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4일 일요일

2004년 1월 4일 일요일 : 아트선재센터 소장품전 '5'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 인수오빠와 광합성을 하러 나갔다. 본래 교보문고에서 만났으나 사람도 너무 많고 인수오빠가 점심식사를 못 하고 나왔다기에 오랜만에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집에 가서 단팥죽을 먹었다. 역시나 맛있다! 오빠는 수정과, 나는 쌍화탕도 먹었다. 주말 낮 시간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계속 와서 기다렸다. 얼른 먹고 나와서 어슬렁 어슬렁 삼청동길을 걸어다녔다.


단팥죽

수정과

생강

그냥 걷다 보니 아트선재센터로 가는 골목길이 나왔다. 아트선재센터는 개관 5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하고 있었다. 소장품전이라 큰 기대를 않고 들어갔는데, 아주 괜찮았다! 2층보다 3층 전시가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닦아드립니다'와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 그리고 '상록 타워'였다.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은 온통 흰 색으로 칠하고 굉장히 밝은 전구(오징어잡이용?)를 단,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환한 공간이다. 같은 물건,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이런 조명 아래서 사진을 찍어볼 기회가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도 전시장이라 꾹 참았다. '상록 타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각자의 거실에서 찍은 사진을 교차 편집한 슬라이드다. 같은 구조, 비슷한 자리에 놓인 소파와 티비. 하지만 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다른 분위기. 아주 인상깊은 사진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느낌을 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전시를 본 후 아트숍에 내려가 물건 구경을 하던 중, '싱그러운 젊음'이라는 엄청난 파일을 발견했다.(아래 사진) 인수오빠가 샀다. 오빠는 저 파일을 들고 '싱그러운 젊음'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푸핫. 다른 파일도 이것 저것 있었으나 '싱그러운 젊음'만한 걸작은 없더라.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체스를 두었다. 첫 번째 판은 스테일메이트로 끝났다. 나와 인수오빠는 실력이 비슷하고 서로의 습관을 잘 알기 때문에 난투극을 벌이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는 반상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혈전이 벌어졌다. 내가 초중반에 말 두 개(하나는 나이트, 하나는 룩이었는지 비숍이었는지 벌써 잊음)를 희생하며 오빠의 퀸의 목을 쳐 버린 것이다. 양쪽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뎅강뎅강. 결국 스테일이 날 때까지 어찌나 힘을 썼는지 다 두고 나자 머리가 아팠다. 두 번째 판은 내가 그럭저럭 깔끔하게 승.



광화문역에서 오빠와 헤어지고 동진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신촌에 갔다. 신촌은 좁고 사람이 많고 차는 더 많아서 갈 때마다 피곤하다. 주차공간도 없다. 하지만 간사이의 라멘과 덮밥을 먹고 나니 그걸 다 헤치고 간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식사 후엔 근처에 있는 그사람 카페에 갔다. 그사람 카페는 로모를 사용하는 주인장님이 압구정 커피집에서 받아 온 커피로 직접 핸드드립을 해 주는 곳이다. 벽에 로모월도 있고, 이런 저런 사진 관련 장난감과 소품도 판다. 말로만 듣던 고양이 '그냥'이도 만났다. 귀여웠다! 안았더니 내 손도 핥아주었다. 히히.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어린 고양이다. 그냥이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디카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샀던 투썸플레이스의 초컬릿을 곁들여 코스타리카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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