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8일 토요일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 최종정리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등상은 보덤(Bodum)사의 프레스기였습니다.
참가상으로는 [마왕], [누군가를 만났어], [벌집에 키스하기],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이중나선] 등 책을 보냈습니다. 모든 분께 1순위 희망도서를 드리지 못해 아쉬워요. 그래도 재미있게들 읽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참가상 2로 여기 독일에서 초콜릿이나 귀염귀염한 기념품을 찾아서 선물하기로 했답니다.

다음 번 이벤트에도 많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2007년 7월 28일 토요일

6:30 경에 일어났다. 버터를 꺼내 놓고 그냥 방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7시쯤에 문득 생각나서 새미에게 스탠스타드 공항에서 런던 시내로 가는 길 팜플릿이 있으면 좀 갖다 달라고 연락했다. 벌써 비행기 안이란다.; 어제 집에서 쇠네펠드 공항까지 가는 길을 알아 놨는데, 쇠네펠드 공항 버스정류장에서 공항 터미널로 가는 길이 좀 애매하다. 알렉산더 광장에서 S9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쇠네펠드 공항 버스가 있는데, vbb에서 검색해 보니 집 앞에서 트램을 타고 알렉산더 광장에서 버스로 갈아타는 경로가 최단거리라고 나온다. 일찍 일어났으니 트램과 버스에 도전해 보아야지. 이렇게 어설픈 친구라도 공항에 마중 나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해서 간다. 사실 새미가 영어도 나보다 더 잘 할 텐데. 베를린의 온도는 20도 밑이다.

요약
1. 딴에는 의욕에 넘쳐 새미를 마중하러 나갔으나 에스반을 반대 방향으로 타서 -_- 생전 처음 보는 동네로 가 버림
2. 비가 많이 오는데 우산이 없었음. 새미가 호스텔 가까운 역까지 알아서 옴.
3. 새미가 묵을 호스텔에 배낭을 맡기고 함께 시내로 나섬. 또 의욕에 넘친 내가 쇼핑의 거리인 쿠담에 가자고 함.
가서 쇼핑 거리와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본 것 까지는 좋았는데 길을 잘 몰라서 먹을 곳 찾느라 고생.임비스(노점상)에서 쿠리부르스트와 오렌지탄산을 사먹고 베를린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백화점 카데베에 감. 이곳의 6층은 천국....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만세! 참으로 훌륭한 곳이었다.
참, 교회 앞 서점에서 마침내 론리 플레닛 독일 영문판을 발견하고 구입. 그런데 27유로나 해서 속이 쓰렸다.
4. 정보 없이 탐방은 무리다 싶어 새미가 웰컴 카드를 사고 받아온 팸플릿에 나온 우리 동네 어학원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카페가 있다고 나온 주소에 새로 문을 연 로스만이 있다.---; 로스만에서 스킨과 타게스크레메를 7유로 정도 주고 샀다. 자체 상표 크림이 2유로도 안 한다! 아이고 좋아라.
5. 카페 대신에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크레페 가게에서 크레페를 먹고 집에 스킨과 책을 두고 나와 알렉산더광장으로 갔다. 이곳은 예습을 해 둔 곳이라 무사히 구경하고 역사 내에 있는 임비스에서 아시안 누들 박스(3유로)를 사먹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음식을 두 끼나 먹어서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배낭을 받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겸용크림 비스무레한 니베아 화장품도 하나 샀다. 한국에선 대충대충 다니던 내가 자꾸 화장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긴 일기에.
6. 체리토마토(라지만 우리니라 큰 토마토 크기의 반만하다)와 물도 샀따.

8:50  귀가. 여기 와서 가장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온 날인 것 같다. 원래는 이 시간에 잘 준비 하는데. 너무 피곤하니 오늘은 일단 요약 정라만 해 두고 자야겠다. 오늘 모험지수는 독일에 온 이래 가장 높았고 지금까지 중에 식사도 가장 제대로 했으나, 그만큼 지출도 커서 이제 현금이 30유로 정도밖에 안 남았다.

2.88

2007년 7월 27일 금요일

2007년 7월 27일 금요일

6:45 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앗, 조금 늦게 일어났네 싶었지만, 사실 이것도 이르다. 이쪽 동네에서는 오전 8시 이전과 오후 10시 이후에는 샤워를 하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들었는데, 단지 생활 리듬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실제로 오전 8시 이전에는 '이 사람들은 새벽에 화장실도 안 가나...'싶을 만큼 건물 전체가 조용하다. 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도 일찍 일어났으면서 조용히 시리얼 타서 방에 앉아 먹은 다음에 씻었고 오늘도 일단 냉장고에서 버터부터 꺼내 녹이며 인터넷;을 했다. 어학원에 다니고부터는 일어난 다음에 예습을 하다가 씻고 아침 식사를 하고 수업을 받으러 나가면 (9:30) 딱 맞을 것 같다.

방에서 조용히 가방을 싼 다음 그제 사 놓은 빵과 햄, 버터,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고 (시리얼은 도저히..ㅠ_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나가려다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크로스백은 너무 작다. 짐이 되더라도 캔버스 백을 가지고 가야겠다. 함부르크의 오늘 최고 기온은 25도, 흐리고 비가 온단다. 우산도 챙기고 사과도 하나 넣었다.

9:18 에 베를린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ICE)을 탔다. 함부르크 중앙역 까지 직행으로 한 시간 삼십 분 정도 걸린다. 척 보기에도 배낭여행객 같은 사람을 따라서 탔는데, 타고 20분 정도 지나서 흡연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지 긴 거리가 아니니 그냥 있기로 했다. 사과를 먹은 다음 창 밖 경치를 적당히 구경하다가 나중에는 졸았다. 함부르크 역에 도착하니 열시 오십 분이다.
710
10:50
기차에서 내려 역내를 한 바퀴 돌아 본 다음 함부르크 인포 센터에 가서 시내 지도를 받았다. 함부르크에서는 시내 교통이 모두 무료이고 미술관 등의 입장료 할인이 되는 함부르크 카드를 8 유로에 팔고 있다. 나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사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부터 함부르크를 꼼꼼히 돌아볼 사람에게는 꽤 좋겠더라. 여러가지 사설 투어 버스 요금 할인도 된다.

11:25 역사에서 나와 보니 역 바로 앞에 'Top Tour Bus'라는 2층 버스가 서 있었다. 11시 30분에 출발이라고 쓰여 있기에 나도 가서 탔다. 설명을 들으면서 함부르크 시내를 돌아 보는데 영어와 독일어로 똑같은 내용을 두 번 말해 주어서 준비 없이 갔는데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어 꽤 재미있었다. 함부르크는 강과 호수로 유명한데, 버스를 타고 중앙역에서 조금 나가자마자 호수가 보였다. 백만장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와 많은 돈을 순식간에 없애고 싶으면 가 볼 만 하다는 고급 상점가도 지났는데, 그런 곳을 지나면서 가이드가 이런 곳도 있지만 함부르크의 시내에 노숙자들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특이했다.

그런데 너무 추웠다.; 도중에 비가 조금 내려서 버스를 세우고 2층에 차양을 덮었는데, 그러고 나자 또 금세 비가 그쳐서 또 서서 차양을 걷었다. 긴 팔 웃옷을 여며도 추웠다. 12시 쯤에 1897년에 세워진 시청사에서 잠깐 내렸다. 이 투어 버스는 중간에 내렸다가 나중에 오는 차를 타도 되는 시스템인데, 오늘 돌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내가 탄 버스 말고 비슷한 다른 버스들도 모두 같은 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어제 본 빨간 베를린 시청사가 진지한 느낌이라면, 이쪽은 왕국! 이라고 소리치는 듯 화려한 건물이었다. 영국의 버킹엄 궁보다 방이 6개가 더 많다고 자랑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전에 백만장자 동네의 공원을 지나면서도 영국의 하이드 파크를 언급했었거든.

12:20 시청사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사람이 좀 모여 있는 Kumpir라는 노상 감자가게에 가서 커다란 감자와 커피를 주문했다. 대개 맥주나 주스를 곁들여 마시고 커피는 마시지 않던데, 감자를 먹어 보니 단연 차가운 음료가 어울려서 역시나....싶었다. 내 주먹 두 개 보다 큰 찐감자를 반으로 갈라 치즈를 끼우고 소스(선택가능)를 뿌려 준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나니 좀 덜 추워진 기분이었다. 때맞춰 온 다음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번 버스의 가이드 아저씨는 설명을 (알아듣기 어려운) 독일어로만 한다! 에이, 하며 다음 하차지점인 St. Michaelis Church에서 내렸다.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1751년에서 1762년에 걸쳐 지어진 '독일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바로크 양식 교회'라고 한다.

