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팥죽

수정과

생강
그냥 걷다 보니 아트선재센터로 가는 골목길이 나왔다. 아트선재센터는 개관 5주년 기념 소장품전을 하고 있었다. 소장품전이라 큰 기대를 않고 들어갔는데, 아주 괜찮았다! 2층보다 3층 전시가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닦아드립니다'와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 그리고 '상록 타워'였다. '눈 크게 감기 프로젝트 뮤지엄 뮤지엄'은 온통 흰 색으로 칠하고 굉장히 밝은 전구(오징어잡이용?)를 단,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환한 공간이다. 같은 물건,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이런 조명 아래서 사진을 찍어볼 기회가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도 전시장이라 꾹 참았다. '상록 타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각자의 거실에서 찍은 사진을 교차 편집한 슬라이드다. 같은 구조, 비슷한 자리에 놓인 소파와 티비. 하지만 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다른 분위기. 아주 인상깊은 사진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느낌을 주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전시를 본 후 아트숍에 내려가 물건 구경을 하던 중, '싱그러운 젊음'이라는 엄청난 파일을 발견했다.(아래 사진) 인수오빠가 샀다. 오빠는 저 파일을 들고 '싱그러운 젊음'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푸핫. 다른 파일도 이것 저것 있었으나 '싱그러운 젊음'만한 걸작은 없더라.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체스를 두었다. 첫 번째 판은 스테일메이트로 끝났다. 나와 인수오빠는 실력이 비슷하고 서로의 습관을 잘 알기 때문에 난투극을 벌이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는 반상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혈전이 벌어졌다. 내가 초중반에 말 두 개(하나는 나이트, 하나는 룩이었는지 비숍이었는지 벌써 잊음)를 희생하며 오빠의 퀸의 목을 쳐 버린 것이다. 양쪽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뎅강뎅강. 결국 스테일이 날 때까지 어찌나 힘을 썼는지 다 두고 나자 머리가 아팠다. 두 번째 판은 내가 그럭저럭 깔끔하게 승.

광화문역에서 오빠와 헤어지고 동진님과 저녁식사를 하러 신촌에 갔다. 신촌은 좁고 사람이 많고 차는 더 많아서 갈 때마다 피곤하다. 주차공간도 없다. 하지만 간사이의 라멘과 덮밥을 먹고 나니 그걸 다 헤치고 간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식사 후엔 근처에 있는 그사람 카페에 갔다. 그사람 카페는 로모를 사용하는 주인장님이 압구정 커피집에서 받아 온 커피로 직접 핸드드립을 해 주는 곳이다. 벽에 로모월도 있고, 이런 저런 사진 관련 장난감과 소품도 판다. 말로만 듣던 고양이 '그냥'이도 만났다. 귀여웠다! 안았더니 내 손도 핥아주었다. 히히.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어린 고양이다. 그냥이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디카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밥 먹으러 가기 전에 샀던 투썸플레이스의 초컬릿을 곁들여 코스타리카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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