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9일 화요일

2004년 6월 29일 : 애니어그램

가서 해 보기


귀하께서 응답해 주신 애니어그램 테스트에 대한 검사 결과입니다.
당신에게는 다음의 성격이 있습니다.

제이의 검사 결과



지정훈님 홈페이지에서 보고 재미삼아 해 보다.

2004년 6월 27일 일요일

2004년 6월 27일 일요일 : 다섯 자 한정 50문 50답

1 . 키는몇센치 - 자라는중야
2 . 몸무게는요 - 대충평균치
3 . 취미는뭐야 - 뒹굴거리기
4 . 잠은몇시간 - 가능한많이
5 . 성격은어때 - 무지귀여움
6 . 옷차림어때 - 원피스잠옷
7 . 주말엔뭐해 - 이런거하지
8 . 공부는잘해 - 대략잘했어
9 . 발사이즈는 - 이백사아십
10. 니꿈은뭐야 - 장수대작전
11. 애인은있어 - 아직은없지
12. ①①번누구 - 생기면쓸게
13. 올해계획은 - 공부열심히
14. 노래잘불러 - 전혀못불러
15. 최신곡알아 - 가수만알아
16. ①⑧번곡은 - 셀러문주제
17. 키스해봤어 - 안해봤지롱
18. 첫키스언제 - 안했다니까
19. 기분어땠어 - 자꾸물을래
20. 첫사랑누구 - 없어묻지마
21. 결혼은언제 - 삼십대전에
22. 자식은몇명 - 딸둘이상쯤
23. 속상했던일 - 별로없는듯
24. 왜속상했어 - 잊어버렸어
25. 지금행복해 - 대체로행복
26. 지금소원은 - 글빨신강림
27. 인기는많아 - 무지많지롱
28. 돈많음뭐해 - 그때고민해
29. 잠버릇뭐야 - 만세하고자
30. 별명은뭐야 - 별명없지롱
31. 무슨꽃조아 - 향기없는꽃
32. 잘먹는음식 - 파스타케익
33. 주량은얼마 - 전혀안마심
34. 생일은언제 - 이월이십오
35. 선물사줄까 - 언제나환영
36. 춤은잘추나 - 박자못맞춤
37. 나의장점은 - 무조건훌륭
38. 나의단점은 - 그런거없음
39. 누구존경해 - 다섯자넘어
40. 좌우명뭐야 - 이것도넘어
41. 무슨색조아 - 파란하늘색
42. 죽고싶을땐 - 그런적없어
44. 가족사항은 - 부모님동생
45. 라이크과자 - 초코있는것
46. 지금기분은 - 더워더워어
47. 이상형은머 - 보고결정을
48. 하고시픈건 - 놀러나가기
49. 라이크케릭 - 무슨뜻이야
50. 어디고칠래 - 안고쳐도돼
43. 몇분걸렸어 - 십분미만쯤

2004년 6월 26일 토요일

2004년 6월 26일 토요일

지난주 일요일에 귀국한 전션과 홍대 앞에서 만났다. 전철역에서 전션을 기다리다 민혜언니와 마주쳤다. 지인언니와 제니스에서 점심식사하러 오셨단다. 며칠 사이에 또 마주치다니 굉장한 우연!

점심식사는 소노에서. 치뽈리나에 갈까 소노에 갈까 고민하다 날이 덥고 끈적끈적해서 걷기 귀찮아 소노로 갔다. 전션은 밤 10시에 귀국하고도 그 다음날 월요일부터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나가는 성실한 생활 따위를 하고 있다. 무서워라.(....으응?)


