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5일 일요일

2004년 4월 25일 일요일

승민오빠와 점심식사. 홍대 놀이터 골목에 있는 태국음식점(분식점?) 카오산에 갔다. 작다고 해서 굉장히 작을 줄 알았는데, 넓지 않기는 해도 상상했던 것 보다는 컸다. 음식도 저렴하니 괜찮았고.......근처를 지나가 배가 고프면 들러 볼 만한, 딱 분식집.


(파인애플 볶음밥)


(치킨덮밥)


(소세지)

식후에는 오빠가 메뉴판에서 보아둔 카페 '인클라우드'에 갔다. 날씨가 굉장히 좋아 실내에 있기 아까워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 '햇살 좋구나~'하고 늘어지려는데 갑자기 누가 나를 불렀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세상에, 아스님이셨다! 우연히 만나서 정말 놀랐다. 굉장히 반가웠는데 당황해서 버벅거리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어쩐지 아깝다.

나는 허브차, 오빠는 허니밀크티를 마시며 광합성을 했다. 나란히 앉아 파라솔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발리의 사떼', '빠띠쓰리 에구찌의 몽블랑', '트레비의 뇨끼', '콜드파스타', '라리에또의 샐러드', '콩두의 콩국수'따위를 주워섬겼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배 부른 것이 절로 가셔, '햇빛을 받으면 칼로리가 머리 위로 증발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핫케익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는 핫케익. 맛있었다.



오후 네 시쯤 되어 일어났다. 한양문고에 잠시 들러 볼까 했으나, 당장 살 책도 없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피곤하여 집에 와서 곧장 잤다. 잠깐 누워 있으려 했는데, 푹 잠들어 버렸다.

2004년 4월 24일 토요일

2004년 4월 24일 토요일 : 포스코 심포니 페스티발


(카푸치노)

곰돌이를 그려보려다 실패. 계속 바라보니 얼굴에 돌 맞은 곰처럼 보이는 것도 같다. 우유는 꽤 멋지게 부었으나 얼굴 그리기가 어려웠다.

저녁에는 아우님과 포스코센터에 갔다. 포스코심포니페스티벌은 이번이 처음. 본 공연은 여섯 시에 시작하지만 다섯시부터 좌석권을 교환해 준다기에 일찍 나섰다. 표를 받은 다음 맞은편 스타벅스에서 베이글과 스콘을 먹으며 공연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언니컵 동생컵 나란히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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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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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멘델스존 교향곡 3번 op.56
Vc. 김현아, 유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금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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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 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아 멘델스존에 딱 어울리는 봄날이구나 했는데, 저녁이 되자 우중충하게 흐려졌다. 그래도 교향곡에는 나쁘지 않았다. 금난새씨도 '주문 안 했는데 날씨가 딱 맞다'며 한 마디.
포스코 심포니 페스티벌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물 로비에서 하는 무료 공연이라 허술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다. 진행도 짜임새 있고, 연주도 좋고-특히 협연자를 꽤 신경써서 고른 것이 대번에 느껴져 대만족-, 음향도 뜻밖에 괜찮았다. 오케스트라의 뒤로 컴컴한 하늘이 보이니 분위기가 썩 그럴듯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각 악장의 주제와 진행을 설명해 준 점에 플러스 백 점. 무엇이든 알고 들으면 훨씬 즐거우니까.
내 앞 자리에 앉은 사람이 너무 산만했던 것이 유일한 불만. 제발 듣기 싫으면 졸아주세요. 꼼지락꼼지락(손장난) 부스럭부스럭(프로그램뒤지기) 또닥또닥(문자보내기) 툭툭(발로 바닥치기)거리니까 괴롭다고요. 교향곡 3악장을 들으며 유리창 건너를 비스듬히 올려다보니 뉴스전광판에 '*** 10억 누드사기'같은 기사가 지나가고 있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집에 와서 구글신께 여쭤보니 전도서 12장이란다. 어째서 이런 걸 기억하는 거지.;

여하튼 공연은 만족스러웠고, 2주 연속 아우님과 데이트해서 기뻤다.

2004년 4월 23일 금요일

2004년 4월 23일 금요일 :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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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로그 저장을 깜박 잊는 바람에 원군님의 개인 홈페이지에 딸린 채트로그 페이지에서 캡쳐해 왔다.

