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9일 일요일

2009년 3월 27일 금요일 : 결혼식

오후 5시에 연대동문회관에서 이동진 님과 혼인했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찾아와서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축하하고 격려해 주신 만큼, 서로 아끼며 따뜻하게 살겠습니다.

2009년 3월 4일 수요일

2009년 3월 4일 수요일 : 로스쿨

지난 주 도서관 잡지대에 꽂혀 있던 한겨레 21의 표지기사는 '그들만의 로스쿨'이었다. 나는 칫솔을 입에 물고 화장실로 걸어가다 멈추어 서서 기사를 읽었다. 기사는 법조교육의 귀족화와 이로 인한 계급고착을 우려하고 있었다.

한 달 반 전,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꾸준히 일해온 동기가 '변호사인 사회복지사'가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 하고 물었다. 나는 크게 고개를 주억이며 나도 그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번 훑어볼 생각이라도 있다면 사 놓고 풀지 않았던 법학적성시험 문제지를 주겠다고까지 했다.

나는 한겨레 21이 부제로 단 '20대-SKY 출신-강남 거주'라는 로스쿨 입학생의 평균 집단에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부유한 적이 없지만 가난한 적도 없다. 절대빈곤을 모르고 자랐고, 공부를 좋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공교육 교과과정을 지났다. 내가 겪었던 혼란은 대체로 감정적인 것이었지 실체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좌절한 적 없고 원치 않는 선택항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처한 적도 없다. 저항할 수 없는 증오나 폭력을 마주한 적도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적도 없다. 언제나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았다.

요컨대, 나는 한 번도 진정으로 소수자였던 적이 없다. 내가 갖는 문제의식은 경험한 일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이 아니라 발생하지 않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다. 나는 소수자의 고통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수자가 아닌 삶의 평온한 충만감을 알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

변호사와 다른 직역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지금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차이점은 변호사는 '타인'을 대변하는 역할을 그 본질로 한다는 것이다. '나의' 신념이나 가치를 대변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에게는 결국 그가 변호하는 자가 필요하다. 예컨대 내가 (최근 몇 달 동안 몇 번이나 말했던 것처럼) '이중소수자로서의 아동과 청소년에 관심이 있다'면 변호사인 나에게는 '이중소수자로서의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한다. 이 선후행 관계의 역전을 나는 몰랐다.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함으로써, 이 일 년에 이천 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최소 3년 과정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나 자신의 계급을 가시적으로 긍정함으로써, 나는 나의 문제의식과 나의 현실 사이 를 가르는 심연과 그 위를 불안하게 덮고 있는 모순과 허영과 갈등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는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신념이란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일이고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란 추구하는 공적 가치를 위해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불가해한 상실에 대한 공포는 옅어지고 가진 것에 대한 도취는 쉬워진다. 한계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두려운 동시에 그에 안도하는 내가 있다. 내년 학비가 오른다고 쉽게 말하는 선생님 앞에서 헉 하고 숨막히는 소리를 내면서도 철회는 한순간도 고려하지 않는다. 값비싼 교재비에 불평하면서도 새로운 앎이 주는 쾌감에 흥분하고, 노트북 컴퓨터가 필요하단 말에 이왕이면 좋은 것을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신물처럼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이 역시 도피일 뿐인지도 모른다.

2009년 3월 1일 일요일

2009년 3월 1일 일요일

할아버지 팔순이었다. 서초역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친지분들을 모시고 팔순잔치를 했다.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분이 두 분 오셨고, 그 외에는 다 직계 일가친척이었는데 다해서 손님이 예순다섯 분이었다. 새삼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