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1일 일요일

2004년 10월 31일 일요일


쇼콜라 케익



오후 늦게 재영이와 이대 앞에서 잠시 만났다. 곁길로 조금 가서 있는 깔끔한 찻집 트리니티(Trinitea)에서 차를 마셨다. 내 취향보다 조금 큰 가게이긴 해도 테이블 사이가 멀고 층이 나뉘어 있어 별로 시끄럽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천장이 비스듬한 '다락'이 있었다!

마농에서 수능을 코앞에 둔 사촌동생에게 선물할 초컬릿을 사려 했으나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더라. 평일에 다시 가야겠네. 대신(?) 별다방에 잠깐 들러 내가 먹을 초컬릿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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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토) 미소짓는 중위 (1:30) 예매완료

2004년 10월 30일 토요일

2004년 10월 29일 금요일 / 30일 토요일

29일 금요일

목요일 저녁에 무리했는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금요일 오후에는 집에서 쉬었다. 오후 네 시쯤 용진군이 메신저에 들어왔기에 서울대입구에서 만나기로 즉석에서 약속을 잡고 집을 나섰다. 용진군은 필리핀에 다녀온 덕분인지 안색이 꽤 좋아 보였다. Locus Awards 단편집과 필리핀 초컬릿을 선물로 받았다. 어이쿠, 좋아라.

여섯 시 쯤 헤어져서 학원에 갔다. 겨울에 올라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데, 그래도 방학에 얼굴 볼 수 있음 좋겠다.

30일 토요일

정오 조금 전에 월요일이면 부산으로 내려가실 동현님을 뵈었다. 도너츠,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초코허니딥 먼치킨을 가져오셨다! 빈 속으로 나왔던 터라 얼씨구나 하고 냠냠 먹었다. 팬덤 이야기, 판타지와 과학소설 번역 이야기, 그리고 고시생 둘이 모인 만큼 시험 얘기도 하며(잠깐, 나 어제 용진군과 있을 때도 시험 얘기밖에 안 한 것 같은데.......) 재미있게 놀았다. 계속 서울에 머무르시면 좋을 텐데. :) 하지만 역시 중요한 시험이니만큼 집에서 편하게 준비하셔야겠지.

월요일을 위해 건강에 신경쓰고 있는 터라, 녹두로 가지 않고 일단 귀가해 잠시 쉬었다.

짤방: 범인은 1002호?

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2004년 10월 24일 일요일

정동극장 근처에 있는 브라질리언(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국적불명) 뷔페 이빠네마에서 지구정복비밀결사 모임을 했다. 아스님, 나는그네님, 동진님, 라슈펠님, 동현님 + 나 이렇게 여섯 명이 모였다. 지구정복 영도자 야롤님이 불참하셨기 때문인지 참석 인원이 예정보다 줄어, 예약한 룸에서 밖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이빠네마의 음식에 대해서는 '한 번은 가 볼 만 하다'란 동진님 의견에 동의. 뷔페식이다 보니 사진 찍을 것이 별로 없었다.

책을 빌리고, 받고, 바베큐를 먹은 다음 막 식당을 나서려는 차에 푸른날개님께서 딱 맞춰 들어오셨다. 컨벤션 때 뵌 것이 마지막이니 거의 삼 년 만인 셈이다. 정장 차림이셔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결혼식장에 들렀다 오시는 길이셨다고 한다. 일곱 명이 펠님과 동진님의 차에 나누어 타고 부암동의 클럽 에스프레소로 갔다. 일요일 저녁인데 웬일로 몹시 붐벼,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바깥 자리 제일 구석 테이블에 보조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다. 집에서 마련해 간 쿠키를 풀어 커피(+ 레몬차 + 아이스 코코아)와 함께 먹었다. 배 부른 바베큐를 먹은 직후라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모두들 맛있게 드셔 주셔서 행복했다.