12:55 너무 추워서 교회 안에 들어갔다. 교회의 높은 탑에는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고, 예배당 입장은 무료다. 신앙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규모와 분위기에서 뭔가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오래 전에 지어진 고풍스런 건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게다가 교회는 대체로 사람을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지어져 있다 보니 안에 있으면 묘하게 불편해진다. 그에 비하자면 성도 노동력 착취의 결과로 만들어진 권력의 상징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성에 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그런 불편함은 없다. 교회 건물에 들어갈 때 마다, 엄청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믿지 않으면서 교회에 가거나 성경을 읽으면 지옥의 불길에' 어쩌고 했던 중학생 시절 짝궁이 떠올라서 웃음이 난다. 그 때는 황당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안스럽다. 그 애 덕분에 교회의 불편함이 불쾌함이 되지 않고 연민으로 대충 상쇄되니 다행인가. 어쨌든 진심으로 존중하며, 매우 경건한 표정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실내라도 넓고 천정이 높다 보니 추워서 별로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음 버스를 타고 섹스숍 거리를 지났다. 가게들의 간판이나 전시물, 카바레의 포스터는 섹스숍 분위기였지만 낮시간이다 보니 그 밑으로는 커다란 배낭을 맨 여행객들이 걸어가고 있어서 언밸런스한 느낌이었다. 이어서 선착장, 피쉬마르크트, 함부르크 던전 등을 죽 돌았다. 버스 프로그램과 배표 할인이 연게되어 있었는데, 다음에 와서 타 보기로 마음 먹었다. 강과 호수가 어디서나 보이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 버스도 독일어로만 설명을 했지만 훨씬 알아듣기 쉬웠다. 관광객 중에 외국인이 거의 없어서, 영어 설명을 들으려면 탈 때 언급을 해야 할 것 같다. 첫 버스에서는 내 앞에 중국인 부부가 있었고, 나도 타면서 영어로 코스와 설명에 관해 물었기 떄문에 영어로도 설명을 해 준 듯. 이후 두 대에서는 외국인이 나 혼자였고 내 또래의 학생으로 보이는 독일인 아가씨 무리 뒤에 은근슬쩍 끼어 탔었다. 원칙적으로는 영어와 독일어 가이딩이다.

2:00 경에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시간표를 뽑아 보니 세 시 육 분에 베를린으로 가는 ICE가 있다. 바로 출발하는 기차도 있지만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역 주위를 돌아보다가 함부르크의 쇼핑가인 Sptalerstrasse에 한 번 가 보았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두 시 사십 분 쯤 역사로 돌아와 바디샵에서 갔다. 잃어버린 배낭에 젤/액체 화장품이 모두 들어 있었기 떄문에(보안검색....-_-) 계속 곤란한 상황이었다. 파운데이션이 없는 정도야 맨 얼굴로 다니면 되니 괜찮은데 립밤, 핸드크림, 바디로션이 없다 보니 입술과 손이 터 버렸다. 배낭이 돌아올 때 까지 참아 보려고 했으나 입만 열면 입술이 아플 지경이라 항복하고 새 걸로 샀다. 바디샵 점원이 계산대에 낸 신용카드를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여기 와서 지금까지 본 바에 따르면, '나 같은' 동양인은 정말로 드물다. 터키 같은 서아시아 계통은 흔한데 - 히잡을 쓴 사람도 매일 서너 명은 꼭 보았다 - 동아시아 계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알렉산더 광장 같은 관광명소에서도 두 명 볼까말까다. 그래서 깜짝 놀라 어떻게 알았냐고 하자 카드의 이름 부분을 가리키며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라서 알아 봤다며 웃는다. 덤으로 바디크림 샘플도 받았다.

3:06 기차를 타고 베를린에 돌아왔다. 기차 안에서는 사전을 보며 또 문장 만들기 시뮬레이션 놀이를 했다.
4:39 베를린 중앙역 도착. 알렉산더 광장에서 지하철로 환승해서 집에 돌아오니 다섯 시 사십 분이다. 오늘도 적당한 수준의 모험을 해서 흐뭇하다. 고속철도와 S-Bahn을 새로이 타 보았고, 2층 버스도 처음 타 봤다. 돈 내고 들어가는 공중화장실에도 두 번 갔다.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한 독일어는 'Kumpir Origianal und eine kleine Milchkaffee, bitte'와 할로, 당케, 튀스밖에 없네. 힝.

내일은 새미가 온다. 내일의 목표는 '식당에서 독일어로 음식 주문하기'와  'Rossmann이나 DM같은 저렴한 화장품 가게에 가서 스킨(Gesichtwasser)과 크림(Tagescreme) 사기'이다. (<-처음부터 와서 살 생각이었기 떄문에 배낭에도 없었는데, 깜박 하고 사흘동안 조그만 샘플을 아껴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들에 가서 '물과 식료품을 사고 페트병 보증금에 관해 알아오기'도 해야 하는데 이건 아직 시뮬레이션을 안 해 봐서......

9:00 샤워를 하고 늦은 저녁으로 들어온 첫날 집주인이 주었던 과일 (배와 오렌지)을 까먹었다. 배를 깎고 있는데 - 그런데 서양배도 우리 것처럼 깎아 먹는 게 맞나? 껍질을 먹어 봤더니 너무 맛이 없어서 칼로 깎긴 했는데 칼을 잘못 고른 건지 잘 안 깎인다 - 주인 아주머니가 주방에 들어오신다. 세탁기를 써도 되나요? 하고 묻는데 달프 이히 이어레 바쉬마시네-까지 말했는데 문제 없어요, 하고 답해 버린다. 세탁기에 use라는 뜻의 동사로 benutzen을 쓰면 되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아주머니가 다친 손가락을 보여주며 'I have a problem' 이라고 하며 웃었다. 그런데 방에 와서 생각해 보니 오 디어니 쏘리니 할 게 아니라 투트 미어 라이드(Sorry)-라는 왕기초 회화를 할 절호의 기회였잖아! 아우. 어쨌든 오늘 한 독일어에 구테 아페티트(맛있게 드세요)도 추가. 참, 생각해 보니까 에스반에서 슐디궁(실례합니다)도 했다.
아차차, 과일 고맙다고 하는 걸 깜박했다. 첫날 방에 놓인 과일을 보고 장식인 줄 알아서 미처 인사를 못 했었다. 마지막 남은 걸 먹는 참이었으니 타이밍이 좋았는데.

벌써 아홉 시 반이 넘었으니 오늘은 일단 자야겠다. 하지만 내일과 모레에 반드시 C사 원고를 해야 한다. 오기 전에 이 글이 잘 안 풀려서 굉장히 괴로웠는데, 이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쓴 만큼 열심히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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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출

화장실 (WC) 1,20
일회 승차권x2 4,20
점심(감자+커피) 5,00
함부르크 투어 버스 14,00
바디샵(바디로션/립밤) 16,00

2007년 7월 26일 목요일

2007년 7월 26일 목요일

1:55 모기가 귓가에서 앵앵가려 깼다.왼손에 두 방 물렸다. 참고 자려고 했으나 너무 시끄러웠다. 일어나서 불을 켜고 좀 기다렸더니 모기가 나타났는데, 아뿔싸, 천정이 너무 높아서 보이지만 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두 마리! 한 마리라도 잡아야 자겠는데 싶어 계속 노려보고 있다가 제풀에 지쳐, 그냥 귀마개를 하고 자기로 했다. 물어도 되지만 잠은 깨우지 마라-가 나의 모기와의 공생법칙이라서, 집에서도 종종 그냥 귀 막고 잤었다.  귀마개를 꺼내고 께림찍한 마음에 좀 앉아 있었는데, 마침내 한 마리가 조금 낮게 내려왔다. 그런데......너무 크다! 이런 모기 두 마리라면 바퀴벌레 반 마리와 같은 급이잖아! 나의 수용한도를 넘는다고! 그래서 모기가 다가올만한 열기와 빛을 내뿜는 노트북을 켰다. 모기가 가끔 다가오긴 하는데 너무 빨리 날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갑자기 귓가에서 앵앵거린다. 내 머리 위에 앉는 거야? 새벽 두 시 사십 분에(그새 한 시간이 지났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어휴.

