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4일 수요일

2007년 7월 4일 수요일

천둥 소리에 놀라 깼다. 약속이 둘이나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나갈까 말까 망설였으나, 졸업 후 처음으로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정치/경제 선생님을 뵈러 가기로 한 터라 일단 나섰다. 고등학교 동창 설영과 전철역에서 만나 함께 화정으로 갔다. 막상 도착해 지상으로 나가 보니 그새 비가 거의 그쳐 있어서 다행이었다.

졸업하고 칠 년 만이 뵌 선생님은 목소리나 느낌이나 놀라울 만큼 그대로셨다. 내가 다닌 학교는 아니지만 고등학교에도 몇 년 만에 들어가 봤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은 거의 귀가한 다음이었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과자봉지들이 인상적이었달까나. 설영 역시 시험을 준비하는 터라 어찌저찌 다시 연이 닿았는데, 그 덕분에 학창시절 팬이었던 선생님 (나와 설영은 선생님 팬클럽의 일원이었다.)을 다시 뵐 수 있어서 기뻤다. 꽤 멀리까지 나가 만두전골을 먹었다. 날씨에 잘 어울렸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학창 시절의 나에게는, 지금의 나라도 그런 고등학생을 본다면 놀라겠다 싶을 만큼 올곧은 데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고등학생인 내'가 했던 일, 했던 말을 들으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 시기를 쉽게 잊어버린 것은, 그래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스스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은 행일까 불행일까.

어쨌든 부끄러움마저도 도덕적 허영처럼 습관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 흔적이 부풀었다가 터진 고무풍선처럼 살에 달라 붙고 있음을 자각한다 해서,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는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설영, 선생님과 헤어진 다음에는 홍대 앞 하겐다즈에서 이번에 사법시험 재시를 치른 아란양을 만나 함께 스위트 퐁듀를 먹었다. 아우님의 카메라를 빌려 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컴퓨터와의 연결부 뚜껑이 정확히 어느 정도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잘못 손 대었다가 뚜껑이 부러질까봐 그냥 두고 있다. 아우님이 한가할 때 물어 봐야지. 어쨌든 퐁듀는 매우 맛있었는데, 아이스크림이 너무 빨리 녹아서 급히 먹어야 했던 점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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