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30일 금요일

2005년 9월 30일 금요일 : Which Alcoholic Drink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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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6일 월요일

2005년 9월 25일 일요일, 26일 월요일

24일 일요일에는 사회대 도서관 3층, 노트북실에 있었다. 오래 앉아 있은 데 비해 속도는 그리 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슬슬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던 듯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니 맞은 편 자리에 자은이가 앉아 있었더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아무래도 몸이 피곤한데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은 잔뜩 남아 있어, 궁여지책으로 녹두거리에서 만화책을 한 권 빌렸다. 월요일에 나를 학교까지 가게 할 미끼였다. 사소한 일을 미적지근하게 미루어 놓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은근히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자아와 주체에 대한 심오한 깨달음을 얻을 줄 알았는데, 천만에, 이런 요령만 는다.

대충 손에 닿는 책을 집어 온 탓인지, 만화는 영 시시했다.

밤에는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피로가 벼랑 끝에서 휘청휘청하다가, 아무래도 좋을 타인의 별 것 아닌 무례한 언동에 떠밀려 휙 하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면 경솔한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르는데, 때맞춰(!) 인터넷 연결이 끊어졌다. 모뎀이 고장 난 것 같았다. 그림 좀 그리고, 책 좀 읽다가 잤다.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았으나 재어 보지 않았다.

25일 월요일에는 눈을 딱 뜨자마자, "아, 큰일났다." 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코와 목이 아프고 얼굴에서 열이 났다. 일어나서 약을 한 병 마시고 다시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썼다. 다행히 감기 같은 게 아니라 가벼운 몸살 기운 정도였는지 오후가 되자 서서히 상태가 좋아졌다. 통신사에 전화하고, 빨래를 널고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새로 산 딜마 브랙퍼스트로 밀크티를 만들어 치즈케익과 함께 먹었다.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나오는 닥터 후(Doctor Who) 에피소드를 한 편 반 보고, 누워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복습하고, 일요일 오전에 사 둔 목탄으로 내 방을 한 번 더 그렸다. 밤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분리수거도 했다. 만화책은 연체했다. 하루가 조용히 지나갔다.

2005년 9월 24일 토요일

2005년 9월 24일 토요일

승민오빠와 홍대 앞 소노(sogno)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열한 시 반 개점인 줄 알고 갔으나 열두 시 개점이라 앞에서 좀 기다렸다.

[사진 추후 정리]
나는 뇨끼, 오빠는 버섯리조또를 먹었다. 아무래도 뇨끼는 소노보다는 치뽈리나 쪽이 한 수 위다. [제니스와 같은] 이 곳의 티라미수는 참 맛있지만.
준비한지 반 년쯤 된 오빠 생일 선물을 드디어(!) 드렸고, 내가 좋아하는 린트 다크씬을 몇 통 받았다. 비상식량이 바닥나던 참이었는데 다시 초콜릿이 생겨서 기뻤다.

화실 수업이 있어 식사만 간단히 하고 헤어졌다. 학교 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빠듯하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이번 주 부터 화실 수업을 토요일 점심/저녁으로 바꾸었다. 개강 이후 피로가 누적되고 있던 터라 몸은 꽤 힘들었지만, 그림 그리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수업 말미에 처음으로 목탄을 써 보았는데, 연필과 느낌이 전혀 달랐다. 다음 주에는 선생님과 함께 화방에 가서 콩테,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소묘 재료를 마련하기로 했다. 세상에 그림으로 표현 못할 것이 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마음이 몹시 설렜다. 아, 그리고, 투시나 구도가 맞게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경의 '인상'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게 적어 둔다. 보통 인물화에서는 당연히 사람의 '인상'이 전제되는 데 비해, 풍경에도 인상이 있다는 점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단다.

화실에서 나와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2005년 9월 23일 금요일

2005년 9월 23일 금요일

졸업앨범 사진촬영을 했다. 흐리다기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후가 되니 햇빛이 쨍쨍했다. 다행이었다. 01학번 중에서는 자은이, 은영이, 현민이, 경훈이가 이번에 같이 사진을 찍었다. 다른 동기들도 많이 놀러왔다. 삼사 년 만에 다시 만난 98학번, 99학번 선배들도 제법 많아, 오랜만에 과 사람들을 실컷 만났다. 학부생으로 입학해, 내가 휴학하던 사이에 전공을 선택하고 들어왔다는 02학번 후배들도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 얼굴도 모르겠더라.

