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8일 토요일

2004년 9월 18일 토요일 : 장영혜중공업이 소개하는 '문을 부숴'

사진출처: 로댕갤러리


동진님과 장영혜중공업 전시를 보러 갔다. 원래는 시립미술관의 샤갈 전을 가기로 했으나, 미술관에 학생들이 수백 명(과장이 아니다)이나 몰려 있는 것을 보니 - 토요일이라 단체 관람을 온 것 같다-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아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대안으로 떠올린 것이 로댕갤러리. 동진님 말씀처럼, '삼성'으로 이름을 알렸던 장영혜중공업이 삼성의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니 좀 웃겼다.

장영혜중공업의 전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전에 보았던 작품은 상당히 강렬했는데....... 그건 설치작이었기 때문인가. '지옥의 문'은 괜찮았다. 로댕의 '지옥의 문'이 상설 전시된 미술관 자체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좋았고, 텍스트의 색감도 잔인한 느낌을 줘서 잘 어울렸다. '지펠'냉장고의 선명한 로고가 '로댕갤러리의 장영혜중공업 전시'만큼이나 아이러니컬하고 우스꽝스러웠다. '문을 부숴'는 그저 그랬다. 전시를 둘러보고 지옥의 문 앞에 잠시 앉아 쉬다가, 도슨트 해설 시간이 되었다기에 설명도 들었다. 이른 시간이라 나와 동진님을 포함해서 관객은 총 네 명. 설명을 들으니 조금 더 재미있었지만, 웹아트의 쌍방향성에 대한 부분은 수긍이 되지 않았다. 예술작품의 쌍방향성은 모빌 같은 설치작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인터넷의 등장이 예술에 '쌍방향성(intercactive)'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인터넷의 도입에 따른 쌍방향성의 등장은 (굳이 말하자면) 미술보다는 문학 부문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전시를 본 후 파이낸스 센터의 아시안 퓨전 음식점 미세스 마이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원래 리틀타이에 가려 했으나 영업을 열두 시에나 시작한다고 해서 기다리기 부담스러워 미세스 마이에 갔다. (오늘은 플랜-B의 날?) 맛있었다. 몹시 어두워 노출 시간을 길게 잡아야 했기 때문에 찍으면서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음식 사진이 뜻밖에 비교적 깨끗하게 나와 만족스럽다.


요거트샐러드

쌀국수(볶음)

새우튀김

교보문고에 잠시 들러 편지지를 산 다음 동진님과 헤어져 뚝섬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가게의 벼룩시장 행사장에 갔다.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행복한책읽기 부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오전에 비가 내린 탓인지 생각만큼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거울 부스에서 안나님, 진아님, 아스님과 만났다. 안나님을 오프에서 처음 뵈었는데, 워낙 온라인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니 전혀 처음 같지 않았다. 아참, 동현님도 오셨다! 어제 참석 예정이신지 여쭤보려다 졸업사진 동기모임에 신경쓰느라 깜박했는데, 딱 만나서 신기하고 반가웠다. 아스님과 진아님이 뒤늦게 식사하러 가신 사이 거울 부스를 지키며 책을 팔았다. 그 외 거울, 행책 쪽 분들, 손님으로 오신 판타지/과학소설 분들과도 인사. 따끈따끈한 'HAPPY SF' 창간호를 받았고, 대신 전해드리기로 했던 상훈님 몫도 챙겼다. HAPPY SF 창간호는 아마 월요일부터 인터넷/오프에서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 손에 쉬이 잡히는 판형, 가벼운 종이를 쓴 덕에 부담 없는 무게, 알찬 내용. 여러 사람들이 공을 들인 만큼 좋은 책이 나와서 기쁘다. 많이 팔리면 더 기쁘겠노라. 껄껄.

짬짬히 행책 부스와 SFwar부스를 구경하며 거울 부스에서 노닥거렸다. 오랜만에 scifi님을 뵈었고, 오실 줄 몰랐던 루크님이 등장하셔서 깜짝 놀랐다. 얼씨구나 하고 상훈님 책을 떠맡겼 부탁드렸다.

네 시에 자리를 정리하고 파장. 2004 강원 방문의 해 테마 열차를 타고 집에 왔다.

댓글 5개:

  1.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쉐르부르의 저주는 재미있었어요. 집어들고 온 보람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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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강원 방문의 해 테마 열차였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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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터넷의 도입에 따른 쌍방향성의 등장은 (굳이 말하자면) 미술보다는 문학 부문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 아이 깔끔하셔라. 난 깔끔한 사람의 깔끔한 논리가 좋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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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문학 보다는 게임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마비노기 등을 보면서 느끼는 건 다다이즘-_-에 가깝다는 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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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oana님/ 저도 반가웠어요. 책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껄껄.

    진아님/ :)

    인기님/ 인기님은 익명쟁이!

    나는그네님/ 네. 컴퓨터게임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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