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0일 화요일

2007년 2월 20일 화요일

지금 상태는 다음과 같다.

"아트시네마는 우디 앨런 영화를 틀거라." (명령형)

2007년 2월 11일 일요일

2007년 2월 11일 일요일

나는 스스로에게 대단히 만족하며 살고 있고, 그 사실을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끔 나를 보며 "대체 어쩌다 그렇게 된 거니." 라고 하시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원인이 바로 어머니 당신에게 있다는 것을 오늘 확실하게 알고야 말았다.

전날 1차 시험을 치고, 어머니 생신이라 함께 풍동에서 점심을 먹은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후에 출판사에 갈 일이 있어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J: (거울을 보며) 우후후~오늘도 멋지군. 저의 카리스마적인 매력으로 모두를 사로잡고 오겠어요!
M: (진심으로 걱정스러워하며) 그러면 피곤할 텐데.......

.......어머니, 지적의 포인트가 틀렸어요!

2007년 2월 9일 금요일

2007년 2월 9일 금요일 : 히아신스



지난 달 말 즈음부터,선물로 받은 히아신스를 책상 위에 놓아 두고 키우고 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꽃봉오리가 연두색이었는데, 금세 쑥쑥 자라서 지금은임시 지지대로 나무 젓가락을 옆에 매어 놨다. 아침에 볼 때와 밤에 볼 때가 달라서 키우는 재미가 난다. '생명'이라는 사실이정말 강렬하게 느껴져서  신기하다.

2007년 2월 2일 금요일

2007년 2월 2일 금요일 : 새장

얼마 전, 훼미리마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두 학생의 대화를 들었다.

".....그래서 빨래 널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구석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거야. 글쎄, 새장 안에 비둘기가 있더라니까!"
"비둘기? 저-런 비둘기?"
"내 말이. 그래서 주인할머니한테 이게 웬 비둘기냐고 했지. 그랬더니 할머니가 옥상에 날아들어왔길래 잡았대."
"비둘기를 왜 잡아?"
"나도 웃겨서 왜 잡았냐고 했더니 심심해서 잡았다는 거야.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까 없더라? 그래서 비둘기 어디 갔냐고 물어 봤더니 놓아 줬대."
"잡았다가 왜 놓아 줘?"
"그냥 그랬다던데."

나는 눈부신 겨울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신림동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찬 존재감 없는 주택들 중 어딘가에 있을, 비둘기똥 얼룩이 군데군데 말라 붙은 옥상, 텅 빈 새장, 아마도 부서진 낙엽과 새끼손톱만한 먼지가 가두리에 굳어 있을 물그릇, 그리고 무료한 노년을 생각했다. 목이 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