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4일 수요일

2005년 9월 14일 수요일 : 아버지의 배신

싫을 때나 좋을 때나 나와 일 년 350일 이상을 함께 보내야 하는 만큼, 가족들은 내 화법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

1. 어머니 : 정론(正論)형
ex) 몇 주 전, 식사 후, 내가 휘리릭 차 끓이러 가 버리자.

어머니: 소연아, 먹고 나면 좀 치워야지.
제이: 아앗, 깜박했어요! 하지만 저의 무한한 매력은 이 정도 일로는 감소하지 않죠!
어머니: 그건 당연한데, 그거랑 식탁 치우는 건 상관이 없잖아.
제이: (......네, 상관 없어요. orz)

2. 아우님 : 요령형
ex) 지난 주말, 아우님 방에 사전을 빌리러 갔다가 디자인 수업 숙제를 구상하고 있는 아우님 발견.

아우님: (교재에 있는 색상표를 들여다보며) 언니, '시원한' 이미지가 좋을 것 같아, '순수한 소녀'이미지가 좋을 것 같아?
제이: 거기 있는 것 중에 골라야 하는 거야?
아우님: 응. 이걸 메인으로 해야 해.
제이: 그럼 '순수한 소녀'로 해. 언니가 여기 가만히 서 있어 줄게.
아우님: 헐. 그래. 그런데 언니, 나 남이섬 갔다 왔는데 괜찮더라. (후략)

십 분쯤 후, 나는 색상표 얘긴 까맣게 잊고, 내 방에 돌아와서 남이섬의 관광명소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얻었다는 것에 기뻐하며 사전을 찾아 보고 있었다.

3. 아버지: 허허형 -> 솔직형(?)
본래 아버지는 허허형이셨는데, 오늘 저녁에 배신하셨다.; 어머니가 뒤통수 부분이 뚫려 있는 폭신한 쿠션을 하나 사 오신 것을 보고,

제이: 이거 아기들 뒤통수 예쁘게 하는 베개네! (쿠션을 베고 누우며) 소연이는 한 살 이에요. 그래서 뒤통수 이쁘게 하는 베개를 써요.
아버지: 허허, 하이고, 간지러워라.
제이: 어, (배신감에 휩싸여) 아빠!
아우님: 언니, 아빠도 이번엔 너털웃음으로 넘어가지 않으시는데?
어머니: 아빠께서 뭐라셨는데?
제이: 간지러워라~하셨어요.
어머니: 어머, 웬일이시래. 솔직하시네.
제이: 흑, 아빠 배신자! (좌절하여, 베개를 목에 끼우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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