2004년 4월 22일 목요일

2004년 4월 22일 목요일 : 권민지양



날씨 탓인지 몹시 졸렸다. 어설프게 넘어가느니 쉬자 싶어 일찌감치 접고 귀가, 다음뉴스를 보던 중에 저런 걸 발견했다. 누구신지 몰라도 센스짱......;

2004년 4월 19일 월요일

2004년 4월 19일 월요일

여차저차하여 밤 아홉 시가 넘어 서울대입구 스타벅스에서 원군님을 만나 커피와 케익을 들며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뵈어 정말 반가웠다. 살쪘다고 자꾸 걱정하시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찍었다. 대인기 작가님을 뵈어 영광입니다요오오오.(심지어 내일 EBS에도 등장하신단다.) 아래는 원군님 홈페이지의 일기로, 원군님의 저널은 회원만 볼 수 있기에 허락을 받아 복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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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기 셋 씀(5,6,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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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급작스럽게 날아온 방송건으로 땡땡이도중 나와서 일을 하다가 제이님과
데이트를 하게되었습니다. 제이님은 언제나 귀여우시고 저는 좀 부시시... 날도 덥고 하여 시원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습니다. 제이님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많은분들이 "제이님은 왜 사진 안올려" 라고 궁금해 하시는데, 오늘 제이님 사진을 특별
공개하겠습니다. 제이님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제 그림이랑 똑같이 생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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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7일 토요일

2004년 4월 17일 토요일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주회

J.S. Bach Sicilienne
S. Rakhmaninov Suite Op. 17
J. Brahms Variations on a theme of Haydn Op. 56b
F. Schubert Fantasy in F minor Op. 103
C. Saint-Saens Polonaise Op. 77

영산아트홀, 이숙미/이수경/박혜준/김용균

일기가 너무 밀려서 손을 못 댈 지경에 이르렀다. -_- 이를 어쩐다냐.

2004년 4월 15일 목요일

2004년 4월 15일 목요일 : 판타스틱 플레닛

인수오빠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판타스틱 플레닛'을 보았다. 지구인보다 훨씬 큰 외계인 '트라그'들의 행성에서 애완용이나 야생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해방기(?)를 다룬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2004년 4월 12일 월요일

2004년 4월 12일 화요일 : 어머니의 샐러드 관찰일기

어머니께서 내가 토요일에 동진님에게서 얻어온 스타벅스 시드북(사진보기 )을 심으셨다. 관찰일기를 써 놓으셨기에 낄낄 웃으며 얼른 스캔.

2004년 4월 11일 일요일

2004년 4월 11일 일요일 : 마이둡 무빙세일

오늘은 국세청 지하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마이둡 무빙세일이 열리는 날이다. 진짜 '무빙'세일은 아니고, 사진촬영용으로 포장을 뜯었던 물건, 조금 흠이 있는 물건, 재고가 많이 남은 물건을 하루 동안만 싸게 판단다.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추어 가려 했지만 일요일 11시까지 어딜 가겠는가. 밥도 안 먹고 나갔는데도 행사장에 도착하니 12시였다. 세일 소식을 처음 알려주었던 승민오빠도 이미 와 있었다. 백 미터 밖에서도 승민오빠임을 알아볼 만한 멋진 새 옷을 입고 오셨다! 오늘의 최대 성과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호그리의 칵테일 포크이다. 언뜻 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흠 때문에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더라. 얼른 챙긴 다음 승민오빠와 신기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용품을 구경했다. 무료로 나눠주는 초컬릿을 까먹으며 이것 저것 골랐다.

승민오빠는 영화를 예매해 두었다며 먼저 가시고, 나도 조금 더 있다 학원으로 갔다. (여가까지 행복) 마음에 드는 물건을 여럿 사서 기분좋게 지하철을 타려던 차에, 손에 끈적한 것이 닿아 내려다 보니 아뿔싸, 무심코 걷는 사이에 텀블러가 기울어져서 아침 대신으로 마셨던 커피가 쇼핑백에 흘러들었다! 허겁지겁 지하철 역사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꺼낸 다음 하나하나 휴지로 닦았다. 다행히 금방 발견한데다 대부분 비닐 포장된 제품이라 끈적해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 다 닦고 나서 지하철을 타니 학원은 완전 지각. 음.....하지만 호그리 포크를 싸게 샀으니 괜찮아!

수업이 끝나니 무척 피곤했다. 집에 와서 비빔국수를 먹고 가족들에게 오늘의 성과를 자랑한 다음 잤다.

2004년 4월 10일 토요일

2004년 4월 10일 토요일











동진님, 궁님과 치뽈리나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궁님은 거의 일 년여 만에 뵈었다. 5일이 생신이셨기 때문에 함께 먹으려고 집에서 만든 상투과자를 가져갔다. 감자피자와 피자 마르게리따, 파스타를 주문했다. 나는 감자 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치뽈리나의 감자피자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텁텁하지 않아 좋았다. 나갈 때는 부활절 달걀도 받았는데, 조심조심 가져왔는데도 실수로 금이 가 버렸다.