7:10 기상. 새벽에는 결국 세 시 쯤 귀마개 하고 모로 누워 잤다. 햇볕이 들어오니 왠지 늦잠 자는 기분이라 일어났는데, 동네나 집이나 조용하다. 맞은편 건물의 창들도 거의 닫혀 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어야겠다. 아침은 어제 사온 곡물시리얼과 저지방 우유다. 끓는 물 넣고 5분 있다가 먹으면 된다고 쓰인 수상한 인스턴트 컵스파게티도 사놨는데, 이건 내일이나 모레 도전해야지.

참, 그리고 왜 여기 사람들은 자꾸 나를 '미시즈 정'이라고 부르는 걸까? 나는 여기 오면 내가 나이보다 어려 보일 줄 알았는데 자꾸 유부녀 대접(?)을 받아서 황당하다. 내가 생각한 가설은 다음과 같다: '프라우'와 '프로일라인'이 영어의 '미시즈'와 '미스'에 대응하는 독일어인데, 최근 독일에서는 '프라우'로 통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어에서 미스를 잘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영어는 '미즈'라는 새로운 호칭을 만든 반면 독일어에서는 있던 말을 그대로 쓰다 보니 번역상에 혼선이 발생, 독일인이 '미즈'라고 쓰인 걸 보고 '프라우'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영어로 말할 떄는 '미시즈'라고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가설은 나를 본 적 없는 사람들(예: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분실물 센터 직원)이 나에게 미시즈를 붙이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9:20 이제 가방에 민트 초콜릿을 담고 오늘의 모험을 위해 출발! 만약 쾰른으로 바로 간다면 내일 저녁까지 업데이트가 없을 수도 있다. 곡물 시리얼은 정말 맛이 없었다. 용량도 큰데 저걸 어쩐다냐.....

9:50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가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독일 지하철 역에는 우리와 달리 앞뒤 역명이 쓰여 있지 않는 말을 들어 긴장했는데 (나는 서울에서도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탈 때가 많다) 과연 그러하긴 했지만 LCD 전광판에 다음 지하철의 최종목적지와 도착에정 시간이 나와서 거꾸로 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1회권을 사고 지하철에 탔다. 독일 지하철은 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안에서 내릴 때도 마찬가지) 원래 목적지는 쇼핑의 거리이자 가장 번화가라고들 하는 쿠담가에 가까운 동물원역(Zoologischer Garten)이었으나,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에서 다른 관광객들과 같이 내려 보았다. 지상에 올라 보니 이곳은 오오, 내가 바라던 관광지! 남은 베를린 장벽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관광객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던 포츠덤 광장과 비교되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는 커다란 소니 센터도 있는데, 아이맥스 영화를 상영하는 등 역시 관광 코스라고 한다. 시티 투어 버스와 관광객 무리를 따라 주섬주섬 가다 보니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와 구 게슈타포와 SFF의 본부였던 토포그래피 오브 테러(Topography of Terror)로 가는 길이 나왔다. ToT까지만 가 보고 지하철 역으로 돌아왔다. 아직 기념관 건물을 완성하지 않아 열린 공간에 전시하고 있었다. 베를린 내는 한 달 동안 충분히 돌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아까의 선택을 후회하며 아예 하루권 표를 끊었다. 동물원 역에서 내려 보니 역시나 서점이 있었다. 작은 독영-영독 사전과 펼치는 베를린 지도를 샀다. 만화 코너에 우리나라 작가들의 독일 만화도 제법 있었다. [오란고교호스트부]나 [CIEL]의 독일판이 있었으면 샀을 터인데, 내가 그만큼 좋아하는 만화는 없어서 그냥 나왔다. 일본 야오이와 원피스 같은 명랑만화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Nordsee라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연어 샌드위치와 콜라를 사고, 기차 문의 코너에 저먼 레일 패스를 사려면 어디 가야 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바로 옆의 Reisezentrum으로 가란다. 여기서도 한 번 줄을 잘못 섰다가 제대로 매표소로 가서 한 달간 유효한 저먼 레일 패스를 사서 바로 개시했다. 쾰른과 본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더니 어느 기차를 탈지 정했는지 묻는다. 11시 35분 쯤에 출발하는 편이 있던데요, 하니까 그건 이 역에서 출발하지 않는 건 알고 있는지 묻는다. 사실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 까지 동물원 역과 중앙역을 착각하고 있었다! 어째 중앙역 분위기가 아니더라! 아뿔싸로소이다. 내가 허걱 하니 여기서 두어 정거장만 가면 된다며 노선도를 한 장 준다. 쾰른에서 본으로 오가는 기차의 정보도 받았다. 매표소 안의 간이의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얼른 먹은 다음, 도로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곧장 국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가면 5시에 쾰른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오늘 모험은 충분히 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각종 팸플릿과 물통으로 작은 크로스백이 꽉 차서 그대로는 멀리 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이 없으니 확실히 불편하긴 하다. 참, 모레 올 새미와 함께 타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베를린 시내 버스 /도보관광 코스 안내도도 가져왔다.

어제는 추웠는데 오늘은 굉장히 덥다. 어제 날씨를 생각하고 긴 분홍색 니트를 가지고 나갔다가 오전 내내 들고 다니기만 했다. 게다가 긴 가을 청바지를 입었으니.....집에 돌아오니 한 시 쯤 되었다. 오는 길에는 사전에서 궁금하던 단어를 찾아 보며 머리 속으로 문장을 만들었다. Es gibt die Stechmuecken in meinem Zimmer. Haben Sie einen Insektspray? (방에 모기가 있어요. 살충제 있나요?) 음, 좋아!  이제 숨 돌리고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중앙역에 가 봐야지. 사실 네 시간이나 걸리는 쾰른 말고 좀 더 가까운 곳에 가고 싶은데, 여행안내책자를 잃어버린 지금 빈손으로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미리 준비해 놓은 도시가 쾰른과 본밖에 없다.

5:00 아까는 나가려다가 귀찮아서 그만두고 누워서 사전과 베를린 지도를 보다가 잤다. 아무래도 일고여덟시에 쾰른에 도착하는 일정은 무리다 싶었기 떄문이다.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철도로 두 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몽블랑의 도시, 함부르크에 갈까 생각 중이다. 함부르크는 숙박비가 비싸다는 얘기가 많으니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올 만 할 듯.

잠깐 졸고 깨어 보니 네 시가 조금 넘었다. 어제 사 놓은 컵스파게티에 물을 부어 먹어 보았다. 라면도 스파게티도 아닌 미묘한 느낌이지만 일단 며칠만에 따뜻한 음식을 먹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토마토 소스 등 여러 가지 맛이 있던데 몇 개 더 사서 쟁여 놓아도 될 것 같다. 아까 일일권을 샀는데 결국 동물원 왕복 밖에 안 했다니 아까운 생각이 들어, 이제 알렉산더 광장(Alexander Platz)에 나가 볼 생각이다. 집에서 알렉산더 광장 역까지는 정확히 25분 걸린다. (아까 돌아오는 길에 스톰워치로 재어 보았다.) 지금 나가면 광장 구경하고 TV탑 보고 돌아올 수 있겠다.

7:00 알렉산더 광장에 다녀왔다. TV탑(Fernsehturm)과 Rotes Rathaus, 성 마리엔 교회(St. Marien Kirche)를 보고 사진도 찍었다. 교회는 입장가능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베를린 돔(Berliner Dom)도 바로 건너편에 보였다. 여기도 관광 온 사람들이 꽤 많아서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알렉산더 광장에서는 분수대 주위에 편하게 앉아서 쉬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정말 특이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크게 틀고 무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보여서 조금 놀랐다. 형광녹색으로 '그곳'만 가리고 배낭을 멘 아저씨나 형광핑크 웃옷에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남자를 보고 놀라지 않기란 어렵지. 하하. 그 앞에는 경찰차가 서 있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 보니 경찰차는 가고 없고 그 사람들만 있었다. 자세히 보니 커다란 개도 한 마리 있었다.