(괴담 분위기에 걸맞는 사진)

따로 조명이 없는 어두컴컴한 자리다 보니 자연스레 괴담 분위기 형성. 야롤님이 사람은 착하다는 둥(괴담......인가) 초능력자나 최면술사는 있어 주는 편이 재밌지 않겠느냐는 둥, 포커부터 외계인까지 온갖 인간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놀았다.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야외인데도 추운 줄 모르겠더라. 사실 '지구정복비밀결사'란 일기를 쓰면서 적당히 갖다 붙인 명칭일 뿐이었는데, 한 번 두 번 쓰다 보니 어느새 실체화해 버렸다. 아스님 말씀처럼 이름이 있으면 실체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일까. 심지어 지정사란 약칭까지 있다.;

일 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린 보람이 있는, 즐거운 모임이었다.

2004년 10월 20일 수요일

2004년 10월 20일 수요일



100일 휴가를 나온 인수오빠를 녹두에서 만났다. 본래 집이 있는 대전 쪽 부대에서 지리관련 행정병으로 일하려고 면접까지 보았던 오빠는, 훈련소에서 어찌저찌 하다 그만 특전사령부로 배치받았다. 군복을 입고 베레모 - 그래! 특전사는 베레모다! - 를 쓴 오빠를 몇 달 만에 만나니 매우 반가우면서도 낯설어 자꾸 웃음이 나왔다.

오빠가 간 사이 녹두에 새로 문을 연 레드망고에 가서 요쿠르트주스를 마셨다. 함께 셀카를 찍어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자꾸 내가 누나처럼 나와서......;

저녁 식사를 하러 우동촌에 갔다.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오빠를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맞아 주셔서 고마웠다. 덤으로 나온 주먹밥까지 다 먹고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헤어졌다. 오빠는 클리앙 사람들을 만난 다음 대전으로 내려간단다. 지정사 모임에 나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첫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겠지. 이번 휴가가 끝나면 내년쯤에야 나올 수 있을 것 같단다. 아무리 훈련 강도가 낮은 병(兵)이라 해도 공수훈련을 받는다든가, 낙하산 한 번 뛸 때마다 생명수당이 나온다든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 무섭고 걱정스럽다. 아무쪼록 집에서 푹 쉬고, 들어가서 조심조심(;) 지내시길.

2004년 10월 17일 일요일

2004년 10월 17일 일요일 : 트랙백놀이

본래 트랙백놀이는 아니지만, 새벗님 블로그에서 재미있게 본 김에 나도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1. 내 마음대로, 서재에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을 한 권 집어서 그 책의 169페이지 열두 번째 문장을 찾는 거다!

결과


2. 이번엔 한글로 쓰인 안 읽은 책. 144페이지 열세 번째 문장.

결과


3. 만화책. 아무거나, 19페이지 다섯 번째 컷의 대사로 해보자.

결과


4. 책장의 좌측 중앙으로부터(내 책장은 세로로 여섯 칸이라 세 번째 칸을 골랐다.) 스물 아홉 번째 책, 10페이지, 여섯 번째 문장.

결과


출처들


덧붙임: 짤방

2004년 10월 11일 월요일

2004년 10월 11일 월요일

침대에서 꼬물꼬물 뒹굴다가
미용실에 가서 조물조물 퍼머를 하고
어머니와 오물오물 라볶이를 먹었다.

2004년 10월 10일 일요일

2004년 10월 10일 일요일

승민오빠와 이태원의 타지마할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어제부터 무척 먹고 싶었던 꾸르미난을 주문해 전채 삼아 간식 삼아 후식 삼아 먹었다. 아아, 꾸르미 꾸르미 꾸르미 ♡

오빠가 고른 새우커리도 맛있었다. 케밥 카테고리에 있어 숯불구이리라 짐작하고 주문한 닭고기 요리는 예상과 전혀 다른 쌈 요리로, 향신료 맛이 굉장히 강렬했지만 뒤끝이 나쁘거나 향이 거북하지 않아 즐겁게 먹었다. 양파를 곁들이니 씹을 때 코끝이 기분좋게 싸아-했다.