실 촬영은 몇 시간 걸리지 않았는데, 은근히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보니 쉬 지쳤다. 동기들과 학생회관 매점에서 음료수와 빵을 먹으며 잠깐 숨을 돌렸다. 나 역시 타과 대학원 진학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사회학과 대학원 입학을 준비중이라는 현민이의 이야기가 특히 참고가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단다.) 졸업사진은 [아직 학사과정이 몇 학기 남았지만] 더 미루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에 올해 찍었는데, 재미있었고, 할 일을 하나 끝낸 것 같아 후련하기도 했다.

다섯 시 반 쯤 귀가해 잠시 쉬었다가, KBS에 'TV 책을 말하다' 방청을 하러 갔다. KBS홀이 보여서 벨을 눌렀는데, 버스는 한참 더 가서 국회의사당 앞에 가서야 섰다. 방송국을 걸어서 찾느라 꽤 고생했다. 저녁 일곱 시 반의 여의도는 놀랄 만큼 황량하고 컴컴했다. 동진님과 상훈님이야 오시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f님과 s님도 뵈어 무척 반가웠다. 들어가는 길에, 난데없이 질문자로 간택(?)되어 녹화하는 내내 질문 거리를 생각해야 했다. 그 덕분에 실제 녹화 내용이 어땠는지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옆 자리에 올슨 스콧 카드를 좋아한다는 여자분이 앉으셨는데,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재밌었겠다. endecorb님과도 인사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방청 기념 선물로 '스타쉽 트루퍼스'와 '뉴로맨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상훈님과 함께 동진님의 차를 타고 왔다. 본인도 종일 회사에서 근무하셨으면서, "아이스 카페 라떼에에에에~커피 마시고 싶어라아. 목말라요오오."라고 외치는 나와, "아~배고파. 한 끼도 못 먹었네. 배고파라."를 연발하시는 상훈님을 태워다 주기까지 하시느라 고생하셨다.

2005년 9월 22일 목요일

2005년 9월 22일 목요일 : 근황

화요일에는 새 책장이 왔다. 이 집에 온 다음부터, 책장이 거실에 있다 보니 햇살에 표지가 많이 바랬고, 수용한도를 진작에 넘은 자리에 억지로 집어 넣은 책들이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비죽이 나와 집 전체가 지저분해 보였었다.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신 어머니께옵서 꿈에 그리던 유리문 달린 책장을 하나 마련해 주셨다. 그래서 화요일 저녁에는 새로 책 정리를 했다. 샀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던 책이 여러 권 나왔다. 책이란 역시 난감하기 그지없는 물건이다. 서랍에 있던 책을 책장에 넣고 나니 여기 저기 늘어서 있던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서랍에 넣을 수 있게 되어, 방도 꽤 깔끔해졌다.

수요일에는 원고를 했던......것 같다. 밤에 아우님이 마트에 가니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말하라기에, 슬라이스 치즈를 한 팩 부탁 했더니 기꺼이 사다 주었다.
아우님은 진정한 강자다.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사회대 도서관에서 일하다 왔다.

2005년 9월 20일 화요일

2005년 9월 20일 화요일 : [잡기] 꿈

호그와트 마법 스쿨을 배경으로 하는 해리 포터 꿈을 꾸었다. 이 꿈에서 해리 포터의 나이는 대략 16세 쯤? 내가 읽다 말았던 5권 정도거나, 그보다 한두 살 많아 보였다. - 그러니까, 나름대로 진지하고, 애들도 좀 끌고 다니는 나이.

한국인 남녀학생 두 명이 어찌저찌해서(그 매커니즘은 나오지 않음) 호그와트에 전학생인 척 하고 들어갔다. 이건 공간상 뿐 아니라 시간상으로도 과거로의 이동이라, 얘들은 호그와트에서 앞으로 일어날 큰 사건들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볼드모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름으로 불러 다른 학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별 의심 없이 낯선 곳에서 온 동료 학생들로 받아들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해리 포터는 이 학생들을 스파이나 적이 아닐까 수상히 생각했다. (그러게, 그럴 나이라니까.) 그래서 수상해보이는 여학생에게 질문했다.
"너 악센트가 있는 것 같다?"

