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8일 일요일

2004년 1월 18일 일요일 : 프라임 마임 시어터 '베스트 오브 이미지'

승민오빠와 마임연극 베스트 오브 이미지를 보러 대학로에 갔다. 눈이 굉장히 많이 와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었다. 오늘은 마침 이번 행사를 후원한 바른손 직원을 초청하는 날이라, 공연장이며 홀 분위기가 승민오빠 말을 빌리자면 '결혼식장'같았다. 직원들은 자유석인데 따로 예매한 우리 자리에는 커다랗게 'reserved'라고 쓴 A4 종이가 붙어 있어 좀 웃겼다.

공연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으나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다. 형광안료, 몸, 색을 이용하여 어두운 무대에서 빛나는 영상을 만들어 낸다. '캐비넷'이라는 어른 대상 공연도 있고, 이건 '어린이용'이란다. 공연 내용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함께 즐길 만 했다. 아마 쉽게 산만해지는 어린이들을 위해 장면을 짧게 나누고 중간중간 경쾌한 마임 코너를 넣어 차이를 둔 것 같다. 사람 반쪽이 움직이는 공연이 특히 인상깊었다. 관객이 참여하는 마임도 재밌었고! 관객 대부분이 같은 회사 사람이라 분위기가 편안했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즐겁게 공연을 본 후 텐바이텐 오프라인샵을 구경했다. 재미있고 무용한 장난감이 한가득!

길을 건너 빠리하노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에 갔다. 지인이 쌀국수는 좀 약하지만 춘권과 비빔국수가 맛있다며 추천한 곳이다. 춘권과 비빔국수를 주문했더니, 서버가 비빔국수에도 만두가 들어가니 다른 걸 드셔보시라고 권했다. 그래서 쌀국수와 비빔국수를 주문하고.......후회했다. 다음에 가면 꼭 비빔국수와 춘권을 먹어야지.






숙주

비빔국수

쌀국수


원래는 식사를 한 다음 민토 별관 쪽에 있다는 괜찮은 찻집을 탐험해 보려 했지만 날씨도 궂고 귀찮아서(...) 바로 앞에 있는 티트리에 갔다. 역시나 한가하고 조용한 찻집. 주말이라 당근케익도 주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차를 마시며 보니 밖에 내리는 눈도 예뻐 보였다.

나는 세인트 제임스-우바라는 홍차를, 승민오빠는 루이보스-티라미수를 골랐다. 이 '세인트 제임스 우바'는 스리랑카 산으로, 스리랑카에서 선교활동을 폈던 제임스 신부의 이름을 딴 차이다. 제임스 신부는 스리랑카 농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일하며 사랑과 이해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나중에는 '우바'라는 스리랑카 이름까지 얻었다. 다른 차와 블렌딩해 먹어도 좋겠다 싶은 부드럽고 차분한 차향이 신부님의 사랑처럼 입안에 퍼졌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이 제임스 신부의 이야기는 메뉴판을 보고 내가 즉석에서 지어낸 이다.



추운 겨울 바람을 헤치고 집에 왔다. 쭉 따뜻하다가 갑자기 눈이 많이 오네.

댓글 없음:

댓글 쓰기