 선물 삼아 가져간 케익을 나누어 먹었다. 10시 조금 넘어 장강명님께서 에라오빠에게 연락하셨더라. 얼굴이라도 뵙고 돌아가고 싶었으나, 너무 늦은 시각이라 부득이 먼저 자리를 떴다.

피곤했지만 더없이 즐거웠던 하루.

2004년 11월 20일 토요일

2004년 11월 20일 : 브로드웨이 42번가


승민오빠와 팝콘하우스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봤다. 의상과 안무 모두 굉장히 화려했고, '이 부분은 볼거리 삼아 끼워넣었어요' 라고 쓰인 듯한 선정적인 장면도 여럿 있었다. 로맨스도 복잡한 드라마도 없는 기미(綺靡)한 성공담으로, 사전 정보 없이 간 덕분에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여자 주인공 페기의 무대 장악력이 조연 도로시에 미치지 못한 점이 좀 아쉽긴 했지만, '보는 재미'가 워낙 확실한 뮤지컬이니 이만하면 대만족.

원래는 공연을 보고 성신여대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으나, 뮤지컬이 예상보다 늦게 끝나 - 쉬는 시간을 합해 2시간 40분 공연이었다 - 가까운 홍대 쪽으로 갔다. 12월 폐점을 앞두고 할인 행사 중인 아티누스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을 한 다음, 카오산에서 커리볶음밥을 먹었다. 식후에는 승민오빠의 지인이 한다는 카페 에 가서 커다란 쿠션을 무릎 위에 쌓아 놓고 차 - 나는 국화차, 오빠는 장미차 - 를 마시며 흐늘거렸다. 하루가 금방 갔다.

-note
http://kscrc.org/queernow/

안경 20문 20답

01. 안경을 쓰고 있다.
그렇다.

계속 읽기

2004년 11월 13일 토요일

2004년 11월 13일 토요일 : 천국의 웃음 -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 '내가 죽인 남자'

전션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에른스트 루비치의 1932년 반전영화, '내가 죽인 남자(The Man I Killed)'를 보았다.

1차 세계대전 중 전쟁터에서 독일군 발터를 죽였던 (전직 바이올리니스트, 현직 폐인) 프랑스인 폴은 종전 이후에도 그 때의 기억 때문에 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결국 전쟁터에서 보아 외우고 있는 - 참호에서 공격을 받았을 때, 발터는 마지막 편지를 쓰던 중이었다 - 발터의 집 주소로 직접 찾아가 사죄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스물 두 살 외아들/애인을 잃은 슬픔에 잠겨 간신히 살아가던 발터의 부모와 약혼녀 엘자는 '아드님 때문에 왔다'는 폴을 발터의 친구로 착각하여 마치 아들이 살아 돌아온 양 반갑게 맞아들이고, 폴은 차마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발터의 가족과 어울리며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발터 가족의 저녁 식사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애써 분위기를 돋우려 노력하는 엘자, 내키지 않는 수저를 드는 부모, 카메라가 배경처럼 잡은 빈 의자의 뒷모습.
유약하고 섬세한 젊은이를 연기한 필립스 홈즈도 돋보였다. 이 사람이 나온 다른 영화를 찾아 볼까 싶어 집에 와서 IMDb를 검색해 보았는데, 젊은 나이에 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루비치의 영화는 참 보기 편하구나.' 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굉장히 부담스럽고 비극적인 소재를 불필요한 무게감 없이 진지하게 다룬다. 단순히 나와 상성이 맞는 감독인 걸까? 더 자세히 알아 보고 싶은데 코드 3 디비디가 없다시피 하다. 코드 1이 많이 나와 있으니 국내 출반을 기대해 볼까나.
일단 아쉬운 대로, 참고 1(Ernst Lubitsch's American Comedy), 참고 2(Ernst Lubitsch: Laughter in Paradise)를 기억해 두자.

영화를 본 후에는 전션과 카페 뎀셀브즈에서 차를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 늦게야 헤어짐.

2004년 11월 7일 일요일

2004년 11월 7일 일요일

낮에는 오랜만에 뒹굴면서 티비를 봤다. 유로아메리칸 시네마를 소개(?)하는 주말 영화 프로그램을 보고, 이어서 '존 웨인의 셰퍼드 오브 더 힐'이라는 영화를 하기에 계속 봤다. 미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한 1940년대 영화였다. 영화가 시작된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존 웨인이 어머니의 무덤 앞에 서서 반항적인 눈을 빛내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저녁에는 아스님과 치뽈리나에 가서 연인을 위한 세트♡를 먹었다.


치뽈리나의 스테이크. 형편없지도 특별히 맛있지도 않은 '그냥 뭐 이만하면.' 정도.