하우스샐러드

버섯리조또

마늘스파게티

식후에는 카페 비하인드에 갔다. 이쯤 되어서야 전션이 귀국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무사히 돌아와 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이제 보고 싶을 때면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낼 수 있네. 일 년치를 한꺼번에 쏟아내듯이 웃고 떠들었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기로 했다. 신난다 신난다. >_

전션이 선물로 준 녹두과자

카푸치노

아이스초코

아메리카노

베이글

2004년 6월 25일 금요일

2004년 6월 25일 금요일 : 소녀라는 증거

키가 컸다. -_-

기념으로 지은 노래 가사

제목: '성장기 소녀'

나는야 나는야 성장기 소녀
뾰로롱 뾰로롱 성장기 소녀
키가 키가 컸어요 쑤욱 쑤욱
아직도 자라는 나는야 소녀

2004년 6월 24일 목요일

2004년 6월 24일 목요일

에라오빠 부친상. 서울대학교 병원 8영안실. 발인은 26일 새벽 6시.

김상훈님과 이수현님께서 연락 주셔서 수현님, 송경아님, 인수오빠와 함께 다녀왔다. 박상준님, 김상훈님, 고경환님, 제이드님, 민혜님, 지인언니를 뵈었다. 특히 지인언니와는 2년여만이다. 나오는 길에 동진님과도 잠깐 인사를 나누었다.

제이드님과 김상훈님은 사정상 먼저 일어나시고, 수현님, 상준님, 경아님, 경환님, 인수오빠, 나 이렇게 다섯여섯 명은 자리를 지키다 나와 대학로 아이스베리에서 '4인용 빙수'를 먹었다. 커다란 빙수를 본 상준님께선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며 SF식탐클럽 회원이 된 보람을 느낀다셨다.

찹찹하다. 아무쪼록 힘내시길.

(덧붙임: 찹찹하다는 착잡하다의 오기가 아님.)

2004년 6월 23일 수요일

2004년 6월 23일 수요일 :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



신촌 아웃백에서 서울대 백신고 동문회를 했다. 99종우오빠, 00 형기오빠, 나, 02 지현이, 03 두현군, 04 남수, 채우, 태준, 범틀이 이렇게 아홉 명이 모였다. 두현이가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연락을 돌리느라 수고했으나 04학번이 거의 오지 않아, 종우오빠께서 섭섭해 하실까봐 마음이 쓰였다. 동문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는 조금도 생각치 않는다. 제각기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살기 마련이고, 내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그 순위의 기준이 무엇이든 내 알 바 아니다. 못 오겠으면 안 오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참석 여부를 말하지 않거나 대충 갈게요 갈게요 하다가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야 갑자기 못 온다는 문자를 하나 덜렁 보내고 마는 것은 대단히 무례하고 무책임한 짓이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해주면 서로 편하잖아. 어떤 자리든 마찬가지다.

여하튼 정신없이 먹었다. 하하. 어두워서 사진을 수동으로 찍었더니 손이 흔들려 제대로 나온 사진은 위의 샐러드 한 장 뿐이다. 종우오빠께서는 여덟 시가 다 되어서야 병원에서 급히 오셔서 계산을 하셨다. (...)



식후에는 칵테일바 X에 갔다. 나는 파인애플 선샤인이라는 무알콜 칵테일을 마셨다.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종우오빠의 병원생활담(?)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02 지현이는 영문학 복수전공을 생각중이란다. 이제 시험 준비를 시작한 두현군과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다. 태준군은 종우오빠에게서 잔을 받으며(위 사진) 이런 술은 처음 마셔본다고 귀엽게(!) 웃었다. 과CC라는 사실이 밝혀진 범틀군은 만인ㅡ정확히는 종우오빠ㅡ의 지탄을 받았다. 공대인 채우양은 상대편 학교에서 별로 내켜하지 않는 바람에 지금까지 미팅을 못 했단다. 요새도 그런가.; 중도에서 생활하다시피하는 형기오빠는 얼마 전 중앙도서관에서 있었던 '이런 시국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 공부나 하고 있는 사람들 운운' 사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머니께서 대학 다니실 때 경험담과 너무 비슷해서 조금 웃었다. 뜻이 같다고 길까지 하나는 아닐 터인데.

