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3일 목요일

2004년 9월 23일 목요일


(바나나생크림케익)

가족 파티를 했다. 케익을 꺼내고, 초를 켜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덕담 한 마디. 아무 기념일도 아니라 - 우리집은 온 가족의 생일이 겨울에 모여 있어, 어버이날인 5월 8일 이후부터는 이렇게 별 이유없는 행사를 하지 않으면 영 심심하다 - 딱히 부를 노래가 없었다.

어머니: 뭐 노래 할 것 없나......여보여보 노래 불러요. (씨익)
아버지: 무슨 노래. *-_-*
어머니, 아우님, 제이: 짝짝짝짝 아!빠!노!래! 아!빠!노!래!
아버지: (몹시 당황하시며) 노래 없다.
어머니, 아우님, 제이: 아!빠!노!래! 아!빠!노!래!
아버지: 어허, 노래 없대도.
어머니, 아우님, 제이: 아!빠!노!래! 아!빠!노!래!
아버지: .....예서 부를 노래가 아니다.

아버지, 대체 무슨 노래를 떠올리신 겁니까.;;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용진군이 제주에서 올라왔다. 필리핀으로 십일박 십이일 여행을 간단다. 학기중인데 휘리릭 떠나다니, 예과 1년차란 좋구나. 껄껄. 압구정에서 만나 라리에또에서 점심을 먹고 - 용진군이 오이를 못 먹는 것을 깜박 잊고, 연어가 아니라 농어 샐러드를 주문하는 바람에 전채는 나 혼자 다 먹었다-,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어 좋았다. 용진군이 여행 전에 다 못 먹은 에스프레소 원두와 맛있는 초컬릿을 선물로 주었다. 올 가을은 초컬릿 풍년이로세. 여행 짐에 보태라고 Happy SF와 직접 만든 노트를 건넸다.





빈둥빈둥거리며 헐렁하게 앉아 있다 용진군이 공항에 갈 시각이 되어 일어섰다.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가서 2호선. 평일 낮에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깜짝 놀랐다. 일이 년 전에만 해도 나 역시 평일 이 시간쯤에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고 독일문화원에 가거나, 2호선을 타고 학교나 집에 가곤 했는데 평일 서울 시내가 벌써 이렇게 낯설다니.

2004년 9월 22일 수요일 : 트랙백 놀이 Up&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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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21일 화요일

2004년 9월 21일 화요일 : 고시생 잡기

시사법률신문 93호


나는 고시생이지만 정치 얘기나 전공 얘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수햏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귀찮다.) 주위-서울대, 녹두거리, 신림봉천동-와 사실상 분리되어 한 가지 목적과 주제만으로 운용되는 고시촌은 굉장히 이상하고 어찌 보면 꽤 무시무시한 동네다. 오늘자 시사법률신문만 봐도 알 수 있다.

......청명한 하늘과 공부량이 대체 무슨 관계냐고. Orz
1면에 이런 문구를 싣고도 정녕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냐!

2004년 9월 19일 일요일

2004년 9월 19일 일요일 : SENEF 2004 '아엘리따 - 화성의 여왕'


감독 : 야코프 프로타자노프 Yakov Protazanov (1881-1945)
러시아 | 1924 | 111min | Black & White | 16mm, silent

상훈님, 동진님, 경아님, 노정태님과 함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아엘리따'를 보았다. 다섯 시 반에 아트선재에서 만나, 여섯 시에 문을 연 에서 급히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시작이 다섯 시 반인 줄 알았는데 여섯 시라 영화 시작 시각인 일곱 시 전까지 식사를 끝내기 위해 허겁지겁 먹었다. 치킨티카, 커리 네 가지, 밥 네 그릇, 난 두 장. 빨리 먹어도 맛있는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영화 아엘리따는 진정 1920년대의 블록버스터였다. 무성인데다 흑백영화라 어떨까 싶었는데, 오오, 화성인에게도 질투는 낯선 감정이 아니다는 주제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멋진 치정극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딸에게 화성의 여왕 아엘리따의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티비나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영화이니 보고 온 김에 줄거리를 정리해 보자.