꾸르미난(토마토치즈난)

새우커리



닭고기요리

내부


슬렁슬렁 빈둥빈둥 식사를 마치고 스타벅스로 이동, 얼마 전부터 눈여겨 보았던 신메뉴 '볼케이노 샷'을 주문했다. 초코케익 내부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그 위에 휘핑크림을 얹었다. 커피에 곁들이기 괜찮을, 맛으로만 따지자면 무난한 케익이지만.......아무래도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다. 휘핑크림 + 넘친 에스프레소 + 접시에 장식한 초코시럽이 뒤섞여 먹고 나면 마치 놀이터 모래 밑에서 파낸 진흙에 물을 섞은 것 같은 걸죽한 잔해가 남는다. 지저분해.; 초컬릿 무스 케익이나 브라우니를 두고 굳이 주문할 만큼 독특한 맛도 아니니. 긁적.



슬렁슬렁 빈둥빈둥 창 밖을 구경하며 아스트랄한 얘기를 주고받다 헤어져 나는 신림으로, 영화 예매를 취소한 승민오빠는 집으로. 즐거운 주말이었다.

2004년 10월 8일 금요일

2004년 10월 8일 금요일

능글능글 요다


수요일 저녁부터 점차 상태가 나빠진 끝에, 오늘은 결국 녹두까지 갔다가 집으로 되돌아와 쓰러져 잠들었다. 그래도 푹 쉬고 잘 챙겨 먹었더니 이제 그럭저럭 부활. 며칠 전에 도착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5편 디비디를 보고 있다.

강력한 자기현시욕구에 시달리는 신세대의 표본 + 가짜 듀나로 선정되었다. 어이쿠, 영광입니다요(라고 할 리가 있냐.-_-+)

2004년 10월 6일 수요일

2004년 10월 6일 수요일 : [잡기] 비둘기와 시냅스

오후 여섯 시,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갔다. MBC에서 저녁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어느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사는 비둘기 가족이 나왔다. 수컷이 다른 암컷을 둥지로 끌어들여, 둘이서 원래 있던 암컷과 새끼들을 공격하자 주민이 신고를 했단다. 방송은 일러스트레이션까지 곁들여 이 패륜적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었다. 나는 방송을 귓등으로 흘려넘기며 화이트보드에 쓰인 오늘의 메뉴를 읽었다. 취재자는 신고한 주민에게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남편과 본처의 사이는 좋았나요? 수저를 챙기다 말고 티브이를 다시 돌아보았다. 뿌듯함과 쑥스러움이 뒤섞인 얼굴을 한 아주머니가 무어라 답하고 있었다. 다행히 식당은 시끄러웠다. 취재자가 또 물었다. 새로 들어온 비둘기는 예뻤나요. 아주머니는 반쯤 웃음을 섞어 답했다. 나는 더 이상 순박한 아주머니와 재기있는 방송작가의 선의를 믿지 않았다. 너무 자주, 그것은 모여 무지가 되었고 자가증식한 무지는 타인을 공격하는 수많은 화살로 확산했다.

티브이를 등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뉴런이 덜컹거리고 시냅스몹에서 아세틸콜린이 쏟아져 나왔다. 시냅스후세포의 수용체가 열리고 전기가 튀었다. 머리 속을 휘젓는 음전하와 양전하를 상상하자 손 끝이 찌릿거렸다. 뇌는 우주와 같았고 세상은 수상돌기와 같았으며 티브이는 세상을 채찍처럼 휘두르는 백만킬로미터짜리 축색돌기였다. 나는 나의 뇌에서 뜯어낸 수초로 온몸을 감싸고 짠 된장국 속으로 침잠했다. 외면과 도피는 쉬웠다. 그러나 더 편하지는 않았다. 나의 시냅스는 그걸 모른 채 염소에만 열심히 매달렸다. 괜찮아. 나는 숟가락에 비친 내 머리를 보며, 그 찌그러진 상 아래에 숨은 수많은 뉴런과 단백질과 근육과 뼈를 상상하고 말을 건넸다. 비둘기 새끼는 살았고 방송작가는 돈을 벌었고 아주머니는 '좋은 일'로 티비에 나왔다. 그리고 내게는, 그래, 내게는 아직 절연 수초를 벗어던질 기력을 줄 따뜻한 저녁밥과 시간이 있었다.