그러자 학생의 반응:

"종로학원 다니다 왔으니까 그렇지.(중얼)"

2005년 9월 19일 월요일

2005년 9월 18일 일요일

2005년 9월 18일 일요일 : [잡기] Wasmannia auropunctata

Wasmannia auropunctata애집개미, 혹은 작은 불개미라고 불리는, 밝은 붉은색을 띄는 아주 작은 개미다. 아메리카 대륙이 본거지였으나 세계화의 물결을 잘 타서 지금은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 불개미는 공격성이 강해 다른 곤충들을 몰아내는 편이라 - 소위 invasive ants라 불리는 계열이다 - , 일단 불개미가 동네를 한 바퀴 휩쓸고 나면 웬만한 개미나 작은 곤충들은 싹 사라져 버린다. 보통 하는 얘기로, '개미 있는 집에는 바퀴벌레가 없다'고 할 때의 개미가 이 애집개미이다. 인간도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때문에 아파트 같은 곳에 일단 생기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수입목재나 침대 같은 것에 실려 들어오고, 도시에서는 보통 음식을 가져다가 먹고 산다.

작은 불개미의 생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불개미가 자연 클론이라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번식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개미는 발생 과정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 여왕개미(2n), 수캐미(n), 일개미(2n). 여왕개미는 혼인비행 여부와 상관없이 평생 무정란을 계속해서 낳는데, 이 중 수정을 거치지 않은 본래 상태의 무정란에서 일배체(n)의 유전자를 가진 수캐미가 나온다. 혼인비행 후 낳은 알, 즉 유성생식된 알이 곧 이배체(2n)인 일개미이다. 일개미는 모두 암컷이지만 생식력이 없다. 생식력이 있는 여왕개미는 특정 시기에만 생성된다.

그런데 작은 불개미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여왕개미가 처음부터 두 가지의 알을 낳는다. 첫째는 보통 개미와 같은 무정란(n)이고, 둘째는 수정을 거치지 않은 이배체(2n)이다. 이 이배체 알들은 모두 본래 여왕개미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 받은 여왕개미의 클론들로, 자라서 여왕개미가 된다. 첫 번째 종류 - 일반적인 일배체의 알 -이 수정되면 일개미(2n) 혹은 수캐미(n)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알이 수정되면 당연히 그 유전자는 두 배(2n)가 되어야 하는데, 수캐미는 앞서 말했듯이 일배체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의 유전자는 어디로 갔을까?

그냥 사라진다. -_-; 수정 과정에서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에 의해, 수캐미가 만들어질 경우 이 수정란에서 본래 여왕개미의 유전자가 모조리 제거되어 나간다. 달리 말하면, 모든 수캐미들 역시 클론이다.

작은 불개미의 여왕개미와 수캐미는 유전자적인 공통점이 전혀 없다. DNA 풀(pool) 자체가 다르다. 여왕개미와 수캐미 둘 다의 유전자를 가지는 일개미(2n)가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일개미는 그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할 능력이 없으므로 그 유전자 바스켓은 보존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한창 연구가 진행중인데, 작은 불개미의 여왕개미와 수캐미는 사실 다른 종으로, 수캐미가 여왕개미의 무정란(n)을 숙주로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고, 여왕개미는 일개미를 만들기 위해, 수캐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 서로를 활용한다는 견해도 있다. 작은 불개미는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들 중 암컷과 수컷이 모두 무성생식하는 유일한 케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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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cientist, July 2005
The Scientist, June 2005
Nature, June 2005
www.issg.org
Bert Hölldobler, Edward O. Wilson, [The Ants], Harvard University Pres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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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에서 간단한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껴, 더 알아보고 싶어 이것 저것 뒤져 보았으나 - 꿈에 개미 나올까 무서워서 이쯤에서 그만 두고 정리만 해 둔다. 특히 개미 해부도며 골격까지 잔뜩 실린 'The Ants'는 베고 잤다간 큰일 날 책이더라. 그냥 개미도 아니고, 바퀴벌레보다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질긴 데가 있는 작은 불개미쯤 되니, 무서워서 불개미만한 소름이 자꾸 돋는다.