알렉산더 광장 역사 내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요구르트(Jogurt)와 레몬(Zitrone)맛 콘 아이스크림을 사서 분수대 에 앉아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기에 가서 도전해 봤는데 맛있어서 흐뭇했다. 바람이 불면 등 뒤로 분수의 물방울이 잘게 튀었다. 여섯 시 이십 분 쯤 일어나 다시 지하철을 탔다.

집에 오는 길에 물을 샀다. 점원이 새로 일을 시작했거나 잠시 맡아주고 있는 사람인지 내가 고른 물을 보고 '이거 85센트 짜리에요?' 하고 묻는다. 바로 알아듣고 '네, 85센트에요' 라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동전도 제대로 내고 (우리나라와 동전/지폐 체계가 다르고 우리와 반대로 소수점으로 ','를 쓰고 천 단위에 '.'를 찍기 때문에 화요일부터 계속 이걸로 헷갈리고 있었다) 나오면서는 타이밍 맞춰서 튀스-하고 인사도 했다. 여전히 왕기초 회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살때는 요구르트랑 지트로네 주세요-까지는 독일어로 제대로 했는데 그 다음에 동전 내면서 헷갈려서 결국 다 꺼내서 보여주고 이중에 뭔가요? 하고 영어로 물었거든.

집에 와서 세수를 하고 물을 두 잔 마셨다. 오늘도 적당한 수준의 모험을 해서 흐뭇하다. 이제 내일 계획은 (1) 일찍 일어나 함부르크에 다녀온다 (2) 6시 전에 귀가해 C사 원고를 한다 (3) 가능하다면 버스나 전차(Tram)을 타 본다-
이다.


오늘의 지출
1회 승차권 (Einzelfahrausweise) 2,10
하루권 (Tageskarten) 6,10
물 (Mineralwasser) 1,40
사전과 지도 12,00
점심 2,40 + 1,70? (깜박하고 영수증을 안 받았다)
2등석 학생할인 저먼레일패스(German Rail Pass) 149,00
아이스크림(Eis) 1,20 ?
물(Mineralwasser) 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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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75

2007년 7월 25일 수요일

2007년 7월 24일 화요일 - 25일 수요일 : 독일 베를린 (Berlin, Germany)

 
(Dorint Hotel Airport Tegel)

밤 아홉 시 삼십 분에도 해가 다 기울지 않아 창밖이 어스름한 이곳은, 베를린이다.

긴 하루였다. 오전 여덟 시 반 쯤 일어나 허겁지겁 씻고, 아침도 들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공항버스까지 아버지가 짐을 들어다 주셨고, 아우님이 공항에서 배웅해 주었다. 열 시 십 분 쯤 공항에 도착해 조금 기다렸다가 체크인부터 한 다음, 김치 볶음밥을 먹고 글로리아 진스에서 카페라떼를 마시며 아우님과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탑승 수속을 밟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을 찾았다.



출국 절차에 익숙치 않아, 굉장히 일찍부터 준비했는데도 시간이 빠듯해져 나중에는 뛰어야 했다.



(기내식 메뉴)

(점심)

(저녁)

(간식)

인천공항에서 꼬박 열 시 간을 걸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Frankfurt Airport)에 내려 베를린 행으로 환승하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이 곳에서 폴란드로 출장을 간다는 어떤 아저씨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보안검색규정 때문에 검색대 통과에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이륙 시각 10분 전에야 검색대에 섰다. 어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한다며 내가 하도 서두르자 직원들이 "langsam, langsam." 하고 웃으면서 가방을 따로 풀지 않고 건네 주었다. 너무 서두르다 보니 자질구레한 물건을 자꾸 떨어뜨렸다.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이번에도 눈썹을 휘날리며 게이트로 뛰었는데, 지나가던 남자분이 가방을 들어 주면서 "비행기가 기다릴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베를린 행에 거의 마지막으로 탑승, 제대로 탔다고 안도했으나 이륙하자마자 배낭이 없어졌음을 깨달았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떄까지는 분명히 있었으니 그 다음에 떨어뜨리거나 놓쳤을 터이고, 그렇다면 공항 한가운데에서 잃어버린 것보다 찾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가만히 앉아서 숨을 고르며 배낭에 무엇이 들었나 생각해 보았는데, 값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액수였고 반 년 넘게 매일 써온 다이어리나 만년필처럼 개인적으로 소중한 물건들이 들어 있긴 했지만 여권이나 신용카드처럼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할 물건은 없다 싶어서 그냥 앉아서 물을 마시며 다음 경로를 생각했다. 오늘 밤에 묵을 호텔의 주소와 약도가 없어졌지만, 호텔로 가는 길을 정확히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몇 달 동안 준비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가방을 놓치고 이런 말을 해 봤자......)

비행기에서 내리며 가방을 보안검색대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했더니 테겔 공항(Tegel Airport)의 분실물 센터에 이야기를 해 보란다. 분실물 센터로 큰 옷가방까지 들고 끙끙대며 걸어갔는데, 이 곳의 직원이 너무 불친절해서 기분이 확 상했다. 배낭 안에 내 전화번호나 주소는 없지만 테겔 공항의 약도와 내가 묵을 호텔의 예약서가 들어 있기 때문에 테겔 공항에 연락처를 남기면 찾기가 쉬우리라고 생각했는데, 내 연락처라도 남기겠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 일 안 한다."고 (틀린) 프랑크푸르트 공항 분실물 센터의 번호를 주고 내보내는 게 아닌가. 그 틀린 번호도 우리로 치자면 '02-123-345"같이, 아예 숫자 개수가 안 맞는 성의 없는 번호였는데, 독일 전화번호 체계에 익숙치 않아 받을 때는 몰랐다. 테겔 공항에 항의해야지.

공항에서 더 헤메고 있어봤자 해결할 방법이 없을 터이니 해가 저물기 전에 호텔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를 탔다. 독일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을 줄곧 들었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 데 착각이었다. 영어로 말하면 누군가 알아듣기는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Where can I buy the tickets?" 라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더니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독일어로 말하고, 옆에 있던 다른 승객이 나에게 "here- you can just pay him." 이라고 알려 준 다음 기사에게 내가 사야 할 표의 가격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 프랑크푸르트-베를린 국내선에서도 내가 말을 하면 영어를 더 잘 하는 승무원이 옆의 승무원에게 독일어로 다시 옮겨 주어 의사소통을 했 다.즉 '영어로 크게 말하면 누군가는 알아 들어 주지만 그게 꼭 대화의 상대방은 아니다', '어떤 독일인들의 영어 실력은 나의 독일어 실력과 비슷하다' 쯤이랄까. 호텔에 들어와 생각해 보니 내가 바로 "Wo kann ich die Karte kaufen?" 나 "Wieviel kostet es?"라고 물었으면 되었을 텐데 어떻게 그 정도 왕기초 회화를 못 떠올렸나 싶더라.

버스에서 메모지를 꺼내 외우고 있던 호텔 정류장의 이름을 써서 기사에게 보여주고 맞춰 내렸다. 아홉 시가 넘었는데도 우리나라로 치면 여름 저녁 일곱 시 정도로 밝아서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일단 호텔(Dorint Hotel Airport Tegel)에 들어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테겔 공항의 직원이 가르쳐 준 분실물 센터에 전화를 했으나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영국에 있는 새미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 메세지를 남기고, 일단 푹 자고 내일 아침부터 정신을 차려 움직이기로 마음 먹고 아예 수면유도제를 한 알 삼켰다. 시차 문제로 고생할까봐 준비했는데 조금 다른 목적에 복용하게 되었달까나.
 
조금 후에 새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배낭을 잃어버렸다고 징징대자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분실물 센터 전화번호를 지금 찾아 볼 테니 일단은 푹 쉬란다. 친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훨씬 마음이 놓였다. 잠시 후 새미가 알려 주는 분실물 센터 번호를 쪽지에 적어 놓고 잠들었다. 약까지 먹었는데도 피곤하고 힘든 탓인지 설잠을 잤다.

619
새벽 다섯 시 반 쯤 일어났다. 창을 열어 보니 벌써 아침이다. 부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꽤 불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밖이시라기에 그냥 배낭을 잃어버렸지만 다른 일은 괜찮다고 하고 끊었다. 샤워를 하고 이른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별로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기합을 넣기 위해 오랜만에 화장도 했다.

