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31일 토요일

2004년 1월 31일 토요일



한가한 토요일. 동생이 사온 신선한 커피로 카푸치노를 끓여, 키세스 크런치 쿠키와 함께 먹었다.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대만에서 교환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전션이 설을 맞아 귀국했다. 지금껏 평일에는 절대 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설날 당일에도 꿋꿋이 공부했으나, 다른 사람도 아닌 전션이 온다는데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뽈리나에 가서 피자를 먹었다. 일단 건강해 보여 한시름 놓았다만, 생판 낯선 곳에서 공부하는 게 아무래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돌아오면 4학년 2학기이니 취직도 걱정이고......

대만은 환태평양 지진대이다. 전션도 6개월 사이에 벌써 지진을 두 번이나 겪었단다. 본인은 '조금 흔들리는 정도'였다며 웃어넘겨도 듣는 나는 걱정이 되어 가슴이 내려앉는다. 게다가 지진대에 있는 섬나라에서 101층짜리 건물은 대체 왜 지은 거야. 대중(china) 과시용인가.
대만의 외교적 입지가 불안하단 말은 들었으나 설마 별 일 있을까 했는데, 실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다. 수교국 대부분이 남미나 아프리카 쪽이고 그나마 십여 국에 불과하단다. 나날이 커가고 있는 중국의 압박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하튼, 많이 배우고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인살라따 콘 리코따

피자 나폴리타나 (조금 짰다)

제니스카페테리아에 가서 커피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중간에 갓 구운 샌으위치 빵이 나와 사진을 찍었다. 커다란 빵이 테이블에 가득!

2004년 1월 25일 일요일

2004년 1월 25일 일요일

지정훈님과 이태원 타지마할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야니님도 오셨는데, 오랜만에 뵈어 반가웠으나 정훈님이 미리 묻지 않고 약속 시간 얼마 전에야 알려주셔 몹시 당황했다.

야니님이 맛있는 린트 초컬릿을 가져오셨다. 얇은 판 모양의 달지 않은 다크초컬릿. 맛있다! 역시 겨울에는 다크초컬릿이이지!






바나나라씨

빠빠덤

매운치킨커리

양고기커리



치킨띠까

치킨커리가 아주 매웠다. 매워 매워 하면서도 맛있게 먹고 숙대입구역에 있는 '와플하우스'에 갔다. 딸기빙수가 유명한 곳이란다. 커리와 치킨으로 배가 부른데다 가는 길에 추웠는데도 막상 들어가서 앉으니 먹고 싶어졌다. 놀라워라. 참, 가는 길에 우리나라 고3같이 생긴 어떤 일본인이 길을 물어봤는데, 영어도 못 하고 한국어도 못 하는 게 아닌가! 대단한 배짱이다.


딸기빙수

와플

2004년 1월 23일 금요일

2004년 1월 23일 금요일





미연이 생일. 어머니께서 태극당에서 신기하고 귀여운 병아리 케익을 사 오셨다.

2004년 1월 18일 일요일

2004년 1월 18일 일요일 : 프라임 마임 시어터 '베스트 오브 이미지'

승민오빠와 마임연극 베스트 오브 이미지를 보러 대학로에 갔다. 눈이 굉장히 많이 와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오늘은 마침 이번 행사를 후원한 바른손 직원을 초청하는 날이라, 공연장이며 홀 분위기가 승민오빠 말을 빌리자면 '결혼식장'같았다. 직원들은 자유석인데 따로 예매한 우리 자리에는 커다랗게 'reserved'라고 쓴 A4 종이가 붙어 있어 좀 웃겼다.

공연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으나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다. 형광안료, 몸, 색을 이용하여 어두운 무대에서 빛나는 영상을 만들어 낸다. '캐비넷'이라는 어른 대상 공연도 있고, 이건 '어린이용'이란다. 공연 내용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함께 즐길 만 했다. 아마 쉽게 산만해지는 어린이들을 위해 장면을 짧게 나누고 중간중간 경쾌한 마임 코너를 넣어 차이를 둔 것 같다. 사람 반쪽이 움직이는 공연이 특히 인상깊었다. 관객이 참여하는 마임도 재밌었고! 관객 대부분이 같은 회사 사람이라 분위기가 편안했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즐겁게 공연을 본 후 텐바이텐 오프라인샵을 구경했다. 재미있고 무용한 장난감이 한가득!

