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2일 토요일

2004년 6월 12일 토요일 : 서울프랑스영화제 '당신 먼저Apres Vous'


11일부터 시작한 '프랑스 문화축제 2004' 프로그램 중 영화 '당신 먼저'를 보러 광화문 씨네큐브에 갔다. '나탈리'나 '철로 쟁탈전' 같은 문제작들이 꽤 주목을 받는 모양이지만, 재미있고 귀여운 영화가 보고 싶어 이 영화로 골랐다.

레스토랑 매니저인 앙투안은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이다. 여자친구와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해 놓고, 그만 바쁜 다른 사람들 일을 돕는 바람에 한참 늦어버렸다. 게다가 허겁지겁 공원에 들어가 보니, 아니 웬 남자가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달려가서 줄을 끊어줬더니 이 남자는 자기를 왜 살렸냐고 도리어 야단이다. 그런데도 앙투안은 천성 탓에 내버려 두지 못하고 집까지 데려가 밥도 먹이고 잠도 재워준다. 루이가 여든이 넘은 조부모님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썼다고 하자 밤새 차를 달려 찾아가 루이의 친구인데 인시차 왔다며, 마침 손자에게 편지가 왔으니 대신 좀 읽어달라는 할머니에게 '블랑쉬를 잊을 수가 없어요. 더 이상은 살 수도 없어요' 운운 하는 편지를 '친구들도 많고 잘 지내고 있어요. 높은 사람 밑에서 비서직도 구했어요'라고 즉석에서 말해 주기도 한다.
실연의 아픔 때문에 넋이 나간 루이를 보다못한 앙투안은 바로 그 블랑쉬를 직접 찾아간다. 처음에는 두 사람을 이어 줄 생각이었으나 마침 척 봐도 나쁜 놈이랑 결혼을 앞두고 있는 블랑쉬를 보자 그 상태로 루이와 만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그쪽 커플부터 깨기로 하고, 그러면서 상황은 점점 앙투안의 손을 벗어나 꽁기꽁기하게 꼬이고 만다.

발을 구르며 웃을 만큼 재치있는 장면도 몇 군데 있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지저분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무척 깔끔하다. 30분 정도를 남겨놓은 지점부터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끝이 깨끗했으니 이만하면 만족.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장면을 하나만 쓰자면, 영화 초반에 앙투안이 루이를 집에 데려간 날 애인 크리스틴이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앙투안이 루이를 직장을 구하러 파리에 온 사촌이라고 둘러대고 식사를 차리자, 눈빛이 이상하고 넋이 나간 것 같은 남자와 앉은 자리가 불편한 크리스틴이 식탁에 놓인 요리를 가리키며 '닭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루이의 대답.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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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엘리자벳 아마또 마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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