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19일 일요일

2004년 9월 19일 일요일 : SENEF 2004 '아엘리따 - 화성의 여왕'


감독 : 야코프 프로타자노프 Yakov Protazanov (1881-1945)
러시아 | 1924 | 111min | Black & White | 16mm, silent

상훈님, 동진님, 경아님, 노정태님과 함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아엘리따'를 보았다. 다섯 시 반에 아트선재에서 만나, 여섯 시에 문을 연 에서 급히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시작이 다섯 시 반인 줄 알았는데 여섯 시라 영화 시작 시각인 일곱 시 전까지 식사를 끝내기 위해 허겁지겁 먹었다. 치킨티카, 커리 네 가지, 밥 네 그릇, 난 두 장. 빨리 먹어도 맛있는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영화 아엘리따는 진정 1920년대의 블록버스터였다. 무성인데다 흑백영화라 어떨까 싶었는데, 오오, 화성인에게도 질투는 낯선 감정이 아니다는 주제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멋진 치정극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딸에게 화성의 여왕 아엘리따의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티비나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영화이니 보고 온 김에 줄거리를 정리해 보자.

전세계에 정체 미상의 라디오 전파가 타전되자 예전부터 화성에 가고 싶어하던 주인공 남자는 이 라디오 문구가 화성에서 온 메세지라고 생각, 화성으로 타고 갈 우주선을 설계하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 주인공 남자 부부는 금슬이 좋았는데, 어느 날 부부가 사는 집에 사실은 아내가 있지만 남매라고 속이고 따로 떨어져 지내며 아내는 자신에게 반한 남자를 등쳐먹고 자기는 소비에트 내에서의 지위를 이용, 서류를 조작하여 설탕 부대를 숨겨놓는 나쁜놈이 이사를 온다. 주인공은 이 남자와 아내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고, 아내는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나쁜놈이 보여주는 하이 소사이어티 - 검은 옷 입고 모여서 춤이나 추며 옛날을 회상하는 대단히 처량한 사람들이다 - 에 잠시 매혹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건설 현장에 삼 개월이나 출장을 가게 되자,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기다린다. 주인공 역시 아내를 보고 싶어하며 출장이 끝나자마자 꽃까지 사들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집에 들어섰을 때 아내와 나쁜놈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분노에 사로잡혀 아내에게 총을 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 영화는 정말 굉장해진다. 엉겁결에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은 소비에트를 영원히 떠난, 자신의 우주선 설계도를 맡아 주었던 친구로 변장하고 - 세상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 ㅠ_ㅠ -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모스크바 근교로 가서 우주선을 완성한다.

독서실에 가야 하니 나중에 마저.

댓글 3개:

  1. 달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우주선을 완성한다. 달 음식 참 맛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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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하하하! 달 맛있죠. 오랜만에 가니 셋팅은 좀 바뀌었어도 음식은 여전하더군요.

    스포일러란 말을 들어서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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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 부분만 스포일러 자막 처리하면 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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