2005년 9월 17일 토요일

2005년 9월 17일 토요일

사회대 도서관에 가려 했는데, 호우주의보란다. 며칠 전에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학교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신발은 물론이고 무릎 아래가 몽땅 다 젖은 채로 여섯 시간이나 버텨야 했었다. 그 뒤로 비가 온다고 하면 학교에 갈 엄두가 안 난다. 산이라 해도 포장된 곳이 많이 배수가 용이치 않은지, 비가 조금 많이 온다 싶으면 물이 발등까지 차오른다.

추석 연휴 첫날인데 비가 많이 와서 귀성하는 사람들 고생이 심하겠다.

2005년 9월 16일 금요일

2005년 9월 15일 목요일, 16일 금요일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늦게 귀가했다. 사회대 사물함을 쓸 수 있게 된 덕분에 등하교 부담이 많이 줄었다. 일 년여 만에 후생관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학생회관과 달리 배식 시간이 이미 끝나 있었다. 낙담하여 식판을 들고 서 있는데, 텅 빈 식당 한 켠에서 식사를 하던 학생이 부른다. 가 보니 동기 미진이와 진우오빠였다. 미리 배식을 받아 놓고 뒤늦게 식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껏 먹고 있단다. 흔쾌히 끼워 주기에, 젓가락만 들고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밥도 밥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개강하고 반 달이 지나니 실감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내가 두 달 동안 놀면서 바보가 되어 버렸단 점이고, 둘째는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다. 물론 아는 것 많은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는 인터넷을 한 시간만 해도 대충 알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받는 느낌은 '물리적' 충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렬하다. 선생님들이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을 보아도, 어쩌면 저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울까,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어떤 지적인 재능이나 폭, 깊이는 정말이지 '보인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하고 분명하다.

금요일에는 화실에 갔다. 오후 수업이었는데, 추석 연휴에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사실은 '좀' 같은 부사를 붙일 만큼 한가한 처지가 못 된다.) 토요일 수업까지 당겨 하기로 했다. 꼬박 일곱 시간 동안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나니, 무척 예술적인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해졌다. 뿌듯한 하루를 더욱 예술적으로 마감하기 위해 한양문고에 가서 만화책을 몇 권 샀다.

2005년 9월 14일 수요일

2005년 9월 14일 수요일 : 아버지의 배신

싫을 때나 좋을 때나 나와 일 년 350일 이상을 함께 보내야 하는 만큼, 가족들은 내 화법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

1. 어머니 : 정론(正論)형
ex) 몇 주 전, 식사 후, 내가 휘리릭 차 끓이러 가 버리자.

어머니: 소연아, 먹고 나면 좀 치워야지.
제이: 아앗, 깜박했어요! 하지만 저의 무한한 매력은 이 정도 일로는 감소하지 않죠!
어머니: 그건 당연한데, 그거랑 식탁 치우는 건 상관이 없잖아.
제이: (......네, 상관 없어요. orz)

2. 아우님 : 요령형
ex) 지난 주말, 아우님 방에 사전을 빌리러 갔다가 디자인 수업 숙제를 구상하고 있는 아우님 발견.

아우님: (교재에 있는 색상표를 들여다보며) 언니, '시원한' 이미지가 좋을 것 같아, '순수한 소녀'이미지가 좋을 것 같아?
제이: 거기 있는 것 중에 골라야 하는 거야?
아우님: 응. 이걸 메인으로 해야 해.
제이: 그럼 '순수한 소녀'로 해. 언니가 여기 가만히 서 있어 줄게.
아우님: 헐. 그래. 그런데 언니, 나 남이섬 갔다 왔는데 괜찮더라. (후략)

십 분쯤 후, 나는 색상표 얘긴 까맣게 잊고, 내 방에 돌아와서 남이섬의 관광명소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얻었다는 것에 기뻐하며 사전을 찾아 보고 있었다.

3. 아버지: 허허형 -> 솔직형(?)
본래 아버지는 허허형이셨는데, 오늘 저녁에 배신하셨다.; 어머니가 뒤통수 부분이 뚫려 있는 폭신한 쿠션을 하나 사 오신 것을 보고,

제이: 이거 아기들 뒤통수 예쁘게 하는 베개네! (쿠션을 베고 누우며) 소연이는 한 살 이에요. 그래서 뒤통수 이쁘게 하는 베개를 써요.
아버지: 허허, 하이고, 간지러워라.
제이: 어, (배신감에 휩싸여) 아빠!
아우님: 언니, 아빠도 이번엔 너털웃음으로 넘어가지 않으시는데?
어머니: 아빠께서 뭐라셨는데?
제이: 간지러워라~하셨어요.
어머니: 어머, 웬일이시래. 솔직하시네.
제이: 흑, 아빠 배신자! (좌절하여, 베개를 목에 끼우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열 시가 넘어서야 어슬렁 어슬렁 일어났다. 볕 잘 드는 아우님 방에 가서 잠시 원고를 보고, 오후에는 어머니와 함께 나가 준 정장을 한 벌 샀다.