아웃백이 너무 시끄러워 계속 소리지르듯 말했더니 목이 좀 쉬었지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무척 반갑고 즐거웠다. 열시 사십분 쯤 집에 왔다.

2004년 6월 20일 일요일

2004년 6월 20일 일요일 : 슈렉 2

동진님과 신촌 아트레온에서 슈렉 2를 보았다. 처음 2편이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전혀 볼 생각이 없었으나 하도 재미있다고들 하기에 궁금해서 결국 보러 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재치만점인 패러디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동화(와 디즈니 만화) 전복에서 재미를 찾았던 1편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다고 못하달 영화는 아니다. 추천. 참, 이번에도 친애하는 이미도씨는 영화의 반전과 재미를 상당 부분 잡수시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나는 '이번에 또 이미도더라. ㅡㅠㅡ'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간 덕분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동진님은 영화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으아아아아 역시 이미도였어......'라고 말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미리 알려드릴 걸.

영화를 본 다음에는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 투썸플레이스 신촌점에 갔다. 커피를 곁들여 샌드위치를 먹고 나는 번역, 동진님은 독서를 했다. 나중에는 케익도 먹었다.











그 뒤에는 독서실. 셋째주 일요일인데다 종강한 후라 녹두거리가 썰렁하다 못해 황량했다. 기분 탓이기도 했겠지만.(일요일에 녹두라니!) 열 시쯤 집에 왔다.

2004년 6월 19일 토요일

2004년 6월 19일 토요일 : 엘리자벳 아마또 마술공연 (서울프랑스 문화축제)

승민오빠와 함께 '랑데부 드 서울' 행사 중 세종문화회관 컨벤션홀에서 하는 마술공연을 보러 갔다. 오전에 신림동에 들렀다 가느라 늦어 고생했다. 어찌나 정신없이 뛰어다녔는지 공연장에 들어가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공연에는 예상대로 아이들이 많이 왔다. 조곤조곤하니 꽤 즐거웠지만 프랑스어를 하나도 몰라 공연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마술사의 말(+마술)과 관객의 반응 사이에 박자가 딱 들어맞았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그리고 이런 공연까지 애써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라면 놀기 위해 모인 장소에서 함께 푹 빠져 즐기는 법도 자녀에게 가르쳤으면 좋겠다. 마술 공연 중에 큰 소리로 '저 종이 가짜야.'같은 말을 하는 (헛똑똑이 바람이 든) 예닐곱살 아이란 아무래도 보기에 영 좋지 않다. 그 부모나 아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모습을 보면 나중에 아이를 낳아 키울 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는 말이다. 수지를 대안학교에 보내신다는 정직한님의 블로그를 읽은 덕분인지 요즈음은 부모됨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부모의 몫은 어디까지이고 자녀의 몫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턱없이 이른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공연을 본 다음에는 버스를 타고 이대입구에 있는 그리스음식점 기로스에 갔다. 이대 교문 바로 오른쪽 골목에 있는 소박한 곳이다. 분위기는 애매하지만ㅡ굳이 말하자면 인도음식점 중 마하라자와 비슷한 느낌?ㅡ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도 꽤 맛있다. 2인 세트를 먹었더니 굉장히 배가 불렀다. 다음 달에 재영이가 귀국하면 같이 가자고 해야겠다.







몇 주 전에 PDA폰을 분실한 승민오빠는 새 포켓PC와 휴대폰을 샀다. 포켓PC는 가장 최신형이고 휴대폰은 흑백 16화음이다. 요새도 흑백 휴대폰이 나온다니 놀랍기 그지없다('스피드 011 010'이라고 쓰여 있는 나름대로 최신형(?)이다.)




식후에는 이대입구역에 가서 '스노우크래쉬'1권을 '코믹 SF걸작선'과 교환했다. 차를 마시러 도로 올라갈까 말까 고민하다 귀찮기도 하고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니 집에 일찍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빠이빠이했다.