전세계에 정체 미상의 라디오 전파가 타전되자 예전부터 화성에 가고 싶어하던 주인공 남자는 이 라디오 문구가 화성에서 온 메세지라고 생각, 화성으로 타고 갈 우주선을 설계하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 주인공 남자 부부는 금슬이 좋았는데, 어느 날 부부가 사는 집에 사실은 아내가 있지만 남매라고 속이고 따로 떨어져 지내며 아내는 자신에게 반한 남자를 등쳐먹고 자기는 소비에트 내에서의 지위를 이용, 서류를 조작하여 설탕 부대를 숨겨놓는 나쁜놈이 이사를 온다. 주인공은 이 남자와 아내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고, 아내는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나쁜놈이 보여주는 하이 소사이어티 - 검은 옷 입고 모여서 춤이나 추며 옛날을 회상하는 대단히 처량한 사람들이다 - 에 잠시 매혹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건설 현장에 삼 개월이나 출장을 가게 되자,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주인공 역시 아내를 보고 싶어하며 출장이 끝나자마자 꽃까지 사들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집에 들어섰을 때 아내와 나쁜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분노에 사로잡혀 아내에게 총을 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 영화는 정말 굉장해진다. 엉겁결에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은 소비에트를 영원히 떠난, 자신의 우주선 설계도를 맡아 주었던 친구로 변장하고 - 세상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 ㅠ_ㅠ -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모스크바 근교로 가서 우주선을 완성한다.

독서실에 가야 하니 나중에 마저.

2004년 9월 18일 토요일

2004년 9월 18일 토요일 : 장영혜중공업이 소개하는 '문을 부숴'

사진출처: 로댕갤러리


동진님과 장영혜중공업 전시를 보러 갔다. 원래는 시립미술관의 샤갈 전을 가기로 했으나, 미술관에 학생들이 수백 명(과장이 아니다)이나 몰려 있는 것을 보니 - 토요일이라 단체 관람을 온 것 같다-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아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대안으로 떠올린 것이 로댕갤러리. 동진님 말씀처럼, '삼성'으로 이름을 알렸던 장영혜중공업이 삼성의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니 좀 웃겼다.

장영혜중공업의 전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전에 보았던 작품은 상당히 강렬했는데....... 그건 설치작이었기 때문인가. '지옥의 문'은 괜찮았다. 로댕의 '지옥의 문'이 상설 전시된 미술관 자체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좋았고, 텍스트의 색감도 잔인한 느낌을 줘서 잘 어울렸다. '지펠'냉장고의 선명한 로고가 '로댕갤러리의 장영혜중공업 전시'만큼이나 아이러니컬하고 우스꽝스러웠다. '문을 부숴'는 그저 그랬다. 전시를 둘러보고 지옥의 문 앞에 잠시 앉아 쉬다가, 도슨트 해설 시간이 되었다기에 설명도 들었다. 이른 시간이라 나와 동진님을 포함해서 관객은 총 네 명. 설명을 들으니 조금 더 재미있었지만, 웹아트의 쌍방향성에 대한 부분은 수긍이 되지 않았다. 예술작품의 쌍방향성은 모빌 같은 설치작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인터넷의 등장이 예술에 '쌍방향성(intercactive)'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인터넷의 도입에 따른 쌍방향성의 등장은 (굳이 말하자면) 미술보다는 문학 부문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전시를 본 후 파이낸스 센터의 아시안 퓨전 음식점 미세스 마이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원래 리틀타이에 가려 했으나 영업을 열두 시에나 시작한다고 해서 기다리기 부담스러워 미세스 마이에 갔다. (오늘은 플랜-B의 날?) 맛있었다. 몹시 어두워 노출 시간을 길게 잡아야 했기 때문에 찍으면서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음식 사진이 뜻밖에 비교적 깨끗하게 나와 만족스럽다.


요거트샐러드

쌀국수(볶음)

새우튀김

교보문고에 잠시 들러 편지지를 산 다음 동진님과 헤어져 뚝섬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가게의 벼룩시장 행사장에 갔다.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행복한책읽기 부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오전에 비가 내린 탓인지 생각만큼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거울 부스에서 안나님, 진아님, 아스님과 만났다. 안나님을 오프에서 처음 뵈었는데, 워낙 온라인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니 전혀 처음 같지 않았다. 아참, 동현님도 오셨다! 어제 참석 예정이신지 여쭤보려다 졸업사진 동기모임에 신경쓰느라 깜박했는데, 딱 만나서 신기하고 반가웠다. 아스님과 진아님이 뒤늦게 식사하러 가신 사이 거울 부스를 지키며 책을 팔았다. 그 외 거울, 행책 쪽 분들, 손님으로 오신 판타지/과학소설 분들과도 인사. 따끈따끈한 'HAPPY SF' 창간호를 받았고, 대신 전해드리기로 했던 상훈님 몫도 챙겼다. HAPPY SF 창간호는 아마 월요일부터 인터넷/오프에서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 손에 쉬이 잡히는 판형, 가벼운 종이를 쓴 덕에 부담 없는 무게, 알찬 내용. 여러 사람들이 공을 들인 만큼 좋은 책이 나와서 기쁘다. 많이 팔리면 더 기쁘겠노라. 껄껄.

짬짬히 행책 부스와 SFwar부스를 구경하며 거울 부스에서 노닥거렸다. 오랜만에 scifi님을 뵈었고, 오실 줄 몰랐던 루크님이 등장하셔서 깜짝 놀랐다. 얼씨구나 하고 상훈님 책을 떠맡겼 부탁드렸다.