저녁에는 여의도 토니로마스에서 궁님과 식사를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더니, 식사도 거의 안 하시고 안색도 나빠 걱정스러웠다. 이벤트 선물을 드디어(!) 드렸다. 즐거웠고, 식사도 맛있었는데 궁님이 하도 안 드시니 내가 잔뜩 먹어 버려서 나중에는 과하게 배가 불렀다. 집까지 데려다 주신 덕분에 편하게 왔다.

새벽에 비가 쏟아졌다. 깜깜한 밤, 바람에 창이 덜컹거리고 빗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네 시 정도까지 방문을 여닫고 베개를 들고 거실을 오가며 잠을 설쳤다. 두어 시간쯤 잤을까. 이럴 때면 악몽을 꿀 법도 한데, 희한하게도 베트남에 단체 여행을 가서 쌀국수를 먹는 꿈을 꾸었다. (-_-) 화요일 오전에는, 아우님이 깨워 준 덕분에 간신히 제 시간에 등교했다.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오리바베큐

지구정복비밀결사 모임이었다. '사월에 보리밥' 압구정점에서 모였다. 참석자는 아스님, 동진님, 종인님, 상훈님, 파란날개님, 경아님, 명비님, 라슈펠님, / 상현님, 루크님, 나 이렇게 열 한 명. 나는 약속 시각이 여섯 시인 줄 알고 먼저 도착해서, 마침 일찍 오신 아스님께서 굿판에서 받아오셨다는 떡을 먹었다.

식후에는 The Blue라는 술집에서 2차. 사월에 보리밥에서 2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있는 곳인데, 어찌저찌 하다 보니 소망교회 블록을 한 바퀴 돌아서 갔다. 다른 분들은 먼저 들어가시고, 나와 동진님, 종인님은 비음주자를 위한 케익과 커피를 사러 도산공원 근처 케익집 가루(Garu)에 갔다. 인원 수가 많다 보니 일곱 가지 케익 중 여섯 가지나 살 수 있어서 기뻤다. 돌아가는 길에 커피빈에서 커피를 샀다.



가루 케익은 맛있기로 유명하다던데, 술판(...)에서 이것 저것 번갈아 먹다 보니 어느 케익이 무슨 맛인지 정확히 모르겠더라. 일단 초코 케익은 확실히, 무난하게 맛있었고, 위 사진에 나온 피라미드형 케익은 다른 케익에 묻혔다. 모카 케익도 추천할 만 했고, 아쉽게도 함께 사 간 커피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홍차 케익도 함께 마실 차를 잘 고른다면 대단히 맛있겠더라. 특히 홍차 케익은 다음에 다시 먹어보고 싶었다.

종인님께서 오셔서 놀랍고 기뻤다. 오랜만에 뵌 루크님도 여전히 멋있었고. (히) 상훈님 왈, "여기(블루) 사람들이 우리보고 무슨 모임이냐고 자꾸 묻길래 정치모임이라고 했어요. 동호회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동호회야. 정치 모임이지."
참석자 중 일부는

이런 모습으로

정치모임임을 주장하다가는 신고 당할 지도 모른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오늘의 화제를 정치적으로 요약하자면: 디스크월드라는 행성 세력균형과 테리 프랫챗 시리즈간의 판도, 몇몇 불온서적의 내용과 열람 가능 장소, 불온서적 출판인들의 인터뷰, 자전거는업힐 당, 친일파, 히틀러식 인종구분, 육아, 스타벅스 시가(cigar), 그 외 밝힐 수 없는 중요한 화제들.

대단히 즐겁고 유쾌한 하루였다.