2004년 6월 13일 일요일

2004년 6월 13일 일요일 : 서울프랑스영화제 '타임 마스터LES MAITRES DU TEMPS'


원군님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 타임마스터를 보러 갔다. 판타스틱 플레닛을 맡았던 뫼비우스가 참여했다기에 기대가 컸다. 사람 머리를 쪼아 뇌를 파먹는 말벌이 있는 외계 행성. 말벌떼를 피하다 사고를 당한 아버지는 우주에 있는 자신의 친구와 통신이 가능한 '마이크'를 아이에게 챙겨주고 죽고 만다. 아버지의 친구 '자파'는 어린 아이로부터 소식을 듣고 원래 알데바란으로 가던 항로를 돌린다. 그러자 우주선을 얻어 타고 있던 보물 도둑 왕자는 길을 둘러 가는 것이 싫어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왕자와 함께 온 착한 공주 벨은 혼자 남은 아이에게 정을 붙이게 된다.) 자파는 아이가 홀로 남은 행성을 잘 아는 노인을 찾아가 함께 가기를 청하고, 그리하여 이 네 사람과 노인을 따라온 생각을 읽는 외계종족 슐루 둘이 아이를 찾아 출발한다.

자,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우주 모험담이다. 음성 통신만 되는 마이크를 가진 채 혼자 외계 행성에 남은 아이와 우주를 가로질러 아이를 구하러 가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런 저런 사건들. 그렇다면 어째서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이 '타임마스터'일까? 그 이유는 마지막 장면에 가면 알게 된다. 워낙 갑작스러운데다 극적(?)이라 '헉.....아스트랄.....'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보고 나오며 원군님과 한참을 웃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죽사랑'이라는, 얼마 전에 문을 연 것 같은 죽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나는 흑임자죽, 원군님은 삼계죽. 깔끔하고 괜찮았다. 빠리바게뜨 골목, 뽐모도로 바로 옆이다. 광화문에 있으면서 일요일에도 문을 여니 앞으로도 가게 될 것 같다.


삼계죽

흑임자죽

식후에는 택시를 타고 홍대로 갔다. 원군님과 택시기사 아저씨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 뒷자리에서 낄낄 웃었다. 낯선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카페 비하인드(B-hind)에서 후식을 먹고 놀았다. 원군님은 딸기샤베트, 나는 로열밀크티.


딸기샤베트

원군님의 그림

탁자 위에 놓인 금연석 종이쪽지에도 그림을.

원군님의 즉석 네컷만화




실내 전경

벽에 다른 사람들처럼 명함을 붙여 놓고 왔다.

한참 사진도 찍고 ㅡ 즐거운 얼짱사진놀이 ㅡ 원군님의 낙서도 구경하다 한양문고에 가서 만화책을 봤다. 한참 재미있게 놀다 보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원군님은 밀린 일을 하러 회사로 가셨다. 집에 와서는 만화책을 좀 보다가 감자면 짜장범벅을 먹었다. 이제 후식삼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셔야지.

2004년 6월 12일 토요일

2004년 6월 12일 토요일 : 서울프랑스영화제 '당신 먼저Apres Vous'


11일부터 시작한 '프랑스 문화축제 2004' 프로그램 중 영화 '당신 먼저'를 보러 광화문 씨네큐브에 갔다. '나탈리'나 '철로 쟁탈전' 같은 문제작들이 꽤 주목을 받는 모양이지만, 재미있고 귀여운 영화가 보고 싶어 이 영화로 골랐다.