621 625
빵에 햄을 적당히 끼워서 먹고 커피와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긴 하루를 위해 미리 잘 먹어 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빵을 씹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내 이야기에 놀란 어머니가 급히 귀가해서 전화를 하신 것이다. 아이고 죄송해라. 괜찮다고, 지금은 너무 이른 것 같아서 일단 밥 먹고 공항에 전화해 볼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다. 프랑크푸르트면 국내 전화이니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하려고 호텔을 나섰는데, 조금 가다 보니 긴팔 점퍼를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그 차림으로 역까지 걸어가기 어렵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냥 도로 방에 들어와서 공항에 전화를 했다. 내 가방으로 보이는 물건이 분실물 센터에 있으니, 이메일로 잃어버린 가방에 대한 설명과 분실물 번호, 연락처를 알려 주면 절차를 거쳐 베를린으로 가방을 보내 준단다. 훗.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9:50 이제 슬슬 짐을 챙겨 나가보아야 겠다. 어학원에 등록하고 숙소에 짐을 풀어야지.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져서 좋다.

10:00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사가 주소를 보더니 자기 동네라며 웃는다. 나는 예전부터 어디에 가든지 마이페이스로 살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와서 보니 실로 그렇다. 첫 해외여행인데 아무런 감흥이 없다. 어제는 차마 쓰지 못했지만, 솔직히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하면서 창 밖을 내다보고 '김포공항에서 내릴 때 경기도 농경지 보는 기분'이 었다. 이왕 낯선 곳에 왔으니 이질적이거나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찾은 것은 (1)건물들이 서울보다 낮다 (2)서울보다 서늘하다(현재 기온 19도 정도) 두 가지이다. 물론 가장 낯선 것은 독일어이지만, 사람들이 내가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들었던 올 오디오 저먼 랭귀지 오디오북처럼 발음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평할 순 없잖아.

10:55 집에 도착했다. 집 주인은 마흔 정도 되어보이는 독일인 아주머니인데, 역시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학생인 듯한 아들이 영어를 좀 해서 반쯤 통역 역할을 하고 있다 - 나에게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방에 뛰어가서 독영 자동변환 사이트에 두드려 보고 다시 나오기도 한다. (귀엽다) 같이 살면서 의사소통이 안 되면 여러 모로 불편하니 독일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40 집에 무선인터넷이 있어서 인터넷에는 꾸준히 접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속도가 느리고 연결이 상당히 불안하지만 인터넷 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만도 크게 다행이다. 서울에 계신 C모사나 W모사의 편집자님들도 기뻐하실 만한 소식이로세.--; 배낭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본래 내일과 모레 1박 2일 일정으로 쾰른(Cologne)과 본(Bonn)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귀찮아지고 있다. 배낭에 내가 몇 달 동안 정리한 필승 독일어 단어장과 올 오디오 저먼 랭귀지 오디오북 전권을 수록한 아이포드가 들어 있었던 것도 의욕을 꺾는 요인이다.

사실 지금 가장 절박한 것은 물이다. 어제 저녁에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로 오늘까지 '물'을 한 모금 도 못 마셨다.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덧붙이자면 여기서는 'warrrrer" 라고 말하면 잘 못 알아 듣고, "wattter" 라고 하거 나 아니면 아예 "wasser"라고 말해야 정확히 알아 듣는다.

1:00 인터넷 연결도 확인했고 짐도 대충 다 풀었으니 이제 슬슬 먹을거리를 사고 어학원에 등록하러 모험을 떠나야지. 집주인에게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이 어딘지 물어보고 싶은데, 보 이스트 암 클로지스템 주퍼마르크트? 맞나? 영어가 섞여 있는 듯 한 기분인데.....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지도와 위성사진을 하도 오래 들여다보아서 마치 이미 살고 있던 동네 같은 기분이었다. 어학원에 잠깐 가 본 다음 (평범한 학원이었다.) 시간을 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열심히 걸어서 십오 분이 안 걸린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마침내 물과 시리얼을 샀다. 작은 슈퍼였는데 우유가 없었다. 우유를 어디에서 사느냐고 물어 보니까 설명을 해 주는데 잘 모르겠다. 카운터의 청년은 터키계인 듯, 아시아에서 왔다고 했더니 터키의 이스탄불을 아느냐고 얘기를 한다. 대충 안다고, 예쁘다고들 하더라고 했다.

2:30 두 시 반 쯤 집에 들어와 마침내 물부터 두 잔 마시고 인터넷을 했다. MSN이 되니까 여기에서도 채팅이다. 하하. 여전히 쾰른에 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MSN으로 함께 독일문화원에 다녔던 미엽과 수다를 떨다가, 네 시 사십 분 쯤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길을 나섰다. 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가방을 국내 주소라면 착불로 부쳐주겠다는 메일이 왔다. 그러마고 하고 이왕 쓰는 김에 집주인에게 "잃어버렸던 가방이 착불로 올 거고 이건 그 우편료입니다."라고 말하려면 독일어로 뭐라고 해야 하는지도 물어봤다. 모르면 물어야지 어쩌겠어.

4:40 주인집에서 준 지도를 보니 큰 슈퍼마켓 등은 오른쪽 대로에 있더라. 아까는 왼쪽으로 갔던 터라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형했다. 꽤 걸어서야 슈퍼마켓이 나왔는데. 가는 길에 일본만화와 판타지 도서 등을 파는 서점이 있었다. 스타워즈 카드 등을 전시해 놓았더라. 햇볕이 쨍쨍해서인지, 이제 상식게이지가 회복되어서인지 대체 그 흔한 일본도 안 가 보았던 내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독일어 실력을 갖고 혼자서 아는 사람도 없는 베를린에 5주나 있을 생각을 하고 준비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독일어 학원 다닐 때야 잘 했지만, 실제로 독일인들의 말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겠다.

점점 겁을 내면서 독일의 슈퍼 체인인 카이저에 갔다. 여러 체인 중에서 중상급에 속하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리들, 알디 같은 저렴한 곳도 있는데, 이런 체인들이 흩어져 있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몰려 있었다. 각 체인이 대상으로 하는 경제적 계층이 너무 명확히 보여서 이상한 기분이었다. 카이저에 들어가니 오오오오, 린트! 린트! 린트! 맞아, 내가 이래서 독일에 왔지(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부쩍 힘이 났다. 어서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었고. 잡곡빵, 햄, 허브마늘버터, 우유, 인스턴트 스파게티(호기심에), 린트 민트초컬릿, 린트 고추초컬릿을 사서 계산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계산원이 네팔 사람한테는 여기 물건이 비싼 거 아니냐고 그런다. 내가 바로 대답을 못 하자 내 뒤에 있던 청년과 네팔 사람들은 독일말을 잘 못 한다는 둥 하고 떠든다. 특별히 악의가 있지는 않은 분위기였지만 기분 좋게 들으넘길 얘기도 못 된다. 그런데 한 마디도 못 하고 나왔다. 바로바로 번역이 안 되니까 타이밍을 놓친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어? 뭐야?라는 기분이 되었으니 이미 늦었지. 차라리 영어로 또박또박 나는 네팔에서 오지 않았고 나한테는 비싸지 않으니까 신경 끄라고 말했어도 되었을 텐데 - 게다가 나는 독일어로도 저 정도 문장은 말할 수 있다! - 도대체 왜 못 했는지 모르겠다.

아까 왼쪽 골목을 다녀오면서 나는 내 독일어의 문제가 '독일어로 질문은 할 수 있는데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 골목을 갔다 오니 '이해를 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쿤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에서 막 돌아왔을 때는 나 자신에게 화가 좀 났는데, 저녁을 먹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이것은 왼쪽 골목과 오른쪽 골목 사이에 독일어가 조금 늘었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일단 잘 먹어야 한다.

호밀빵, 햄, 버터로 간단샌드위치를 만들어 저지방 우유 두 잔과 함께 먹었다. 오늘은 충분히 걷고 동네 분위기도 제법 보았다. 가는 길에는 못 보았던 가게를 오는 길에는 발견하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티벳-네팔-타이 음식점까지늰 알겠는데 네팔-스시 음식점은 대체 뭐지?;
 
그냥 관광지에 가서 관광객처럼 돌아다니며 영어 쓰고 싶다. 백 편이 넘는 스타트렉, 수백 권의 과학소설 십여 년 간의 체계적인 공교육과 지속적인 원어민 수업을 거쳐 영어를 이만큼 하게 되었는데, 띄엄띄엄 독일어 학원을 몇 달 다녔을 뿐, 독일어로 쓰인 판타지 소설 한 권 제대로 읽어 보지 않았으면서 독일인의 말을 척척 알아듣고 독일어로 능통하게 말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무리한 욕심이다. 따라서 나의 내일 계획은
(1)관광객이 많은 시내로 간다. (2) 큰 서점에 가서 독-영 phrase book을 사고, 가능하다면 독영 전자사전을 산다. (3) 내키면 쾰른에 간다. (4) 내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와 phrase book을 맹렬히 외운다-
이다.