식사 후에는 맞은편에 잇는 커피빈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상투과자를 먹었다. 동진님이 두 개를 받아 하나가 남는다며, 스타벅스에서 받은 시드북을 주셨다. 나는 궁님께 가져다 드리기로 한 이어폰 주머니를 깜박 잊었다. 궁님의 새 PDA와 아이포드를 부러워하다 집에 왔다. 오랜만에 뵈어 무척 기뻤다. 시험을 준비한답시고 몇 달이나 약속을 미루었는데도 기꺼이 시간을 맞추어 주신 것도 고마웠고. 다음에는 꼭 이어폰 주머니를 챙겨야지.

2004년 4월 7일 수요일

2004년 4월 7일 수요일 : 2004 교향악축제-서울시향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
A. Dvorak /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드보르작 / 교향곡 제9번 e단조<신세계로부터>op.95
A. Dvorak / Symphony No.9 in e minor “From the New World” op.95

지휘: 지외르지 와트
협연: 송영훈(Vc)

2004교향악축제 서울시향편이었다. 시험 전후로 시향 정기공연에 전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시향이 아니라면 굳이 보러 가지 않을' 드보르작임에도 불구하고 챙겨 갔다. 듣자하니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첫날 코리안 심포니의 바그너가 대단했다더라. 개인적으로 꼭 들어 보고 싶었으나 놓친 팀은 제주시향. 오페라 백록담 레퍼토리 등 지역색을 잘 살린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내가 드보르작을 꺼리는 이유는 이 작곡가의 '서정성'이 내 취향에는 너무 졸리기 때문인데, 이 첼로 협주곡은 뜻밖에 흥미진진하고 유쾌하여 씨익 웃으며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지휘자 파동을 겪으며 흐트러졌던 시향이 오랜만에 꽤 힘이 들어간 연주를 보여주어 마음이 놓였다. 지외르지 와트의 지휘는 곽승씨에 비해 유한 느낌이었다. 곽승씨의 지휘는 악단을 확실히 '끌고간다'는 인상이 강하다. 단원들과 호흡이 잘 맞으면 멋진 공연이 나오지만 맞지 않으면 그야말로 대략 낭패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외르지 와트는 -레퍼토리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조금 더 풀어준다는 느낌.

신세계로부터는 역시나 듣기 힘들었다. 첼로협주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덕분에 완전 각성 상태로 듣기 시작했는데도, 3악장쯤 되자 슬슬 졸렸다. '신세계로부터'보다도 앵콜곡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헝가리 무곡 5, 6번. 특히 6번은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까지 쳐서 절로 흥이 돋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준비했음이 보이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2004년 4월 5일 월요일

2004년 4월 5일 월요일



재영이와 홍대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오전 10시 약속, 역시나 허겁지겁. 지하철로 겨우 다섯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도 얼굴 한 번 보기가 이리 힘들다. 고시생이니 어쩌니 해도 결국은 휴학한 내 쪽이 더 여유로울 텐데.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어느새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에 제법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나는 이제 시험 기간이니 종강이니 하는 학사 일정은 하나도 모르겠다.) 이야기 좀 나누다 한양문고에 들러 만화책을 한 권씩 샀다. 나는 최유기 리로드 3권. 토모 마쯔모토의 '미녀는 야수' 를 살까말까 한참 망설였으나, 너무 더디게 나오니까 불안해서 일단 3권까지 기다려 보기로 결정했다.

학원 수업 시간이 빠듯해 급히 헤어졌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자꾸 산만해진다.

2004년 4월 4일 일요일

2004년 4월 4일 일요일 : 프랑스 아방가르드 회고전 - 라탈랑트



[물에 빠진 세상을 구하다] 두 시쯤 일어났다. 피자로 배를 채운 후 이럭저럭 하다 보니 어느덧 네 시가 되었다. 본래 집에서 푹 쉬려 비워 둔 주말이었지만, 막상 일어나자마자 저녁이 되어버리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프랑스 아방가르드 회고전의 일정표를 찾아보았다. 여덟 시에 장 비고의 '라탈랑트'를 한단다. 귀찮아서 안 갈까봐 예매부터 해 둔 후 계속 빈둥거리다 나섰다.

영화는 한 마디로 '글쎄'였다. 중간중간 폭소를 터뜨릴 만큼 재미있었고 안개 낀 강이나 어수선한 카페 장면도 인상깊었지만 보는 내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를 모르니 답답했다.

시간 여유가 좀 있어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인사동을 가로질러 종로 3가역까지 걸었다. 영화 덕분인지 문득 라벨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영화 자체는 라벨과 무관함),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내게는 라벨 음반이 단 한 장도 없다. 듣고 싶은 곡이 생기면 그제서야 하나 둘 주문하는 편이라 음반이 얼마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다못해 편집음반에라도 한 곡 쯤은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 흔한 볼레로도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