레스토랑 매니저인 앙투안은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이다. 여자친구와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해 놓고, 그만 바쁜 다른 사람들 일을 돕는 바람에 한참 늦어버렸다. 게다가 허겁지겁 공원에 들어가 보니, 아니 웬 남자가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달려가서 줄을 끊어줬더니 이 남자는 자기를 왜 살렸냐고 도리어 야단이다. 그런데도 앙투안은 천성 탓에 내버려 두지 못하고 집까지 데려가 밥도 먹이고 잠도 재워준다. 루이가 여든이 넘은 조부모님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썼다고 하자 밤새 차를 달려 찾아가 루이의 친구인데 인시차 왔다며, 마침 손자에게 편지가 왔으니 대신 좀 읽어달라는 할머니에게 '블랑쉬를 잊을 수가 없어요. 더 이상은 살 수도 없어요' 운운 하는 편지를 '친구들도 많고 잘 지내고 있어요. 높은 사람 밑에서 비서직도 구했어요'라고 즉석에서 말해 주기도 한다.
실연의 아픔 때문에 넋이 나간 루이를 보다못한 앙투안은 바로 그 블랑쉬를 직접 찾아간다. 처음에는 두 사람을 이어 줄 생각이었으나 마침 척 봐도 나쁜 놈이랑 결혼을 앞두고 있는 블랑쉬를 보자 그 상태로 루이와 만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그쪽 커플부터 깨기로 하고, 그러면서 상황은 점점 앙투안의 손을 벗어나 꽁기꽁기하게 꼬이고 만다.

발을 구르며 웃을 만큼 재치있는 장면도 몇 군데 있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지저분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무척 깔끔하다. 30분 정도를 남겨놓은 지점부터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끝이 깨끗했으니 이만하면 만족.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장면을 하나만 쓰자면, 영화 초반에 앙투안이 루이를 집에 데려간 날 애인 크리스틴이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앙투안이 루이를 직장을 구하러 파리에 온 사촌이라고 둘러대고 식사를 차리자, 눈빛이 이상하고 넋이 나간 것 같은 남자와 앉은 자리가 불편한 크리스틴이 식탁에 놓인 요리를 가리키며 '닭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루이의 대답.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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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애니메이션 '타임마스터'
19일 엘리자벳 아마또 마술공연

2004년 6월 11일 금요일

2004년 6월 11일 금요일



연대동문회관에서 혜영이 고모 결혼식을 했다. 신혼여행 후 바로 미국에 자리를 잡는단다. 이제 몇 년 동안 못 뵙는다고 생각하니 무척 서운했다. 이대 후문께까지 간 김에 오늘 시험이 끝난 재영이에게 연락, 이대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방금 시험을 끝낸 탓인지 초췌한 친구를 앞에 두고 혼자 얼짱 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재영이는 다음 주 토요일에 중국으로 떠난다.

결혼식을 예쁘게 하기가 참 힘든가 보다는 생각을 또 했다. 아직은 결혼이 집안끼리의 결합이다 보니 이런 저런 인사치레로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고, 사람이 많으니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어수선해지니 실제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라는 의미가 바래어 버린다. 어차피 하루, 어찌 생각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쪽에선 밥 먹고 한 쪽에선 수군거리고 한 쪽에선 영광의 주님께 기도하고 한 쪽에선 신랑 신부에게 눈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애쓰는 결혼은 영 내키지 않는다.

어쨌든 얼굴에 사랑에 빠졌다고 쓰여 있는 우리 고모는 무척 예뻤다.