24.07.2007 : Berlin, Germany

It's been a long day - literally. I flew 11 hours to be finally here in Berlin. I can't write long, for I now have to call Frankfurst Airport's Lost and Found Centre to ask about my oh-where-are-you-dear-backpack. Quite an impressive first day, isn't it. Things are generally fine though and I found out that Germans don't speak English fluently. This is natural when you think about it. However close they are to the GB, it's still a foreign language to them....I wish I had tought about it more seriously before. I just thought that everybody would understand English and I won't have any problem about it. How naive I was! lol

2007년 7월 18일 수요일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 정답 발표

2007년 7월 12일 ~ 2007년 7월 18일 11시

안녕하세요! 드디어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아래 문제들의 답을 비밀 댓글로 달아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점수 순 + 특정 차례에 올라온 댓글을 선정해 선물을 드립니다. 선물은 몇 가지 생활용품(?)과 여러가지 책이에요. 많이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댓글을 다실 때 홈페이지 주소 칸 옆 네모를 체크 하시면 비밀 댓글로 달립니다. 비밀 댓글이 아닌 답이 달리면 이벤트 진행에 문제가 생기니 꼭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홈페이지 이벤트 문제 및 정답 보기


고맙습니다! 최근 홈페이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이벤트 참여도가 낮아서 사실 조금 슬펐어요. 훌쩍.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는 참가상을 드리겠습니다! jaysj@hanmail.net 으로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세요.(참여 시 쓰신 닉만 넣어 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이벤트 시작 시에 마감하면서 답안을 공개한다는 글을 깜박 하고 쓰지 않아서, 응모해 주신 답안 공개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괜찮다면 이메일에 괜찮다고 써 주세요. ^^ 응모해 주신 답안들에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있어 놓치실 까봐 부언해 둡니다.

바보새님 이메일 보내주세요!

참여해 주신 분들의 답안

용진 님의 답안

inij 님의 답안

sacer 님의 답안

소나기 님의 답안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 7/12~7/18

안녕하세요! 드디어 홈페이지 여름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아래 문제들의 답을 비밀 댓글로 달아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이벤트와 마찬가지로 점수 순 + 특정 차례에 올라온 댓글을 선정해 선물을 드립니다.  선물은 몇 가지 생활용품(?)과 여러가지 책이에요. 많이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댓글을 다실 때 홈페이지 주소 칸 옆 네모를 체크 하시면 비밀 댓글로 달립니다. 비밀 댓글이 아닌 답이 달리면 이벤트 진행에 문제가 생기니 꼭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답은 7월 18일 23시 00분 까지 받습니다. 정답은 응모 마감 즉시 공개되고, 당첨자 선정과 추후 진행은 정답 공개 시에 다시 알리겠습니다.


1. jay.pe.kr의 운영자의 실명은 무엇인가요?

2.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국내 작가들의 창작 단편 소설이 실리는 코너의 정확한 명칭을 쓰세요.

3.  다음 글의 제목을 쓰세요. (이 글의 저자 / 이 글이 실린 책의 제목도 쓰시면 가점을 드립니다.)

난도의 동그래진 눈이 빛났다. 아빠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장을 보러 갈 때 쓰던 떡갈나무 바구니에 간식거리와 반질반질한 천 조각, 밀 케이크와 큼직한 보라색 포도 한 송이, 반쯤 만들다 만 엄마아기 인형을 허겁지겁 채워 넣더니 나에게 말했다.
4. 다음 중 제이가 배운 적이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파스텔화 ② 노래 ③ 도예 ④ 피아노

5. 다음 중 제이의 단편 소설이 실리지 않은 책은 무엇일까요?
① 2004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
② HAPPY SF 2호
③ 2005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
④ 2006 환상문학웹진 거울 단편선

6. 다음 중 틀린 것을 고르세요. (정답은 하나)
① 만화 [CIEL]의 작가는 [소녀왕]이라는 만화를 완결한 적이 있다.
② 일란성 쌍둥이라도 뇌의 생김새는 다르다.
③ 인간이 자기 뇌의 10%정도만을 활용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④ 만화가 권교정은 현재 [청년 데트의 모험]을 연재중이다.

7. 다음 중 옳은 것을 고르세요. (정답은 하나)
① 친권포기각서에 지장을 찍고 입양기관에 아동을 넘긴 경우, 친모는 생각이 바뀌어도 친자를 도로 찾아올 수 없다.
② 긴급복지지원, 학대·자살 문제, 응급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희망의 전화' 번호는 국번없이 129번이다.
③ 호주제가 폐지되고 민법이 개정되었다. 새 민법이 발효되면 정갑돌씨와 이갑순씨가 결혼하여 첫째 아들은 정꿀꿀, 둘째 딸은 이냥냥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④ 추리소설가 앨러리 퀸의 실제 직업은 경찰이었다.

8. 다음 중 틀린 것을 고르세요. (정답은 하나)
① '글리벡'은 만성백혈병환자에게 사용하는 뛰어난 효능의 약이다.
② B형간염은 우리나라에 많으며 태어날 때 산모에 의해 감염된 경우 높은 확률로 만성 B형간염, 즉 보균자가 된다.
③ 타이레놀을 20알 이상 먹으면 전격성 간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④ 경구피임약을 3달간 복용한 다음 복용을 중지한 경우, 중지 이후 보름 동안은 피임 효과가 있다.

9. jay.pe.kr이 처음 문을 연 날은 언제일까요?

10. 다음 중 제이가 번역하지 않은 책은 무엇일까요?
①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② 어둠의 속도
③ 그린북
④ 레드북

11. 엘리자베스 문의 장편소설 [어둠의 속도]의 주인공이 가진 장애는 무엇인가요?

12. 웬디 매스의 장편소설 [망고가 있던 자리]의 주인공이 가진 장애는 무엇인가요?

13. 다음 글의 제목을 쓰세요.
사람이 죽으면 바다로 간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인구 밀집지에 인접한 해저에는 물에 녹은 탄소가 내는, 사이다 거품 같은 망자(亡者)의 잔여물을 부글부글 올려 내는 기점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은 물 속으로 꽤 깊이 들어가야 거품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심이 얕고 파도가 거의 일지 않는 바닷가에 커다란 덩어리 같은 잔여물이 떠다니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런 밀집된 잔여 에너지가 역시 가까이에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와 반응하여 림보를 만들어낸다. 가포에서 돝섬에 이르는 마산앞바다는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림보일 뿐 아니라, 그 상태가 안정적이고 선명도가 높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14. 제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주세요.

-끝-

2007년 7월 18일 수요일: PiFan - 알파빌(Alphaville) / 큐티하니(Cutie Honey)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영화를 보러 아침 일찍 일어나 부천으로 갔다. 초행이라 걱정했는데, 부천 주민인 수미언니가 전철역까지 나와 준 덕분에 곧장 극장으로 찾아 갈 수 있었다. MMC 2관에서 고다르의 1965년 작 [알파빌(Alphaville, B&W, 1965, 99min)]을 보았다.