2005년 9월 8일 목요일

2005년 9월 8일 목요일 : 수원시립교향악단 제 157회 정기연주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교향시 “영웅의 생애” 작품 40.
Symphonic Poem "Ein Heldenleben" op.40
안톤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나단조 작품 104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지 휘 : 박은성
협 연 : 율리우스 베르거 (첼로)

'슈트라우스의 밤'을 주제로 슈트라우스의 '돈 키호테'를 연주한다기에 일찌감치 예매하고 손꼽아 기다렸던 수원시향 공연이었다. '돈 키호테'의 전곡 실연은 지금껏 들은 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근래 다른 교향악단에서 기획한 것을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목적은 오로지 이 곡 하나였다. '돈 키호테'에 거의 홀린 나머지, 다른 교향시 '영웅의 생애'도 프로그램에 있다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당일, 터질까봐 걱정 될 만큼 뚱뚱한 가방을 짊어지고 아픈 발을 끌고, 오로지 '돈 키호테'를 한 번 듣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관악산과 우면산을 넘어 예당에 갔다.

프로그램이 변경되어 있었다.

발권대에 가서야 그 소식을 듣고 - 공연장 로비에 곡목 변경 안내가 붙어 있긴 했으나 유심히 보지 않고 발권대로 직행했었다 - 순간 눈 앞이 핑 돌았다. 너무 속상해서, 환불 받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산을 두 개나 넘어 왔는데 (미묘하게 왜곡된 표현) 어찌 그냥 가랴, 싶어 표를 받고 기다렸다. 갑작스런 곡목 변경에 대한 사과로 수원시향의 '환상교향곡' 녹음 CD를 주더라.

실 공연은 '영웅의 생애' -> 첼로 협주곡 순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에는 반대로 나와 있다. 영웅의 생애가 뒤에 연주되는 편이 프로그램 구성상으론 자연스러울 터인데, 협주곡이 두 번째 곡으로 들어간 것이 시간상의 이유 때문 아닐까 - 갑자기 엉뚱한 곡을 연주하게 된 협연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영웅의 생애는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교향시로, 순서대로 보자면 1)영웅, 2) 영웅의 적, 3) 영웅의 반려, 4) 영웅의 싸움, 5) 영웅의 업적, 6) 영웅의 은퇴 이다. 주제가 분명하고 흐름을 읽기 쉬우며, 그 덕분에 감정적으로 동조하기 쉽다는 것은 주제음악임을 고려할 때 분명 미덕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곡이 지나치게 자아도취적이고, [웅장하기보다는] 과장스럽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취향이 아니야'란 느낌.

어쨌든 이번 공연을 통해 '영웅의 생애'의 진정한 깊이를 깨달아 음악적 경험의 폭을 넓혔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잠들어 버렸다. '돈 키호테'를 듣지 못하여 낙담한 마음에 며칠 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파트 2까지는 깨어 있었고, 3의 솔로 부분에서 잠깐 정신을 차렸으나, 파트 4와 5의 앞 부분은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깨어 보니 피날레를 시작하고 있었다. 덕분에 수원시향의 슈트라우스 연주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상이 없다. c열 10번째 줄에 앉았는데, 음량이 좀 크고 불분명하게 들린 점이 불만이었다. 좀 더 뒷자리로 가서 앉을까 싶다가, 귀찮은데다 본래 정해진 자리를 뜨지 않는 성격이라 그냥 끝까지 같은 자리에서 들었다.

조금 다른 얘기로, 바이올린 솔로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서울시향의 전 악장, 신상준 님이 무척 그리워졌다. (수원시향 악장의 연주 때문은 아니다.) 요즈음은 뭐 하고 계실까. 시향이 단원을 새로 뽑고 지휘자를 바꾸어 대혁신했다는 소식이 들려도, 신상준 악장님이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공연을 보러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휴식 시간 후,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끼워 넣는 것 치곤 꽤 무게 있는 곡을 골랐다 싶었는데, 연주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특히 묘하게 익숙한 3악장에선 즐거웠다. 연습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을 터인데 지휘자와 단원들, 협연자 모두 눈에 띄는 동요 없이 곡을 탄탄히 이끌어가, 듣고 있자니 안심이 되었다. '돈 키호테'를 못 들어 속상했던 마음도 다 풀리고 기분이 그냥 좋아졌다. 좋은 음악이 가진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는 버섯을 싫어하지만 버섯이 첨가된 '맛있는' 요리가 나올 경우 깨끗이 먹기도 하는데, 음악도 이와 비슷한 데가 있는 듯 하다.