2004년 10월 3일 일요일

2004년 10월 3일 일요일 : 심심잡기

1. 학원 수업 보강이 있어 아무 약속도 잡지 못하고 신림동에 갔으나 '강사마마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휴강'되고 말았다. 허탈하기 그지없구나. 오가느라 두 시간 가까이 시달리고 나니 놀러 나가고픈 생각도 사라졌다. 상원서점 옆에 '레드망고'가 생겼다. 설마 저거 '신림고시촌점'은 아니겠지?

2.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이 나왔다. 원제를 확인하기 전까지, 눈치를 보고 살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빗댄 제목인 줄 알았다.

3. 광주비엔날레
KTX (용산->광주) 7:05 - 10:02 36,300
고속버스(센트럴->광주) 07:00 - 10:40 20,900
가장 한가한 날은 월요일, 오전 9시 개관.

4. 시네마테크 뉴저먼시네마
10/16 토요일- 어제의 이별(7:00), 카첼마허(9:00)
10/17 일요일- 열세 달인 어느 해에(1:00), 독일의 가을(3:30), 유리 심장(6:00), 젊은 퇴를레스(8:30)

5. 들을 때마다 이상한 노래 가사 몇 가지.
1) '니가 나의 부인이 돼줬으면 해 / 나의 아이의 엄마가 돼줬으면 해'(박진영, '청혼가')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재혼에 대한 노래인 줄 알았다. 사회 통념과 가사 분위기 상 아마 아니겠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이 노래를 우연히 들을 때마다 '재혼?"이라는 생각을 한다.

2) '끌려 오겠지, 발걸음은 내게로/ 지금부터 셋까지 셀게 one two three! one more time!' (신화, Brand New)
-> 처음 들었을 때 엄청 웃었다. 셋 만에 반한다고 해 놓고 바로 one more time이라니, 너무 약하잖아! 긍지를 가지란 말이다!

3) '아랫집 윗집 사이에/울타리는 있지만(중략)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엄청난 스케일.....-_-;

4) '향긋한 모닝커피와 내 아침을 깨워주는 상큼한 입맞춤/ 아직 달콤한 꿈에 흠뻑 취해서 "조금만 더" 그러겠지 / 하얀 앞치마 입고 내 아침을 준비하는 너의 모습 / 나의 삐뚤어진 넥타이까지도 모두 다 너의 몫일꺼야' (젝스키스, 예감)
->

이 가사를 보면 떠오르는 만화

2004년 10월 1일 금요일

2004년 9월 28일 - 10월 1일 : (주로) 고시생 잡기

1. 추석 당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조부모님 댁에 다녀 왔다. 오후에 집에 돌아와 한 시간 쯤 잔 다음 서울대입구 별다방에 가서 동현님과 차를 마셨다. 맛있는 케익도 먹었다. 한참 과학소설계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사람을 찾을] 계획을 세우다 보니(뻥) 어느새 밤이 되어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2. 29일, 독서실을 나왔는데 하늘이 어두웠다. 우산을 가지러 도로 올라갈까 잠시 고민하다 깨달았다. 일몰 직전/직후에는 원래 하늘이 어둡다. 지구를 떠나, 화성도 아닌 고시계라는 제 3 섹터로 사라지고 있는 나의 정신이여.

3. 30일은 연휴 다음 날이라 자꾸 월요일 같았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고시식당에서 메인 메뉴로 '참치야채볶음'이 나왔다. '어째서 고기가 아닌 거야!'라고 투덜거리며 반쯤 먹다 보니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다. 나날이 고시화되고 있는 나의 일상에 또 한 번 감탄.

* 고시생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해설: 고시촌 식당에는 '월우수돈금계'라는 말이 있다. 어느 식당에서나 월요일 저녁에는 소고기, 수요일 저녁에는 돼지고기, 금요일 저녁에는 닭고기가 메인으로 나온다는 일종의 불문률로, 최소한 십오 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는 규칙이다. 안정적인 카르텔의 대표 사례랄까나. 오오. (.....감탄해서 어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