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6일 금요일

2005년 9월 15일 목요일, 16일 금요일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늦게 귀가했다. 사회대 사물함을 쓸 수 있게 된 덕분에 등하교 부담이 많이 줄었다. 일 년여 만에 후생관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학생회관과 달리 배식 시간이 이미 끝나 있었다. 낙담하여 식판을 들고 서 있는데, 텅 빈 식당 한 켠에서 식사를 하던 학생이 부른다. 가 보니 동기 미진이와 진우오빠였다. 미리 배식을 받아 놓고 뒤늦게 식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금껏 먹고 있단다. 흔쾌히 끼워 주기에, 젓가락만 들고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밥도 밥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개강하고 반 달이 지나니 실감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내가 두 달 동안 놀면서 바보가 되어 버렸단 점이고, 둘째는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다. 물론 아는 것 많은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는 인터넷을 한 시간만 해도 대충 알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받는 느낌은 '물리적' 충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렬하다. 선생님들이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을 보아도, 어쩌면 저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울까,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어떤 지적인 재능이나 폭, 깊이는 정말이지 '보인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하고 분명하다.

금요일에는 화실에 갔다. 오후 수업이었는데, 추석 연휴에 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사실은 '좀' 같은 부사를 붙일 만큼 한가한 처지가 못 된다.) 토요일 수업까지 당겨 하기로 했다. 꼬박 일곱 시간 동안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나니, 무척 예술적인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뿌듯해졌다. 뿌듯한 하루를 더욱 예술적으로 마감하기 위해 한양문고에 가서 만화책을 몇 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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