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26일 월요일

2005년 9월 25일 일요일, 26일 월요일

24일 일요일에는 사회대 도서관 3층, 노트북실에 있었다. 오래 앉아 있은 데 비해 속도는 그리 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슬슬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던 듯 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보니 맞은 편 자리에 자은이가 앉아 있었더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아무래도 몸이 피곤한데 어떻게든 해야 할 일은 잔뜩 남아 있어, 궁여지책으로 녹두거리에서 만화책을 한 권 빌렸다. 월요일에 나를 학교까지 가게 할 미끼였다. 사소한 일을 미적지근하게 미루어 놓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은근히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자아와 주체에 대한 심오한 깨달음을 얻을 줄 알았는데, 천만에, 이런 요령만 는다.

대충 손에 닿는 책을 집어 온 탓인지, 만화는 영 시시했다.

밤에는 조금 불쾌한 일이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피로가 벼랑 끝에서 휘청휘청하다가, 아무래도 좋을 타인의 별 것 아닌 무례한 언동에 떠밀려 휙 하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면 경솔한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르는데, 때맞춰(!) 인터넷 연결이 끊어졌다. 모뎀이 고장 난 것 같았다. 그림 좀 그리고, 책 좀 읽다가 잤다. 열이 조금 나는 것 같았으나 재어 보지 않았다.

25일 월요일에는 눈을 딱 뜨자마자, "아, 큰일났다." 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코와 목이 아프고 얼굴에서 열이 났다. 일어나서 약을 한 병 마시고 다시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썼다. 다행히 감기 같은 게 아니라 가벼운 몸살 기운 정도였는지 오후가 되자 서서히 상태가 좋아졌다. 통신사에 전화하고, 빨래를 널고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새로 산 딜마 브랙퍼스트로 밀크티를 만들어 치즈케익과 함께 먹었다.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나오는 닥터 후(Doctor Who) 에피소드를 한 편 반 보고, 누워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복습하고, 일요일 오전에 사 둔 목탄으로 내 방을 한 번 더 그렸다. 밤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분리수거도 했다. 만화책은 연체했다. 하루가 조용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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