길을 건너 빠리하노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에 갔다. 지인이 쌀국수는 좀 약하지만 춘권과 비빔국수가 맛있다며 추천한 곳이다. 춘권과 비빔국수를 주문했더니, 서버가 비빔국수에도 만두가 들어가니 다른 걸 드셔보시라고 권했다. 그래서 쌀국수와 비빔국수를 주문하고.......후회했다. 다음에 가면 꼭 비빔국수와 춘권을 먹어야지.






숙주

비빔국수

쌀국수


원래는 식사를 한 다음 민토 별관 쪽에 있다는 괜찮은 찻집을 탐험해 보려 했지만 날씨도 궂고 귀찮아서(...) 바로 앞에 있는 티트리에 갔다. 역시나 한가하고 조용한 찻집. 주말이라 당근케익도 주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차를 마시며 보니 밖에 내리는 눈도 예뻐 보였다.

나는 세인트 제임스-우바라는 홍차를, 승민오빠는 루이보스-티라미수를 골랐다. 이 '세인트 제임스 우바'는 스리랑카 산으로, 스리랑카에서 선교활동을 폈던 제임스 신부의 이름을 딴 차이다. 제임스 신부는 스리랑카 농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일하며 사랑과 이해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나중에는 '우바'라는 스리랑카 이름까지 얻었다. 다른 차와 블렌딩해 먹어도 좋겠다 싶은 부드럽고 차분한 차향이 신부님의 사랑처럼 입안에 퍼졌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이 제임스 신부의 이야기는 메뉴판을 보고 내가 즉석에서 지어낸 이다.



추운 겨울 바람을 헤치고 집에 왔다. 쭉 따뜻하다가 갑자기 눈이 많이 오네.

2004년 1월 15일 목요일

2004년 1월 15일



어머니 생신이었다. 동생이 'WE love you so much!"가 컨셉이라며 사온 케익.

2004년 1월 10일 토요일

2004년 1월 10일 토요일

SF팬덤 내 우주정복비밀결사 산하 식도락회가 중국집 향토미식성에 모였다. 신촌에 잠깐 들러 수현님께 책을 드린 다음 에라오빠와 함께 식당에 갔더니 루크님, 야롤님, 제이드님이 벌써 도착하여 전채를 드시고 있었다. 잠시 후에 고양이님과 달팽이님도 오셨다. 8인분을 예약했으나 상준님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못 오시는 바람에 일곱 명이 8인분 정탁을 [거뜬히] 먹어치웠다. 차림이 푸짐한 식당인데 맛도 있고 흥이 돋아 배부른 줄 모르고 계속 먹었더니 나중에는 일요일 아침식사를 못 할 만큼 속이 꽉 찼다.
모임은 엄청나게 즐거웠다! 오리대신 닭이라는 속담, 학과 오리 사이의 신비한 친척관계, 섭금류, 인육의 맛, 야롤님께 75달러를 바치고 망해버린 요쿠르트 회사 등...... 웃느라 정신이 쏙 빠졌다.

식사 후엔 에라오빠, 고양이님, 달팽이님과 홍대입구 근처에서 가볍게 커피를 한 잔 들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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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은 맛있어 보이게 찍기가 힘들어 걱정했으나 집에 와서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 나와 만족했다. 확실히 사진이 조금 늘기는 한 것 같다. 거의 손을 대지 않아도 작년이나 재작년 사진보다 훨씬 낫다.
요즈음 나는 틈만 나면 '혼을 담아 찍는다'느니 '궁극의 사진'이니 하는 말을 한다. 새삼스레 이러는 이유는 최근 '미스터 초밥왕 애장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초밥에 정성을 다하듯 음식 사진에 정성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물론 나의 목표는 배부른 사람도 허기를 느끼고 배고픈 사람은 모니터를 부수고 싶어지는 궁극의 사진.