2004년 6월 11일 : 소통의 문제

문장이 극도로 난해한데다 별로 팔릴 것 같지 않은 작가의 번역을 맡아 고심하는 꿈에서 반쯤 빠져나온 상태로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아우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 *
아우님: 언니야, 교보문고 카드 있으면 나 좀 빌려 줄래?
나: 저어어어 내 지갑 열어 보면 있어......지갑 맨 뒤쪽 칸에. (1)
아우님 부스럭거리다.
나: 지갑 연 김에 민증도 가져가. (2)
아우님: 교보문고 카드 쓸 때 신분증 필요해? [필요 없잖아?]
나: 아니이. 시공사 갈 때. (3)
아우님: 시공사는 토요일에 갈 건데. (3')
(부연설명: 오후 선물을 받으러 시공사에 가야 한다. 어제 밤에, 시공사 건물이 아우님의 학교 근처라 그 위치를 알고 마침 토요일에 학교를 가는 아우님이 받아오기로 했다.)
나: 그래, 그러니까 지갑 연 김에 미리 꺼내 가라고.(4) (잠이 조금 깨서) 나중에 잊어버리지 않게 네 지갑 안에 넣어 놓으면 되잖아. (5)
아우님: 그렇게 부연 설명 안 해도 알아.(5')
* * * * *

나는 '큐우우웅'한 다음 아우님에게 '자다 일어나 아우님에게서 처음 듣는 말이 부연 설명 안 해도 알아서 알아 듣는다는 말이라니, 그런 식으로 대답할 것 까진 없잖아.'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우님은 뜻밖에도 '나도 마찬가지야. 언니 말도 내가 들었을 때 기분은 별 차이 없어.'라며 잔소리를 한 나를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는 조악한 예 ㅡ '네가 만약 누구한테 천 원을 빌려 주면서 '내일까지 꼭 갚아'라고 했더니 빌려가는 사람이 '그렇게 말 안해도 알아서 갚아.'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냐' 라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뭔가 적절치 못한, 자다 깬 머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예 ㅡ를 들며 진짜 잔소리를 보탰다.

그리고 아우님의 말대로 내 쪽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었는지, 아우님의 주장처럼 불필요한 부연 설명을 했는지에 대해 누워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1) 지갑 맨 뒤쪽 칸에 - 지갑을 뒤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다른 부분은 손대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말이다.

(2) 지갑 연 김에 민증도 가져가. - 처음부터 민증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내가 민증도 가져가라고 한 이유는 (5)번 이지만, 아우님은 내가 마치 아우님의 기억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교보문고 카드를 빨리 챙겨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것까지 신경쓰라니 성가셨을지도 모른다.

(3) 시공사 갈 때. - '아니.'까지만 말한 다음에 아우님이 '그러면 왜?'라고 묻기를 기다렸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고 말한 순간 아우님은 '아, 시공사 때문에 그러는 구나.'라고 깨달았을 수도 있는데 내가 굳이 먼저 말을 붙여 마음을 상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4) 그러니까 지금 연 김에 미리 꺼내 가라고. -
(a) 아우님은 내가 (3)번 말을 할 때까지 시공사 때문에 민증을 가져가라고 하는 줄 몰랐다. 하지만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해 봐도 내일 가는데 지금 꺼내 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3')로 답했다. 이 경우 (4)는 잔소리가 된다.
(b) 아우님은 처음부터 시공사에 가져가야 할 민증 생각을 했으며, 토요일에 갈 테니 그 때 가져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려 (3')로 답했는데, 내가 굳이 거듭 가져가라고 했다. 이 경우 (3), (4) 모두 잔소리다.

(5) 나중에 잊어버리지 않게 네 지갑 안에 넣어 놓으면 되잖아. -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필요한 말이다. 내가 잊어버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챙겨놓으라고 했다는 것은 (4)까지의 대화에서 당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그렇다면 나의 행동 대안은
1. 처음부터 민증을 가져가라고 하지 않는다.
2. 만약 가져가라고 했더라도 일단 (3)을 빼고 동생이 생각하기를 기다린다.
3. 동생이 (3')로 답한 다음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토요일에 챙기면 된다. 만약 나와 동생이 깜박 잊어도, 당장 급한 일이 아니니 다음에 가면 된다.
4. (4) 말을 한다면, '미리 챙겨 놓으면 좋잖아.' 라거나 '내가 혹시 까먹고 안 줄까봐 그래.' 같은 보다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
5. (5)는 생략한다.