중략

오무토토마토에서 점심을 먹고, 수미언니가 소개해 준 직접 로스팅하는 드립커피집 WHOEVER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대충 스타벅스 쯤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나 생각했는데 역시 지역주민의 힘이랄까, 덕분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실내가 혼잡하지 않았고, 시원하게 부풀어오르는 커피의 향이 기분 좋았다.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더잼존에서 열리고 있는 장르 북페어 구경을 갔고, 박상준 님과 만났다. 책 구경을 조금 하다가 수미언니는 가고, 나는 상준님과 스타벅스(결국?!)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페어에 다른 출판사 분들이 계실까 했는데 아는 분이 아무도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오후에는 MMC 1관에서 [큐티 하니(Cutie Honey, 안노 히데아키, color, 2004)]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웃으면서 굉장히 즐겁게 보았다. 명작! 이런 실사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7월 17일 화요일

2007년 7월 17일 화요일 :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 포터 시리즈 5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영화를 봤다. 4권을 꾸역꾸역 읽다가, 중간에 나오는 사춘기 남학생의 감성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만 두었던 터라, 영화로 5권 줄거리를 대충 파악하고 6권으로 바로 넘어가겠다는 속셈이 있었다. (아우님이 5권은 훨씬 재미있어 진다고 했다.)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 캣츠(Cats)

동진님의 초대로 국립극장에서 내한 공연중인 뮤지컬 [캣츠]를 보았다. 2000년 경에 호암아트홀에서 국내 팀의 공연을 본 적이 있으니 두 번째였다. 늘 느끼는 건데, 사람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뮤지컬에 몰입하기란 참 어렵다. 뮤지컬 영화는 분명히 좋아하는데, 이야기의 밀도 차이 때문인지......어쨌든 공연은 화려하고 재미있었다.

저녁은 청담동의 퓨전레스토랑 무비(MUVI)에서 먹었다.

2007년 7월 11일 수요일

2007년 7월 11일 수요일

점심에 쫄면을 만들어 먹었다. 결심을 하고 보니 달걀이 없어서, 메추리알을 대신 넣었다. 오후에는 베스킨 라빈스 7월의 맛 라스베리치즈를 먹으며 강남 교보문고 쪽으로 갔다. 집에서 곧장 가는 버스가 있기에 탔는데, 날이 궂어서인지 차가 굉장히 밀려서 약속 시간에 20분 이상 늦어 버렸다. 오랜만에 만난 승민오빠와 일식집 단뽀뽀에서 덮밥을 먹고, 찻집에 가서 레몬그라스를 마셨다. 이미 직장생활 7년 차인 사람을 두고 말하자니 새삼스럽지만, 어쩐지 오빠에게서 부쩍 '사회인'의 느낌이 났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웃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가서, 열한 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귀가길에 나설 때와 같은 버스를 탔는데, 가는 길에는 굉장히 긴 것 같았던 터널을 순식간에 지나더라.

사진도 찍었는데 피곤해서 뭘 길게 쓰기가 힘들구나. 천천히 해야지.

2007년 7월 10일 화요일

2007년 7월 10일 화요일

분명히 시험이 끝났는데 어쩐지 계속 바빠서 몸이 무척 피곤하다. 낮에는 D사 검토서를 다 쓰고, 쓰러지듯 잠들어 몇 시간을 잤다. 안색이 나빠 보여 걱정이라며, 아우님이 나 대신 우체국에 가 주었다.

저녁에는 독일어 학원에 갔다. '예전에는 잘 알았던 것을 모르게 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초조하다. 

2007년 7월 9일 월요일

2007년 7월 9일 월요일

몹시 바쁜 하루였다.

압구정 미고에서 전션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평일 점심 시간이다 보니 전션이 사십 분 정도밖에 시간을 내지 못해,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다가 헤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다음에는 이대 앞 디저트 전문점 르 베(Le Verre)에 갔는데, 지하철을 타기가 싫어 버스로 가려다가 정류장을 못 찾아 꽤 헤맸다. 강을 건너려다가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가 버린 전력이 있는 주제에 자꾸 버스를 타려고 하니 고생이 는다. OPEN을 걸고 문을 열어 두어서 들어갔는데, 월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준비 가능한 메뉴가 거의 없었다. 그러면 죄송하지만 나가시라고 해도 될 텐데, 메뉴판 주고 물 마신 다음에 되는 메뉴가 초콜릿 폰단트와 미니크렘뵐레밖에 없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람. 어쨌든 먼저 도착한 재영이 이미 안에서 기다렸던 터라 도로 나오기가 뭣해서 초콜릿 폰단트를 먹었다. 폰단트의 따끈한 초콜릿은 맛있었고, 다음에 다시 가서 다른 메뉴를 먹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 했다. 주인 아저씨(=주방장?)가 미안하다며 서비스로 커피를 주었다.

재영이 학교 내 지원센터(?)에 용건이 있다고 해서 함께 갔다. 공용 컴퓨터에서 W사의 이전 위치를 확인해 본 다음, 이대 후문에서 대학로로 가는 버스가 있길래 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대 안이 예상보다 너무 넓어서 후문을 찾느라고 또 엄청 걸었다. 생각해 보면 차라리 내리막길인 이대 전철역으로 가는 편이 나았겠다. 오후 네 시가 넘었는데도 굉장히 더웠다.

이대 후문에서 한참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갔다. 그런데 잘못 내려서 목적지로 바로 가는 버스를 15분 가량 기다린 보람도 없이 환승했다. 방송통신대학교 정문에서 후문까지 걸어 지난 끝에 역에서 조금 먼 W사를 찾아냈다. 오후 다섯 시 십 분, 기진맥진해서 W사에 들어갔다. 용건이 매우 간단했기 때문에, 고생이 아까운 마음에 (내 고생에 아무 책임이 없는) W사의 책을 작정하고 얻어왔다. 다른 책 진행 때문에 오신 고양이님과도 인사를 했다. 오시는 줄 알았으면 증정본을 챙겨 왔을 텐데 싶더라.

종로 5가까지 고양이님과 함께 걸었다. 종로 5가에서 고양이님은 학교 가는 버스를 타시고 나는 지하철을 탄다 하여 헤어졌는데, 종로 5가 역에 들어가 보니 1호선이었다. 5호선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다시 책을 끙끙 짊어지고 버스정류장으로 올라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고양이님에게 민망해 하며 인사를 했다.

후략하고 그 뒤에 나는 종로 3가, 여의도환승센터, 합정역을 거쳤다.  또 지하철-버스-버스-지하철. 운동화를 제대로 신고 나갔는데도 발에 물집이 잡혔다. 어쨌든 지난 주부터 신경 쓰였던 W사 일을 처리해서 한 숨 돌렸고(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10일에 전화가 왔다.) 집에 오는 사이에 다 읽은 [마왕]은 꽤 재미있었다.

2007년 7월 8일 일요일

2007년 7월 8일 일요일

오전 내내 동네 교회들의 노랫소리가 시끄러웠다. 평소에도 조용하진 않지만 좀 유난스럽게 시끄럽다 했는데, 선교 100년과 관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여러가지 종교가 소개되어 우리나라의 문화와 철학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해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생각하기는 어려워서 그만둔다.

시험을 치러 올라온 정란과 이태원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먹었다. 이슬람 사원 옆에 있는 WAZWAN(와즈완)에서 커리와 치킨 티카를 먹었는데, 예배 시간이었는지 손님이 우리 뿐이었다. 식사는 깔끔하고 맛있었다. 역에서 좀 멀지만 가볼 만한 음식점. 참, 가는 길에 봤는데, 예전 타지마할이 타지 팰리스(Taj Palace)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대강의 메뉴와 주말 뷔페는 그대로인데, 주인/주방장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식후에는 별다방에 가서 차를 마셨다. 어제 데쌍(Dessert)에서 선물로 사온 산딸기 젤리를 정란에게 주어 한 쪽씩 먹었다. 시험을 치고 나면 단 음식이 당기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챙겨 왔는데, 꽤 맛있어서 안심했다. 정란이 생일 선물로 명함 케이스를 주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갔다.

밤에는 D사 책을 검토했다. 새벽 두 시 반까지 분투해서 1차 검토서를 다 쓰고 잤다.

2007년 7월 7일 토요일

2007년 7월 7일 토요일

역삼역 근처 예식장에서 열린 (오촌)고모 결혼식에 갔다. 식사가 결혼식장 치고는 꽤 맛있었고, 사내 커플 결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분위기도 좋았다.

육촌 동생들이 몇 왔는데, 몇 달 전보다 훨씬 커서 처음에는 아예 알아보지 못했다. 애들은 정말 쑥쑥 자란다. 곧 두 돌인 가인이가 신부대기실에 가서 구슬 달린 커튼도 목에 감아보고 신부 의자에 앉아도 보며 재미있게 놀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봤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 주형이와 준형이는 어찌나 뛰어다니는지......고모 고생이 보통이 아니겠더라.

밤에는 토속촌에 가서 삼계탕을 먹었다. 아홉 시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꽤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이 점점 배가 고파져서 나중에는 괴로울 지경이었다. 삼계탕 한 그릇을 삼십 분 만에 뚝딱 먹었다.