첼로 협주곡이 끝난 후, 앵콜 전에 박은성 지휘자가 입을 열었다. 본래 돈 키호테를 하기로 하고 계속 연습해 왔는데 며칠 전에 첼로 독주자만큼이나 중요한 비올라 파트 연주자가 갑작스럽게 입원하는 바람에 부득불 프로그램을 변경하게 되었다며, 대신 '돈 키호테'의 피날레 부분만이라도 듣고 가시란다. 교향악단에 대한 '운명공동체' 비유가 실감 나는 사정이었다. '돈 키호테' 같은 곡 하나 준비하기가 여간 일이 아닌데......아깝구나, 아까워. 비올리스트도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송구할까. 물론 이번에 연습한 것이 있으니 언젠가는 프로그램에 넣겠지만, 매번 조금씩 다른, '바로 이 순간'의 감정선이야말로 공연의 맛이거늘.

돈 키호테 피날레까지 듣느라 귀가가 늦었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는 길에 컵라면을 하나 샀으나, 먹지는 않았다. 육체적으로 대단히 무리한 하루였고 - 그 때문에 금요일에는 오전 10시 반까지 정신없이 잤다 -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좋은 공연, 노력한 연주였기에 만족했다.

2005년 9월 6일 화요일

2005년 9월 1일 목요일 ~ 6일 화요일

2005년 9월 1일 목요일강일이었다. 새벽 7시에 일어나서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시간에는 깨어 있는 데 성공했으나, 계속 멍한 상태였다. 아침 등교가 익숙치 않아 버스를 잘못 타거나 3분이면 갈 수 있는 건물을 10분 걸려 뱅글뱅글 돌아간 것도 한 몫 했다. 정치학 수업에 학생이 다섯 명 밖에 들어오지 않아, 폐강될까 걱정했다. 전공 수업에 동기들이 많이 들어와서 무척 반갑고 행복했다. 갓 제대한 친구들도 있고, 먼저 제대해서 복학해 있었으나 내가 학교에 나가지 않아 일 년이 넘도롯 못 보고 지냈던 친구들도 있었다.

2005년 9월 2일 금요일 동양철학개설 수업을 들으러 인문대에 가다가, 이번에는 버스를 바로 타기는 했는데 잘못 내려서 공대 연구실 근처부터 사범대 있는 곳까지 걸었다. 걷다 보니 잔디밭이나 산비탈이 나왔다. -_- 그렇게 고생해서 들어갔건만, 걸으며 계산해 보니 다음 수업인 경제원론 교실까지 제 시간에 갈 수 없겠어서 수강신청을 취소했다. 부담이 적어 인기강좌인 모양이던데- 학생들이 대단히 시끄러웠다. -전공도 아닌 교양 과목이니,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경제원론 수업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틀 동안 걷고 걷고 걸어서 고달펐다.

2005년 9월 3일 토요일 낮에는 화실에 갔다. 저녁에는 EBS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다빈치 코드의 허와 실'이라는 디스커버리채널의 프로그램이었다. 구성이 난잡하고, 내용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어 보면서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두서없고 주제없는 다큐였다.

2005년 9월 4일 일요일 집에서 쉬었다.

2005년 9월 5일 월요일 시내 카페(카페 뎀셀브즈/나무사이로)에 나가 원고를 하며 괴로워했다. 저녁은 동진님과 여의도 토니로마스에서 먹었다. 식후에는 직접 로스팅을 한다는 커피집 '주빈(Ju Bean)' 에 갔다. Bean과 賓을 연결한 상호는 영리했으나, 이 커피집이 입점한 건물명이 자그마치 '롯데캐슬 엠파이어'였다. 아니, 캐슬이나 팰리스에 간신히 적응했는데, 그에 더해 엠파이어란 말이냐! 그만해! '主賓 / 롯데케슬 엠파이어 2층'이라고 쓰인 명함이 참으로 무시무시했다.

2005년 9월 6일 화요일 남부지방엔 태풍 피해가 크다던데, 서울은 더웠다. 정치학 수업은 폐강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던데 - 20명 이상 신청했단다 - 희한하게도 수업에 들어온 학생은 넷 뿐이었다. 수업은 모두 재미있었다. 일이 걱정되어 다른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일에도 손 댈 엄두가 안 난다. 저녁에는 일전에 찍어온 '나무사이로' 실내 사진을 보며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

2005년 9월 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