-> 아우님의 행동 대안은
굳이 (5')처럼 말할 필요가 없다. '알았어.'나 '그래'라고만 답했으면 양쪽 다 무심코 넘어갔을 대화이다. 만약 (4),(5)가 모두 잔소리인 상황이라 마음이 상했다 하더라도 일단 '그래.'라고 하고 넘어가고, 기분이 나빴다는 것을 내개 알리고 싶다면 내가 정신이 든 다음에 차분히 앉아 이야기해 보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3')에서 만약 (4)-b까지 생각한 상태였다면, 미리 '내일 가져 갈게.'라고 덧붙여야 오해의 소지가 적다.

대충 정리+ 납득. 그러면 아점 먹으러.

2004년 6월 10일 목요일

2004년 6월 10일 : 라깡

오늘 밤까지 라캉 보고서를 내야 하는 철학과 안나님.



하지만 좌절하지 않아도 돼요. 라캉이니까!

라깡이 어때서....

2004년 6월 9일 수요일

2004년 6월 9일 수요일 : SF 잡기

SF가 주류문학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주류문학이 무엇이든, 그 시체를 치우고 관을 차지해 봐야 별로 득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잘 팔리고 기존 문단을 놀라게 하며 SF독자들에게 인정받을 창작 SF같은 것이 나오려면 삼십 년은 기다려야 한다. 지금 창작 SF 문학상 같은 것을 만들어 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글을 잘 쓰는 독자는 창작에 몰두하지 않았고 창작을 하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대개 과학소설도 소설이라는 사실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다. 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줄 알았던 캠밸과 아시모프는 아직까지도 한국 과학소설 창작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했고, 덕분에 세상 사람 대부분을 좋아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공상 과학 판타지를 쓰겠다고 덤벼, 폭탄 한 방으로 우주 전함에 탄 엑스트라 1부터 100까지를 죽이며 비좁은 온라인 공간을 잡아먹는 사람들까지 좋아하기란 아무래도 힘들었다.

창작 SF가 나오려면 글 잘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 과학소설을 충분히 많이 읽어 장르의 문법을 매끄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해 열심히 읽고 쓰는 성실한 작가 지망생과 엄청난 수의 번역작품이 필요하다. 국내 환상문학 관련 사이트를 볼 때마다 그 수준에 감탄했다. 창작 SF 게시판을 보다가 환상문학 쪽으로 구경가면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창작 공상과학 판타지는 과학소설이냐 아니냐를 떠나 일단 재미가 없었다. 과학소설가 중 과학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아주 특별한 수준의 과학적 지식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이 과학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글을 쓸 줄 알아야 과학소설도 쓸 수 있다. 생각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치열한 문제 의식을 담은 불후의 걸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함선과 외계인과 마초 주인공을 등장시키기 전에 주제부터 정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못 하겠으면 나처럼 혼자 일기나 쓰면 될 일이다.

2004년 6월 8일 화요일

2004년 6월 8일 화요일 : SF 좌담회

명동의 한정식집 고궁에서 행복한 책읽기 SF 무크지를 위한 좌담회를 했다. 좌담회를 빙자한 SF얼짱클럽 모임이었다는 소문도 있다. 가장 중요한 참석자 중 한 명인 김상훈씨는 지난 번 모임에서 찍은 얼짱사진의 저주를 받아 핸드폰이 부서져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고 없이 늦으셔서 임사장님의 애를 태웠다. 대충 시간에 맞게 도착한 사람들은 먼저 임금님 수랏상 세트를 즐겁게 먹으며 기다렸다.

고궁은 외국인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란다. 음식이 깔끔하면서도 비싸지 않아 괜찮았다. 접대하기도 좋겠고, 그냥 먹으러도 갈 만 하겠다. 전채로 주는 말린 새우와 육회가 맛있었다. 내가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주비빔밥도 맛있단다. 다음에 명동에 가거든 한 번쯤 들러 먹어봐야지.


