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일 금요일

2007년 2월 2일 금요일 : 새장

얼마 전, 훼미리마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두 학생의 대화를 들었다.

".....그래서 빨래 널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구석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거야. 글쎄, 새장 안에 비둘기가 있더라니까!"
"비둘기? 저-런 비둘기?"
"내 말이. 그래서 주인할머니한테 이게 웬 비둘기냐고 했지. 그랬더니 할머니가 옥상에 날아들어왔길래 잡았대."
"비둘기를 왜 잡아?"
"나도 웃겨서 왜 잡았냐고 했더니 심심해서 잡았다는 거야.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까 없더라? 그래서 비둘기 어디 갔냐고 물어 봤더니 놓아 줬대."
"잡았다가 왜 놓아 줘?"
"그냥 그랬다던데."

나는 눈부신 겨울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신림동 골목 구석구석에 들어찬 존재감 없는 주택들 중 어딘가에 있을, 비둘기똥 얼룩이 군데군데 말라 붙은 옥상, 텅 빈 새장, 아마도 부서진 낙엽과 새끼손톱만한 먼지가 가두리에 굳어 있을 물그릇, 그리고 무료한 노년을 생각했다. 목이 메었다.    

댓글 5개:

  1. 헉, 복만이선생님, 덧덧글 달려다가 실수로 써주신 글을 지웠습니다! 아이고야...죄송합니다.; 카드가 무사히 도착했다니 다행이네요. 조직개편 했다고 하셔서 제때 도착할까 조금 걱정했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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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졸지에 제가 복만이 선생님이 되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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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oniyun - 2007/02/07 01:12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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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도 잘 지내고 있고 지금은 5층에서 근무하고 있다.(2층이나 승진했지 ^ ^)

    겨울방학실습도 끝나고 그 여름의 아이들도 다시 돌아간 지금 사무실은 조용하기만 하다.

    겨울징검다리교실에서 재미있었던 일화 하나 -

    희선이가 새로온 실습생보고 자꾸 노아영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고.. 닮았다나. 그래서 내가 실습생한테 칭찬이라고 얘기해줬지 ^ ^

    2주동안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억들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나 좋은 추억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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