기분 좋게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인클라우드로 자리를 옮겼다. 국화차를 마시며 용자와 용사와 용달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무 재미있어 낄낄도 아니고 힉힉거리며 웃다 보니 어느새 9시. 집에 돌아와 곧장 잤다. 이상하게 겨우 밤 열 시부터 마치 새벽 한두 시라도 된 듯 피곤하다 싶더니, 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몹시 아파 하루를 앓았다.

2004년 11월 6일 토요일

2004년 11월 6일 토요일 : 천국의 웃음 -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 '미소짓는 중위'

오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후 홍대 별다방에서 아스님과 접선, 따뜻한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으며 AJWB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뻥)

출처: 서울아트시네마


아스님과 헤어진 다음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에른스트 루비치의 1931년 작, '미소짓는 중위'를 보았다. 한참 전에 예매를 해 놓고 따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보지 못했던 터라 (그래, 언제나처럼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헐레벌떡 뛰어들어갔다.) 주인공들이 영어를 써서 깜짝 놀랐다.; 귀가길에 팜플렛을 읽어 보니 루비치가 헐리우드에서 작업한 영화란다.

전후(戰後), 여자와 뒹구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던 오스트리아 군대의 중위 니키는 바이올린 연주자 프란지와 사랑에 빠진다. 오스트리아 왕과 사촌지간인 플라우젠트룸(never forget the H!)의 왕이 딸 안나와 함께 비엔나를 방문한다. 니키는 왕의 마차가 지나가는 길에 서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바로 맞은 편 구경꾼 틈에 프란지가 서서 계속 손을 흔들고 웃자 무표정하고 경건하게 서 있지 못하고 그만 씨익 웃으며 윙크까지 날려버린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순간을 딱 맞춰 지나가던, 왕의 마차에 탄 공주 안나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다음 날, "모욕당한 왕족"이니, "중위가 공주를 비웃다"같은 헤드라인이 신문을 장식하고......

굉장히 즐겁게 보았다. 이런 영화라면 하루에 두세 편도 볼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부담이 없어 놀라기도 했다. 내용 자체가 가볍고 경쾌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루비치의 영화에 내재한 탁월한 '시간의 속도'에 그 공을 돌리는 것이 옳을 듯 하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러나 한편 지루하지 않을 만큼 시간을 잡아 늘이거나 잘라내어 이야기 진행에 놀라운 탄력을 부여했다. 여기에 톡톡 튀는 재치와 은근한 성적 유머가 더해지니 이것 정말 천하일품이로세. 특히 오스트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플라우젠트룸 왕과 안나가 주고 받는 대화, 신혼 초야를 치를 방에서 베개를 정리하는 장면('어? 이거 정말 성인형 유머 아닌가?'), '밖으로 나도는 남편'에 대한 안나와 왕의 대거리 같은 부분에서는 낄낄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엔딩이 지나치게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실제로 70년 전 영화이니 굳이 박하게 말할 부분은 아니겠다. 중심이 되는 인간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영화는, 언제 만들어진 것이든 인상적인 힘을 갖는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사람 이야기니까, 결국은.

시네마테크 11월호에 실린 배창호 감독 인터뷰에서 특히 공감한 단락:
예술의 정확성은 본질적인 것에서 출발하거든요. 본질적인 정확성이 중요하죠. 예전 영화들은 사운드가 이상하고, 연출이 이상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본질적인 정확성이 있었어요. 본질적인 정확성이란 인간을 바라보는 눈, 인간성 이런 것이죠. 그런 면에서 존 포드 영화가 낡았다지만, 그럼에도 향기가 있어요. 본질적인 인간을 다루는 면이 있기 때문인 거죠. 본질적인 정확성은 지금 사라지고, 현상적인 정확성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중략...) 왜 저 감독은 부감을 사용했는지, 왜 공간배치를 저렇게 했는지, 그런 질문들을 안 합니다. 워낙 장비 자체가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니까요. 8미리 캠코더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영화가 되는 거예요. 기계적인 재현력이 있으니까. 거칠지만 장면을 자르지 않아도 한 편의 영화가 되어 버리고. 그러니 왜 커트가 나뉘어야 하는지, 왜 부감을 써야 하는지, 이러한 것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기계적인 힘에 소재적인 아이디어만 더해지면 그냥 한 편의 영화가 돼버리는 거예요. 영상언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는 거죠. (...후략...)

반드시 옛 영화는 본질적인 정확성을 가졌지만 요즘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고, 기계적인 힘과 소재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만든 영화가 꼭 부족하다는 법도 없지만, 영화언어와 본질적 정확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시대와 상관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04년 11월 6일 : 캐러나비 & 어떤 블로거?

1. 몇 번이나 했던 것 같지만 유행을 타고 새삼스레 또 한 번-
http://www.loveyou.pe.kr/character/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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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신은 어떤 블로거?
http://heygom.com/whatblo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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