혼 하니까 생각나는데 나는 언제나 '요리 SF/fantasy'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줄거리는 '같은 부엌에 살던 커리왕자와 케이크공주가 헤어진 다음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났으나 재회의 기쁨도 잠시, 케익과 커리가 섞여 못 먹을 음식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음식쓰레기통에 버려졌다는 슬픈 사랑이야기'같은 것 뿐이다. 여기에 '음식쓰레기통에서 고생하던 케익과 커리가 나노테크를 이용해 커리케익으로 거듭난다'는 SF를 2부로 덧붙여도 별로 나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요새는 나노테크도 한물 가서.....스페이스 오페라가 다시 인기라는데 '케익과 커리의 성간대모험'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단 말이지. 여하튼 그래서 '혼을 담은 음식 사진'을 소재로 한 줄거리를 생각해 보았다. 전설적인 사진가가 음식 사진을 찍으며 음식의 혼을 빼앗는다.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 사라진 세상! 주인공(들)은-
더 쓰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 잘 시간.





















2004년 1월 4일 일요일

2004년 1월 4일 일요일 : 아트선재센터 소장품전 '5'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 인수오빠와 광합성을 하러 나갔다. 본래 교보문고에서 만났으나 사람도 너무 많고 인수오빠가 점심식사를 못 하고 나왔다기에 오랜만에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집에 가서 단팥죽을 먹었다. 역시나 맛있다! 오빠는 수정과, 나는 쌍화탕도 먹었다. 주말 낮 시간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계속 와서 기다렸다. 얼른 먹고 나와서 어슬렁 어슬렁 삼청동길을 걸어다녔다.


단팥죽

수정과

생강

그냥 걷다 보니 아트선재센터로 가는 골목길이 나왔다. 아트선재센터는 개관 5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하고 있었다. 소장품전이라 큰 기대를 않고 들어갔는데, 아주 괜찮았다! 2층보다 3층 전시가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닦아드립니다'와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 그리고 '상록 타워'였다.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은 온통 흰 색으로 칠하고 굉장히 밝은 전구(오징어잡이용?)를 단,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환한 공간이다. 같은 물건,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이런 조명 아래서 사진을 찍어볼 기회가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도 전시장이라 꾹 참았다. '상록 타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각자의 거실에서 찍은 사진을 교차 편집한 슬라이드다. 같은 구조, 비슷한 자리에 놓인 소파와 티비. 하지만 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다른 분위기. 아주 인상깊은 사진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느낌을 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전시를 본 후 아트숍에 내려가 물건 구경을 하던 중, '싱그러운 젊음'이라는 엄청난 파일을 발견했다.(아래 사진) 인수오빠가 샀다. 오빠는 저 파일을 들고 '싱그러운 젊음'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푸핫. 다른 파일도 이것 저것 있었으나 '싱그러운 젊음'만한 걸작은 없더라.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체스를 두었다. 첫 번째 판은 스테일메이트로 끝났다. 나와 인수오빠는 실력이 비슷하고 서로의 습관을 잘 알기 때문에 난투극을 벌이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는 반상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혈전이 벌어졌다. 내가 초중반에 말 두 개(하나는 나이트, 하나는 룩이었는지 비숍이었는지 벌써 잊음)를 희생하며 오빠의 퀸의 목을 쳐 버린 것이다. 양쪽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뎅강뎅강. 결국 스테일이 날 때까지 어찌나 힘을 썼는지 다 두고 나자 머리가 아팠다. 두 번째 판은 내가 그럭저럭 깔끔하게 승.



광화문역에서 오빠와 헤어지고 동진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신촌에 갔다. 신촌은 좁고 사람이 많고 차는 더 많아서 갈 때마다 피곤하다. 주차공간도 없다. 하지만 간사이의 라멘과 덮밥을 먹고 나니 그걸 다 헤치고 간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식사 후엔 근처에 있는 그사람 카페에 갔다. 그사람 카페는 로모를 사용하는 주인장님이 압구정 커피집에서 받아 온 커피로 직접 핸드드립을 해 주는 곳이다. 벽에 로모월도 있고, 이런 저런 사진 관련 장난감과 소품도 판다. 말로만 듣던 고양이 '그냥'이도 만났다. 귀여웠다! 안았더니 내 손도 핥아주었다. 히히.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어린 고양이다. 그냥이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디카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샀던 투썸플레이스의 초컬릿을 곁들여 코스타리카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