전채

모주

불고기

육회

잡채

청포묵채

예쁜김치 1

예쁜김치 2

반찬



전주비빔밥

전자기기 한마당

못 오신다고 들었던 (잘못된 정보였음) 최용준님이 오셔서 정말 반가웠다. 모두들 용준님이 한 마디 하실 때마다 그 여전한 말투에 새삼 반가워 어쩔 줄 몰랐다. 나도 그랬다 (...) 민혜님과 에라오빠도 용준님과 같이 오셨고. 이수현님, 박상준님, 송경아님, 정상돈님도 참석. 안진수님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참석하실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확실히 몰라 기대치 않았는데 오신 덕분에 거의 일 년여 만에 뵈어 반가웠다.

좌담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무크지에 따로 나갈 터이니 여기 쓰지 않는다. 송경아님의 말씀 중에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보고 감탄할 과학적 성취가 없었던 근대 상황에 대한 라슈펠님의 언급(+마법과 기술에 대한 경아님의 보충)도 지금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은 후 루크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열 시에 좌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옮겼다. 기회를 놓쳐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지하철을 탔다. 아스님도 함께 먼저 자리를 뜨셨다. 용준님과 상훈님의 만담콤비를 몇 달 만에 다시 볼 기회였는데, 돌아오며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놓친 것 같아 아쉽고 서운했다.

2004년 6월 7일 월요일

2004년 6월 6일 일요일

2004년 6월 6일 일요일

승민오빠와 이태원에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르 생떽스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몇 년 전부터 가 보고 싶었으나 이상하게도 매번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ㅡ 당일 약속 취소, 가보니 휴일, 주차문제로 가다 돌아옴 등 ㅡ지금껏 못 갔던 곳이다.


바게트

토마토샐러드

해산물파이

쇠고기 스튜 (+고구마+밥)

디저트

레드와인사과절임

푸딩

바게트와 잘 어울리는 토마토 샐러드가 단연 돋보였다. 메인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가격을 고려하면 불평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드러워야 할 고기가 퍼석해서야 곤란하지. 평일/저녁의 정식 메뉴는 어떨지 모르겠다.
디저트는 디저트바에서 직접 보고 고른다. 오빠는 사과절임, 나는 푸딩. 메인에서 깎인 점수가 디저트 덕분에 다시 올라갔다. 둘 다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새콤하고, 특히 둥글게 잘라낸 사과를 포도주에 담아 만든 사과절임은 식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기에 좋겠다. 포도주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나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럽다. 커피는 꽤 제대로 나온다. 확실히 신선한 원두를 쓰고, 추출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양이 많지 않은 것 같았으나 다 먹고 나니 배가 꽤 불렀다. 이제 무얼 할까 궁리하다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나나 오빠나 (1)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2)영화나 공연은 반드시 예매하는 사람이라 어디로 가야 현장구매 표가 있을 만한 곳을 알 수가 없었다. 한참 궁리한 끝에 일단 가깝고 상영관이 많은 편인 동대문 MMC에 가기로 했다.


마블치즈케익

하지만 역시 일요일 오후 동대문이란 만만히 볼 곳이 아니었다. 사람만 엄청 많고 표는 하나도 없었다. 낙심하여 주변에 놀 곳이 별로 없는 충무로 대한극장까지 갔지만 그 쪽도 마찬가지. 더 이상 움직이면 지치기 시작할 것 같아 어디든 들어가 쉬기로 결정하고 스타벅스에 갔다. 충무로 스타벅스는 구조가 이상하다. 1층 매장과 2층 매장이 완전 분리되어 있어 한 바퀴 돌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흐늘흐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가져오셨다는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덩실)

흐늘거리다 다섯 시쯤 헤어져 집에 왔다. 벼르고 벼르던 르 생떽스에 간 데다 재밌게 놀았으니 오늘도 보람찬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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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SF좌담회
일요일 원군님
주중에 거울 기획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