네 시에 자리를 정리하고 파장. 2004 강원 방문의 해 테마 열차를 타고 집에 왔다.

2004년 9월 17일 금요일

2004년 9월 16일 목요일 / 17일 금요일

16일 목요일

제대 후 복학한 대균오빠와 우동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녹두 많이 바뀌었네-라는 오빠 말에 고개를 끄덕. 카페에서 동기 은영이를 만나 내일 졸업사진 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7일 금요일

동기들이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라 학교에 올라왔다. 실제로 이번 겨울에 졸업하는 동기는 충현이 한 명 뿐이다. 보미는 여름에 졸업하여 이미 대학원생. 두 사람만 달랑 찍으면 서운하다고 미진이와 진우오빠도 함께 졸업사진을 찍었다. 자은이, 경아, 윤진이도 와서 함께 사진을 찍고 놀았다. 02, 03학번 후배들도 몇 명 만났다. 졸업사진이라니. 기분이 착찹하거나 이상하진 않고, 저 귀찮은 일을 어찌 하나 싶기만 하다.

밤에는 선릉에 가서 지정훈님, 야니님, 뎡만님, 냥날님, 동칸님을 만났다. 정훈님께 부탁드렸던 책을 받고, 야광 해리 포터 밴드도 구경했다. 뎡만님을 오프에서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분들도 거의 반 년에서 일 년여 만에 뵈었다. 자바시티커피에서 차를 마신 다음 택시를 타고 정훈님 댁에 놀러 갔다. 다른 분들은 정훈님이 캐나다에서 사 오신 아이스 와인을 드시고-케이스도 예쁘고 유리병도 예뻤다- 나는 고디바 핫쵸코를 냠냠 마셨다. 초컬릿을 안 먹은지 12시간이 다 되어 가서 점점 지치던 차에 쪼꼬쪼꼬를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이) 더 놀고 싶었는데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서늘할 줄 알고 가을 옷을 챙겨 입었는데, 예상과 달리 몹시 더워 귀가길에 고생했다.

덧: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 조삼모사 -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루가 든든하다' ...너무 멋지잖아요 ㅠ_ㅠ)b

2004년 9월 12일 일요일

2004년 9월 12일 일요일 : 매직 페스티벌



승민오빠와 에베레스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종로 구민회관에서 '매직 페스티벌' 공연을 보았다. 무척 재미있었다.자세한 일기는 나중에.

링겔과 근육주사와 소염제와 진통제와 그외 정체 불명의 온갖 약보다 위문 초컬릿 네 통이 더 효과를 발휘한 것 같은 이상한 몸살로 일 주일 내내 끙끙댄 끝에, 내일부터는 독서실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누워서 몇 번 뒹굴고 나니 9월 중순, 달력을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난다.

2004년 9월 4일 토요일

2004년 9월 4일 토요일 : 안녕 나의 집



며칠 전에 개강한 친구 전션과 종로 카페 뎀셀브즈에서 만났다. 치즈케익과 요거트케익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졸업을 앞둔 사학년. 아직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다. 그래도 만나면 재미있고, 반갑고, 어떻게든 살겠지 싶은 걸 보면 아직은 어린가보다. 껄껄.

차를 마신 다음에는 이오셀리아니의 영화 안녕 나의 집을 보러 인사동 길을 가로 질러 서울아트시네마에 갔다.

사진출처: 서울아트시네마


감독, 각본 :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촬영 : 윌리엄 뤼브찬스키 William Lubtchansky
제작 : 마르틴 마리냑 Martine Marignac
(프랑스, 1999)

영화는 꽤 마음에 들었다. 감정이 넘치지 않는 솔직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가슴을 아릿하게 울리는 엔딩 장면에서 왜 몇몇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는지는 지금도 도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울었다면 이해가 될 텐데.) 영화를 보고 돌아오자마자 일기를 썼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토요일 밤부터 심한 몸살과 열로 앓아 누워 며칠을 맥없이 보내는 바람에 정리할 시기를 놓쳤다. 꼭 보고 싶던 영화라 일요일에 챙겨 보려 했던 할 하틀리의 '인생전서'도 같은 이유로 놓쳤고. '휴머니티(브루노 뒤몽)'나 '환상의 빛(고레에다 히로카즈)'같은 영화는 다시 볼 기회가 올 것 같아 상대적으로 덜 아쉽다.
10월에는 뉴저먼 시네마 특별전이 열린다. 그러게, 내가 빔 밴더스 또 틀어줄 줄 알았다니까. 냐하하하. (<-지난 번 빔 밴더스 회고전에서 한 편도 보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짐으로 남아서......)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