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째주에는 몸살과 마감과 오전 수업으로 고생했다. '악몽 같은 한 주' 로 정리할 수 있겠다.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 한 시 반에 자며 읽고 쓰고 읽고 코 풀고 쓰고 읽고 약 먹고 쓰고 읽고 프린트 하고 쓰고 읽고 코 풀고 쓰고를 반복했다. 일 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 지난 것 같다. 내가 게으게으한 탓에 그리 되었으니, 뻔뻔하게 하소연할 입장도 아니지만.
어쨌든 토요일인 11일에는 동진님을 만나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는 스키야키 전문점 '일품당' 에서 저녁을 먹고, 생일 선물로 멋진 사진첩을 받았다. 식후에는 베스킨 라빈스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 아이스크림 퐁듀를 먹어 보려고 했는데, 메뉴에 없었다. -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키에슬롭스키(Kieslowski) 감독의 1991년 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Véronique)을 보았다. 영화는 아름다웠다. - 특히 온화한 톤의 영상과 멍멍한 음악이 인상깊었다. - 그리고 섬뜩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무섭다. 흔한 얘기지만 피노키오와 창조의 모티프도 떠올랐고......
집에 들어와서는 케익을 먹고 쿨쿨 잤다. 일어나 보니 일요일 오전 열 시. 아직도 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