2007년 7월 6일 금요일

2007년 7월 6일 금요일

아웃백스테이크 신촌점에서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 나를 포함해 여덟 명이 왔다. 나는 먼저 일어나 독일어 학원에 갔고, 오늘도 대체 내 머리 속에 있던 어휘들이 모두 어디로 갔나 고민했다.

목요일에 학원 화장실에 지갑을 두고 왔는데 오전에 학원에서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다. 무엇 하나 손댄 흔적이 없는 채로 돌려 받아서 기쁘고 고마웠다.

2007년 7월 5일 목요일

2007년 7월 5일 목요일

종로에서 J사 분을 만났다. 본래 뎀셀에서 뵙기로 했으나 뎀셀 실내가 너무 시끄러워 청계천 가에 새로 생긴 싱가포르식 차+토스트+커피 카페로 옮겼다. 상호가 'Kopitiam Tea'였던 듯 한데, 정말 갓 오픈했는지 아직 명함도 없더라. 주인과 종업원 일부가 (국적이 싱가포르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이지만 의사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토스트가 2000~2500원, 차가 4000원 선이다. 실내는 딱 적당하게 한산했고 혼자 앉아서 작업하기 좋은 분위기였다. 흡연/금연 구분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송풍이 잘 되어 있는지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별로 괴롭지 않았으나, 집에 와서 머리를 푸니 담배 냄새가 났다.

토스트와 차를 주문해 마시며 J사의 기획 이야기를 했다. 아직 무어라 가늠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일을 하든 않든 다양한 장르소설이 나와 주었으면 싶고, 다행히 출판사에 그만한 여력이 있는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취미와 관심사가 다양한 분을 만나서 즐거웠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일한 적이 있는 분이라 내가 모르는 영역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J사 분은 가시고, 나는 카페에 남아 (또) 토스트와 커피를 먹고 마시며 독일어 단어를 외웠다. 몇 달 만에 다시 들여다보니 문장이며 어휘가 빨리 떠오르지 않는다. 조급히 훑는다고 될 일이 아니요, 고시 공부의 1/5만 해도 괜찮을 테니 꾸준히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는 있지만, 사실 화요일에 처음 다시 학원에 갔을 때는 예상보다 훨씬 '상태가 나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업을 듣고 밤에 귀가했다.

(사진은 역시 나중에)

2007년 7월 4일 수요일

2007년 7월 4일 수요일

천둥 소리에 놀라 깼다. 약속이 둘이나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나갈까 말까 망설였으나, 졸업 후 처음으로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정치/경제 선생님을 뵈러 가기로 한 터라 일단 나섰다. 고등학교 동창 설영과 전철역에서 만나 함께 화정으로 갔다. 막상 도착해 지상으로 나가 보니 그새 비가 거의 그쳐 있어서 다행이었다.

졸업하고 칠 년 만이 뵌 선생님은 목소리나 느낌이나 놀라울 만큼 그대로셨다. 내가 다닌 학교는 아니지만 고등학교에도 몇 년 만에 들어가 봤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은 거의 귀가한 다음이었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과자봉지들이 인상적이었달까나. 설영 역시 시험을 준비하는 터라 어찌저찌 다시 연이 닿았는데, 그 덕분에 학창시절 팬이었던 선생님 (나와 설영은 선생님 팬클럽의 일원이었다.)을 다시 뵐 수 있어서 기뻤다. 꽤 멀리까지 나가 만두전골을 먹었다. 날씨에 잘 어울렸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학창 시절의 나에게는, 지금의 나라도 그런 고등학생을 본다면 놀라겠다 싶을 만큼 올곧은 데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등학생인 내'가 했던 일, 했던 말을 들으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 시기를 쉽게 잊어버린 것은, 그래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스스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은 행일까 불행일까.

어쨌든 부끄러움마저도 도덕적 허영처럼 습관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흔적이 부풀었다가 터진 고무풍선처럼 살에 달라 붙고 있음을 자각한다 해서,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는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설영, 선생님과 헤어진 다음에는 홍대 앞 하겐다즈에서 이번에 사법시험 재시를 치른 아란양을 만나 함께 스위트 퐁듀를 먹었다. 아우님의 카메라를 빌려 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컴퓨터와의 연결부 뚜껑이 정확히 어느 정도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잘못 손 대었다가 뚜껑이 부러질까봐 그냥 두고 있다. 아우님이 한가할 때 물어 봐야지. 어쨌든 퐁듀는 매우 맛있었는데, 아이스크림이 너무 빨리 녹아서 급히 먹어야 했던 점이 조금 아쉬웠다.  

2007년 7월 3일 화요일

2007년 7월 3일 화요일 : 프로페셔널

6월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성격 상 전화 통화를 매우 기피하는 편이고, 용건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데 더해 확실한 기록이 남는다는 점 떄문에 일은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하고 있다. 책 세 권의 후작업에 다른 기획까지 겹쳐서 하루에도 여러 통씩 이메일을 쓰던 중, 내가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본 동생이 감탄하며 다가왔다.

아우님: 와, 언니 진짜 빨리 쓴다. (모니터를 보며) 아, 이게 저번에 말했던 일이야? 어떻게 되고 있어?
제이: 요로뿅조로뿅 중략
아우님: 맞아, 이렇게 써 주면 참 편하더라.
제이: (우쭏대며) 그렇지? 나도 받아 보니까 이런 식으로 본론을 확실하게 구분해 주는 편이 읽기 좋기에 그렇게 하고 있어.
-중략-
아우님: 그리고 인사는 저렇게 마무리하는구나. (감탄한 눈빛으로 메일을 읽다가 의아해하며) 그런데 언니, 인사 옆에 저 '잇힝'은 뭐야?
제이: (당당하게) 그건 귀여워 보이려고.
아우님: ......아, 어, 응. 그래.

2007년 7월 3일 화요일 : 취향 테스트

이드 솔루션(ID Solution)이라는 곳에서 만든 취향 테스트. 네이버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다.
해 보러 가기 - http://idsolution.birdryoo.com/index.php

내 결과는

2007년 7월 2일 월요일

2007년 7월 2일 월요일


어머니의 고종사촌인 분이 놀러 오셨다. 내게는 오촌인 셈인데, 어머니 쪽이니 간략하게 이모라고 부른다. 어머니에게 말씀은 종종 들었지만 - 관악구에 사시기 때문에 집이 가깝다 - 나는 집에 없을 때가 많다 보니 오늘 처음 뵈었다. 집안 행사에서 한 번은 뵌 적이 있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처음이라서 '아직도 안 만나 본 5촌 이내의 친척이 있었다니!' 하고 놀랐다. 아무래도 '서로 외가'인데다 세대가 다르다 보니 명절에 만나기 쉽지 않아서인가 보다.



취미로 비즈공예를 하신다며 선물로 팔찌 네 개와 귀걸이 두 쌍을 가져와 선물로 주셨다. 이렇게나 많이! 신나서 사진을 찍고 답례로 책을 드렸다. 책을 즐겨 읽으시는 분이라 드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작업중인 비즈공예품을 구경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오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BBQ 치킨을 주문해 먹었다. 국문학을 공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이라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다. 게다가 나의 만화 컬렉션을 알아봐 주셔서 뿌듯했다. 이모 자신도 [바람의 저편]이나 [노말 시티], [불의 검]같은 불후의 명작들을 열쇠 딸린 서랍에 넣어 두신다고. (웃음) 엄청 웃었던 국문학과식 농담 한 토막:

이모가 대학 다닐 때, 일찍 할 일이 있어셔 셔틀 버스를 서둘러 탔는데 기사님이 출발을 안 하더란다. 이모가 "시간은 금이라는 말을 모르시나봐."하고 투덜대자 옆에 있던 친구가 바로 받아서 "최영 장군의 후예인가 보지." 라고 했단다.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을 남긴 위인)


내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었다. 어릴 때는 벽이며 장판에 낙서를 많이 하고, 그만 두라고 해도 또 하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부산 외가에서 내가 자꾸 낙서를 하니까 어른들이 "낙서하면 머리 나빠진다."고 했단다. 그러자 내가 딱 낙서를 멈추더니 다시는 안 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이거 먹으면 머리 좋아진다"는 말에 넘어가 각종 채소도 많이 먹었지......

2007년 7월 1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